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오는 3일 열리는 첫번째 대선후보 토론회는 다음 달 6일 대선을 앞두고 열리는 최대 선거이벤트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이번 토론회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수성이냐 미트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역전이냐를 판가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으나 전문가들은 역대 토론회의 사례를 살펴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 2차례 미국 부통령 후보 토론회를 진행했던 흑인 여성 언론인 그웬 아이필 PBS방송 앵커는 30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대선 후보 토론회의 5가지 오해'를 소개했다.
▶토론회는 승부의 결정적 변수다 = 아이필은 후보 토론회가 30초짜리 선거광고나 선거유세 등과 비교했을 때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1992년 대선 토론회에서 조지 H.W. 부시 당시 대통령이 토론회 중에 (초조한 나머지) 시계를 본 것 때문에 유권자들이 빌 클린턴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생각하느냐"면서 "이미 유권자들의 마음을 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갤럽의 과거 조사에서도 토론회 전후로 유권자들의 선택에는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리처드 닉슨 당시 부통령과 존 F. 케네디 후보가 맞붙은 지난 1960년 대선에서는 토론회가 승부에 판가름 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토론회 질문을 미리 받는다 = 아이필은 "토론회 이전에 진행자의 질문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고 후보들은 더더욱 볼 수 없다"면서 "심지어 주최측인 대통령후보토론위원회(CPD)도 절대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필은 자신이 과거 토론회를 진행할 때 한 후보과 가까운 호텔방에 묵었던 적이 있다면서 그 후보의 참모들을 피하기 위해 엘리베이터까지 뛰어다니곤 했으며 호텔 직원들도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진행자는 싸움을 걸어야 한다 = 아이필은 2008년 부통령후보 토론회에서 세라 페일린 공화당 후보가 "나는 진행자의 질문에 답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했을 때 반박하지 않은 채 넘어갔다. 그는 이에 대해 "내가 목소리를 높이면 토론회는 나에게 집중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토론회에서 중요한 것은 진행자가 아니라 후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진행자는 화를 내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외에도 잠시 뒤로 물러남으로써 상대 후보 측에서 문제의 발언을 추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둘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치있는 사람이 이긴다 = 아이필은 1998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로이드 벤슨를 사례로 들었다. 당시 41세의 댄 퀘일 공화당 후보는 자신의 나이에 대한 진행자의 질문에 "1960년 (43세의) 존 F. 케네디가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 가졌던 경험을 나도 갖고 있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그러나 이에 벤슨 후보는 "나는 케네디와 일했고 그를 잘 알고 그의 친구였다"면서 "그렇지만 당신은 케네디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오랜 토론회가 끝난 뒤 유권자들의 머릿속에 남은 것은 "당신은 케네디가 아니다"라는 벤슨 후보의 한마디였다고 그웬은 지적했다.
▶토론회는 후보들의 마지막 기회다 = 아이필은 TV 버라이어티쇼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1975년 10월 시작된 이 프로그램에서는 후보들에 대한 풍자로 토론회보다 안방 유권자들의 머릿속에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