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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천재지변

Los Angeles

2022.10.1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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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고르지 않다. 한반도에 쏟아져 막심한 피해를 주는 그 장대비를 가뭄으로 불타고 있는 캘리포니아에 주면 어떨까. 엉뚱한 생각이다. 세상은 고르지 않은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태풍의 피해가 심한 곳이 한국의 해변이다. 황해도 몽금포에서 자란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유월 유두가 되면, 태풍을 동반한 해일이 밀려왔다. 집채 같은 파도가 제방을 생선토막처럼 두, 세 동강 낸다. 짠물이 침범하면 땅에 뿌리를 방금 내린 벼 이삭이 누렇게 죽기 시작한다. 할아버지의 얼굴도 누렇게 죽을상이 된다. 그해 벼농사는 망쳤다. 벼를 갈아엎고 밀이나 보리를 심었다.
 
할아버지는 일꾼을 고용하여 제방을 보수했다. 소나무로 말뚝을 박고 물 항아리 같은 돌을 가져다 난공불락의 제방을 만든다. 웬걸, 큰 태풍을 이겨내는 제방은 없다. 작은 태풍이기를 바란다. 요행을 바란다. 제방 논 가진 사람과는 사돈도 맺지 말라는 말이 있다.
 
천재지변은 어느 곳이나 있다. 미 중부의 회오리바람이나 동남부의 허리케인도 무섭다. 일본계 기상학자 테추야 푸지타 박사가 태풍의 세력을 F1 - F5로 분류했다. 이번 플로리다 서부  해안을 강타한 허리케인은 F4로 그 피해가 막대하다. 지붕이 날아가고 앙상하게 남은 기초, 파괴된 교량, 온 도시가 물에 잠겨, 헬리콥터나 보트로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캘리포니아는 안전한가. 요즘 가뭄으로 산불을 무시할 수 없다. 빅베어, 요세미티 또는 나파에 가보면 나무 숲속에 집이 듬성듬성 있다. 집 주위 100피트 이내에 나무, 수풀, 풀과 같은 가연성 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어떻게 불쏘시개 가운데서 마음을 놓고 살 수 있을까, 고개가 꺄우뚱하게 된다.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캘리포니아는 언제 빅원이 올지 모른다. 지난 9월 20일 멕시코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일어났다.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 교회 교인들에게 물어보았다.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책상이나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예배 시간에 지진이 발생하면 책상이나 테이블 밑으로 들어갈 시간이 없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의자 사이에 납작 엎드리고 핸드백이나 가방으로 머리를 덮어라.    
 
가끔 홈디포에 가서 진열대 사이를 걸으면서 위를 쳐다본다. 물건이 높이 쌓여있다. 지진으로 그 물건들이 떨어지면…. 항상 내 몸을 숨을 자리나 공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머리를 먼저 보호해야 한다. 이것을 ‘방어 걷기(defensive walking)’라고 부를 수 있다. 지진이 나서 물건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걷는다.
 
‘방어운전(Defensive driving)’도 같은 원리다. 주택가에서 운전할 때 공을 잡으려고 어린이가 골목에서 차도로 뛰어나올 수 있다고 예상하고 운전한다. 방심하고 운전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생사의 차이는 종잇장이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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