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A와 애틀랜타에서 각각 70대, 50대 한인 가장이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잇따랐다. 따뜻한 축복 속에 결혼하고 낯선 땅에서 자식들을 키우며 수많은 고비를 홀로 이겨냈을 한 사람의 인생. 누군가의 아들이고, 오빠이며, 형이었고, 동생이었을 그들이 가족을 살해하고 스스로 생을 저버린 비극을 생각하면 깊은 슬픔과 함께 무거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세상을 떠난 분들과 그 주위에 남은 모든 분들께 드릴 위로의 말을 찾기 어렵다. 필자는 한인 사회에서 40여 년간 어려운 이웃을 돌봐 온 정신과 의사다. 그동안 점점 열악해지는 정신 질환 치료 환경을 보면서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가족 살해·자살 같은 참극이 벌어질 때마다 정신과 의사로서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든다.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가족의 생명을 앗아가고 자신의 목숨까지 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인생에서 어떤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죽음이 해답이 될 수 없다는 무언의 약속을 우리는 공유하며 살아간다. 우리 인간은 참혹한 전쟁 속에서도, 자연재해와 폭력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물론 극단적인 상황에서 심장마비나 뇌졸중으로 사망하기도 하지만, 50년간의 정신과 의사 경험으로 볼 때 살인과 자살은 뇌의 기능이 병적으로 잘못된 상태에서 비롯된다고 확신한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결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자살에 이를 정도의 심한 우울증에 빠진 사람의 뇌에서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뇌의 이런 병적인 상황이 극심한 우울증을 유발하며, 이때 자살을 결심하는 세 가지 생각이 들게 된다. 첫째, 아무런 희망이 없다. 둘째,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다. 셋째, 나는 도움을 받을 가치조차 없다는 생각이다. 또한, 자신을 힘들게 만든 사회 또는 특정한 사람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타인 살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간에게는 악한 면이 있지만,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결코 자신이나 타인을 해치는 행동을 할 수 없다. 이처럼 병든 사람들을 제때 치료하면 모두를 살릴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강제 입원시키고, 뇌 호르몬 생성을 돕는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사고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안전하게 병원에서 치료받고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고 나는 경험으로 확신한다.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을 생각해 보자. 코로나19의 경우, 거리두기와 소독, 검사만으로는 사망률을 낮출 수 없다. 만약 심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긴급하게 입원시켜 호흡기 치료를 한다면 대부분의 환자를 살릴 수 있다. 정신의학적으로 볼 때 자살과 타살은 전염성이 있다.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은 갑자기 크게 확산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병에 걸린 사람이 이미 사망하여 타인에게 전염시킬 위험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인 사회에는 이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여건이 전무하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들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변 사람들이 병원 치료를 권유해도 듣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미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정신 질환에 대한 무지가 그 가장 큰 이유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기관이나 상담가도 도움을 줄 수 없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LA카운티 정신건강국이 전적으로 개입해 강제 입원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조만철 / 정신과 전문의기고 극단 선택 극단적 선택 한인 사회 정신과 의사
2025.09.14. 18:33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다. 미국은 이를 단순한 기술 성취로 보지 않고, 자국 교육과 과학 체계의 실패이자 전략적 이념적 위협으로 받아들여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역사는 이를 ‘스푸트니크 모멘트’라 기록한다. 미국의 대응은 전례 없이 신속하고 체계적이었다. 과학, 기술, 수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대대적인 개혁과 투자가 이어졌다. 불과 1년 만에 항공우주국(NASA), 국방고등연구 계획국(DARPA)을 신설했고, 국방교육법을 제정해 과학 교육을 강화했다. 첫 유인 우주비행 프로그램인 ‘머큐리 계획’을 시작해, 결국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성공했다. 동시에 국가과학재단(NSF) 예산을 3배로 증액해 연구 개발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과의 본격적인 과학 경쟁 속에서, 미국의 과학 정책은 과거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초 과학 연구비를 대폭 삭감하고, 공공 연구 기관을 폐쇄했으며, 외국인 연구자에 대한 규제도 강화했다. 국력은 인재, 국방력, 경제력의 조화에서 나온다. 특히 과학자, 의사, 엔지니어 등 핵심 인재의 유출은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정부의 과학 정책이 흔들리면서 연구 현장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다. 권위있는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2025년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 과학자의 75% 이상이 해외 이주를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통계를 보면 과학계의 위기는 더욱 분명해진다. 미국 대학 연구비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NSF는 예산이 56% 삭감되고 직원의 10%가 해고됐다. 의학과 생명과학 연구를 이끄는 국립보건원(NIH)도 예산이 40% 줄면서 1000명 이상의 감축 조치가 이뤄졌다. 불과 8개월 사이, 두 기관에서 3000~4000건의 연구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취소됐다. 이 밖에도, 환경보호청(EPA), NASA 과학임무부(SMD), 국립해양대기청(NOAA), 에너지부(DOE), 미국지질조사국(USG),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주요 기관들의 예산도 줄줄이 삭감됐다. 또한, 지난달에는 단백질 합성(mRNA) 기술을 이용한 22개의 백신 연구 계약이 취소됐다. 이는 단순한 예산 조정이 아니라 미래 기술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위험한 결정이다. 학자들은 과거 어느 국가도 이처럼 빠르고 조직적으로 자국의 핵심 경쟁 우위를 스스로 허물은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반면, 중국은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연구 개발비를 18배 늘렸다고 중국전문가포럼(CSF)이 분석했다. 그 결과, 여러 과학 분야에서 논문 영향력과 특허 수에서 이미 미국을 크게 추월했다. 미국의 과학 패권은 1945년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절정에 달했다. 과학 투자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창의성과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전략 자산이다. 지금 미국은 ‘제 2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맞이하고 있다. 정부가 인공지능(AI)에 쏟는 지원만큼 과학에도 과감히 투자하고, 인재 유치와 기초연구 지원을 확대한다면 과학 혁신은 되살아나 미국의 미래를 다시 밝힐 것이다. 혁신은 인류를 전진시키며, 국가의 미래는 과학에 달려 있다. 레지나 정 / LA독자기고 스푸트니크 모멘트 스푸트니크 모멘트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과학자 의사
