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평화주의자는 저격수가 된다

스나이퍼
(Sniper: the White Raven)

'스나이퍼'는 전통적인 저격수의 나라 우크라이나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평화주의자가 저격수가 되어 조국을 위해 공을 세운다는 내용. [Well Go USA Entertainment]

영화 리뷰

우크라이나는 전통적으로 ‘저격수’의 나라이다. 얼마 전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여성 저격수가 10여명의 적군을 살해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러시아군 고위 장성 4명이 우크라이나 저격수들에 의해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디어들은 2차대전 때 최고의 저격수로 활약하며 242명 이상의 독일군을 저격했던 역사상 최고의 여성 저격수 루드밀라 파블리첸코를 소환했다. 그녀가 우크라이나 출신이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영화 ‘스나이퍼’는 실제 존재했던 저격수의 일화를 바탕으로 한다. 실제 주인공 미콜라 보로닌이 각본 작업에 동참했다.  
 
영화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 미콜라와 그의 아내 나스타가 마치 아담과 이브처럼 산골 오두막집에서 사랑을 나누며 평화롭게 살고 있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문명과 떨어져 사는 삶을 택한 평화주의자들이다. 순진하고 진실하고 선의로 가득 찬 부부는 자연 속에서 잃어버린 인간성을 다시 회복하려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간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면서 불행하게도 미콜라와 나스타의 사랑과 평화는 지속할 수 없게 된다. 두 부부는 그 지역을 지나는 러시아군에 의해 발각되고 미콜라는 눈앞에서 그의 보금자리가 불에 타 잿더미가 되어 버리며 아내가 살해되는 참상을 당한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실신한 미콜라는 이곳을 지나는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발견되고 그들의 도움으로 아내를 땅에 묻은 후 군에 합류, 고된 군사 훈련을 받게 된다. 그리고 종국에는 저격수가 되어 조국을 위해 혁혁한 공을 세운다.  
 
전쟁은 미콜라가 추구해오던 꿈과 희망을 산산이 부수어 버렸다. 그의 순수한 세계관은 아내가 살해되는 순간, 소멸되어 버렸다. 그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곤, 아내를 죽인 러시아군에게 복수를 하는 일뿐이다. 아내의 죽음 앞에 무력하기만 했던 자신이 생명을 유지하는 동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적진에 뛰어들어 러시아 군인들을 저격하는 미콜라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영웅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는 언제든 조국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핸드 카메라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전장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저격수를 만드는 것은 총도 첨단 기술도 아니다. 지능과 인내심이다.”  훈련 중 상사로부터 들었던 이 말은 저격수 미콜라의 좌우명이 된다. 드넓은 겨울 들판, 적진에 접근해 적의 동태를 살피는 미콜라의 모습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김정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