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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80년간 묻힌 유대인 학살을 발굴하다

스리 미닛 - 렝스닝
Three Minutes - A Lengthening

원본 셀룰로이드는 열화로 인하여 많이 손상됐다. 80여년 동안 묻혀 있던 홀로코스트의 한 장을 기억해 내는 3분짜리 영상을 을 토대로 한 다큐 에세이. [Super Ltd.]

원본 셀룰로이드는 열화로 인하여 많이 손상됐다. 80여년 동안 묻혀 있던 홀로코스트의 한 장을 기억해 내는 3분짜리 영상을 을 토대로 한 다큐 에세이. [Super Ltd.]

영화 리뷰

영화 리뷰

역사는 끝나지 않는다. 홀로코스트의 억울한 죽음들은 80년 동안 묻혀 있다 세상과 다시 만나 오늘을 사는 우리들과 소통한다. 영원히 잊히지 않을 역사의 기념비적 에필로그, 그 가슴 뭉클한 기억들.  
 
1938년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이 있기 전, 폴란드 동부의 작은 마을 나시엘스크에 살던 유대인들은 대부분 나치에 의해 희생된다. 그들의 생존 당시 모습을 담은 불과 3분짜리 홈 무비를 네덜란드 작가이자 감독인 비앙카 스타이거(Bianca Stigter)가 1시간 가량으로 늘려(lengthening) 그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하고 편집한 ‘다큐멘터리 에세이’다.  
 
영상을 촬영한 사람은 데이비드 쿨츠(David Kurtz)라는 유대계 미국인이다. 나시엘스크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대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다. 미국에서 셔츠 컴퍼니를 설립하고 사업가로 성공한다. 1938년 아내 그리고 3자녀와 함께 60여년 만에 나시엘스크를 찾아 고향 사람들의 모습을 16mm 셀룰로이드 필름에 담는다. 그들이 곧 나치에 의해 말살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나시엘스크 지역 유대인들의 모습을 담은 유일한 기록물인 이 영상물은 70여년 동안 묻혀 있었다. 2008년 데이비드의 손자 글렌 쿨츠가 플로리다 아버지를 방문하던 중, 우연히 셀룰로이드 필름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글렌은 이후 영상 속에 담긴 사람들을 추적하여 ‘Three Minutes in Poland: Discovering a Lost World in a 1938 Family Film’이라는 책을 발간하기에 이른다.    
 
유대인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는 인류사의 최대 비극 중 하나인 홀로코스트를 화두로 떠올리게 한다. 카메라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순수하고 평화로운 표정들과 만나는 관객들의 마음은 그들이 곧 학살될 것이라는 알고 있기에 슬픔이 가득하다. 예리하게 역사를 진단하고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게 한다.
 
열화로 인하여 원본 셀룰로이드가 많이 손상됐다. 영상에 소년으로 모습을 보이는 모리스 챈들러는 오늘까지 생존하여 홀로코스트 당시의 기억을 회상한다. 가슴에 와 닿는 차분한 목소리(헬레나 본햄 카터)로 진행되는 내레이션이 관객을 명상 속에 잠기게 한다. 인류 역사의 숨겨진 한 장을 들추고 그 안에 담긴 휴먼스토리를 탐구하는 ‘마인드풀(mindful)’ 다큐멘터리. 토론토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영됐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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