2025.09.10. 19:35
두 달 전, 지중해 상공에서 미 해군 함정을 향해 날아오던 적의 크루즈 미사일을 격추한 미 공군 전투비행대대 조종사 9명이 공로훈장을 받았다. 수상자 중에는 오렌지카운티 풀러턴 서니힐즈 고교 출신인 한인 2세 앤드류 인 대위도 포함돼 주목을 받았다. 당시 긴박했던 상황과 조종사들의 인터뷰는 유튜브에 ‘Nine Air Force Pilots awarded medals for saving Navy Ship’을 검색하면 공개된 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7월, 이탈리아에 주둔 중인 미 공군 부대에 “미 해군 함정을 향해 적 미사일이 접근 중”이라는 긴급 전문이 타전됐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즉각 대응에 나선 전투비행대대는 평소 훈련한 대로 일사불란하게 출격했다. 한 조종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는 순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오직 훈련한 대로 움직였을 뿐”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다른 조종사는 “수많은 훈련을 했지만, 우리 함대를 향해 실제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앤드류 인 대위는 “지난 4~5년간의 F-16 전투기를 비행하고 훈련한 것은 바로 이런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 우리 함정과 동료 장병, 나아가 조국을 지켜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조국 수호의 최전선에 선 군인의 굳건한 사명감이 묻어났다. 조종사가 되기 위한 체력단련이 얼마나 어려운지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한다. 중력의 5~6배를 견디어야 한다고 한다. 수년 동안 밤낮으로 출격하고 가상의 적을 만들어 피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공중에서 파괴하지 못하면 아군의 함정이 침몰하고 전우의 생명이 위협받는다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이들은 24시간 각인하며 훈련에 임했다. 이들의 공로는 평시의 땀이 실전에서 어떤 결과를 낳는지 명확히 보여줬다. 이는 비단 군사 훈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숱한 연습과 노력을 통해 본능적인 경지에 이르지 않고서는 그 어떤 분야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골프를 칠 때조차 목표 지점을 정하고 수없이 올바른 연습을 반복해야 비로소 원하는 곳으로 공을 보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사일 접근 보고를 받고 출격할 당시, 조종사들에게는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저 상황에서는 저렇게 반격하리라는 작전을 짤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오직 끊임없는 훈련으로 몸에 밴 본능적 대응이 동료와 군함, 그리고 나라를 지켜낸 것이다. 이번 훈장은 비단 조종사 9명만의 영광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벽한 정비로 출격을 지원한 모든 팀원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적의 미사일을 요격한 그 순간은, 조종사 개인의 영광을 넘어 팀의 헌신과 평시 훈련의 가치를 증명한 영원한 기록으로 남게 됐다. 미국 국민으로서 모든 공군 병사들에게 깊이 감사한다. 이효섭 / 동서장례 대표기고 미사일 격추 미사일 접근 크루즈 미사일 공군 전투비행대대
2025.09.08. 19:28
북극 고래(bowhead whale)는 북극 해양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등지느러미가 없는 뚱뚱한 몸집에, 몸길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머리를 가진 고래다. 특히 두꺼운 지방층(최대 70cm) 덕분에 북극해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생존할 수 있다. 또한, 200년 넘게 살 수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포유동물로 알려져 있다. 1935년 이래 멸종위기종으로 국제법에 보호받고 있지만 국제포경협회는 극지방 원주민들에게만은 봄과 가을, 제한적으로 포경을 허용하고 있다. 극지방 원주민들에게 예로부터 식생활에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중요한 자원이 기후 변화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래 배설물에서 발견된 독성 조류가 바로 그 증거였다. 이는 알래스카를 포함한 북극의 해수면 상승과 관련성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우즈홀 해양연구소(WHOI: 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의 연구팀은 약 20년간 205마리의 북극 고래 배설물 샘플을 채취해 독소 유무를 분석했다. 고래가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만큼, 배설물 검사는 해양 환경 변화를 파악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분석 결과, 고래 배설물에서 독성 조류가 생성하는 삭시톡신(saxitoxin)이 50~100% 검출됐다. 삭시톡신은 홍합과 같은 조개류에 축적되어 사람에게 식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기억상실 패류 중독(ASP)을 유발하는 도모산(domoic acid)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해양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미래에 발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구팀은 알래스카 북극 해저에서 독성 조류의 휴면 상태 세포인 와편모조류 포낭이 대량으로 분포하고 있음도 확인했다. 그동안 차가운 수온 때문에 포낭의 발아가 억제되었지만,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즉,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독성 조류가 번성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연구팀은 북극 해빙감소와 고래 배설물 시료에서의 독소도 비교했다. 해빙의 급격한 감소로 봄철 태양광선이 직접 해수를 따뜻하게 하면서 조류 번성을 빠르게 유발시켰다. 즉, 해빙이 감소한 해에 북극 고래의 배설물 중 독소가 증가했음도 분명히 시사하고 있다. 독성 조류는 한국 남해안에서 발견되는 신경마비성 조류와 유사하다. 이 조류를 섭취한 물고기를 먹은 인간에게 피해를 입힌다. 또, 독성 조류도 한국의 조류처럼 바다 속 용존산소를 고갈시켜 어류를 죽인다. 연구결과는 독성 조류가 조개, 물고기같은 어패류는 물론, 고래 등 해양동물을 넘어 알래스카 원주민에게까지 북극 먹이 사슬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시애틀에 있는 국립해양대기국(NOAA) 북서부 어업 과학 센터의 연구자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이제 알래스카 해역은 유해 조류 번성(HAB: harmful algae blooming) 연구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해양 수온의 빠른 상승과 함께 와편모조류가 대규모로 검출되면서다. 북극 지역 원주민 공동체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체감하고 피해를 입고 있다. 이들의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위해서는 독성 조류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검사가 필수적이다. 한국 연안에서만 발생한다고 생각했던 유해 조류 번성이 북극해까지 확산하는 현상은, 지구 온난화가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가 직면한 현실이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배설물 북극 고래 배설물 북극 고래 북극 해빙감소
