매해 오프시즌 때면 엄청난 돈다발로 미디어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뉴욕 양키스는 올겨울도 1억3000만 달러의 돈지갑을 풀었다. 과거와 다른 점은 대부분의 금액이 기존 선수인 캡틴 데릭 지터(3년 5100만 달러)와 마리아노 리베라(2년 3000만 달러)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양키스가 영입한 굵직한 상품은 지난해 최고의 마무리로 각광받은 라파엘 소리아노와 골드글러브 출신 포수 러셀 마틴이 전부다.
양키스 입장으로서는 2008년에 이은 모처럼만에 겨울잠이라 할 수 있다. 당초 최고의 FA 상품 클리프 리 영입전에서 가장 적극적이었지만 이내 필리스에게 뒷통수를 맞으며 원치않는 동면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리 영입작전의 실패로 양키스는 당장 투수 로테이션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패티트의 빈자리
양키스의 선발마운드는 걱정 투성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선발의 중심축을 확실히 다져준 앤디 패티트의 공백이 가장 눈에 띈다.
CC 사바시아(21승7패 평균자책점 3.38)를 시작으로 필 휴즈(18승8패 4.19) AJ 버넷(10승15패 5.56) 이반 노바 프레디 가르시아로 운영될 선발 라인업은 전력약화가 뚜렷하게 보인다.
휴즈가 2선발이라는 중책을 잘 버텨낼지 의문인데다 버넷은 하향페이스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상태를 장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여기에 어부지리로 선발 라인을 얻게 된 검증되지 않은 신인 이반 노바와 프레디 가르시아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4.35(전체 10위)를 기록한 선발 마운드의 저력은 올시즌 증발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반면 불펜은 리그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 라파엘 소리아노가 셋업맨으로 활약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최강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데이비스 로버트슨과 조바 챔벌레인 여기에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 페드로 펠리시아노까지 구성된 불펜 시작점과 철벽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로 마무리되는 불펜은 지난해(평균자책점 3.47ㆍ전체3위)보다 더 강력한 포스를 발휘할 예정이다.
타선에서는 포수 호르헤 포사다의 포지션 변경이 가장 눈에 띈다. 지난해부터 지명타자 출장이 잦았던 포사다는 올시즌 안방마님 자리를 사실상 포기하며 계약 마지막해를 불태울 전망이다.
포수에는 다저스에서 공수해 온 러셀 마틴 프란시스코 서벨리 헤수스 몬테로가 뜨거운 경쟁을 벌인다. 안방 마님을 제외한 타선에서는 데릭 지터를 시작으로 브렛 가드너 알렉스 로드리게스 마크 텍세이라 로빈슨 카노 커티스 그랜더슨 닉 스위셔로 이어지는 올스타 라인업이 공격에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양키스가 전통적인 강호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강력한 공격과 함께 동반되는 수비에 있다. 골드글러브 단골 선수들인 마크 텍세이라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함께 커티스 그랜더슨 러셀 마틴으로 이어지는 거미줄 수비 라인은 지난해 98.8%(전체 3위)의 수비성공률 이상의 모습을 선보일 것이다.
관전포인트는 36살의 유격수 노장 데릭 지터의 활약상에 달려있다. 수비율과는 달리 수비범위와 레이팅에서 심각한 저하를 보이고 있는 지터가 기록상에는 보이지 않는 안타들을 얼마나 처리할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보자.
주목할 만한 인물 알렉스 로드리게스(3B)
지난해 2할7푼에 30홈런 125타점을 기록하며 13년 연속 30홈런-100타점에 성공한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올시즌 연속기록 연장을 최대 목표로 둘 것이다. 로드리게스는 35살이라는 고령과 함께 지난해 13년 중 가장 낮은 타율과 출루율(3할4푼1리)을 기록한 바 있어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엉덩이 부상을 당했음에도 이러한 성적을 낸 점을 감안한다면 올시즌 건강만 보장된다면 기록연장이 의외로 쉽게 이뤄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양키스에 입단하며 보직을 3루수로 변경한 것이 기록 연장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헤수스 몬테로(C)
지난해 양키스는 토론토로부터 에이스 로이 할러데이를 공수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제안을 거절했다.
당시 조바 챔벌레인과 함께 카드로 거론된 선수가 포수 헤수스 몬테로였기 때문이다. 만약 현상황에 로이 할러데이가 양키스에 건재했다면 리 영입 실패에 이렇게 큰 타격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구단 프론트진에서는 몬테로의 가능성을 높게보고 있다. 올시즌 주전 포수가 러셀 마틴으로 시작될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대표적인 유리몸인데다 공격력에서는 이미 전성기 모습을 잃은터라 의외로 기회가 빨리 부여될지도 모르겠다.
몬테로로서는 포사다의 잔상이 남아있는 팀의 분위기상 포사다급 공격력과 그 이상의 수비력을 보여야만 오랜 시간 뉴욕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