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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받던 어린 시절 친동생처럼 보살펴 준 흑인 병사…인순이, 38년 만에 만난다

Los Angeles

2011.07.1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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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길 걷게 해 준 은인"
오늘 델라웨어서 극적 재회
인순이·미군 사연들은
미2사단장 "찾아라" 지시
윌밍턴의 듀폰 실험실
연구원 론 루이스 찾아내


'디바' 인순이(53)가 어릴 적 자신을 친동생처럼 돌봐 준 흑인 병사를 38년 만에 다시 만난다.

혼혈아라는 이유로 갖은 차별을 받으며 설움 속에서 자라던 인순이에게 손길을 내민 사람은 론 루이스(58). 당시 동두천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던 그는 인근에 살던 주민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15세 인순이를 발견했다.

이내 인순이와 친해진 루이스와 또 다른 병사 존슨과 함께 동물원이나 유원지로 놀러 다니며 예쁜 옷과 맛있는 음식을 사 주고 친남매처럼 시간을 보냈다.

소소한 일상이었지만 그 때 나눈 추억은 수십 년 세월 속에서 더욱 애틋하게 자라났다. 그리고 4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16일 인순이와 루이스는 마침내 델라웨어에 있는 루이스의 집에서 꿈에 그리던 만남을 갖는다.

인순이는 루이스를 찾아 준 주한미군 2사단과의 인터뷰에서 "그 때 받은 보살핌 덕분에 방황하지 않고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루이스는 마음 붙일 곳 없던 인순이에게 친구이자 오빠 그리고 인생의 선배가 돼 줬다.

함께 한 시간은 7~8개월 남짓이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큰 위안을 준 은인이었기에 인순이는 오랜 세월 동안 애타게 그를 찾아 헤맸다.

희망을 찾은 곳은 지난해 2월 맨해튼 카네기홀에서 열린 콘서트장. 미군들과 얽힌 인순이의 추억 이야기를 들은 2사단장 마이클 터커 소장이 직접 나서서 루이스를 찾아 주겠다고 약속한 것.

그리고 터커 소장으로부터 '루이스 찾기' 작전 지시를 받은 2사단 대원들은 델라웨어 윌밍턴의 듀폰 실험실에서 기술자로 일하는 루이스를 찾아냈다.

루이스는 "지난 3월 페이스북으로 '인순이를 아느냐'는 연락을 받았을 때 사기인 줄 알았다"며 "구글에서 이름을 검색해 사진을 보고서는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당시 차별 속에서 힘들게 사는 인순이가 불쌍해 미국으로 데려오려고 시도했다고 한다. 그는 1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순이가) 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했고 우리가 함께 길을 걸어가면 마을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곤 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인순이를 미국으로 데려와 차별 없는 사회 속에서 살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흑인이었고 인종 차별을 겪은 경험이 있었기에 차별 받는 게 어떤지 너무나도 잘 이해했다는 것. 인순이가 미국에 오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영어도 가르쳤다고 한다.

하지만 인순이를 미국에 데려오기 위해서는 결혼이라는 방법밖에 없었다. 루이스는 "당시 나는 너무 어렸고 인순이는 더 어렸다.

결혼은 차마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둘은 헤어졌지만 루이스는 종종 인순이 꿈을 꿀 정도로 그리워했다고 한다.

하늘은 38년 만의 만남을 미리 알려 준 걸까. 루이스는 2사단의 연락을 받기 4개월 전 동두천 마을에서 인순이를 찾아 헤매는 꿈을 꿨다.

마을 사람들에게 "인순이 어딨냐"고 묻자 "모르는 사람"이라고 딱 잘라 대답한 것. 루이스는 "꿈에서는 모두 모른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모두가 아는 유명인이 돼 있었다.

곧 있을 만남을 예견한 꿈이 아니었나 싶다. 다시 만날 시간이 다가오니 너무 떨린다"고 말했다.

인순이는 17일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포드 셰라톤 메도랜드 호텔에서 열리는 자신의 콘서트에도 루이스를 초청했다.

이주사랑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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