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그(the League)’는 빈티지 영상과 리그에서 활약했던 전설적인 선수들의 인터뷰를 통해 야구팬들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야구 역사의 한 장을 경험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Magnolia Pictures]
샘 폴라드(Sam Pollard)는마틴 루서 킹 목사를 파멸시키려 했던 FBI의 음모를 파헤쳤던 ‘MLK/FB’(2021)를 만든 감독이다. 아카데미상, 에미상의 다큐멘터리 부문에 그의 이름이 자주 거론된다. 흑인과 관련한 미국의 역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주로 만들어온 폴라드 감독이 야구를 통해 본 미국의 흑역사, 흑인들만의 야구 리그 ‘니그로 내셔널 리그’의 창설과 쇠퇴를 다룬 다큐를 내놓았다. 키워드는 그의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인종 차별’이다.
20세기 후반, 미국의 백인들은 1863년 흑인들에게 ‘노예해방’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지만 이 나라의 주인은 여전히 백인임을 곳곳에서 상기시키고 있었다. 그럼에도 야구만큼은 흑인과 백인이 한팀에서 함께 뛰었다.
그러나 1890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팝 앤슨(Pop Anson)이 흑인 선수들과 함께 필드에서 뛰지 못하겠다고 경기를 거부하고 나선다. 백인 선수들이 동참하기 시작했고 이어 법원은 흑인들이 백인들과 함께 야구 경기를 치르는 것을 금지한다.
인종차별은 1920년대 ‘니그로 내셔널 리그’의 탄생의 동기가 되었다. 메이저 리그에서 뛰지 못한 흑인들이 중심이 되어 니그로 리그가 만들어지고 1924년에는 최초의 흑인 리그 월드 시리즈가 열린다. 리그는 또한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등 남미계 선수들의 미국 진출 기반을 제공했다. 흑인 선수들은 특별히 어웨이 경기를 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호텔과 식당들은 흑인들의 입장을 거부하고 있었다.
흑인 야구의 선구자이자 투수, 감독, 구단주로 활약했던 루브 포스터(Rube Foster)의 역할이 지대했다. 그는 흑인 인권운동가 프레더릭더글러스가 사용했던 문구 “We Are the Ship, All Else the Sea”를 모토로 흑인 야구를 활성화 시켰다. ‘흑인 야구의 아버지’로 불리던 그는 7번의 노히트노런을 기록했고 스크루볼을 최초로 사용했던 투수였다.
1947년 브루클린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흑인 선수인 잭키 로빈슨을 영입한다. 니그로 리그는 어니 뱅크스, 행크 에런, 윌리 메이스 등 추후 메이저 리그의 전설적 선수로 기억될 유능한 흑인 선수들을 다수 배출했다. 1960년대에 들어 흑인들의 메이저 리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니그로 리그는 경제적 압박을 극복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야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여성 에파 맨(Effa Manley) 여사가 흑인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그녀는 니그로 리그팀인 뉴왁 이글스의 구단주로 활약, 구단 경영에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