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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명 염원 담아 왔다…어떻게든 살아만 있어다오"

New York

2011.11.1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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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딸' 구명운동 오길남씨
“짐승의 꼴이라도 좋고 뼈만 앙상한 채로 남아 있어도 좋으니 꼭 살아 있어주기 바란다.”

지난 1985년 독일 거주 중 북한 공작원의 꾐에 빠져 북한에 들어갔다가 25년째 요덕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지내는 것으로 알려진 ‘통영의 딸’ 신숙자씨의 남편 오길남(69)씨는 신씨와 혜원·규원 두 딸이 그저 무사히 생존해 있기만을 염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마지막으로 딸들을 본 것이 9살·6살 때였으니까, 지금 살아있다면 35세와 32세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3일부터 미국 정부와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오씨와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대표단은 18일 유엔본부에서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이반 스모노비치 사무부총장을 만나 유엔 차원의 도움을 촉구하고, 한국 내에서 전개된 ‘백만 엽서 캠페인’의 현 성과물인 16만여 명의 서명청원서를 전달했다. 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보내는 탄원서를 사무총장실에서 나온 직원 2명에게 전달했다.

일행은 이어서 북한대표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씨 모녀의 송환을 촉구하는 동시에 동포들의 관심을 부탁했다.

오씨는 이 자리에서 “25년 동안이나 악명 높은 요덕수용소에 감금돼 있는 세 모녀의 운명에 뉴욕의 동포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그것만으로도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는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신선호 북한대표부 대사는 퇴근을 하려다 건물 앞에서 진행되던 기자회견 때문에 10여 분 이상 건물을 나오지 못했다. 뒤늦게 건물 앞에 주차한 승용차로 급하게 나서던 신 대사는 막아 서는 대표단과 취재진을 사납게 밀쳐내고 급히 탑승했다.

오씨와 대표단의 이번 미국행은 그 동안 한국 내에 머물렀던 구명운동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게 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일본의 후지TV 뉴욕지사에서도 이들을 취재했으며, 유엔 OHCHR에서도 정식으로 청원서를 접수해 공식 절차를 시작한다고 답했다.

박기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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