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살 때 직장 동료며 학교 친구들이 아이들 과외에 엄청난 돈을 지출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하고는 직접 관계가 없는 일이니까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문대에 입학하지 않으면 자식 농사 망친 것처럼 얘기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에게만은 꼭 적어도 한번씩 이런 얘기를 들려주곤 했다.
"오로지 명문대 진학만을 위해 쌍심지 켜고 하는 과외는 탐욕이다. 고향친구인 A와 B 두 사람이 있다. 같이 서울로 올라와 대학을 다니고 비슷한 나이에 결혼도 해서 잦은 내왕을 하고 A와 B의 가족들까지도 서로 친구가 됐다. 한데 A는 직장이 시원찮아 돈을 제대로 못 벌고 B는 일이 잘 풀려 경제적으로 걱정 없이 살게 됐다. 흥미로운 점은 A의 자녀들이 B의 자녀들보다 대체로 인성도 머리도 좋은데 부모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B 또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B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흐흐흐 A야 네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 보다 여러모로 뛰어나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든 과외로 우리 애들을 잡아 명문대학만 보내면 우리 사회에서 네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을 따라 잡기는 쉽지 않을 거야 영영.'"
나한테 이런 면박성 얘기를 듣는 사람들은 대체로 B같은 인물이거나 혹은 B처럼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한데 이런 나의 주장을 접한 사람들 가운데 몇쯤은 화를 낼 법도 한데 한번도 반박다운 반박이나 대꾸를 듣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B같은 부류들은 한결같이 영리하고 자신이 왜 아이들을 과외로 내모는지를 스스로 누구보다 잘 아는 부류들이었다.
미국에서는 이른바 서울 공화국 같은 과외 풍토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몇몇 아시아 국가 출신들에겐 얘기가 좀 다르다. 최근 미국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중국계 여성 에이미 추아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예일대 교수인 추아씨는 '호랑이 엄마' 교육 방식으로 자녀들을 '스스로 생각하기에' 성공적으로 키워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추아씨는 최근 발간된 저서에서 자녀를 쥐어 패서라도 일류 명문대에 진학시키려는 의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녀는 자녀들이 아주 어린 나이였을 때부터 숨막힐 듯 빡빡한 과외 일정으로 내몰았다.
추아씨는 자녀의 성공을 위해 그렇게 교육시켰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건 끝 간데 없는 탐욕의 다른 표현방식일 뿐이다. 최소 두 가지 점에서 그녀는 옳지 못했다. 하나는 잔인한 것이고 또 하나는 공정한 경쟁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돈과 명예로 상징되는 사회적 출세를 위해 설령 그것이 내 자식이라도 과도하게 육체와 정신을 지배했다면 잔악한 것이다. 또 상식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이 아니라 남보다 월등히 많은 자원을 투입해 예를 들어 경쟁 상대인 다른 학생들을 제쳤다면 그건 공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거창하게 본다면 적성대로 능력대로 풀어야 할 사회적 인적 자원 배분 문제를 왜곡하는 행위이다.
자녀의 성공 스펙 쌓기는 자칫하면 성형 미인 만들기가 될 수 있다. 성형을 하면 얼굴이나 몸이 예뻐질 수 있지만 고유한 아름다움이나 가치는 사라질 수 있다. 더구나 성형은 유전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는 다 제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이 있기 마련이다. 원래 얼굴이 아닌 다른 얼굴을 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평생에 걸쳐 불편한 마음을 유발할 수 있다.
햄달새가 미국에서 하는 과외가 서울에 비해 양적으로 훨씬 적다는 동생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동생의 속마음이 성형 미인을 만들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은 떨쳐낼 수가 없었다.
# 김창엽 기자의 엄빠일기_시리즈# 김창엽 기자의 엄빠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