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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봄밤

New York

2023.03.10 17:30 2023.03.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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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에 점자를 읽는다
 
불을 밝히면 잠이 아주 깰까
 
벽을 더듬는다
 
 
 
일상에는 보이지 않던 것
 
손으로 형체를 그린다
 
 
 
숨기고 있던 요철이
 
몸으로 다가온다
 
의미를 몰랐던 것이지
 
존재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나를 위해 둘러싸고
 
쉼 없이 시신경에 얹히던
 
사물이 내게 안긴다
 
 
 
불면은 지나가는 계절의
 
어리광 같은 것
 
어둠 속에서 점자를 읽는
 
맨발이 차다
 
내일 태어날 의미를 읽는다.

최양숙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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