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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끼리 성관계를!…82대 공개 '매질'

 성관계 남자 공개 매질

2025.03.01.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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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톡스<브로+보톡스>’가 는다…‘보톡스 맞는 남성’ 신조어

최근 남성들 사이에서 ‘브로톡스(Brotox)’란 용어가 화제다.   CBS뉴스는 보톡스를 비롯한 필러, 레이저, 마이크로니들링 등 다양한 미용 시술을 받는 남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브로톡스는 ‘남성(Bro)’과 ‘보톡스(Botox)’의 합성어로, 주름 개선과 동안 효과를 위해 보톡스를 맞는 남성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이 매체는 ‘브로톡스’를 소개하면서 남성들 사이에서 보톡스 시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형외과 전문의 션 맥널리 박사는 “기존 보톡스 이용자는 35~55세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더 젊은 층에서도 예방 차원에서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맥널리 박사는 남성과 여성의 보톡스 시술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남성은 근육량이 많아 주입량이 더 많다”며 “자연스럽고 남성적인 인상을 유지하려면 주사 위치도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성들의 미용 시술 관심은 보톡스뿐만 아니라 다크서클 개선 레이저, 피부 톤 정리 마이크로니들링, 여드름 흉터 및 홍조 치료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 애스미 베리 박사는 “남성들이 피부 건강과 피부암 예방에 대해 배우면서 전반적인 관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팬데믹 사태를 거치면서 화상 회의가 증가했고, 화면 등을 통해 보이는 자신을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어 하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신을 표출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커진 것이 확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브로톡스’가 남성들의 자신감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다. 베리 박사는 “40대 이혼 남성이 외모를 가꾸며 다시 연애를 시작했고, 60대 직장인은 노화로 인한 편견을 피하기 위해 시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모든 주름을 없애기보다 소량으로 시작하는 것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베리 박사는 “눈가에 소량만 맞아도 생기가 있어 보인다"며 “처음부터 모든 주름을 없애지 말고 부담 없이 시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윤재 기자보톡스 남자 보톡스 남자들 보톡스 시술 보톡스 주입량

2025.02.10. 20:33

[돈의 세계] 대통령의 남자

곧 환상의 콤비가 공식 취임한다. 미국 제 47대 대통령이 되는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후원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새해 첫날 라스베이거스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발렛 구역에 주차한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폭발했다. 머스크 CEO는 미국이 영국을 해방해야 한다며 영국 총리와 극우 인사를 공격해 그들을 뿔나게 했다.   많은 캐나다인이 미국의 51번째 주이기를 원한다고? 트럼프 당선인은 그래서인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고 불렀다. 그는 북극 영토(그린란드)를 매입하려는 의사도 피력했다. 미국 안보와 전 세계 자유를 위해 땅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덴마크 당국은 어이없어하며 방위비를 대폭 늘렸다. 트럼프는 파나마 운하 통행료가 높다며 파나마 정부에 운하 소유권 반환을 요구했다. 파나마 대통령은 국민이 운하를 가슴에 품고 살며 파나마 주권과 독립은 타협대상이 아니라고 일갈했다.   트럼프 새 정부의 실세로 신설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일할 머스크는 매일 뉴스거리를 만든다. 지난해 12월 미국 정부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에 직면하는 위기 국면에서 그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처럼 과장되고 사실이 아닌 정보까지 활용해 여야 합의안을 공격했다. 새 예산안이 마련됐고 머스크는 의회 권력자로 부상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머스크에게 하원의장이 되고 싶냐고 농담했다.   트럼프를 업은 막강한 머스크는 자율주행과 우주 사업에 있어 탄탄대로의 길을 열 것이다. 트럼프는 애석하게도 머스크가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이라 현행 미국 헌법으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예외는 언제든 만들면 된다. 예산안에서 중국투자 규제 조항을 빼 테슬라 공장을 확장하려는 머스크의 야심이 어디까지 펼쳐질까. 그래도 캐나다를 합병하여 대선에 출마하지는 않겠지. 조원경 /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돈의 세계 대통령 남자 파나마 대통령 트럼프 인터내셔널 파나마 운하

2025.01.12. 17:40

빵집에서 마체테 휘두른 남자 총으로 쏘는 경찰 바디캠 공개

 빵집 남자

2024.12.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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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그만’을 모르는 남자

웬일인가? 지난주 110과 120을 밑돌던 공복혈당이 140과 150으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주범(?)은 수박이라고 생각했다.     파머스마켓 같은 곳에서 싱싱한 수박 세 통을 샀다. 깍두기처럼 잘라서 냉장고에 넣고 물 마시듯 먹었다. 단물이 철철 흐르는 시원한 수박. 앉은 자리에서 한참 집어먹어 배가 불러야 직성이 풀린다. 아내는 몇 개만 먹고는 더 먹지 않는다.   나는 ‘그만’을 모르는 남자다. 알고 보니 당뇨 상승의 진짜 주범은 바로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내가 성장한 황해도 장산곶은 가뭄과 홍수로 흉년이 자주 찾아왔다. 보릿고개를 넘기려면 저녁에는 강냉이 또는 수수죽을 먹었다. 얼굴이 비치는 멀건 죽을 두, 세 사발씩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배가 늘어났다. 늘어난 배를 채우려고 애썼다. 어머니는 자기 몫을 먹지 않고 나에게 주었다. 흉년에 어른들은 굶어 죽고 아이들은 배가 터져 죽는다는 말이 있다.     나는 배가 불러야 수저를 놓는 습성이 생겼다. 그 습성을 버리지 못해 영양 과잉으로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젊어서는 앉아서 냉면 두 그릇을 먹어도 아무 탈이 없었다.   그러니 과거 식생활을 되돌아보면 당뇨가 올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온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식당으로 달려갔다. 집에서 가져온 세 가지나물과 버섯 복음, 그리고 흰쌀밥을 데워서 고추장을 넣고 비벼 먹었다. 음료수는 레귤러 코카콜라 한 캔, 그리고 초콜릿 바 한 개로 입가심했다. 콘 칩 몇 개로 점심을 때우는 우리 매니저는 지나가면서, “You are having a fine feast everyday(당신은 매일 훌륭한 만찬을 먹네요)” 라고 칭찬인지, 비웃는지 모를 말을 하곤 했다.     초콜릿 바는 설탕 덩어리다. 한국의 미군 부대에서 일할 때 같이 일하는 미군 병사가 피엑스에서 사다 준 초콜릿 바가 어찌나 맛있었던지. 가끔 얻어먹는 것은 코끼리가 비스킷 먹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초콜릿 바를  실컷 먹는 것이 소원이었다. 이민 와서 그 소원은 성취했으나, 대가로 당뇨가 찾아왔다.   나는 30년 차 당뇨 환자다. 하루에 세 번 당뇨약을 먹는다. 인슐린 투입 직전이다. 그래도 슈거 프리 초콜릿과 캔디,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즐기고 있다. 슈거 프리도 대체 설탕이 들어있다고 한다.     냉장고의 수박을 다 먹으면 더는 사오지 않으려고 한다. 실컷 먹지 못한다면 아예 먹지 않겠다는 각오를 해 본다.  ‘All or nothing’이다. 남은 것은 식욕뿐인데, 인슐린이 무서워 그 시원한 수박도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   이제 무슨 재미로 사나요?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 광장 남자 당뇨 상승 슈거 프리 인슐린 투입

