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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 바친 욕망과 쾌락의 3시간 연서

Los Angeles

2022.12.23 18:45 2022.12.2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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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Babylon)
 ’바빌론‘은 칭찬과 실망이 혼합된 라라랜드의 감독 데미안 셔젤의 환상적 야심작. 마고 로비가 다시 한번 매혹적인 연기력을 과시한다. [Paramount Pictures]

’바빌론‘은 칭찬과 실망이 혼합된 라라랜드의 감독 데미안 셔젤의 환상적 야심작. 마고 로비가 다시 한번 매혹적인 연기력을 과시한다. [Paramount Pictures]

영화 리뷰

영화 리뷰

무성 영화의 시대가 거하고 영화에 ‘소리’가 가미되기 시작했다. 태동 이후 최대의 변혁기를 맞이한 1920년대의 할리우드. 격변의 소용돌이에 황홀함이 더해진다. 할리우드가 발산해내는 매혹과 유혹은 점점 더 위태로운 바빌론의 형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사막 한가운데에서 벌거벗은 여인들과 엄청난 양의 코카인이 널려 있는 난잡한 파티로 시작하는 ‘바빌론’에는 브래드 피트와 마고 로비가 함께 출연한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영화가의 최대 관심사일 터인데 연출자가 ‘라라랜드’, ‘위플래쉬’의 데이미언셔젤 감독이다. 셔젤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이 폭발적 에너지를 뿜어낸다. ‘라라랜드’로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음악상, 주제가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던 저스틴 허위츠의 음악이 다시금 빛을 발한다. 셔젤의 스토리텔링은 허위츠의 음악을 타고 그가 다시 한번 크레센도의마스터임을 입증한다. 셔젤 영화의 단골 여주인공 엠마 스톤의 출연이 확정되었다가 임신을 하면서 하차했고 대신 마고 로비가 캐스팅됐다.  
 
명성과 부가 깔려 있는 곳 할리우드, 모두들 저마다의 욕망을 주저 없이 드러낸다. 마약과 섹스가 성행하는 20년대 할리우드는 화려한 만큼이나 퇴폐적이다. 어지러운 불협화음과 쾌락이 넘치는 황금기의 할리우드는 흡사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시킨다.
 
셔젤의 이전 작품들에 비해 이례적으로 옥탄가 높은 성적 표현들이 현란하게 스크린을 채운다. 그  중심에 당연히 로비가 있다. 지금까지 로비가 보여준 연기 중 최고라는 평가다. 그녀가 발산하는 혼란스러운 에너지는 할리우드의 영광과 바빌론의 타락을 동시에 상징한다.  
 
‘바빌론’은 셔젤 감독이 할리우드에 보내는 러브레터이자 서사시다. ‘사랑은 비를 타고’, ‘아티스트’,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아이즈 와이드 셧,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의 영화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이다. 왜 그가 오늘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감독인지를 다시 한번 각인이라도 하려는 듯 서사가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브래드 핏, 조반 아뎁포, 디에고 칼바, 리전 리 등의 앙상블 코믹 연기가 돋보이고, 의상과 프로덕션 디자인은 할리우드를 마치 하나의 제국처럼 그려낸다.  
 
스토리텔링의 귀재 셔젤에 대한 칭찬과 실망이 혼재한다. 할리우드의 화려함과 쾌락에 대한 묘사가 도를 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예측 불가한 로비의 섹시한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이견이 없다. 'I, Tonya(2018)', 'Bombshell(2020)'에 이은 그녀의 세 번째 오스카 노미네이션은 거의 확실한 듯 보인다. 마고의 연기에 담긴 분쇄되고 파멸되는 예술가의 꿈과 영혼이야말로 '바빌론'의 진정한 반전이다. 상영시간 3시간 9분.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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