2025.08.11. 18:57
엄마가 돌아 가셨다. 밭은 날숨 그리고…끝. 93년 이생에서의 머무름은 아들의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 엄마의 일생, 당신의 말씀대로 “손톱으로 바위를 긁는 듯 살아온 세월”이었다. 엄마와 아들은 74년 동안 이생에서 같이 걸었다. 엄마는 내내 아들의 발걸음 하나하나를 걱정하셨고, 아들은 틈만 있으면 엄마의 궤도를 벗어나려 했다. 끝내 아들은 먼 나라로 가버렸다. 엄마를 홀로 고향에 남겨두고. 엄마의 마지막 열흘, 아들은 엄마 곁에 있는다. 엄마의 마지막 한 시간 아들은 엄마의 손을 잡고 있는다. 더 이상 인간의 언어로는 소통할 수 없는 지경이었지만 많은 이야기가 스쳐간다. 사바세계에서 모자의 인연으로 살아온 사연들, 구비 구비에 남아있는 기쁨과 아픔의 기억…. 중환자실 계기판에 엄마의 혈압이 0으로 떨어진다. 엄마의 손이 차가워진다. 아들은 엄마를 부른다. “엄마~~~” 당직 의사가 와서 엄숙하게 선언한다. “정종숙님은 2025년 7월6일 오전 3시13분 돌아가셨습니다.” 마지막 순간, 엄마의 ‘마음’은 코끝에 있었을 터이다. 날숨 다음에 들숨…. 일생 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이 순서를 유지하는 일이 그 찰나의 가장 큰 과제. 마음은 그 일에 매달려 있었으리라. 다시 숨을 들이마실 수 있는 육체의 힘이 소진된 상태. 마음은 그렇게 육체를 떠난다. 그 마음은 그냥 사라졌을까? 어디로 갔을까? 엄마의 마음이 마지막 지각한 것은 아들의 마음이었을 터. 아들의 흔적을 품은 그 마음은 한숨 기운이 되어 이생의 경계를 넘어간다. 엄마가 막 떠난 이생 사바 세계는 “참고 견뎌야 하는 땅, 감인토(堪忍土).” 엄마의 다음 생은 아미타불의 서방정토 극락이기를 빈다. 하얀 천으로 얼굴을 덮은 엄마의 주검은 장례예식장으로 옮겨 진다. 삼일장, 만 이틀 동안의 문상. 형제 자매가 아무도 없는, 40여 년을 외국에서 살던 아들이 빈소를 지켰다. 그리 쓸쓸하지 않았다. 오래된 인연들, 공주 지역의 글 쓰는 이들, 그리고 아들의 사촌 형제들이 아들을 위로한다. 셋째 날 아침 발인. 엄마는 관속에 누워 나래원 화장장으로 옮겨졌다. 나래원의 의미는 ‘날개를 펴고 하늘로 올라간다’는 뜻의 순 우리말이라고 한다. 4번 화로, 엄마의 관이 보인다. 커튼이 내려진다. 한 시간 반 후에 다시 커튼이 올라간다. 관이 있던 자리가 휑하다. 바닥에 하얀 뼈 조각만. “곱게 만들어 드릴까요?” 분쇄기를 거쳐서 고운 뼛가루, 진공 포장이 되어 작은 나무 상자 유골함에 담긴다. 하얀 보자기에 쌓인 아직 따듯한 유골함을 아들이 받는다. 아들은 69년 전 또 하나의 아버지의 유골함을 받은 기억을 한다. 군대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는 4년 후에야 유골로 고향에 돌아왔다. 엄마는 아버지를 묻기 전에 유골함을 열어보셨다. 그때 본 아버지는 하얀 뼈 조각이었다. 엄마를 대전 국립묘지 현충에 모신다. 먼저 거기에 계신 아버님 곁에 안장. 73년 전 26살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90이 넘은 엄마가 그렇게 다시 만난다. 육신을 다 버리고 마음만 만날 테니 나이는 문제가 아니겠지. 아들과 아들의 아들 둘이서 엄마 삼우제를 지낸다. 그날 아들은 미국으로, 아들의 아들은 다른 나라로 떠난다. 김지영 / 변호사기고 엄마 엄마 삼우제 그날 아들 유골로 고향
2025.07.21. 18:4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미국 과학계에 드리워진 또 다른 그림자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기후변화 회의론에 기반한 연구비 삭감은 과학계를 위축시켰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훨씬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세계 과학의 중심인 미국에서 시작된 ‘연구 재난 쓰나미’가 전 세계 과학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은 오랜 기간 전 세계 젊은 과학자들에게 꿈의 무대였다. 특히 인도와 중국 출신 과학자들은 미국에서 경력을 쌓고 정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한 정부 기관의 연구자들은 하나둘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실직을 넘어, 미국의 과학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해고된 연구자들은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5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준비하며 국내 연구소와 대학에 초빙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과학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쟁을 수행했던 일본의 역사를 상기시킨다. 당시 일본은 탄저균 풍선 개발을 위한 대기과학, 항공 및 조선 기술, 물리해양학, 철도 기술 등 광범위한 기초 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독일 역시 아우토반을 위한 자동차 개발, V2 미사일, 항공기, 전차 등 중공업 기반의 무기 개발에 아인슈타인, 폰 브라운과 같은 당대 최고 과학자들을 동원했다. 종전 후 소련이 독일 과학자들을 확보하며 과학 발전을 이뤘고, 일부 독일 과학자들은 미국으로 망명하여 미국 과학 발전에도 기여했다. 일본 731부대의 생체 실험을 통해 축적된 의학 기술 자료를 미국이 전량 넘겨받아 자국 의학 기술 발전에 활용한 사례는 과학 기술이 가진 양면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영국과 캐나다에서도 미국발 이민자 급증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과학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년 전 윤석열 정부의 연구비 50% 이상 삭감 사태로 한국 과학계가 겪었던 혼란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우주항공기술 등 정부 출연 연구소는 물론 대학까지 연구 동력이 상실되었고, 특히 젊은 과학자들을 위한 예산이 사라지면서 이들의 피난처가 미국이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미국마저 연구 재난 쓰나미에 휩쓸리면서,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은 다시 설 곳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현재 한국은 경제 상황 악화로 응용 분야에 연구비가 집중되면서 기초 과학 분야는 여전히 ‘빙하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한국 내 세계적 석학들이 정년 퇴임 후 중국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이는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온 문제로, 과학자를 존중하는 일본의 경우 정년 후에도 3~5년간 연구를 지속하며 다음 세대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문화가 정착된 것과 대비된다. 일본은 매년 급여를 일부 삭감하더라도 시니어 연구자의 지혜를 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국 과학자들의 ‘방랑’뿐만 아니라, 한국 석학들의 해외 유출에 대한 민감한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미국의 과학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의 석학들에게 정년 연장의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 더욱 절실하지 않을까. 한국의 새로운 정부가 북극 항로를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의 허브로 삼는 정책을 추진하는 등 미래를 위한 투자를 고민하는 이때, 과학 기술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미국 엑소더스 출신 과학자들 과학 기술 세계 과학