2024.10.13. 18:00

[글마당] 재봉틀 밟는 남자

친구 남편은 손재주가 많다. 팬데믹 때는 재봉틀에 앉아 마스크도 근사하게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연말에는 스카프도 받았다. 집수리도 잘할 뿐만 아니라 정원에 허브를 심어 허브티를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이렇게 자상한 남편을 둔 내 친구는 얼마나 좋을까?”   남편에게 말했다.   “나도 만들 수 있어. 재봉틀만 있으면.”   “정말?”   “내가 총각 시절 옷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특히 백투스쿨 시즌에는 재봉틀이 불이 나도록 청바지 아랫단을 줄였다고. 옷가게 주인도 내 실력에 감탄했다니까. 대신 드로잉 테이블 만들어 줄까?”   “또 홈디포 가려고?”   “스튜디오에 나무판이 있어. 가지고 와서 만들게.”   며칠 후 남편이 쓴 카드 명세를 들여다보다가 홈디포에서 널빤지 산 기록을 봤다. 자그마치 나 102달러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그 돈이면 차라리 이케아에 가서 디자인 테이블을 사지.   “널빤지 스튜디오에 있다고 했잖아. 그냥 굴러다니는 것 있으면 만들랬지. 왜 새 나무를 샀어.”   “이왕 만드는데 질 좋은 재료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내가 이케아에서 사고 싶은 테이블 봐 둔 게 있다고. 아이고 말을 말아야지.”   남편 별명은 ‘그린포인트 이 목수’다. 가구를 사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냥 만들겠다고 난리 쳐서. 한번 만들겠다고 마음먹으면 내 발끝에서 허리 높이, 키 재느라 자를 들고 쫓아다닌다. 설계도를 그려 보여주고 다시 고치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고집부려서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마음에 드는 것도 간혹 있지만, 이케아에 점 찍어 놓은 가구가 눈에 아른거려 실망한다. 하지만 만들고 싶어 하는 남편을 둔 내 팔자니 어쩌겠는가.   “그것마저 못 하게 하면 남편은 무슨 재미로 살까?”   얼마 후, 부셔서 다른 것으로 활용할망정 결국에는 내가 포기한다. 나무 판때기를 아예 그린포인트 스튜디오에서 재단하고 프라이머를 칠해 핸드카로 끌고 왔다. 오자마자 내 얼굴 볼 틈도 없이 만들기가 급했다. 다 만들어 놓고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떨어져서 보고 가까이서 만져본다.   “와! 잘 만들었는데. 수고했어요.”   저녁 식탁에 앉아서 다시 “너무 잘 만들었어요. 고마워요.”   남편 얼굴을 슬쩍 보니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근데 내 친구 남편은 친구 머리도 염색해 준다는데. 그 집 남편처럼 내 머리 염색 좀 해줄래?   “아주 나를 머슴으로 부리시네. 내가 마당쇠냐? 그건 못해. 미장원에 가서 해. 돈줄 테니.”   남의 남편 장기 자랑 열거해서 드로잉 테이블 생기고 싸지 않은 미용실 비용도 챙겼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재봉틀 남자 친구 남편 남편 얼굴 남편 장기

2024.08.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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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남자 사람 친구

예전에 친구들과 함께 만나며 좋아하던 선배가 있었다. 그도 내가 싫지 않은지 개인적으로 연락하곤 했다. 그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어느 날, 모임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그에게 물었다.     “우리는 어떤 사인 가요?”   “친구 사이지.”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전에 데이트하다가 헤어진 여자가 다시 잘해보자고 연락해 온 적이 있었어. 나는 사귀다가 끝난 여자에게는 다시 연락하지 않아. 하지만 친구와는 헤어짐이 없는 거야.”   “혹시 우리가 친구로 지내다가 헤어지더라도 꼴사납게 끝내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와 어두워지는 길을 걸으며 ‘이 남자는 나를 좋아하지 않고 그냥 친구로만 생각하는구나!’ 왠지 모를 곤혹스러움에 구두코만 쳐다보며 조용히 걸었다. 뭔가 머릿속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버스정류장에서 손을 흔들고 그와 기약 없이 헤어졌다.     그렇게 헤어진 그가 30여 년 만에 뉴욕을 방문해서 나에게 전화했다.     “나 기억해” 귀에 익은 목소리다.   “아아~ 기억나요.”     “어떻게 내 목소리를 금방 알았어?”     “낮으면서도 달콤한 목소리가 매력적이라서. 하하. 반가워요. 어디예요?” 내가 묻자, 그가 대답했다.   “우리 만나서 이야기하면 안 될까?”   “전화로 더 이야기할 수는 없나요?” 나는 그와 길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럴 일이 있어서. 만나서 이야기해 줄게.”   ‘한때 좋아했던 남자를 다시 만날 수 있다니! 그도 나를 잊지 못하고 살다가 연락했을까?’ 여름 안개 저편 먼 곳에서 아른거리던 그리운 사람이 갑자기 곁에 다가와 속삭이는 듯 기분이 들떴다.   카페에 들어서는 그가 싱거운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 물기 빠지기 시작하는 사과처럼 조금은 쪼그라든 모습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도 색이 바래고 비틀어지기 시작하는 사과 꼭지 같다. 그의 뒤로 여자가 주춤거리며 다소곳이 따랐다.     “내 와이프야.” 그가 와이프와 함께 오리라고는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참한 인상의 여자가 다소곳이 인사했다. ‘이런 현모양처를 찾으시느라 나에게 ‘친구’를 강조했구나.     나는 그동안 뉴욕을 방문했던 그와 내가 알던 친구들 소식을 신이 나서 들려줬다. 그런데 그의 부인이 내가 한 이야기를 통역하듯이 간간이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게 아닌가!  이상해서 물었다.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 전화상으로 이야기할 수 없었어.”   나는 그의 얼굴 가까이 몸을 들이밀며 높은 톤으로 또박또박 잘 들으라고 지껄여 댔다. 그는 고개만 끄덕일 뿐 말이 없다. 나는 저절로 맥이 풀리며 조용해졌다.     만나기 전 희망이 잠시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다가 슬금슬금 빠져나가며 시계추가 멈춘 듯 그와의 시간이 뚝 멈췄다. 그는 나의 수다가 끊긴 분위기에 눌렸던지 시계를 고갯짓으로 가리키더니 싱거운 표정으로 웃으며 일어났다. ‘남녀 간의 친구 사이란 애인을 만나는 동안 구석에 처박아 두었다가 애인과 헤어지면 들춰 보는 별 볼 일 없는 사이? 오랜 세월 구석에 처박혀둔 내가 잘 있나 확인하고 싶어 만나자고 했나?’ 만남과 헤어짐처럼 분홍빛으로 타오르던 노을이 어둠 속으로 차갑게 사라지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씁쓸했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남자 친구 친구들 소식 남자 사람 세월 구석

