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현지인조차 접근을 꺼리는 미국 접경 이민자 밀집 지역 텐트촌 주변에서 묵묵히 봉사하며 인도주의적 활동을 펼치는 한인이 있다.
주인공인 유영주(62) 선교사는 텍사스 접경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 레이노사의 ‘센다 데 비다(삶의 좁은 길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를 비정기적으로 찾아 먹거리를 나누고 비위생적 환경에 있는 텐트 소독을 해주며, 미국 입국을 위해 수개월 넘게 대기하는 이들의 마음을 보듬고 있다.
유 선교사는 서류 미비 입국 망명 신청자 즉각 추방정책 타이틀42(42호 정책) 종료 첫날인 지난 12일 “미국에 입국하겠다는 희망만 품고 이곳까지 오는 이들이 허다하다”며 “야반도주하듯 조국을 떠나, 돈 한 푼 없이 곡절을 겪으며 도착하는 중남미 이민자가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리오브라보(미국명 리오그란데) 강만 건너면 곧바로 텍사스 땅(이달고)으로 진입할 수 있는 레이노사는 미국에 망명 또는 인도주의적 입국을 신청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중남미 이주자들이 대거 몰리는 곳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이곳엔 거대한 이민자 텐트촌이 형성돼 있다.
정책 변경에 따른 ‘막연한 기대감’을 품은 채 미국으로 건너가려고 시도하는 이들의 발길이 최근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유 선교사는 “특히 이곳엔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 출신이 대거 몰린다”며 “아이티 주민들은 스페인어를 주로 쓰는 중남미 국가 출신과는 달리 언어(프랑스어)적으로도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더 차별받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에서 돈을 모아 오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중에는 ‘싼값에 국경을 넘게 해주겠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아 전 재산을 날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그는 전했다.
“괜히 피해를 호소하면 후환을 입을까 봐 전전긍긍하다 아무도 몰래 어딘가로 떠나기도 한다”고 했다.
아르헨티나 산악 지대와 멕시코 유카탄 등에서 어려운 이들을 돌본 유 선교사는 1년여 전부터 레이노사를 찾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봉사하는 한국인은 그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선교사는 “무일푼으로 온 사람, 열악한 텐트에 머물다 병을 얻는 사람, 기형아를 출산하는 사람 등 안타까운 사연이 모여 있는 곳”이라며 “마음을 다쳐서인지 물건을 나눠줄 때 다짜고짜 빼앗아 가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42호 정책 효력 해제 후 입국이 더 쉬워졌다’는 거짓 정보에만 의지한 중남미 이민자들이 국경 지대로 더 모여들 것이라는 우려 속에 유 선교사는 아예 주거지도 몬테레이에서 레이노사 쪽으로 옮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