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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이 장면] 젊은 남자

Los Angeles

2022.10.1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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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과거의 한국영화가 재개봉하는 건, 이젠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니다.  
 
배창호 감독의 ‘젊은 남자’(1994)도 그중 한 편이다. 28년 전에 나온 이 영화는 이정재의 첫 영화이며, ‘배창호 프로덕션’의 창립작이다. 그리고 지금 관점에서 보면, 당시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오렌지족’ 문화의 풍경을 볼 수 있는 문화인류학적 텍스트이기도 하다.
 
영화는 록 음악과 함께 도로를 질주하는 카메라로 시작한다. 길 한가운데엔 전복된 채 불타는 자동차가 있고, 거기서 내린 남자는 풀썩 쓰러진다. 이 장면은 클라이맥스에서 다시 한번 반복된다. ‘젊은 남자’는 파국을 먼저 보여주고, 그 파국으로 가는 남자 이한(이정재)의 욕망을 보여주는 영화인 셈이다.  이한은 젊은 육체를 밑천으로 스타가 되려는 청춘이다. 그에게 중요한 건 지금의 감각과 물질적 욕망이며, 성공을 위해 달려간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이미지가 바로 질주다.  
 
록 카페에서 만난 멋진 여성을 옆에 태우고 오픈카를 몰며 도로를 달리는 이한의 모습은 그 시절 많은 20대들이 선망했던 캐릭터이며, 이른바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되었던 ‘신세대’ 문화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여기서 ‘젊은 남자’는 그 질주를 멈추고 몰락의 풍경을 보여준다. 성공에 중독된 젊은 남자의 마지막 신. 배창호 감독의 ‘깊고 푸른 밤’(1985)의 허망한 엔딩을 연상시키는 장면이기도 하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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