2023.12.15. 18:06

[열린광장] 깔끔하지 않은 남자

깔끔하지 않은 남자는 바로 나다. 또 일을 저질렀다. 주택 단지에 있는 수영장에 다녀와 무심코 현관문을 잠갔다. 아내가 밖에서 걷고 있는 것을 깜빡 잊었다. 내가 샤워하는 동안 아내는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몇 번이나 두드렸다고 한다.       아내는 뿔이 났다. “못 들었어, 미안해.” 사과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아내가 화를 낼 때는 가만히 듣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다음번에는 잠그지 말아야지 마음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웬걸, 며칠 후 또 잠갔다. 아내는 자기에게 관심이 없는 남편이라며 화가 단단히 났다. 자기를 무시한다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말이다. 어쩌면 좋을까. 문을 잠그지 않겠다고 마음으로 다짐해도 안 된다. 의지(意志)에 의지(依支)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할 수 없이 전가의 보도를 빼 들었다. 현관문에 ‘LOCK?’이라고 비망(備忘) 표어를 붙였다. 아내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밖에 나갈 때는 열쇠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꾸준히 노력하면 나의 심정을 알아주겠지.   지난주 약국에서 전화가 왔다. 크레딧카드를 가져가라고. 약값을 지불하고 카드를 놓고 온 것이다. 카드에 줄을 맬 수도 없고. 지갑 위에 흰 글씨로 카드의 첫 글자 ‘C’를 썼다.   마켓에 가서 물건을 사면 한, 두 가지를 빠뜨렸다. 배추를 사 오면서 마늘이나 생강을 사 오지 않았다. 이제는 수첩에 적어 다닌다. 수첩의 비망록이 점점 늘어난다.     가까이 지내던 친구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애쓰다가 다음 날 생각이 났다. 가을에 피는 꽃 이름을 잊어버리고 당황했다. 다음 날 코스모스가 떠올랐다. 일시적으로 잊으면 건망증이고 영원히 잊으면 치매란다.   치매는 암보다 무섭다. 지난달 아내가 치매를 앓아 입원 중인 친구를 방문했다. 그의 아내는 가까이 지내던 우리도 알아보지 못했다. 치매가 심하면 남편에게 “당신 누구요”라고 묻는다고 한다.       나이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건강하게 늙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 배설하고, 잘 자고, 잘 움직여야 한다. 밤중에 깨 화장실에 다녀와서는 잠이 오지 않아 밤을 새우는 시니어가 의외로 많다. 물 한 모금 마신 다음 스트레칭과 이완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면 잠이 저절로 온다.   생사의 결단으로 움직여야 한다. 시니어들에 권장하는 최상의 운동은 수영장에서 걷는 것이다. 물속에서 태권도나 타이 치를 하는 것도 좋다.  운동을 위한 투자는 가장 값진 투자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남자 지난달 아내 동안 아내 친구 이름

2023.12.0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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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소하의 죽음에 대한 남자들의 불라불라

소하의 죽음에 대한 친정 식구들은 시부모 구박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시집 식구들은 미국에 초청한 친정 식구들이 자리 잡는데 도와달라는 성화를 견디지 못하고. 여자들 말로는 ‘남편의 외도로 속 썩이다’가. 또 다른 엇갈린 소문은 소하가 남편 몰래 누군가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동분서주하다가 열 받아서 쓰러졌다고 남자들은 쑥덕거렸다.   교포입네 하고 남자들이 한국에 나가서 예쁜 색시를 데려오곤 했던 1970대 초, 미국으로 이민 간 오빠 친구가 한국에 나와서 창숙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서둘러 결혼하고 미국으로 데려왔다. 기술 고등학교만 간신히 졸업하고 미국에 온 창숙 남편은 정비소에서 일했다. 엔진오일 묻은 작업복을 입고 기름때 낀 손으로 자기 몸을 더듬는 남편이 귀찮고 싫었다. 창숙은 속아서 한 결혼이라며 주말이면 LA 갈비 씹듯이 불평불만을 질근질근 씹었다.   창숙은 6개월 동안 빈둥거리다가 돈을 벌어 집도 사고 꿈꾸던 멋진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소하의 바느질 공장을 찾았다. “일 배워보고 싶어 왔습니다.” 뽀얀 피부, 커다란 눈, 부푼 가슴을 자랑하듯 내민 창숙의 상냥한 목소리에 직공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고 바느질할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화려한 창숙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소하는 마치 동공이 닫혀 보이지 않았던 물체를 확인하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넋 나간 듯 창숙을 쳐다봤다. 창숙은 그 순간 왜 사람들이 ‘쉬엄쉬엄 일해도 뭐라지 않고 소하가 제 한 몸으로 다 때우는 여자’라는 동네 소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창숙이 소하 밑에서 일하면서 시집 식구에게 구박받는 소하를 보고 있자니 부아가 나서 못 참고 “왜 그렇게 죽어 살아요. 일만 하지 말고 바람도 쐬고 멋도 부려요. 누구를 위해 돈을 버는데요. 제대로 대접도 받지 못하면서.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인 줄 알아요. 시집 식구와 맞서서 자신의 위치를 다져야 해요. 돈 버는 사람 따로 있고 쓰는 사람 따로 있다더니. 운전면허증도 따요. 도와줄게요.”   얼마 후 창숙은 재봉질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그만두었다. 그리고 카지노 딜러가 된 후 남편과 이혼했다. 소하는 그동안 틈틈이 익힌 운전 솜씨로 마음이 심란할 때면 창숙을 만나러 갔다. 쇼핑도 외식도 하며 점점 자신만을 위한 삶을 터득했다. 창숙은 카지노 딜러가 성격에 맞는지 인기가 좋았다.     “언니 나 골수암이래. 수술해야 하는데 수술비가 없어. 급전 좀 해줄 수 있어요? 부탁이야.”   시댁, 친정과 남편에게 돈으로 시달리는 소하는 돈거래만은 누구와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나마 자기에게 살갑게 구는 창숙이 암 수술을 해야 한다니! 4년 전, 쌈짓돈을 들고 가서 꿔줬다. 창숙은 의사의 오진으로 암 수술할 필요가 없었다고도 하고 급전이 필요해서 거짓말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딜러가 수입이 좋다는데. 나에게 빌려 간 돈 이자는 그만두고 원금이라도 조금씩 갚았으면…” 소하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창숙은 빌려 간 돈을 기억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딴청을 떨었다. 소하는 할 말을 잃고 서둘러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그동안 창숙만은 믿고 마음을 줬는데. ‘너마저도 나를 버리다니!’ 차를 몰고 오며 소하는 잘못 살아온 자신의 삶을 한탄했다. 상대의 허점을 이용하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두려웠다. 차창 밖으로 지는 해를 바라봤다. 하늘에 피를 토하는 듯한 붉은 해를 마주하자, 뇌에 통증이 왔다. 토하고 싶었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갔다.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시야가 흐려졌다. 쓰러졌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죽음 남자 창숙은 카지노 창숙은 재봉질 창숙은 의사