2025.06.26. 20:53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시작된 미국 정치의 깜짝 쇼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중 가장 해괴한 것은 하버드 대학과 벌이고 있는 전쟁이다. 미국의 많은 일류 대학과 전반적 지식층 분위기가 그렇듯이, 하버드 대학은 트럼프 정권에서 미워하는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진보적 정책들을 취소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하버드는 순순히 응하지 않았고 트럼프 정권은 그것을 찍어 눌러서 본보기로 삼겠다는 결심을 한 듯하다. 연구비 지원 중단으로 시작하더니, 이제는 하버드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받지 못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은 일단 법원의 비상 개입으로 집행이 중지되었는데 정식 재판에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유학생을 받을 수 없다면 연구비를 잃는 것보다도 더 심각한 위기이다. 하버드처럼 재정이 풍부한 대학에서는 필요하다면 자체적으로 연구비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학생을 없앤다면 그것은 대학의 정체성 그 자체를 바꿔버리는 일이 된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일류 대학은 전 세계에서 훌륭한 학생과 교수들이 오는 것을 큰 자랑으로 생각한다. 그러한 외국인들을 환영하고 포용함으로써 이루어진 국제적 공동체를 경험하는 것을 진정한 고등교육의 중요한 측면으로 여긴다. 그러한 세계적 차원을 말소하겠다는 협박은 대학교를 뿌리부터 흔들겠다는 의도이다. 외국인이 필요 없다는 충동적 생각은 트럼프식 정치의 핵심이다. 며칠 전 미국 국무부는 세계 각국에 있는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에 유학생 비자 인터뷰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비자 신청자들의 사상과 언행을 속속들이 점검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준비될 때까지 신규 비자를 발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중국 유학생들은 다시 심사하여 이미 받은 비자도 취소할 수 있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 트럼프가 가진 유학생의 이미지란 공부는 안 하고 좌파적 선동을 일삼는 미국 혐오자들이다. 사실과는 동떨어진 생각이며 인종주의와 배타주의의 표출에 불과하다. 이러한 배타주의는 국가적 자해행위라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꿈을 품고 이민과 유학을 왔던 외국인들은 미국 과학기술의 눈부신 성장에 큰 공헌을 하였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인슈타인을 필두로 나치 정권 아래의 유럽에서 도피한 수많은 유대인 과학자들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2차대전 후에는 나치 정권과 협력했던 과학자들도 흡수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예는 로켓 공학의 선구자 베르너 폰 브라운이다.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몽땅 흡수했다. 세르비아 출신의 전기공학자 테슬라는 20대 후반에 미국으로 이주하여 유명한 에디슨의 회사에서 일하다가 독립하여 교류 전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많은 공헌을 하였고 여러 가지 기발한 발명품도 남겼다. 요즘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머스크가 소유한 전기차 테슬라 회사는 이 사람을 기리며 명명한 것이다. 머스크 자신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유학생으로 미국에 처음 왔고 그 후에 사업을 하며 정착했다. 이주민을 배척하는 배타주의는 과학의 기본 정신과 정반대이다. 경제적으로 볼 때 외국인들을 들여와서 필요한 일을 시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지만 과학에서 이루어지는 국제적 교류는 그 차원을 넘어선다. 자기의 연구에 필요한 배경 지식이나 기술적 설비는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 내었는지에 상관없이 수입한다. 과학이 가장 발달한 곳을 보면 인간관계도 국경 없이 이루어진다. 최고의 학생들과 연구자들을 차별 없이 모집하고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협업하고 교류한다.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훌륭한 선생과 학교·연구소를 찾아 지구 곳곳으로 다닌다. 그러한 개방성이 없는 집단이 하는 과학연구는 곧 한계에 부딪힌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유학생이란 과학의 생태계에 아주 긴요한 일원이 된다. 자연과학뿐 아니라 다른 학문과 산업들도 이런 모습으로 발전한다. 하버드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하버드는 단순히 좋은 학교가 아니라 온 세계가 왜 미국을 부러워하는지를 상징한다. 하버드가 대표하는 미국의 고등교육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을 이해하고 미국을 사랑하게 된다. 그것은 미국이 누려온 ‘부드러운 힘(Soft Power)’에 크게 보태주는 역할을 해 왔다. 필자의 아버지도 패기만만한 젊은 공무원 시절 미국 정부 지원을 받아 하버드 법대 대학원에서 1년 동안 연수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그 후로 일생동안 미국에 대한 예찬과 애정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이런 사람들이 박혀 있다. 그런 전통과 그의 위력을 잘 알지도 못하고 파괴하려는 트럼프 정권의 작태를 보면 서글프기 그지없다. 장하석 / 케임브리지대 교수기고 자해행위 유학생 외국인 유학생 하버드 대학 트럼프식 정치
2025.06.11. 19:35
대한민국호는 불안정한 정치에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협상 압박 요구로 고뇌가 깊다. 이 가운데 알래스카의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가 관세 압박을 풀어갈 대응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개발이 언급되었던 ‘ANWR(Arctic National Wildlife Refuge)’ 지역이 핵심이다. 이 지역은 알래스카 북극해와 연결되어 있으며, 캐나다 국경과도 접해 있다. 무엇보다 이 지역은 미국 내에서 인간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천연 상태 그대로의 가장 큰 생태 보호 지역이다. 따라서 천연가스 개발 추진 시 필연적으로 지구 환경 보호라는 첨예한 정책 이슈가 부상할 것이 예상된다. 천연가스 개발에 따른 수송 방식은 원유와는 다르다. 원유는 점성이 높아 파이프라인 내 유속 유지를 위해 사람 체온 수준으로 데워서 약 1500km 구간을 수송하며, 이를 위해 13개의 펌프 스테이션이 건설되었다 (트랜스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TAPS 사례). 반면, 대량의 천연가스를 효율적으로 수송하려면 압축 및 액화 과정이 필수적이므로 대규모 액화 장치와 시설이 요구된다. 