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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얼음 땅이 녹아내릴 때

김용원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김용원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최근 발표된 충격적인 연구 결과는 북극 전역의 연안 지역 사회와 기반 시설이 기후 변화의 거대한 위협에 직면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위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밀하게 제작된 이 지도는 해안 시설의 심각한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지만, 지면의 한계로 독자들에게 직접 선보일 수 없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류의 문명은 바닷가에서 꽃피워 왔다. 아름다운 해변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삶의 터전은 그 주변에 자리 잡았다. 우리 역시 해안가에 익숙하며, 그곳이 곧 생활 공간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기대어 살아온 해안선이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인공위성 관측 자료는 남북극 빙하의 해빙 속도가 최근 들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경고한다. 이러한 변화는 과연 인간과 자연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중에서도 북극 해안 침식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이미 북극 일부 지역에서는 연간 최대 20미터에 달하는 해안선 후퇴가 관찰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앞으로 수십 년 안에 해수면 상승과 예측 불가능한 폭풍 패턴의 변화가 더욱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해안 영구 동토층의 융해는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최근 연구 결과는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다. 2100년까지 현재 북극 영구 동토층 해안에 위치한 318개 정착지 중 무려 21%가 해안 침식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면 상승의 영향권 아래 놓일 지역은 45%에 달하며, 북극 기반 시설의 77%는 지반 침하와 붕괴로 인해 제 기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많은 과학자들이 북극권의 자연환경 변화에 주목해 왔지만, 정작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북극 해안을 따라 살아가는 인구는 적지만, 이들은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특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원주민 사회의 고통은 더욱 크다. 알래스카 원주민의 경우, 해안가에 주로 거주하는 에스키모는 고래 사냥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고, 내륙의 인디언은 육상 동물 사냥에 의존해 왔다.
 
북극 해안 침식은 수 세대에 걸쳐 삶의 터전을 일궈온 에스키모에게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고래를 잡으면 해안에서 해체 작업을 하고, 잡은 고래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분배된다. 이 모든 과정이 해안가에서 이루어지며, 조상들의 무덤 또한 해안 가까이에 있어 그들의 문화적, 정신적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위성 및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2030년, 2050년, 2100년의 해안 침식률, 해수면 상승 예측, 영구 동토층 온도 및 해빙률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이번 연구는 북극 지역 사회의 다양한 모습과 그들이 직면한 위협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북극 정착지의 53%는 여전히 사냥과 낚시에 기반한 에스키모 전통 사회이며, 광산 시설이 20%를 차지한다. 군사 시설, 관광 서비스, 연구 기지 등도 일부 존재한다.
 
새로운 지도는 해안 침식이 이들 공동체에 가장 큰 위협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북극 전체 해안선은 연평균 3미터씩 후퇴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연간 20미터라는 놀라운 속도로 침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은 건물과 도로가 해안 침식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2030년까지 그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재까지는 해안 침식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지만, 해수면 상승의 잠재적 영향은 더욱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지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북극 전역에서는 빙하 질량 감소와 지반 융기 현상으로 인해 상대적인 해수면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어, 미래의 해수면 상승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대부분의 연구가 다른 지역의 해수면 상승에 초점을 맞추고 북극은 간과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더 많은 북극 정착지가 심각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연구는 또한 기상 패턴 변화, 지반 침하와 같은 다른 기후 위협들이 해안 침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음을 강조한다. 알래스카, 캐나다, 시베리아 해안의 영구 동토층에 형성된 수많은 호수들은 침하와 침식으로 인해 균열이 발생하고, 이는 완전히 새로운 해안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알래스카에서는 해안 침식으로 인한 원주민 이주와 주거 시설 재건 사업이 막대한 예산 부담으로 인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침식으로 인해 노출된 해안 동토층에서 방출되는 메탄이 극지방 온난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 점점 넓어지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북극 연안 지역 사회의 위기는 곧 우리 모두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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