2023.10.20. 18:12

[이 아침에] 남자의 보험

TV 채널을 돌리다가 눈에 확 띄는 장면에서 손이 멈췄다. 이마에 주름 세 줄이 깊이 팬 남자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 KBS에서 방영한 ‘남자여, 늙은 남자여’라는 다큐다.     요즘 들어 부쩍 칼럼이나 소설, 영화에 시니어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예전에는 조용히 세월만 흘리고 살던 시니어의 활동이 적극적으로 변하고 목소리가 커져 이제 주류가 되었다는 뜻일까. 시대를 지탱하는 주류 세대가 노년층이 되었다는 뜻일까. 나 역시 청년기는 이미 떠나보낸 지 오래고 장년기까지 흘러간 처지이고 보니 ‘늙음’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손수건을 적시는 남자의 눈물을 지나칠 수 없어 화면을 고정했다.      변두리 쪽방촌에서 홀로 살아가는 남자는 자신이 노년에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20년간 공장장으로 일했지만 기계가 디지털로 바뀌면서 본인의 기술이 필요 없어져 결국 밀려났다. 다른 곳에 취직을 하기에는 너무 늙었기에 그는 가족에게 얹혀사는 구박 덩어리로 전락하였다. 돈만 벌어다 주면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인 줄 알고 가족과의 소통에 무심했던 결과는 어려울 때 서로 보듬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 젊어서 누리던 가부장의 권리는 더 이상 용납이 되지 않고 이혼으로 이어졌다. 그는 막강한 권위로 아내와 아이들의 대장 노릇만 하며 살아왔는데 큰소리치며 대우를 받았는데 막상 은퇴하고 나니 사회적 지위는 물론 가장의 위치마저 박탈되었다며 한숨이다. “돈 못 버는 사람은 아빠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는 눈물을 닦는다.     남자의 자탄(自歎)에 대해 여자도 할 말이 많다. 남편들은 돈을 벌어다 주는 것으로 가장의 역할을 다했다는 그 생각이 문제라고. 독박 육아와 살림 남편의 무관심과 잦은 술자리 등에 지친 아내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는 가족을 위해 밥 해주는 여자, 애 키우는 여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거죠.” 몇 명의 젊은 여자들이 찻잔을 앞에 두고 한마디씩 한다.     아내의 입장으로서 가장 이혼하고 싶을 때는 어떤 이유로 마음의 상처가 깊어질 때라고 한다. 남편의 경제적 무능 때문에 이혼을 결정하는 아내는 거의 없다고 한다. 젊어서 와이프에게 잘 해두면 늙어서 호강한다니까. 한 여자가 농담처럼 말하고는 깔깔 웃는다.     결론은 그렇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연민의 정을 쌓는 ‘관계’를 만들라는 것이다. 그것은 은퇴나 경제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젊을 때부터 열정과 에너지를 밖으로만 쏟을 것이 아니라 부인에게도 나누어주는 것은 사랑의 보험을 들어두는 것과 같다. 그러면 사업에 실패했을 때나 퇴직 후, 노년에 그 보험이 효력을 발휘한다. “내가 불리할 것 같으니까 전략과 전술을 바꾼 거지요. 히히히” 젊었을 때 남편은 하늘, 아내는 땅을 복창시키며 가족에게 군림했다는 남자가 잔뜩 쌓인 빨래를 개키며 하는 말이다. 이제 50대인 남자는 벌써 시대의 조류를 읽고 보험금을 열심히 붓는 중이다. 성민희 / 수필가이 아침에 남자 보험 권위로 아내 하늘 아내 살림 남편

2023.10.0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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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합리적인 남자 (Reasonable man)

“굿모닝” 식당에서 옆에 앉아 아침을 먹던 노부부가 우리 부부에게 인사했다. 우리도 환한 표정으로 반겼다.   “나는 매일 아내에게 죄의식(guilt feeling)을 가지고 살아요. 그래야 와이프 마음이 편해서 별다른 다툼없이 지낼 수 있거든요.”   뜬금없이 꺼내는 이야기에 어리둥절했지만, 금세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들었다.   “죄의식을 갖고 부인에게 잘한다니 현명하시네요.”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살면서 사람들에게 사리에 맞게(reasonable) 상대하라고 키웠어요.”   그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나도 질세라   “어머 내가 미국으로 떠날 때, 우리 아버지도 사람들에게 잘해주지는 못할망정 사리에 맞게 대하라고 말했는데. 그래서 제 머릿속에 제일 먼저 새겨진 영어가 reasonable이에요.”     나는 유튜브에서 오디오북을 들으며 작업한다. 하도 많은 글을 듣다보니 작가도 내용도 생각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가끔은 이해하기 쉽고 마음을 울려 기억에 남는 글이 종종 있다. 그중 요즈음 들은 김진아 작가의 ‘강남 파출부’가 머릿속을 맴돈다.     남편 없이 외아들을 키워 결혼시킨 맛집 주방에서 일하는 윤금이씨 이야기다. 아들이 사고로 죽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인 윤금이씨와 상의도 하지 않고 보상금을 타서 10살 손자를 데리고 사라졌다. 윤금이씨는 손자가 다녔던 초등학교 친구 엄마로부터 손자가 서울 강남 세화 초등학교로 전학 갔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녀는 손자를 만나기 위해서 세화 초등학교 근처의 가사 도우미가 된다. 그녀의 손자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남자아이를 키우는 사업하는 부부 집이다. 남편의 바람으로 부부 사이가 좋지 않다. 윤금이씨는 엄마 아빠의 싸움으로 눈물 콧물 범벅이면서도 슬픔을 억누르려고 애쓰는 아이를 위로하다 가까워진다. 운동회날 아이의 바쁜 엄마를 대신해 윤금이씨가 학교를 찾아간다. 행정실 직원에게 자기 손자가 몇 반에 재학 중인가를 알아보려고 했지만, 손자의 이름은 학교 기록부에 없었다. 손자가 그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을 알고 난 윤금이씨는 이 집에 더 머무를 이유가 없어졌다. 하지만 혼자인 아이를 닫힌 방문 뒤에 두고 떠날 수 없었다. 아픈 사람 둘이 서로 보듬고 치유해 가는 슬프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다.     이런 따뜻한 글을 읽으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그동안 살면서 누구를 위로하거나 도울 줄 모르는 나 자신에게 길티필링이 생긴다. 한편으론 아버지가 강조한 리즈너블 한 인간으로 적어도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합리 남자 세화 초등학교 초등학교 친구 자기 손자

