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어릴 때는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잘하고 착한 아이였는데 언제부터인가 말도 잘 듣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기만 하고 학교에도 가기 싫어합니다. 대학에도 가야 할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 '방황' 과 '반항'은 사춘기를 대변하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사춘기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참으로 다양한 '반항'을 마주칩니다. 때로는 귀여운 소심한 반항도 있었고 주변이 심각해질만큼 격한 반항도 접하곤 했습니다. 오랜기간 마음이 억눌려 성격까지 마땅찮게 변해 사사건건 반항하고 엇나가는 아이들도 가끔 만나게 됩니다.
애슐리(가명)도 그런 아이중 하나였습니다. 엄마손에 이끌려 처음 학교문을 들어설 때 그 아이의 냉소서린 얼굴을 잊을 수 없습니다. 첫 상담때 여러가지 질문에도 마지못해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더 말을 시키면 곧바로 폭발할 것처럼 눈꼬리를 치켜올리곤 했었습니다.
입학뒤에도 태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수업때는 딴짓을 하고 담당 선생님의 말은 듣지 않았습니다. 학교 간다며 집을 나와 다른 곳으로 가 부모와 선생님의 애를 태운 적도 많았으며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도 좋을리 없었습니다. 입만 열면 욕을 하거나 비아냥거리며 별것 아닌 일에도 화를 내 학급 친구들 조차도 슬금슬금 피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아트교육을 해오면서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것이 무엇인지 '답'을 찾기위해 노력했고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성취의 즐거움'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반항이 심한 아이들일수록 지금까지 단 한번도 뭔가를 자기 손으로 이뤄낸 적이 없다는 것이 공통점이였습니다. 공부도 마지못해 누가 시켜서 해왔던 아이들입니다. 뭔가를 자기 손으로 이뤄내는 즐거움 그것도 마음을 담아 만들어보는 느낌을 가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저 그림을 그려보라고만 권했습니다.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해보도록 했습니다. 그림 실력은 형편없었어도 한장 두장 그림이 쌓여가는 과정 중에 애슐리의 그림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었고 어느 순간 애슐리의 입에서 기대치 못한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선생님 제 그림 좀 봐주세요"
몇달 뒤 애슐리는 원하는 대학에 합격을 했습니다. 엄마는 대학입학 보다 착하고 예뻤던 예전 성격으로 돌아온 것을 더 기뻐했습니다. 아트교육으로 아이들을 명문대학에 진학시키는 것 못지않게 사춘기 시절 아이들의 인성과 정서에 긍정의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늘 보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