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내리던 한인에 접근 행인 많은 곳서 태연히 범행 지난 6월엔 카페에 권총강도 "범죄 감소 통계 체감 어려워"
LA한인타운에서 대낮에 한인이 강도에게 위협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는 행인들이 있는데도 이 남성에게 칼을 들이대며 금품을 요구했다.
본지 독자 제보에 따르면 지난 30일 오후 1시쯤 윌셔 불러바드와 하버드 불러바드 인근 건물(3600 Wilshire Blvd) 주차장에서 한인 남성이 강도 피해를 당했다.
이 건물에서 17년째 보험사 사무실을 운영 중인 스티브 이(66)씨는 이날 평소처럼 점심을 먹고 돌아와 차를 주차했다고 전했다.
이씨에 따르면 이때 차에서 내리려는데 금발로 염색한 거구(신장 약 6피트)의 흑인 남성이 다가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오른쪽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뽑아 이씨의 옆구리에 들이대며 “지갑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이씨는 순간 너무 놀랐지만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신을 다잡았다. 그는 용의자를 힘껏 밀어낸 뒤 빠르게 차 문을 다시 닫고 잠갔다. 그리고는 경적을 세게 울리며 “폴리스, 폴리스”를 큰소리로 외쳤다.
용의자는 여러차례 강제로 문을 열려고 했지만 실패하자 이씨에게 욕을 하며 태연하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이씨는 “너무 놀랐고 진이 빠졌다”며 “주변에 사람들도 몇 명 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명 식당인 ‘명동 교자’도 이 건물의 주차장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올해 초부터 인근 식당도 이 주차장을 사용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점심시간에 타운 한복판에서 이런 강도 사건이 발생했다는 게 충격”이라며 “지금도 누가 와서 찌를 것 같은 트라우마가 생겨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경찰에 신고한 뒤 건물 매니저와 시큐리티 가드에게도 알렸지만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건물주의 부실한 대응을 지적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한인타운 범죄 사건이 1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체감하지 못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본지 7월 11일 A-3면〉
실제 한인타운에서 최근 들어 강도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6월에는 1가와 웨스턴 애비뉴 인근 코안도르 디저트 카페에 총기 강도가 침입, 직원 3명을 위협한 뒤 현금 약 800달러를 강탈해 달아났다. 앞서 4월에는 한인타운 내 한 한인 마켓에서 야간 경비원이 강도가 휘두른 칼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한편, LA경찰국(LAPD) 범죄통계에 따르면 7월22일 현재까지 올해 올림픽 경찰서에서 발생한 강도사건은 총 110건이다. 이틀에 한 건꼴로 강도 사건이 발생하는 셈이다. 올림픽 경찰서는 LAPD 21개 지서 중 올해 7번째로 강도 사건이 많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