2023.07.14. 18:00

[아름다운 우리말] 남자는 없다

세상의 반은 남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반은 여자입니다. 분명한 사실입니다. 음양의 조화라고도 합니다. 세상을 숫자로 표현하자면 1은 나이고, 2는 부부 또는 남녀이고, 3은 부모와 나입니다. 1은 주체적이고, 2는 상대적이고 조화로우며, 3은 안정적입니다. 2는 상대적이면서도 조화라는 말이 어울리는 관계입니다. 서로 다르기에 서로를 배려하며 도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을 살펴보면 이런 조화는 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말에는 죄가 없습니다. 말은 차별하고 구별 지으려는 세상의 모습을 담고 있을 뿐입니다.      사회언어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으로 유표와무표가 있습니다. 유표는 표시를 한다는 뜻입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특별히 표시하지 않아도 됩니다. ‘키 큰 외과 의사’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남자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는, 외과 의사는, 키가 큰 외과 의사는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의사는 그냥 남자일 거라는 믿음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그것이 언어에 남아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여자 의사가 거의 없었던 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 여자 의사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사라고 하면 남자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의사’라는 말이 그 증거입니다. ‘남의사’라는 말은 왠지 어색합니다. 이는 교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교수는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남교수는 좀 어색합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도 남자라는 말은 잘 안 붙입니다. 여중, 여고, 여대라는 말은 자연스럽지만 남중, 남고는 어색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같은 이름의 여고와 남고가 있는 경우에는 남고라고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고에 가보면 학교 이름에는 남자가 들어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경희여고, 경희남고라는 말은 하지만, 용산남고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경희남자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모두 경희고를 졸업했다고 하고, 경희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모두 경희여고를 졸업했다고 말합니다. 이화여대를 이화대학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래도 이화여대가 익숙합니다.    남자에 해당하는 말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성을 중심으로 생활하기에 생긴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사모님의 반대말입니다. 사회 활동을 주로 남자가 하였던 시절에는 사모님만이 존재하였습니다. 선생님의 부인은 사모님이지만 선생님의 남편은 부를 말이 없습니다. 사장님의 부인은 사모님이지만 사장님의 남편은 뭐라고 해야 할지 당황스럽습니다. 사부님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왠지 무술영화의 느낌이 나서 우스울 때가 많습니다. 바깥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표현이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실제로 대중화하지는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영부인’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남편을 나타내는 말은 없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나라에는 대통령의 남편이 있은 적이 없어서 이런 고민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영어에서는 퍼스트 젠틀맨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퍼스트 레이디의 상대어로 만든 것입니다. ‘영남편’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니 우습네요. 갑자기 호남편이라는 단어도 생각이 나서 헛웃습니다. 우리나라 광역 단체장의 경우는 여성이 된 적이 없어서 부인만 익숙하지 남편은 어색합니다. 놀라운 일이지만 현재도 광역 단체장은 여성이 전무합니다. 기초단체장의 경우도 여성 비울이 매우 적다고 합니다.   우리말 단어에 남자에 해당하는 표현이 적은 것은 역설적으로 여성의 역할이 적기 때문입니다. 우리말 단어에도 남자에 해당하는 표현이 늘어나기 바랍니다. 균형이 맞추어지기 바라고, 어느 한쪽이 어색하지 않기 바랍니다. 그게 유표, 무표라는 언어학 용어가 보여주는 세상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남자 경희남자 고등학교 외과 의사 여자 의사

2023.07.02. 17:20

[글마당] 사랑할 수 없는 남자

일상생활이 남과 다른 남자   일상생활이 뒤바뀐 남자   한 달에 가끔 두어번 아니면 수시로     외박하는 남자   아침에 퇴근하는 남자   고향이 있고 가끔은 그리워하되   명절은 없는 남자   휴일은 있으되 쉬는날이 없는 남자   슬픈 그리움은 있으되 사랑할 수 없는     남자 박도준 / 플러싱글마당 사랑 남자

