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우승과 함께 팀이 4회 우승까지 해 기쁨을 이루 표현할 수 없네요."
서울고의 원정범(사진) 씨가 제22회 중앙일보 동창회 골프대회에서 골드 메달리스트 상을 수상했다. 원 씨는 전반 39타 후반 37타 총 76타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이 씨는 "세 번째 홀까지 보기 더블 보기 더블 보기를 기록하는 등 난조를 거듭했다"며 "대회에 함께 출전한 선배 후배들의 실망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시 가다듬어 결국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원 씨는 이번 대회에서 방향을 알 수 없는 강풍과 함께 어렵게 꽂혀 있는 핀 위치 때문에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신은 오히려 욕심을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며 타수를 줄여 나갔다고 밝혔다. "뒷바람에서 갑자기 앞바람으로 바뀌는 바람에 아이언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아예 욕심을 버리고 짧은 아이언을 선택하자 샷에 안정을 찾았다."
"평소에도 300야드 기본"
장타상 장희진 씨
"오늘 코스가 어렵긴 했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휘두른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이번 중앙일보 동창회 골프대회 장타상은 장희진(45.한양공고ㆍ사진)씨에게 돌아갔다. 장씨는 18번홀에서 드라이버를 잡고 힘차게 볼을 친 것이 무려 340야드나 뻗어 나갔다. 장씨는 골프경력 20년의 베테랑 선수로 골프동호회 '애로 헤드 골프클럽'의 회장까지 맡고 있다. 평소에도 300야드 정도를 날리는 장씨는 장타에는 언제나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장씨는 "힘보다는 기술이 중요하다. 체중을 실어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볼을 멀리 보낼 수 있다"며 "오늘은 컨디션도 좋았고 바람도 뒤에서 불어줘 3박자가 맞았다"고 말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시간을 정해 꾸준히 골프장을 찾다보니 장타실력이 향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장씨는 장타상 부상으로 받은 새 드라이버를 보이며 "내년에는 새 드라이버로 장타상 2관왕에 도전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10년동안 개인상 처음"
근접상 김원장 씨
이번 대회서 근접 1위를 차지한 중동중고의 김원장(69) 씨는 “그동안 10번 넘게 대회에 참가했는데 개인상 수상은 처음”이라며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대회의 최고령 참가 선수 선수이기도 김 씨는 지난 2일 퍼시픽 팜스 골프클럽 13번홀(파3ㆍ197야드)에서 3번 우드로 티샷을 한 공을 홀컵 3피트 지점에 붙이며 근접상을 거머쥐었다. 젊은 선수들을 물리치며 노익장을 과시한 그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동문들에게 감사한다”며 “개인상을 받기는 했지만 우리 팀이 단체전에서 입상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참가했는데 뜻하지 않은 상을 받아 앞으로 더 열심히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년에는 우리 학교가 세 번째 우승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대회서 상문고의 김성식 선수가 김원장 선수의 뒤를 이어 근접 부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내년엔 여동창과 참가"
홍일점 박셀리 씨
"오늘 아깝게 놓친 3~4피트짜리 버디 퍼팅이 너무 아쉽네요. 남자들 모두 제치고 우승도 할 수 있었는데." 이번 대회 유일한 홍일점으로 참가한 박셀리(50.동아대ㆍ사진) 씨는 다른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미모와 실력을 모두 겸비해 같은 조에 속했던 남성 참가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전반 41타 후반 40타라는 여자 선수로서 경이적인 성적을 보이며 같은 조 남성들의 성적을 모두 제쳤다.
"같은 조에 있던 남자 참가자들이 나보다 멀리 치려고 샷에 힘이 많이 들어간 듯 하다"며 "홍일점으로 참가해 폐를 끼친 게 아닌가 생각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남녀를 불문하고 냉정한 것 아닌가?"라며 웃었다. 독학으로 시작한 골프가 어느새 9년의 경력을 만들었다는 박 씨는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팅 삼박자가 모두 흔들림이 없었다.
박 씨는 "여자들도 참가하는 줄 몰랐다. 내년에는 학교 동창 사이트에 여자 동창들을 모집해 함께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비행기 타고 왔어요"
한국서 온 이동익 씨
이번 대회에 중대부고 선수로 참가한 이동익(46ㆍ사진)씨.
이 씨는 동창회 골프대회를 위해 대회 3주 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전통의 강호 중대부고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평가전 끝에 대회 출전권을 획득한 그는 "미국에서 살다가 일 때문에 한국에 둥지를 틀었는데 동창회 골프대회를 잊지 못해 6년 만에 돌아왔다"며 "오랜만에 동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어렵게 대회에 참가했는데 코스가 까다로운데다 부담감이 커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씨는 "핸디 5 정도의 실력인데 오늘 성적이 잘 안 나와 너무 아쉬웠다"며 "끝까지 응원해 준 동문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내년 대회에 다시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