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이다. 세월이 빨리 간다고 모두 말하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80평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살았다. 내 의지대로 밖으로 나갈 수 없었고 내 마음대로 행동할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이 제약을 받았다.
비단길이든 가시밭길이든 시간의 길은 계속된다. 80세를 기점으로 이제 남은 생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본다. 5년을 더 산다고 하면 지난 2년의 시간은 여생의 40%이고, 10년을 더 산다고 하면 여생의 20%이다. 어찌됐건 내 인생의 20~40%가 코로나로 날아간 셈이다.
물론 지난 2년 동안 안 살았던 것은 아니다. 분명 숨을 쉬며 살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을 돌이켜 보면 하고 싶었던 일들을 못한 시절이었다. 다리에 힘이 빠지기 전에 여행도 가고 싶었고, 한창 때 생업과 가족 부양으로 못했던 취미생활도 하고 싶었다. 이런 것들을 하지 못한 것이 전적으로 코로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억울하다며 푸념만 할 수는 없다. 얻은 것도 있다. 밖으로만 돌던 성격이어서 집에는 붙어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 중에 가족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었고 유튜브로 역사 다큐멘터리도 자주 시청했다.
2년이 흘렀지만 코로나19는 여전하다. 이제는 오미크론이라는 새로운 변이가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내년도 코로나로 문이 닫히면 내 인생의 30~60%를 손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억울해 하지 않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아내에게 남은 인생의 몇 퍼센트를 손해 봤다고 하니까, 할 일 없으니까 별걸 다 계산한다는 핀잔이 돌아왔다. 살면서 그런 계산을 한 번쯤 할 수 있었던 것도 코로나 덕분이라고 생각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