2023.06.30. 18:07

[열린광장] 불안전한 남자

나무도 예쁘게 키우려면 가끔 이발을 해주어야 한다. 팬데믹 때문에 뒤뜰의 나무를 3년 동안 내버려 두었다. 석류와 피들, 그리고 대추나무는 누가 먼저 지붕까지 올라가나 경주를 하고 있다. 집을 덮치기 전에 이 나무들을 다듬어 주어야 한다.     나무 트리밍 회사를 고용하거나 내가 해야 한다. 몇 년 전 옆집에서 야자수 나무 한 그루 자르는 데 1000달러나 들었다는 기억이 난다. 빈둥빈둥 노는 나에게 할 일이 생겼다. 작전 계획을 세웠다.   우선 장비가 필요하다. 톱부터 장만해야 한다. 정원 용품 판매업소에서 톱이 달린 16자 막대기와 안전모를 사 왔다. 사다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은퇴 전 직장에서 사용하던 보호 안경도 준비했다.     수요일 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다. 금요일의 쓰레기 수거 일을 겨냥했다. 사다리를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자르니 식은 죽 먹기로 쉬웠다. 톱이 잘 들었다.     석류와 피들 나무를 자르고 대추나무를 자를 차례다. 대추나무가 가장 굳고 단단했다. 톱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이 나무는 자기 보호를 위해 송곳 같은 가시로 무장하고 있다. 가시가 많은 윗가지를 무시하고 줄기를 잘랐다.   그런데 나무가 쓰러지면서 안전모와 보호 안경을 쓰고 있는 나를 덮쳤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할퀴었다. 피가 흘렀다. 얼른 집에 들어가 거울을 보니 눈 아래로 한일자로 3인치 가량이나 찢겼다. 응급치료하고 다시 나가보았다. 땅바닥에 안경알이 떨어져 있다. 만약 보호 안경이 아니었으면 나뭇가지에 왼쪽 눈을 다쳤을 수도 있었다.     큰 실수를 저질렀다. 나무는 우선 작은 가지를 친 다음 밑동을 자르는 것이 기본 안전 수칙이다. 어쩌다가 이 수칙을 어겼는가. 너무 서둘렀기 때문이다. 아내의 말이 옳다. 나는 불안전한 사내이다. 평생 직업 안전 관리 분야에서 일한 사람이 이 같은 불안전한 행동을 하다니. 대장간 집에 식칼이 귀한 꼴이다.   그나마 안전모, 보호 안경 등의 보호 장비를 착용한 덕에 큰 상처나 실명의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안전관리를 위한 기본 교리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사람의 실수로 불안전한 행위를 저질렀을 때는 보호 장비가 이를 방어한다.     혹시 직접 정원 나무 전정 작업을 고집하는 분이 있다면 반드시 안전모와 보호 안경, 또는 안면 보호대 (face shield)를 사용을 권장한다. 내 얼굴의 한일자가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 이 상처는 안전 보호 장비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교훈이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불안전 남자 안전모 보호 보호 안경 보호 장비

2023.05.0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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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요리하는 남자

무밥 한 그릇이/ 소반 위에 놓여 있다/ 소반이 적막하여서/ 무밥도 적막하여서/ 송송 채를 썬/ 흰 무의 무른 살에 스민/ 뜨거움도 적막하여서/ (…)/ 가난하게 적막하여서/ 들척지근하고 삼삼한/ 이 한 저녁을/ 나는 달그락달그락/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안도현 시인의 ‘무밥’ 부분     요즘은 요리 잘하는 남자가 대세다.     젊은 남자들은 웬만한 것은 직접 만들어 먹는다. 요리하는 일에 거부감도 적고 부엌일을 하는 게 어색하지도 않아 보인다. 연애의 수순에도 남자가 여자를 위해 정갈하게 식탁을 꾸미고 스파게티를 만들어 함께 즐기는 게 포함된 모양이다. 스파게티가 한국음식보다는 낭만적인 걸까 아니면 만들기가 좀 쉬워서일까, 하여간 스파게티를 만드는 남자의 매력이 요즘 부쩍 부각되고 있다.     얼마 전 꽤 잘나가는 전문직 종사자인 후배를 만났다. 아직 미혼이어서 결혼 상대로 어떤 사람을 원하느냐고 물어보았는데 거침없이 요리 잘하는 남자면 좋겠다고 해서 좀 놀라웠다.   젊은 세대와는 다르게 연배가 있는 남자들은 변하는 세상을 마뜩잖아 한다. 은퇴하고 남자들이 제일 못 견뎌 하는 것은, 가장으로서의 대접이 소홀해졌다는 서운함이라고 한다. 아내가 아침밥을 소홀하게 챙기고, 외출해선 식사 때가 되도 돌아오지 않는다고 불만을 한다.   퇴직하면 그동안의 노고로 지친 몸과 마음을 편히 쉬면서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와 위로를 받으려니 했는데 현실은 좀 냉랭한 것이 슬프다고도 한다. 당연하겠다. 가족을 위해 평생 일만 해온 아빠들, 박수를 받아 마땅하고 아내와 자녀들의 존경이 필요하다.     그렇긴 한데 매 끼니를 책임져온 아내들의 입장도 이해해 줘야 한다. 식구들이 ‘오늘 저녁 뭐 먹지?’라는 소리만 나오면 혈압이 오른다는 젊은 주부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세 아이를 키우면서 때마다 뭔가를 먹여야 하는 게 큰 부담이었다. 먹을거리가 흔한 세상이긴 하지만 뭔가를 준비해 식탁에 내놓는다는 건 만만한 일은 아니다.     해본 적 없는 사람의 음식 만들기는 쉽게 엄두가 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간단하고 쉬운 아침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커피를 끓이고 토스트를 구워내는 일은 숙련의 문제가 아니고 성의의 문제다. 은퇴하고 시간이 많아진 남편이 오랫동안 밥을 지어내던 아내를 위해 아침 식사 정도 준비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전보다 시간이 자유로워진 내 남편은 음식을 만들어 보려고 시도를 한다. 요리책을 사기도 하고 음식 유튜브를 보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아빠표 음식 하나 정도는 추억으로 남겨주고 싶다고 노력 중인데 아직 성과는 미미하다. 달라진 것은 아침에 커피를 내리는 일, 토스트를 굽는 일은 이제 손에 익은 듯하다. 딸에게 샐러드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 과정이 예상 밖으로 즐겁고 뿌듯하더라는 것이다. 음식을 만들어 보는 일은 그동안 해오던 밖의 일과는 달라서 도취되는 기분이 괜찮더라고 한다.   관성이 깨지는 곳이 새로운 모색의 출발점이다. 남자의 부엌일도 그런 측면에서 권장해볼 만하다. 더군다나 은퇴 후의 남자라면 부엌일이 가장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것이 아니고 더 존중되는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챙겨주는 아침 한 끼는 감동일 것이다. 아내의 행복지수를 높여주고 가정의 체감온도 역시 상승할 것이다. 조성자 / 시인시로 읽는 삶 요리 남자 아빠표 음식 음식 유튜브 음식 만들기

2023.03.28. 17:26

[그 영화 이 장면] 젊은 남자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과거의 한국영화가 재개봉하는 건, 이젠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니다.     배창호 감독의 ‘젊은 남자’(1994)도 그중 한 편이다. 28년 전에 나온 이 영화는 이정재의 첫 영화이며, ‘배창호 프로덕션’의 창립작이다. 그리고 지금 관점에서 보면, 당시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오렌지족’ 문화의 풍경을 볼 수 있는 문화인류학적 텍스트이기도 하다.   영화는 록 음악과 함께 도로를 질주하는 카메라로 시작한다. 길 한가운데엔 전복된 채 불타는 자동차가 있고, 거기서 내린 남자는 풀썩 쓰러진다. 이 장면은 클라이맥스에서 다시 한번 반복된다. ‘젊은 남자’는 파국을 먼저 보여주고, 그 파국으로 가는 남자 이한(이정재)의 욕망을 보여주는 영화인 셈이다.  이한은 젊은 육체를 밑천으로 스타가 되려는 청춘이다. 그에게 중요한 건 지금의 감각과 물질적 욕망이며, 성공을 위해 달려간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이미지가 바로 질주다.     록 카페에서 만난 멋진 여성을 옆에 태우고 오픈카를 몰며 도로를 달리는 이한의 모습은 그 시절 많은 20대들이 선망했던 캐릭터이며, 이른바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되었던 ‘신세대’ 문화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여기서 ‘젊은 남자’는 그 질주를 멈추고 몰락의 풍경을 보여준다. 성공에 중독된 젊은 남자의 마지막 신. 배창호 감독의 ‘깊고 푸른 밤’(1985)의 허망한 엔딩을 연상시키는 장면이기도 하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 영화 이 장면 남자 남자 이한 문화인류학적 텍스트이기도 배창호 감독

