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향후 행보의 핵심축이 될 대선 캠프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캠프' 방식으로 꾸려 독자행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안 원장이 강조해 온 기성 정치와의 차별화의 한 사례이자 과거 한번도 시도된 적 없는 '안철수식 정치실험'이 처음으로 구체화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안 원장측과 가까운 정치권의 한 인사는 18일 "안 원장측은 출마선언 이후에도 별도의 캠프 사무실을 마련하지 않고 SNS를 이용해 종전 대선 주자들의 캠프 업무를 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유민영 대변인은 지난 17일 안 원장의 19일 기자회견 사실을 이메일을 통해 언론에 공표하면서 페이스북에 안 원장의 일정 등을 알릴 페이스북 계정(www.facebook.com/ahnspeaker) 개통 사실을 함께 소개했다. 이 페이스북 계정은 SNS캠프의 첫 사례로 앞으로도 다른 대선후보의 공보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인사는 또 "아울러 안 원장 측은 출마선언 이후 다음달 하순까지 한달여 동안 SNS 캠프를 중심으로 무소속 시민 후보로서 독자 행보를 벌여 지지층 확산에 나설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이 문재인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결속해 향후 야권후보 단일화 국면에 앞서 총력전을 펼치는 만큼 이와는 차별화된 대국민 소통 행보를 통해 자신의 강점인 중도층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출마 선언과 초반 참신한 행보로 국민에게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신선한 이미지를 확산시킨 뒤 추석 연휴의 민심 흐름을 검토한 뒤 이에 맞춰 자신의 국정 운영 비전 정치철학 등을 설파하면서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독자행보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민주당측과 후보 단일화 협상에 나설지 이 경우 언제 어떤 식으로 협상에 착수할지 등은 향후 지지율 추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당 구도에 치여 고배 '단골손님' 역대 대선 제3후보는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사에서 안철수 원장 같은 제3 후보는 단골손님처럼 등장했다.
대권을 잡는데까지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14대 대선부터 이들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배출구 역할을 하면서 한때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1992년 치러진 14대 대선에선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자수성가한 기업인 이미지를 내세우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양당 구도의 틈바구니 속에서 16.3% 득표로 고배를 마셨다.
15대 대선에선 이인제 의원이 '박정희 신드롬'으로 바람을 일으켰다. 19.2%를 득표하며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여권의 분열을 촉발해 정권을 내줬다는 보수진영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2002년 열린 16대 대선에선 '월드컵 4강 신화'의 열기를 등에 업은 정몽준 의원이 급부상했지만 야권후보 단일화에서 패해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진 못했다.
지난 대선에선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착한 기업인' 이미지로 청와대 문을 노크했지만 5.8% 득표에 그쳤다.
안철수 원장이 역대 대선에서 명멸했던 제3 후보들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지 아니면 전대미문의 대선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책팀 이원재, 멘토 이헌재, 학계 강준만 측면지원 캠프 누가 참여하나
안철수 원장이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그의 대선캠프가 어떻게 구성될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실상 나홀로 행보를 해온 안 원장이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조직도 있다. 정책과 공보 네거티브대응팀 등이다.
이원재 전 한겨레경제연구소장을 중심으로 한 정책팀은 안 원장의 정책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네거티브 대응팀에는 최근 불출마 협박폭로 기자회견에 나섰던 금태섭 강인철 조광희 변호사가 있다. 한형민 전 청와대 행정관과 언론인 출신 윤태곤씨도 네거티브 대응팀에 참가하고 있다.
공보팀에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유민영 대변인과 언론인 출신 이숙현 안랩 커뮤니케이션 부장 등이 있다.
안 원장의 멘토 그룹으로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주일대사 출신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 소설가 조정래 씨 법륜 스님 등이 손꼽힌다. 이 전 부총리와 최 명예교수는 각각 경제와 정치외교 분야에서 중요한 조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학계 인맥으로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와 문정인 김호기 연세대 교수 김근식 경남대 교수 등이 있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와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 등 측근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통합당 송호창 인재근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이 안 원장과 상당한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배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원장은 출마 시 기존 정당식 대규모 조직보다는 시민캠프 형태의 조직을 꾸릴 가능성이 크다. 소수정예 위주로 상시조직을 꾸리되 필요한 때 분야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인재풀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의사·교수·CEO 등 화려한 이력
안철수 원장은 의사 교수 CEO 등 화려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의대 대학원을 나왔다. 생리학을 전공하던 시절 컴퓨터를 접하게 된 그는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인 '백신'을 개발했다.
그는 1995년 '안철수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소(현 안랩)'를 설립했다. 연구소를 설립한지 10년 만인 2005년 안 원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5~2011년 포스코 사외이사 2008~2011년 한국과학기술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정문술 석좌교수를 지냈다.
안 원장은 2011년 중순 경부터 전국을 누비며 '청춘콘서트'를 시작하고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출마 의사를 내비치면서 정치 무대에 올랐다. 특히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이후 안 원장은 일약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