현재 알래스카 내에서 진행 중인 ALASKA LNG 프로젝트처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및 부대시설에는 예상 이상의 막대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과거 1975년부터 1977년까지 건설된 원유 파이프라인에 필요한 강관을 전량 일본 제철소가 수주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태동기였던 포항제철은 입찰 참여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제 새롭게 추진될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관련 입찰에서는 한국 제철소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최근 포항제철이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일부 고로 가동을 중단했다는 소식은 이러한 기대감에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한편, 1977년 당시 이 지역 개발 시도에 따른 후유증은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예를 들면 트럭 바퀴 자국 조차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 지역과 같은 극지 생태계는 자연 복원력이 극히 미미하여, 한 번 파괴되면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손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형태를 갖춘 치즈가 열을 받아 녹으면 다시 원래 형태로 돌아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천연가스 개발로 인한 환경적 후유증은 어쩌면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동토층 융해 가속화, 대규모 온실가스 방출, 동식물의 생존 위협, 원주민 삶의 터전 파괴 등 그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만약 한국이 ANWR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러시아 야말 반도 사례와 유사하게 북극해를 통한 가스 수송을 위한 대규모 접안 시설 건설이 필요하다. 삼성중공업이 러시아에 공급한 쇄빙 LNG선처럼, 한국의 세계 최고 수준 LNG선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는 기회도 있다. 다만, 이 지역 북극해 연안은 대륙붕이 발달해 있어 크루즈선과 같은 대형 선박의 접안을 위한 대규모 준설 작업, 즉 심수항(deep draft port) 건설이 필수적이다. 알래스카 ANWR 가스 개발 참여는 한국 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환경 문제, 기술적 난제, 안전 위험 등 여러 요소를 신중하게 고려해야한다. 대한민국호가 국가의 장기적 번영과 안정을 위해 최선의 현명한 선택을 하길 기대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알래스카 천연가스 천연가스 개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알래스카 북극해
2025.05.22. 19:13
항공기는 고도의 정밀성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교통수단이다. 정기적인 점검과 정비가 없으면 사고나 고장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철저한 점검과 정비를 통해 운항 중단을 예방해야 한다. 그리고 승객 안전과 서비스 품질은 항공사의 신뢰도와 직결되기에 항공기의 안전 운항을 위한 정비, 수리, 개조는 필수요건이다. 이러한 필수 요건을 충족시키는 산업 중 하나가 ‘항공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산업이다. 항공 MRO 산업은 항공사의 핵심 지원 산업으로 비행 중지 시간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항공사의 전체 운영비 중 정비비가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MRO는 곧바로 정비 비용 절감과 항공기 가동률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예측 정비(predictive maintenance)를 통한 체계적인 정비는 불필요한 정지 시간과 긴급 정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운항을 구현할 수 있다. 글로벌 항공 MRO 산업 전망은 항공기 증가, 노후 항공기의 유지 필요성, 디지털 기술 도입, 국방 및 우주 분야의 수요 증가에 따라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항공기 MRO 시장 규모는 향후 5년간 연평균 4-5%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30년 항공 MRO 시장 규모는 대략 13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항공 MRO 시장에서 아시아 지역의 비중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한국은 지리적으로 동북아 물류 허브로서 MRO 거점이 될 잠재력이 커졌다. 항공 MRO는 단순 정비를 넘어 항공기 개조, 부품 재제조, 항공 안전, 운영 효율, 기술개발을 위해 필수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연결된다. 이를 통해 수요가 적어 적자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방공항의 활성화,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성장, 중소기업 기술력 향상, 부품 국산화 등 산업 전반의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항공 MRO 산업은 고가, 고정밀 자산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필수 산업인 만큼 항공뿐만 아니라 우주, 국방 등 국가 전략산업 전반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국방장비는 민간기기보다 사용 강도가 높고, 정비 주기도 엄격하게 관리되기 때문에 작전 가동률 유지를 위해서는 MRO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자국 내의 항공 MRO 역량 확보는 국방 안보 및 자주국방 차원에서도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항공 MRO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제조업체(보잉, 에어버스 등) 및 MRO 전문기업 유치 인센티브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산학연 협력 유도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장기적 전략적 개발 로드맵과 안정적 투자계획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항공 MRO 사업의 선행 개발 투자와 지원을 전담하며,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 우주항공청 내에 ‘항공 MRO 기술전략센터’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사항은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산업육성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최고 통수권자의 리더십이다. 미국항공사들은 지금 인천공항에 주목하고 있다. 80개 아시아 도시로 이어져 여객, 물류 허브공항으로서 인프라를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으로의 접근성도 좋아서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핵심 허브공항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기고 골든타임 항공 항공기 증가 항공기 가동률 글로벌 항공
2025.05.21. 19:25
매년 12월이 되면 뉴욕, 런던, 도쿄, 시드니 등 세계 주요 대도시에선 한 여성 무용수가 고난도 동작을 하는 모습의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바로 뉴욕의 션윈 공연이다. 션윈예술단(Shen Yun Performing Arts)은 2006년 설립 이래 현재까지 뉴욕 링컨센터를 포함한 전세계 200여개 극장에 매년 초대받아온 세계 정상급 예술단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일부 기독교 단체가 션윈 공연 관람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산하 단체에 발송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이 션윈 공연이 파룬궁 수련의 종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관람 자제를 경고한 것.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션윈 공연의 예술적 가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션윈 공연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나 시각과는 매우 동떨어진 편향된 시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예술 범주에서 다뤄지는 인권탄압 션윈예술단은 공산주의 이전 중국의 순수 전통문화의 부흥을 목표로 고전 무용과 음악을 선보인다. 