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에서 북쪽으로 50마일 떨어진 뉴욕주 웨스트 포인트에 자리잡은 육군사관학교(U.S. Military Academy, 이하 육사)는 육군 장교를 양성하는 요람이자 역사적인 공간이다. 허드슨강을 바라보는 요충지에 위치한 육사는 겉보기에도 웅장한 군기지같은 모습이다. 대부분의 건물이 회색과 검정색 빛깔이 나는 화강암으로 단단하게 건축되어져 있고, 학교 출입도 일반 여타 군부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예로 해군사관학교 등 다른 학교들은 운전자 신분증을 보여주고 다른 승객들의 학교 탐방이 가능하지만, 육사는 출입자 모든 사람들의 신분증을 확인한다.
육사에 입교하려면 SAT, 고등학교 성적 제출 등 일반 여타 대학 입시와 비슷하지만, 거주지 연방 상하원 의원의 추천서를 받아야 하는 점이 다르다. 기자와 함께 학교를 찾은 스카이 에듀케이션(원장 영 김) 사관학교 탐방 일행에 입학처의 버나드 대위는 텍사스, 캘리포니아와 함께 버지니아에서 육사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들어 고학비와 취업난 분위기 때문에 육사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매년 약 1300명의 입학생을 받는 육사에서는 해마다 약 1000명 정도의 소위를 배출한다.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육사 3학년 김성훈 생도는 “의사가 되려고 입학했다가 의대 전공을 배정받지 못해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꽤 된다”며 “이밖에 엄격한 규율이 적용되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다른 학교로 편입하거나 교칙을 따르지 않아 퇴학당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밝혔다.
입학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약 2%의 학생들이 졸업후 육군 의과대학원(국비 지원)에 진학하고 있어 약 20명만이 원하는 의대 전공을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의대를 나와서는 대위 군의관이 되지만 소위 임관보다 군복무 기간이 길어진다.
영 김 스카이 에듀케이션 원장은 “학생들이 3학년을 시작하면서 복무 약정서에 서명을 한다”며 “그 이전인 1,2학년때 학교를 떠나면 그동안 국가가 지원한 학비를 되갚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저학년들의 이동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아들 둘 다 육사를 보내다보니 사관학교 전문가가 다 됐다.
육사를 입학했다 하더라도 문제 없이 학교를 끝마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따라야할 규율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도 ‘명예 코드(Cadet Honor Code)’, 즉 “생도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속이지도 또 물건을 훔치지도 않으며,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코드는 기숙사 생활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 문이나 서랍 등을 잠그지 않는 전통이 있다. 그만큼 명예에 살고 명예에 죽는 장교를 키워내는 요람이다.
합격률 11%…7월부터 가입교 훈련
육사를 졸업하면 육군 소위가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간혹 해군 장교가 되기도 한다. 많지는 않지만, 적은 육사에 두면서 해사 등에서 요구하는 커리큘럼을 모두 이수했을 때 서로 1대1 교환식으로 상대방 군의 소속 장교가 되기도 한다.
육사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여러 나라의 비슷한 장교 양성 학교의 모델이다. 이에 따라 한국 등지에 육군사관학교 커리큘럼을 그대로 전달했고 지금도 많은 나라의 학교 관계자들이 이곳을 방문해 배워가고 있다. 때로는 직접 해당 해외 학교에 인력을 파겨내 모델을 전수하기도 한다.
장교 임관을 하면 같은 기수들은 같은 반지를 끼는 전통(class ring)이 있는데 이것도 육사에서 시작됐다. 새로 건축된 육사 도서관을 가면 초기 임관 반지부터 최근 것까지 진열이 되어 있다. 아이젠하워 등 걸출한 육사 선배가 기부한 반지도 함께 전시됐다. 육사의 기술 공학 교육은 후에 미국의 엔지니어링 대학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지금도 육사의 엔지니어링 수준은 최고의 명문대학 반열에 들어 있다.
문무를 함께 가르치는 전통 속에서 육사 생도는 적어도 한가지 스포츠를 해야 한다. NCAA(전국대학스포츠협회) 소속 15개 남학생 및 9개 여학생 스포츠에 참석하고 있으며 20세기 중반까지는 미국 최강의 풋볼팀을 자랑했었다. “입학생들의 86%가 고등학교때 각종 스포츠 학교 대표팀으로 뛰었고, 이중 58%는 캡틴(팀장) 등 리더 출신들”이라고 입학처 버나드 대위는 밝혔다.
육사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7월부터 시작되는 롤링 어드미션(최종 마감일은 2월28일)에 지원해야 한다. 따라서 일찍 자격 요건을 갖춰 서두르면 남보다 빨리 입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사관학교가 다 그렇듯이 입학이 허가되면 7월부터 시작되는 가입교 훈련을 받아야 한다. 육사는 약 전체 지원자의 약 11%선의 합격률을 보이는 매우 들어가기 어려운 학교이기도 하다.
보통 에세이 작성, 연방 상하원 추천서를 준비해 인터뷰를 치르어야 한다. 17세~23세까지 지원할 수 있으며 미혼이어야 하고, 부양 자녀가 있어서는 안된다. SAT는 읽기 약 650점, 수학 650점 및 작문 600점대 학생들이 많았다. 80% 입학생이 각 학교에서 상위 5% 내에 학업성적을 냈다.
육사 바로 옆에 육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고등학교도 있어 군인의 뜻을 둔 학생들은 충분히 생각해볼 곳이다. 그동안 육사 출신 미국 대통령은 2명이 나왔으며 총 80여명의 최고 무공훈장 수상자를 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