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언론들은 기아차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미국시장에 뛰어든 자동차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고. 기아차는 올 상반기에만 28만8707대를 팔아, 1994년 미국시장 진출 이래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기아차의 무한질주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흔히 기아차 돌풍을 두고 '디자인 혁명'을 말한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피터 슈라이어(디자인 총괄 부사장)가 기아차 외관을 획기적으로 바꾼 게 소비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품질향상 없는 디자인 변화만으로 소비자들이 선뜻 기아차를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직선의 단순함(The Simplicity of the straight line)'이란 디자인 철학을 받쳐 줄 만한 성능개선과 꼼꼼한 품질관리는 지금의 기아차 이미지를 형성한 또 다른 축임에 분명하다.
이런 생각은 기아차 미국생산법인인 조지아공장(KMMG) 방문을 통해 더욱 분명해 졌다. 품질관리를 최우선으로 기아차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KMMG의 생산현장과 일류차 메이커진입을 위해 야심 차게 내놓은 고급사양의 K7와 K9의 위용까지 시리즈를 통해 알아본다.
2200에이커 '감탄 절로' 공장부지만 650에이커 끝없이 이어져
3000명 직원이 연간 36만대 만들어내
독립기념일이던 지난 4일 LA에서 애틀랜타까지 4시간여 비행 후 다시 자동차로 1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한 곳은 조지아주의 작은 도시 웨스트포인트. 하루를 지내고 다음 날 오전 공장 방문길에 나섰다. 숙소에서 공장까지 85번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20여 분을 달리는 동안 목적지가 가까워 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속도로 출구(Exit) 6번인 기아 블러바드에서 내리자 다시 기아 파크웨이란 이정표가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자의 입에서는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우아~', 정말 끝없이 펼쳐진 공장 건물들 때문이다. 2200에이커의 광활한 부지에 공장만 650에이커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였다. 100만 갤런을 담았다는 180피트 높이의 물탱크를 지나자 한복판에 위치한 본부건물 위로 '기아 모터스'라는 붉은색 글씨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기아차 판매성장의 '쌍두마차' 쏘렌토와 옵티마(한국명 K5)와 현대차 싼타페까지 3000명 직원이 연 36만대를 만들어 내고 있는 곳이다.
전체 공장은 크게 차체를 찍어내는 스탬핑 공장과 용접을 하는 웰딩공장, 도색작업을 하는 페인트공장, 파워트레인과 모듈 등 각종부품을 조립하는 어셈블리공장, 테스트센터로 구분됐지만 건물 간 이동통로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컨베이어 벨트가 끊임없이 움직이며 각 공정을 거치는 동안 대부분의 작업은 로봇이 하고 있었다. 영화 트랜스포머에서나 볼 법한 로봇들이 불꽃이 튀기는 위험한 용접 작업을 무한반복했다. 총 282대의 로봇이 한 치 오차 없는 정밀작업을 통해 균일한 품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각 공정라인에 배치된 직원들은 로봇 팔이 닿지 않는 곳에 나사를 박아 고정하거나 조립된 부품들의 위치를 잡아 주는 것과 같은 단순한 일을 반복했다. 하지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잘못된 것을 잡아내는 것이다.
디자인 이어 성능 승부수 물샐틈없는 라인…완벽한 품질관리 리콜 제로 '이유있는 최고의 차' 명성
품질관리파트에서 일하는 JP 클레어는 "내가 맡은 일은 작은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매일같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만드는 소중한 작업이다. 결코 한눈을 팔 수 없는 이유"라며 "기아차의 다른 모든 직원들처럼 최고 품질의 차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체를 찍어내는 것으로 차를 만들기 시작해 문짝을 달고, 색깔도 입힌 후 엔진과 모듈 등의 부품을 조립해 차량이 완성되면 마지막으로 수백 가지의 테스트 과정을 거치게 된다. 가속페달, 브레이크시스템, 와이퍼, 헤드라이트, 에어컨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를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확인된 후, 최종적으로 수밀검사를 한다. 수밀검사는 완성차 외부에서 물을 쏘아 안쪽으로 새는 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다.
각 공장라인에서부터 수밀검사까지 꼼꼼한 검사를 거쳐 완성된 차만이 마침내 야적장으로 이동, 딜러십으로 팔려나갈 준비를 하게 된다. 기아차 공장에서는 조립된 모든 차량에 대해 테스트를 함으로써 완벽한 품질관리로 불량률 없는 차를 내놓고 있다.
하루 3교대 24시간 차량을 만들면서 시간당 68대, 1일 1400대를 생산해도 기아차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는 상태다. 2009년 11월 본격적으로 차를 생산할 때만 해도 철도 위주의 차량 수송을 계획했지만 워낙에 수요가 많다 보니 최근 들어서는 트럭 수송 비율을 50% 가까이 늘린 상태다.
KMMG의 서태영 홍보팀장은 "불량 없는 최고의 차를 만들기 위해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KMMG의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매년 30명 정도의 직원을 한국으로 보내 기술교육과 문화체험을 하게 함으로써 기술수준도 높아지고 생산성 또한 좋아지고 있다는 게 서 팀장의 귀띔이다.
2009년 11월 쏘렌토, 2011년 9월 옵티마를 각각 생산하기 시작한 후로 최근까지 KMMG에서 만들어진 차량은 리콜이 없었다는 이유를 공장을 돌아보며 충분히 이해할 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