션윈예술단에 참여하는 상당수 예술가는 문화대혁명을 피해 중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했으며, 중국에서 사라진 전통 문화의 전수를 계승하고 펼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교총의 ‘위장 포교’ 주장은 공연 중 일부 장면이 파룬궁의 박해를 다룬다는 점에 근거한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은 전체 공연의 극히 일부(보통 1~2개 프로그램)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중국 공산당의 파룬궁 탄압을 비판하는 사회적 맥락을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는 예술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보편적 방식으로, 기독교 예술에서도 순교나 박해를 주제로 한 작품이 흔히 등장하는 것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기독교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는 예수의 수난을 통해 신앙적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이를 포교로 단정 짓는 이는 드물다. 파룬궁에 대한 오해와 편견 일부 기독교 단체들은 파룬궁을 ‘이단’으로 간주하며 션윈 공연을 경계한다. 이러한 인식은 중국 공산당이 1999년 파룬궁을 불법화하고 ‘반사회적 이단’으로 낙인찍은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주장은 다분히 정치적 동기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파룬궁이 폭력적이거나 강압적인 행위를 한 증거는 없다. 파룬궁은 불교와 도교의 전통을 바탕으로 명상, 기공 수련, 도덕적 가르침을 강조하며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평화롭게 수련하고 있다. 국내 일부 기독교 단체가 파룬궁을 ‘이단’으로 단정 짓는 것은 중국 정부의 선전을 무의식적으로 수용하는 결과일 수 있으며, 이는 신앙의 자유를 중시하는 기독교의 가치와 모순된다. 일부 기독교 단체에서 션윈 관람을 금지하는 것은 다른 문화와 신앙의 표현을 배척하는 태도로 비칠 수 있다. 기독교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통해 타인의 믿음과 문화를 존중할 것을 강조한다(마태복음 22:39). 션윈 공연을 관람한다고 해서 파룬궁을 수련하는 것이 아니며, 이는 단순히 다른 문화의 예술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행위다. 예를 들어, 힌두교나 불교를 주제로 한 인도 전통 무용 공연을 관람하는 기독교인이 그 종교로 개종한다고 가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게다가 파룬궁은 스스로를 종교로 표방하지 않으며 동양 전통 문화에 기반한 수련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권과 신앙의 자유에 대한 지지 션윈 공연은 중국 내 파룬궁 수련자들에 대한 박해를 간접적으로 다루며, 신앙의 자유와 인권을 옹호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1999년 이후 중국 정부는 파룬궁 수련자들을 체포, 고문, 감시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구금 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박해는 국제사회에서 널리 비판받아 왔으며,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와 같은 인권 단체는 파룬궁 수련자들에 대한 탄압을 기록해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기독교는 역사적으로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킨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소중히 여긴다. 중국 내 파룬궁 수련자들의 고난은 기독교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다. 션윈 공연이 이러한 박해를 예술적으로 표현한다고 해서 이를 포교로 몰아가는 것은, 인권과 신앙의 자유를 위한 목소리를 억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기독교인들은 오히려 션윈의 메시지를 통해 중국 내 종교적 박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모든 신앙 공동체의 자유를 지지하는 데 동참할 수 있다. 기독교 국가에서의 폭발적인 반응 션윈 공연은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 기독교가 주류인 국가에서 큰 인기를 끌며 매년 전 세계 150개 이상의 도시에서 약 100만 명의 관객을 만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뉴욕의 링컨 센터, 워싱턴 D.C.의 케네디 센터, 프랑스에서는 파리의 팔레 데 콩그레 등 세계 최고의 공연장에서 공연이 열리며, 관객들로부터 “문화적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2023년 미국 공연 후기에서 관객들은 “중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깊은 영감”을 칭찬했으며, 종교적 논란보다는 예술적 완성도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기독교가 주류인 국가들에서는 션윈 공연에 대한 종교적 반발이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보수적 기독교 단체들이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만, 션윈 공연을 ‘포교’로 비판하거나 관람을 반대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는 션윈이 종교적 강요 없이 예술과 문화에 초점을 맞춘 공연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도 파리 공연은 매년 매진되며, 현지 언론은 션윈을 “중국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연”으로 평가했다. 션윈이 전하는 신성 션윈 공연은 기독교가 주류인 국가의 기독교계 인사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아 왔다. 예를 들어, 미국 아칸소주 벤턴빌에서 션윈 공연을 관람한 팀 스튜어트 목사는 공연에 대해 "매우 계몽적이었다"며, "믿음과 자비, 인내가 악을 극복한다는 메시지를 아름답게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션윈이 전하는 신성과 인간의 연결이 자신의 신앙과도 공통점을 가진다고 언급했다. 피츠버그에서 션윈을 관람한 에릭 폭스 목사는 공연을 "절대적으로 아름답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공연이 자신을 주님께로 이끌었으며,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례들은 션윈 공연이 기독교적 가치와 상충되지 않으며, 오히려 신앙의 자유와 문화적 다양성을 지지하는 공연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션윈 공연에 대한 한국 기독교계의 배척은 글로벌 기독교 커뮤니티의 수용적 태도와 대조된다. 션윈은 예술을 통해 중국 전통문화를 알리고, 인권과 신앙의 자유를 옹호하는 공연이다. 미국, 프랑스 등 기독교가 주류인 국가에서 션윈은 종교적 논란 없이 큰 인기를 끌며, 기독교계 인사들의 지지도 받고 있다. 한교총은 이를 포교로 단정 짓기보다,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박해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션윈 관람은 신앙적 갈등이 아니라, 예술과 인권에 대한 열린 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선택이다. 기독교의 사랑과 관용의 정신은 션윈과 같은 예술적 표현을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요구한다. (기고자-김경일 감독(PD 작가 겸 방송진행자, 前 MBC 방송작가, ‘별이 빛나는 밤에’,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 최지원 기자기고 기독교계 환영 기독교 단체 공연 관람 순수 전통문화
2025.05.07. 19:02
