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미국 의회를 찾은 '통영의 딸' 신숙자씨의 남편 오길남(사진)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죽지 않고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정말 짐승의 꼴이라도 뼈만 앙상한 모습이라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줘서…내 아내와 두 딸과 제가 얼싸안고 부둥켜 안고 실컷 울었으면 좋겠습니다."
'통영의 딸'은 외화벌이를 위해 독일에 간호사로 갔다가 북한 대남공작부서의 유인작전에 포섭된 남편 오길남씨 때문에 1985년 12월 입북한 후 구금돼 있는 통영 출생 신숙자씨와 두 딸 혜원.규원 양을 가리킨다. 오길남씨는 유학생 포섭 지령을 받고 나와 덴마크에서 탈출했고 가족들은 억류돼 생사가 불명하다.
오씨는 이날 북한에 억류돼 있는 부인 신씨와 두 딸 혜원규원 '구출 운동'을 위해 미 의회를 찾았다.
미 의회에서 개막된 북한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8차 총회에서의 증언을 위해서였다. 이날 오씨의 얼굴과 목소리에는 어린 두 딸과 부인을 두고 홀로 북한을 탈출한 회한이 가득해 보였다. 한국 미국 일본 캐나다 카메룬 폴란드 등 6개국에서 참석한 10여명의 의원들의 표정도 숙연해졌다.
오씨는 16일에는 국무부 인권담당자들과 만나고 18일에는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통영의 딸' 구출운동을 위해 16만여명이 참여한 온오프라인 서명 청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