2022.10.14. 19:30

[시로 읽는 삶] 화장하는 남자

잘난 남자들이 남자를 벗어던지고 시시한 여자가 되려고 한다/여자보다 작은 계집애가 되려고 한다/계집애가 되어 입술연지 붉게 칠하면 그 몸으로 편히 살 수 있다고/여자가 되면 세상물정 몰라라 쉽다고 누가 가르치나보다   -이향아 시인의 ‘내 아들이 건너는 세상’ 부분     남자와 여자는 구별되어 태어난다. 생물학적으로 결정된다.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기도 하려니와 관습이나 사회적 통념에 길들여지며 남자와 여자로 살아간다. 현대 사회에서 여자와 남자의 역할이 모호해진 지는 오래되었다. 굴착기를 거뜬히 다루는 여자도 있고 여자의 얼굴을 마사지하는 고운 손의 남자도 있다.     남성성이란 무엇일까. 남자의 태도, 행동, 역할 등 사회적 젠더정체성이다. 통념적으로 남자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독립적이며 힘의 우의에 서 있어 폭력성이 있는 여자보다는 힘이 센 존재라고 여겨졌다. 오랜 부계사회의 역사 속에서 남성성은 가족부양이라거나 사회적 권력쟁취 같은 힘의 계보 안에서 설명되었다.   ‘그루밍족’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을 말한다. 연예인 같은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남자가 아니래도 가벼운 기초화장은 물론 눈썹을 그리거나 립스틱을 바르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어느 때보다 외모가 중요해진 요즘 남자들도 외모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성형수술로 보완해 보려는 노력을 하게  된 것 같다.     발전된 한국의 성형기술은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이 되었다. 얼마 전에는 브라질 의사들이 한국의 선진 성형기술을 배우러 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의 성형기술은 그다지 큰돈 들이지 않고도 부작용 없이 맘에 안 드는 신체 일부를 감쪽같이 고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특정 직업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들까지 매혹된다.   남자들이 피부 관리를 하고 화장을 하는 일에 누구도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그런데 종아리 털을 왁싱하는 것처럼 피부 관리를 위해 수염을 제모한다는 말을 들을 땐 참 난감하다. 미를 추구하는 남자들을 최대한 이해하여 보려던 마음이 주춤해진다.   남자들 자신에게 수염이 어떤 의미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수염은 남자를 남자로 존재케 하는 상징의 하나 아닌가 싶다. 성의 경계가 무너지고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다변화되는 시대의 사소한 잔영이라고 해도 이건 좀 이해하기 어렵다.     요즘 10대 소년들은 화장하는 것에 더 적극적이라고 한다. 외모에 자신이 없어 주눅 들기보다 화장을 해서라도 자신감을 갖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화장은 개인의 취향이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색조화장도 마다 않는다.     화장하는 것이 여자들만의 전유물일 까닭은 없다. 미에 대한 욕망이 여자만의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예쁘고 멋져 보이려는 남자들의 욕구가 지나치다보면 남자의 모습 자체가 굴절되는 건 아닐까 싶다. 남자 본래의 모습에서 드러나는 남성적 아름다움이 있다. 수천 년 그 아름다움을 보며 여자들은 황홀해 했고 가슴 설레기도 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남녀가 따로 없겠다. 다만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미의 정체성은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깔끔한 피부를 선호하더라도 남자 본래의 신체적 특성이 훼손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예쁜 얼굴을 원하더라도 건강하고 생동감 넘치는 근육까지 없애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조성자 / 시인시로 읽는 삶 화장 남자 요즘 남자들 부분 남자 남자들 자신

2022.07.19. 17:35

쉐리프 순찰차 훔쳐 달아난 간 큰 남자 체포

 파크 카운티에서 지난 월요일 새벽, 쉐리프의 순찰차를 훔쳐 달아나던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 남성은 경찰을 피해 도망치다가 총까지 맞을 뻔했다. 제레미아 제임스 테일러(33)는 새벽 3시30분경, 레이크 조지 경찰지서 소속의 파크 카운티 쉐리프의 순찰차에 침입해 도망쳤다. 텔러 카운티 경찰의 채널에서 이 같은 도난사실이 방송되고, 텔러 카운티 쉐리프국의 경사들이 도난 순찰차에 접근해 정지를 명령하자 테일러는 속도를 높여 달아나 버렸다.약 2시간 후 테일러는 다시 발견되었고, 경찰이 추격전을 시작하자, 시속 110마일의 속도로 도망쳤고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교통법규를 위반했다.테일러는 마타캇 로드에서 숲속으로 돌진해 충돌했다. 경찰이 접근하자 그는 칼을 휘두르며 저항했다. 경찰은 테이저 건을 발사해 그를 제압했고, 경찰은 최소한 한발의 총을 쏘기도 했다.  검거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경찰은 없었지만, 테일러는 혼자 칼을 휘두르다 제 칼에 찔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테일러는 자동차 절도, 경찰 사칭, 경찰업무 방해, 경찰 체포 저항, 위험한 운전, 2급 절도 등 많은 죄목으로 기소되게 되었고, 이미 협박, 절도, 음주운전 등으로 집행유예 중이었기 때문에 중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하린 기자순찰차 남자 남자 체포 도난 순찰차 경찰 체포

