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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이따금

숨 가쁜 날이 있다
 
대나무처럼 흔들리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얌전하게 두 손을 무릎에 내려놓고
 
구름들이 모이는 먼데 산을 본다
 
 
 
청잣빛 하늘을 목에 두르고
 
산은
 
투명한 손을 흔든다
 
어여 오라는 묵언의 초대다
 
지루한 나는 수락한다
 
 
 
그래
 
가자
 
산으로 가자
 
배낭을 메고 가자
 
시시한 생을 담아가자
 
 
 
질긴 욕심들
 
시린 기억들일랑
 
넉넉한 산에다 주고
 
빈 배낭을 메고 오자
 
아무 가책 없이 돌아오자
 
양지쪽에 고여있는 햇살을 담아
 
슬그머니 봄을 데려오자
 
 
 
한 열흘은
 
따스하니
 
고요에 대해 말할 수도 있겠다

변정숙 / 시인·베이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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