최근 발표된 충격적인 연구 결과는 북극 전역의 연안 지역 사회와 기반 시설이 기후 변화의 거대한 위협에 직면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위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밀하게 제작된 이 지도는 해안 시설의 심각한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지만, 지면의 한계로 독자들에게 직접 선보일 수 없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류의 문명은 바닷가에서 꽃피워 왔다. 아름다운 해변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삶의 터전은 그 주변에 자리 잡았다. 우리 역시 해안가에 익숙하며, 그곳이 곧 생활 공간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기대어 살아온 해안선이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인공위성 관측 자료는 남북극 빙하의 해빙 속도가 최근 들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경고한다. 이러한 변화는 과연 인간과 자연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중에서도 북극 해안 침식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이미 북극 일부 지역에서는 연간 최대 20미터에 달하는 해안선 후퇴가 관찰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앞으로 수십 년 안에 해수면 상승과 예측 불가능한 폭풍 패턴의 변화가 더욱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해안 영구 동토층의 융해는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최근 연구 결과는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다. 2100년까지 현재 북극 영구 동토층 해안에 위치한 318개 정착지 중 무려 21%가 해안 침식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면 상승의 영향권 아래 놓일 지역은 45%에 달하며, 북극 기반 시설의 77%는 지반 침하와 붕괴로 인해 제 기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많은 과학자들이 북극권의 자연환경 변화에 주목해 왔지만, 정작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북극 해안을 따라 살아가는 인구는 적지만, 이들은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특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원주민 사회의 고통은 더욱 크다. 알래스카 원주민의 경우, 해안가에 주로 거주하는 에스키모는 고래 사냥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고, 내륙의 인디언은 육상 동물 사냥에 의존해 왔다. 북극 해안 침식은 수 세대에 걸쳐 삶의 터전을 일궈온 에스키모에게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고래를 잡으면 해안에서 해체 작업을 하고, 잡은 고래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분배된다. 이 모든 과정이 해안가에서 이루어지며, 조상들의 무덤 또한 해안 가까이에 있어 그들의 문화적, 정신적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위성 및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2030년, 2050년, 2100년의 해안 침식률, 해수면 상승 예측, 영구 동토층 온도 및 해빙률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이번 연구는 북극 지역 사회의 다양한 모습과 그들이 직면한 위협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북극 정착지의 53%는 여전히 사냥과 낚시에 기반한 에스키모 전통 사회이며, 광산 시설이 20%를 차지한다. 군사 시설, 관광 서비스, 연구 기지 등도 일부 존재한다. 새로운 지도는 해안 침식이 이들 공동체에 가장 큰 위협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북극 전체 해안선은 연평균 3미터씩 후퇴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연간 20미터라는 놀라운 속도로 침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은 건물과 도로가 해안 침식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2030년까지 그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재까지는 해안 침식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지만, 해수면 상승의 잠재적 영향은 더욱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지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북극 전역에서는 빙하 질량 감소와 지반 융기 현상으로 인해 상대적인 해수면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어, 미래의 해수면 상승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대부분의 연구가 다른 지역의 해수면 상승에 초점을 맞추고 북극은 간과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더 많은 북극 정착지가 심각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연구는 또한 기상 패턴 변화, 지반 침하와 같은 다른 기후 위협들이 해안 침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음을 강조한다. 알래스카, 캐나다, 시베리아 해안의 영구 동토층에 형성된 수많은 호수들은 침하와 침식으로 인해 균열이 발생하고, 이는 완전히 새로운 해안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알래스카에서는 해안 침식으로 인한 원주민 이주와 주거 시설 재건 사업이 막대한 예산 부담으로 인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침식으로 인해 노출된 해안 동토층에서 방출되는 메탄이 극지방 온난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 점점 넓어지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북극 연안 지역 사회의 위기는 곧 우리 모두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북극 해안 해안 침식 해안선 후퇴가
2025.05.01. 19:09
최근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며칠째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목소리에서는 제법 연륜이 느껴지는 어르신이었다. 질문은 짧고도 명확했다. “메디칼이 있는데 장례를 해 줘요?” 순간 당혹감과 함께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메디칼(연방 메디케이드의 가주 정부 프로그램명)’이라는 정부 의료지원 프로그램이 장례 비용까지 책임지는가? 이민 와서 사는 어르신들의 장례 문제를 왜 미국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저소득층이라는 이유만으로 노후 생활은 물론 마지막 가는 길까지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메디칼 혜택 대상에서 아슬아슬하게 제외된 한인들의 억울함을 모르는 바 아니다. 이민 초창기부터 ‘코메리칸’으로서 고된 낮과 밤을 견디며 수십 년간 우체국, 공장, 혹은 적은 임금의 직장에서 일했던 많은 한인들은 대부분 격주로 빠듯한 급여를 받았다. 최저임금 수준의 수입에서 사회보장세까지 떼고 나면 생활은 더욱 팍팍했다. 그 돈으로 렌트 내고 자동차 할부금을 갚으며 겨우 생계를 이어갔다. 이제 은퇴하여 받는 사회보장 연금은 여전히 빠듯한 수준이지만, 서류상 ‘중산층’으로 분류되어 정부의 폭넓은 혜택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 나라에서 오랜 세월 땀 흘려 일하고 세금을 낸 이들은 충분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데, 상대적으로 최근 이민 와서 일한 기록이나 사회보장세 납부 기록이 없고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메디칼이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누리는 이들을 보며 쓰린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는 토로를 종종 듣는다. 