2022.06.24. 14:01

[이 아침에] 아빠가 딸의 남자를 만날 때

내가 교꼬를 처음 만난 것은 27살 때였다. 교꼬는 23살,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생활 1년차. 그녀를 만난 지 딱 24시간 만에 그녀의 아빠를 만났다.     교꼬와 나는 당시 미국 국적의 컴퓨터 회사 직원이었다. 나는 한국 지사에 근무하고 그녀는 일본 지사 직원이었다. 회사의 대외관계를 다루는 신생 부서의 일을 맡게 되어 업무 수습차 가는 출장길. 일본 지사의 같은 업무를 하는 부서의 책임자는 상무급, 직원이 60여명 있었다. 한국 지사에는 달랑 나 혼자. 그래도 아버지 뻘이 되는 담당 임원은 나를 자신의 상대역으로 깍듯이 대해 주었다.     금요일 오후 날 보고 ‘우리’ 회사의 경영 철학에 관해서 직원들을 상대로 강연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일본으로 뭔가 배우러 갔는데 입사 1개월짜리 보고 모회사의 경영 철학에 대해서 강의를 하라니. 어쨌든 강단에 올랐다. 40여명의 부서 직원들이 모였고 앞줄에 열댓 명의 여직원들이 앉아 있었다.     그때 눈에 띈 여인이 교꼬였다. 모두 명찰을 달고 있어서 이름을 알 수 있었다. 강연이 끝나고 사내 전화 번호부를 찾아서 전화를 했다.     “교꼬상, 내가 일본이 처음인데 주말에 뭘 할지 모르겠어요. 주말에 안내를 좀 부탁할까요?” 당시 일본 지사는 주 5일 근무였다.   “갑작스러운 말씀이라 뭐라고 대답을 드려야 할지.” 교꼬의 망설임, 이해가 가는 대답이었다.     저녁에 호텔로 전화가 왔다. “저는 주말이면 부모님을 뵈러 가요. 효도행이라고 하지요. 내일 같이 가실래요?”     황당한 나의 요청에 더 황당한 제안. 속으로 ‘Why not?’ 기내에서 산 12년 시바스 리갈도 한 병 있겠다, 갑작스러운 손님 노릇 준비가 되어 있었다.     토요일 새벽 기차를 타고 가나가와에 있는 교꼬의 집으로 향했다. 중간에 일본의 고도 가마쿠라에 내려서 하루 종일 놀면서, 배스킨로빈슨 아이스크림도 먹고, 가마쿠라 큰 부처님도 보고.   저녁에 교꼬의 집에 도착했다. 2층짜리 아담한 일본식 가옥. 한 상 가득 차려 놓고 교꼬의 부모가 기다렸다. 아버지는 아마 50 전후. 말이 잘 통하지 않았지만 둘이 대작을 했다. 정종잔을 주거니 받거니. 반 시간도 안 되어서 그는 술이 취해 누워 버렸다. 교꼬의 어머니는 조용히 차를 따라 주기만 했다.   그날 밤 교꼬의 집에서 묵었다. 1층에는 부모가 쓰는 방, 2층에는 교꼬의 방 그리고 그녀의 오빠 방이 있었다. 오빠는 취직을 해서 다른 도시에 살고 있어서 내가 그의 방을 차지했다. 그 이튿날은 후지산을 구경하고, 도쿄로 돌아와야 하는 일정이 바빠서 다시 교꼬 아버지와 대작을 할 기회는 없었다.     세월이 지나 나도 딸의 아버지가 되고 난 다음 가끔씩 교꼬 아버지가 생각난다. 딸이 불쑥 집으로 데리고 온 첫 남자가 한국인, 불편한 상황이었을 터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술이 취했을 수도 있었으리라.     딸의 남자를 처음 만날 때,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한 순간이다. 내가 교꼬 아버지 입장이었다면 어찌했을까? 딸 바보 아빠는 아마도 술기운을 빙자해서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겠지. 김지영 / 변호사이 아침에 아빠 남자 바보 아빠 부서 직원들 한국 지사

2022.06.06. 19:57

[J네트워크] 칸영화제의 두 남자

“내 인생에는 이제 내리막길만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찬욱 감독의 말은 뜻밖이었다. 2004년 40대 초반의 그가 ‘올드보이’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직후였다. 당시 한국영화의 칸영화제 수상은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은 이후 사상 두 번째. 더구나 심사위원 대상은 작품에 주는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다음으로 큰 상이다.   현장에 있던 취재 기자의 느낌으로는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을 운운하면서 벅찬 감격을 마냥 쏟아내도 될 것만 같았는데, 박 감독은 달랐다. “내리막길”이란 표현에 대해 “지금 정점에 올라 최고로 기쁘다는 뜻”이라고 덧붙이는 말투조차 담담했다.   어쩌면 그는 수상의 영광이 멍에가 되는 일을 경계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올드보이’는 칸 경쟁부문 초청작 중에 예외적인 경우였다. 이 콧대 높은 영화제가 주요 작품에 월드 프리미어, 즉 세계 최초 상영을 고집하곤 하는 것과 달리 ‘올드보이’는 그 전년도에 한국에서 개봉해 호평과 함께 흥행 성공을 거뒀다. 한국 관객들에 비하면 칸은 이 영화를 뒤늦게 ‘발견’한 셈이었다.   자조적 예상과 달리 박찬욱의 영화 인생은 내리막길로 치닫지 않았다. 대신 올해 칸영화제에서는 감독상이라는 큰 기쁨을, 오랜 동료 송강호의 남우주연상과 한 무대에서 누렸다. 수상으로만 따지면 송강호야말로 칸의 발견이 한국 관객들에 비해 늦어도 한참 늦은 셈.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 보듯,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보듯 그는 나 홀로 북 치고 장구 치며 연기 잘하는 배우가 아니다. 동료 연기자들과 앙상블을 이루면서, 때로는 한 걸음 뒤에서 동료를 돋보이게 하면서 놀랄만큼 연기 잘하는 배우다. “꼭 상을 받기 위해 어떤 형태의 연기를 해야 하고 어떤 포지션을 갖춰야 한다는 건 의미 없는 얘기 같다. 배우들은 자유로워야 하고 끊임없이 그런 것에서 해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수상 직후 그가 칸에서 했다는 말이다.   두 사람의 이번 수상은 때로는 까칠하고 때로는 열광적인 시선으로 이들의 영화를 수십 년 지켜본 한국 관객들로서도 충분히 자부심을 느낄만한 결과다.     이제 한국 대중문화의 힘은 돌출적인 사건이 아니다. 송강호와 함께 ‘브로커’에 출연한 아이유가 레드카펫 주변에 몰려든 현지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모습도 묘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칸의 주역들의 젊은 날이 그랬듯 과연 지금 한국 영화의 미래를 위한 씨 뿌리기가,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고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 충분히 진행되고 있는지. 물론 그전에, 이번 달 차례로 개봉하는 송강호 주연의 ‘브로커’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보러 극장에 갈 일이 즐겁게 기다려진다. 이후남 / 한국 중앙일보 문화선임기자J네트워크 칸영화제 남자 칸영화제 수상 당시 한국영화 박찬욱 감독

2022.06.0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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