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발코니에서는 '마리화나 화분'도 종종 목격된다. 사고 팔고 피우는 것뿐만 아니라 21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누구나 집에서 6그루까지 합법적으로 기를 수도 있다.
담배보다 더 흔해진 이 현상은 전국적이다. 2021년 현재 18개주와 워싱턴 DC, 괌까지 20개 지역에서 마리화나는 '기호용(recreational)'이라는 합법적 제품명으로 '의료용'으로만 제한됐던 규제를 벗었다.
합법화를 놓고 여러 우려가 있었지만 시행 후 큰 부작용은 없는 듯했다. '마리화나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거나 '마리화나에 취해 총기를 난사했다'는 식의 언론 보도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부작용의 냄새는 흔한 일상이어서 눈치채지 못했을 뿐 스멀스멀 피어나고 있었다.
얼마 전 플로리다의 인기 한인 유튜버가 본인이 마리화나에 빠져 겪었던 끔찍한 경험을 동영상을 통해 고백했다. 유튜브상에서 '코리안 재호(Korean Jaeho)'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지재호(20)씨다.
그는 고교 졸업반 시절인 3년 전 미국 고교생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영상에 담아 올리면서 17만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거느린 '스타 유튜버'로 떠올랐다. 그의 성공담을 미주중앙일보 뉴스레터로 소개했었다. 학교에서 유일한 한인이었던 그는 차별에 시달릴 법도 했지만 흑인, 백인 할 것 없이 여러 친구와 잘 어울렸다. 학점도 3.8이 넘는 우등생이었기에 유튜버로서 그의 성공은 다른 한인 청소년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그가 지난해 9월부터 돌연 유튜브 활동을 중단했다. 그리고 두 달여 만에 올린 동영상에서 '어떻게 거의 죽다 살아났는지(How I almost died)' 털어놨다.
그가 마리화나에 빠지게 된 건 팬데믹이 터지면서다. 펄펄 끓는 청춘이 나가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니 마리화나라도 피워야 했단다. 그러면서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니 언제든 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마리화나는 '입문용 마약(gateway drug)'이 됐다. LSD, Acid 등 다른 마약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 달에 한 번, 그러다 일주일에 한번, 어느새 매일 빠지게됐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혼자 방에서 마약을 먹고 망상에 갇혀 자해 행위를 하다가 집 밖으로 뛰쳐나갔고 소란을 피운 끝에 경찰에 체포됐다. 재소자병동에 72시간 수감됐던 그는 그 후 한 달간 중독재활센터에 갇혀 지내야 했다.
지금은 회복됐지만 그 안에서 꼬박 보름 동안 금단증상 때문에 끔찍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냥 죽은 줄 알았다. 내가 죽어서 이 세상에 갇힌 줄 알았다"고 했다.
그의 경험은 지금 한인 10대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흔해 빠진 일상이다. 현상이 흔하다는 것은 그만큼 뿌리가 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마리화나에 대해 잘 모른다. 호칭조차 낯설다. '조인트(joints)'가 말아 피우는 대마초고 '블런트(blunt)'는 시가처럼 생긴 마리화나며 '봉(bong)'은 물담배 방식이라는 것을 알 턱이 없다. 전자담배로 피우는 액상 마리화나는 냄새도 나지 않는다.
마리화나(marijuana)의 어원에는 여러 가설이 있다. 옥스포드 사전에 따르면 멕시코 원주민 나우아족의 언어 나와틀어인 '말리후안(Mallihuan)'에서 왔다는 주장도 있다. 말리후안은 '포로(prisoner)'라는 뜻이다.
이 가설은 마치 팬데믹 상황을 예견한 듯 들린다. 감옥처럼 갇힌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탈출구로 선택한 마리화나가 실제 감옥으로 향하는 출입문(gateway)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