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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칸 난민에 바치는 조사 ‘집이란 무엇일까’

플리 (Flee)

‘플리’는 2021년에 발표된 영화 가운데 가장 가슴 아픈 스토리를 담고 있다. 덴마크에서 제작됐다. [Neon]

‘플리’는 2021년에 발표된 영화 가운데 가장 가슴 아픈 스토리를 담고 있다. 덴마크에서 제작됐다. [Neon]

김정의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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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수용은 과연 선택의 이슈일까. 자국의 반난민 정서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난민 문제에 대해 선진국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일까.  
 
영화 ‘플리’는 집이란 무엇일까, 라는 평범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난민들에게는 절망적인 순간들을 상기시키는 질문이다. 어린아이의 시각에 투영된 아프가니스탄 난민 가족의 무너진 삶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극영화 이상의 감동을 주는 애니메이션이며 한 소년의 처절한 삶에 바탕을 둔 다큐멘터리이다. 2022 오스카상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로 올라 있다.
 
‘플리’는 무엇보다도 난민 어린이들이 겪게 되는 트라우마에 대한 가슴 아픈 조사이다. 조나 라스무센 감독은, 난민 출신의 친구인 아민과의 4년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아민이 기억해낸 과거의 아픈 사실들을 만화로 만들어 그림을 그리고 다시 카메라에 담아냈다. 어린 시절 아프가니스탄을 탈출, 덴마크에 정착하여 학자로 성장하게 될 때까지의 이야기를 미니멀하면서도 사실적인 접근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자란 아민은 아버지를 공산당의 심문에 잃어버리고 서방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어머니, 형, 동생들과도 결국 헤어지게 된다. 아민에게 러시아 국경에 숨어 지내던 수년 동안은 특별히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난민들에게 가해졌던 부패한 러시안 경찰들의 박해와 위협, 인신매매의 경험은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그들의 마음속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편집증적이며 늘 혼자라고 여기며 불안하게 살아가야 하는 아민은 약혼자에게조차도 자신의 거처를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  
 
역사는 멈추지 않는다. 박해나 죽음이 두려워도 아민의 삶처럼 끊임없는 생명력으로 전진할 수밖에 없는 운명들이 있다. 수치심과 죄책감밖에는 남은 것이 없지만, 그들에게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 외에 다른 선택의 길이 없다.  
 
가족이 모두 죽은 줄 알고 살았던 아민은 학자로 성공하고 자신의 고통스러운 역사를 공개하기로 한다. 그리하여 세상에 나온 ‘플리’는 아민과 라스무센이 우리에게 던져준 관대한 선물이다.  
 
아민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처절한 역경과 끔찍한 상황에 직면한 수많은 아프가니스탄의 아이들 중 하나일 뿐이다. 세계가 난민 문제에 대한 무언가를 도출해 내지 않는 한 그들의 슬픈 이야기는 지속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국가의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 난민들에게 보다 인도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인류를 돌보고 베풀어야 하는 선진국들의 망가진 사회제도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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