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 김 작가가 LA 작업실에서 집필 중인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레지나 김 제공]
올해 미나리, 오징어 게임 등 K 콘텐츠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할리우드에서 공포 장르 부문 영화와 TV쇼 각본으로 주목을 받는 한인 2세가 있다.
시나리오 작가 레지나 김 씨다. 북가주 샌프란시스코 베이 알라메다에서 성장한 김 씨는 고등학교 때 소설가로 등단했다.
11학년에 판타지 모험 소설 'YA(Young Adult)'에 이어 12학년에 'Ignition and Crane's Compass'를 출간하고 아마존에서 판매했다.
영화감독을 꿈꿨던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어머니는 김씨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할 수 있도록 지지했다. 덕분에 고등학교부터 작가로 활동하고 UC버클리에서 영문학과 문예 창작을 전공했다.
대학교 2학년 때 할리우드에 있는 제작사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영화 시나리오 쓰는 작업을 배웠다. 작가는 혼자만의 작업이었지만 영화 시나리오는 여러 사람과 협업이 매력적이었다.
김 씨는 졸업 후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다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LA로 이주했다.
UCLA 석사과정에서 MFA 시나리오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LA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 씨는 요즘 세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먼저 TV 파일럿 호러 '인큐버스(Incubus)'와 크립티드(Cryptid) 등 공포영화를 집필하면서 시나리오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첫 작품인 수면 마비에 대한 공포를 그린 TV 파일럿 '인큐버스(INCUBUS)'는 2019년 블러드리스트(Blood List)에 선정됐다.
이어 제작팀과 함께 베스트셀러 책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판타지 TV 쇼도 개발 중이다.
또한 일본계 미국인 배우인 앨리 마키와 함께 2차 세계대전 중 캘리포니아 일본계 미국인들의 포로수용소 격리 등 역사적인 배경 속 사랑, 휴머니즘을 다룬 영화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하고 있다.
김 씨는 작품을 통해 한국문화와 서양문화, 유형적 세계와 영적 세계 사이 이분법적 세계 그리고 그 안에 한국계 미국인들이 어떻게 존재하고 살아가는지를 탐구한다. 특히 서스펜스와 공포의 레이어를 통해 공포 장면을 재구상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주로 공포 장르를 쓰는 김씨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 사건'이다. 김 씨는 "한국에 귀신이 주는 공포가 있다면 미국은 킬러로 한국과 미국의 공포는 확연히 다르다"며 "이 두 나라의 공포가 혼합된 작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향후 이민 2세 그리고 코리안 아메리칸 여성으로서 미국에서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영화 및 TV쇼 등 시나리오를 통해 세상과 끊임없이 공유할 계획이다.
김 씨는 "이민 1세대는 낯선 땅에서 생존해야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2세는 아메리칸 드림이 다르다. 많은 문이 열려 있다"며 "1세대와 2세 양쪽의 삶에 대한 시각을 다 이해한다" 고 말했다.
이어 "한인 2세가 작가로서 강점"이라며 "어렸을 때는 한국인과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분리했지만, 지금은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미국에 사는 아시안의 이야기를 영화와 TV쇼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