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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북핵…한국 목소리 미 정계에 알릴 것"

Los Angeles

2011.04.2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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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프 골드스틴 AJC LA지역 회장
"외교처럼 중요하고 오래 걸리는 문제
잊혀지지 않도록 하는게 우리의 책임"
'세계 외교관' 별칭불리는
100년 유대인 단체 AJC
비정부기구·정치적 중립


2006년 5월4일 뉴욕에서 열린 미국유대인위원회(AJC) 100주년 행사장. 이 자리에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이 참석했다. 100년 전 러시아에서 박해받는 유대인들을 도우려고 결성된 AJC는 현재 회원 수 17만명에 '세계 외교관'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외교문제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지하는 서한을 백악관에 보내는 등 정계에도 강한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에는 AJC의 대표단이 한, 중, 일 3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AJC대표단 일원으로 한국방문을 준비중인 클리프 골드스틴(55) AJC LA지역 회장을 19일 만났다.

- 한국을 방문하는 목적은.

"북한인권 북핵문제 등 한반도 관련 이슈를 들은 후 미국의 행정부 의회 지도자들에게 한국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달하려고 한다. 물론 북한문제는 쉽게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 문제를 쉽게 풀 능력이 있다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도 풀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많은 얘기를 들으려고 한다."

- 민간외교 차원인가.

"정부와 정부가 만나는 게 언제나 가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아니다. 우리가 유대인 얘기만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 얘기를 듣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 관계자가 한국 얘기만 한다면) 남북관계는 한국만의 문제로 미국의 정치권이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인이 한국에 대해 말해주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 AJC가 외교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많은 경우 정치는 지역이슈가 지배한다. 미국인들에는 치솟는 개스값 예산안 등이 관심거리다. 아니면 영국 왕실의 결혼에 흥미를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외교처럼 중요하고 좀 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는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일들이 잊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다. 한국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한반도 문제의 중요성을 미국에 알리려고 한다."

- AJC는 어떻게 활동하나.

"AJC의 활동이 대중들에게는 잘 안 알려져 있다.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큰 소리로 데모를 하거나 그러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회원들의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 상대를 만난다. AJC는 미국의 정치인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각 국에서 미국으로 나온 외교관들과도 교류한다. 이번 한국 방문처럼 직접 외국을 다녀오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든다. AJC는 여러 유대인 조직중 가장 큰 예산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회원 대부분이 자원봉사로 활동하고 있다. 협회에서 돈을 받으며 일하는 것은 아니다."

- 어떤 사람들이 AJC회원인가.

"법률 엔터테인먼트 부동산 등 다양한 직종에서 활동하는 유대계 지도자들이다."

- 지난해 이스라엘을 방문해 보니 일부 이스라엘인들은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에 불만이 많았다. 오히려 부시 대통령때가 더 좋았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미국의 유대인들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고 들었다. 미국의 유대인과 이스라엘의 입장이 다를 때는 어떻게 하나.

"AJC는 이스라엘 정부를 위해 일하는 단체가 아니다. 비정부기구다. 또 정치적으로 중립이다. AJC는 민주당 공화당을 구분하지 않는다. 웨스트뱅크 지역의 정착촌 건립 등과 같은 문제에 있어 유대사회에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는 굳건하며 유대인들도 오바마 행정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 중동의 민주화 바람이 거세다. 하지만 친서방 아랍정권이 붕괴하면서 이스라엘에는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1979년 이란혁명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이스라엘이 염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민주주의가 이길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이란 정권도 5년 7년 후면 변할 것이다."

- 한국에 대한 평가는.

"한국은 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내가 어렸을 때 가장 싸고 엉망인 제품은 일본에서 온 것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자리를 한국 제품들이 차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차 전자 등 가장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많은 미국인들에게 한국산(Made in Korea)은 품질보증을 의미한다. 미국의 유대인들은 그동안 유럽만 쳐다봤다. 대부분이 유럽에서 이민 오기도 했지만 유럽에 파워가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로 미국 유대인들의 눈길이 향하고 있다. 비즈니스는 국제언어다. 서로 얘기가 가능하다."

- 많은 한국인들이 유대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탈무드를 읽고 삶의 교훈을 배운다. 하지만 정작 유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LA에도 많은 한인들과 유대인이 살지만 교류가 많지 않다.

"한국인들이 탈무드를 읽는다는 얘기는 무척 흥미롭다. 한국인들이 교육과 가족에 대한 가치를 중시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유대인들도 그렇다.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1992년 LA폭동때 한인 업주들이 자신의 업소를 지키려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10살 때 기억이 떠올랐다. 1965년 LA왓츠 폭동이 났다. 당시 아버지는 LA다운타운에서 아이스크림 공장을 운영하셨다. 아버지가 공장을 지키기 위해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는 심장마비에 걸릴 뻔 했다. 한인과 유대인 사회는 비슷한 점이 많다. 두 커뮤니티가 함께 할 일이 많다. 좀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싶다. 일단 신연성 LA총영사께 다음 AJC미팅에 참석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 본인에 대해 말해달라.

"LA에서 태어났고 다른 유대인 아이들처럼 13세때 성인식(바르미츠바:계약의 아들이란 뜻)을 치렀다. 유대학교에서 히브리어를 배웠고 성인식때 유대교 성전인 토라(모세오경)를 히브리어로 읽었다. 하지만 검은 옷에 검은 모자를 쓰고 다니는 전통 유대교 집안은 아니었다. 다만 유대인 문화를 간직하고 자랐다. USC를 졸업한 뒤 백악관에서 인턴으로 일했고 다시 LA로 돌아와 부동산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라브레아와 샌타모니카 교차로에 있는 웨스트 할리우드 게이트웨이 샤핑몰 개발을 비롯해 20년 동안 400만 스퀘어피트 규모의 샤핑몰을 지었다."

글=김기정.사진=신현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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