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기를 갈망하는 레이철은 우연히 알게 된 이혼남 알리의 아이를 갖고 싶어하지만 모든 게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Music Box Films]
현대 여성의 욕망과 자유라는 주제에 집착하는 프랑스 감독 레베카 즐로토브스키의 최근작 ‘타인의 아이들’은 지난해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첫선을 보였다. 지중해 해변을 배경으로 두 소녀가 방학 기간 동안 경험하는 부와 성의 유혹을 세심하고 감각적으로 풀어냈던 2019년작 ‘이지 걸(An Easy Girl)’의 후속작이다.
즐로토브스키의 여자들은 욕망에 충실하다. 욕망은 온전히 그녀들의 것이지만 욕망이 관계로 발전할 때, 욕망은 더 이상의 욕망의 범주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들의 상대가 어긋난 길을 선택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타인의 아이들’은 중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여교사 레이철(버지니아 에피라)이 학생들에게 잔 모로 주연의 ‘위험한 관계’(1959, 로제바딤 연출)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사랑은 쾌락을 추구할 뿐”이라는 남자 주인공 발몽의 대사에 영화가 던지는 화두가 담겨 있음이다.
레이철은 기타 클래스에서 우연히 이혼남 알리(로슈디 젬)를 만난다. 두 사람은 곧바로 서로에게 이끌리고 관계를 맺는다. 40세에 이른 레이철, 엄마가 되기를 갈망했던 그녀는 알리의 아기를 원한다. 알리에게는 이미 딸 레일라가 있다. 알리는 임신하기를 원하는 레이철의 제안에 선뜻 응하지 못한다.
관계가 지속되는 동안 레이철은 레일라의 엄마처럼 행동하며 깊은 유대를 형성한다. 그러나 곧 레이철의 생모 앞에서 무기력한 자신을 보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레이철은 영원히 임신을 하지 못하게 되리라는 조급함 때문에 불안해져만 간다. 레이첼은 산부인과 전문의로부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다. 나의 아이가 아닌, 타인의 아이의 엄마 역할은 시간을 멈출 수 없는 그녀에게 비애로 다가오다.
‘타인의 아이들’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로맨스다. 요즘 여성 영화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에피라의 노련한 연기는 관계와 출산이라는 영화의 두 주제에 설득력을 더한다. 그녀는 지성과 우아한 미모를 겸비한 중년 여성 레이철의 심리를 너무도 절절히 표현해낸다.
모든 걸 뒤로한 채, 홀로 파리 거리를 걷는 레이철의 모습에 옅은 미소가 보인다. 조용히 지나가고 있지만, 관계의 모든 것이 잠재적으로 파괴적일 수 있음을 표현하는 에필로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