미국의 정치사는 곧 이민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미국의 복지 제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1964년 린든 B. 존슨(Lyndon B. Johnson) 대통령은 ‘빈곤 없는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대대적인 사회 개혁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존슨 대통령은 취임 후 수백 가지의 대통령 직권 명령을 내렸는데, 그중 핵심적인 것이 바로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건강 의료보험 제도였다. 미국 경제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대부분의 국민은 공장에서 일하며 회사 단체 보험으로 의료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65세에 은퇴하면 의료비 부담이 고스란히 개인이나 가족에게 돌아갔다. 이에 노인 복지를 위한 국가적인 의료보험, 즉 메디케어가 탄생했다. 동시에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과 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위한 국가 지원 의료 프로그램인 메디케이드도 함께 도입되었다. 교사 출신이었던 존슨 대통령은 가난한 학생들이 식사조차 거르는 현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극빈자 대상 푸드스탬프 제도도 이때 시작되었다. 흑인 아동의 백인 학교 입학 허용 등 교육 제도가 정비되었고, 전 국민의 투표권 보장 제도가 강화되었다. 이 ‘위대한 사회’ 정책의 일환으로, 백인 중심이었던 이민법도 개정되었다. 존슨 대통령은 영국과 서유럽 국가에 유리하게 설계되어 타민족 이민을 억제했던 국가별 이민 쿼터 제도(1924년 이민법)를 폐지하고, 가족 초청 및 전문 인력 중심의 이민(1965년 이민 및 국적법)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 완화했다. 이 역사적인 정책 덕분에 우리 한국인들이 1970년대 초부터 미국으로 대규모 이민을 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메디케이드는 이처럼 1964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추구했던 ‘위대한 사회’ 정책, 즉 대대로 소외되어 그늘진 곳에서 살아온 흑인과 불평등한 대우를 받던 미국 시민들을 구제하고, 가난과 궁핍을 물리치며 최소한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 나라에 느즈막히 이민 와서 일하지 않고 인생 후반을 보내면서 당연하다는 듯 받고 있는 혜택을 넘어 본인의 장례까지 정부가 책임져 주지 않을까 기웃거리는 일부 한인들의 발상이 불편하고 안타깝다. 이효섭 / 동서장례 대표기고 메디칼 장례 메디칼 혜택 사회보장세 납부 정부 프로그램명
2025.04.30. 19:50
중앙일보는 최근 ‘LA한인타운 녹지공간, 맨해튼 비해서도 태부족’이라는 제목으로, LA지역과 뉴욕지역의 공원 및 녹지공간 실태를 비교하는 기사를 1면 톱으로 실었다. 대단히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기획 기사였다. 과거 뉴욕시에서 다년간 거주했다. 맨해튼의 공원에 가 볼 기회가 많아서 뉴욕지역의 공원 실태를 잘 안다. 맨해튼 지역에는 유명한 ‘센트럴 파크’를 비롯해 한국전 참전비가 세워진 ‘배터리 팍(Battery Park)’ 등 크고 작은 공원이 30여개나 있다. 뿐만 아니라 뉴욕시 전체에서 공원국이 관리하는 공원 및 녹지대(Green spaces)는 무려 2000개나 된다. 뉴욕의 공원 시설들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다. 창의적이고 헌신적인, 많은 뛰어난 사람들의 공헌에 의해 점차 개발, 발전하여 온 것이다. 그 중에 특히 미래를 정확히 내다볼 줄 아는 한 유명한 ‘주 건설자(master builder)’가 있었었다. 그 천재적인 도시 기획 및 건설자는 당시 뉴욕시 공원국장이었던 로버트 모제스(Robert Moses) 하버드대 박사다. 모제스는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뉴욕시와 인근 지역을 현대화하는데 ‘주 건설자’ 역할을 했다. 그는 도시계획의 마술사였다. 뉴욕시에 수많은 공원을 만들고, 해안선도 변경시켰다. 최초로 고가도로를 세웠다. 그것은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당시 언론매체들은 그것을 ‘하늘 길(roadways in the sky)’이라 불렀다. 그의 뛰어난 노력과 감독하에서 35개의 하이웨이망(network) 도로와 12개의 거대한 다리와 수많은 공원 등이 건설되었다. 특히 모제스는 그 누구도 생각지못했던 ‘파크웨이(Parkway·공원도로)’라는 새로운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당시는 자동차 시대가 아니었으므로, 뉴욕시 의회는 모제스의 하이웨이 건설을 반대했다. 그러자 모제스는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시내에 하이웨이를 건설할 수 있는 기상천외한 방안을 찾아냈다. ‘Parkway(공원 도로)’라는 이름으로 하이웨이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즉 공원으로 가기 위한 길을 내는 것은 뉴욕시의 공원 국장인 그의 고유권한이라고 주장하며 밀어붙인 것이다. 현재도 복잡한 도심을 가로질러 편리하게 달릴 수 있는 수많은 파크웨이들은 모두 그때 모제스에 의해 건설된 것들이다. 그의 미래를 보는 혜안과 뚝심이 없었다면, 오늘날 뉴욕시민들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불편한 상황에서 살아야 했을 것이다. 모제스가 사망했을 때, 뉴욕타임즈의 부고는 그에 대해 이렇게 썼다. ‘로버트 모제스, 주건설자, 도로, 해변, 공원, 교량, 주택의 건설자…한 사람이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는가!(How one man changed it)’ LA시에도 모제스 같은 뛰어난 도시 기획 건설자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용기 있는 한 사람이 ‘대부분’을 만든다(One man with courage makes a majority).”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의 명언이다. 김택규 / 트루스역사문제연구회 대표기고 용기 미래 로버트 모제스 공원 실태 하이웨이 건설
2025.04.23. 19:34
한국과 미국 모두 국내 정치적으로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미국 현대사에 전례 없는 파괴적인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특별고문이 ‘빨리 가려면 파괴하라’라는 실리콘 밸리의 모토를 추구하며 기존 제도·정책·규범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공격하자 의회·법원·언론과 국민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트럼프의 행보가 법적·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CRINK(중국·러시아·이란·북한)’ 국가들이 미국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충격과 공포’ 같은 국정 운영 방식이 미국의 힘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지 전략가들은 우려한다. 대규모 정부 예산 삭감 흐름 와중에도 미국 의회는 군 예산을 증액했다. 국방부는 유럽에 주둔하는 군보다 아시아에 주둔하는 해군과 공군력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하드파워가 증대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미국의 경제·외교와 소프트파워는 힘을 잃고 있다. 머스크는 정책에는 무지하지만, 알고리즘에는 강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재무부에 파견해 모든 정부 부처와 비영리단체 예산을 중단시켰다. 실제로 개혁이나 규모 축소가 필요했던 극히 일부 조직을 제외하면 많은 경우 갑자기 예산이 중단되면서 큰 타격을 봤다. 여기에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 미국민주주의기금(NED), 자유아시아방송(RFA), 교육부의 국제교육기금 등과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이 포함된다. 더 많은 기관과 조직이 타격을 입을 것이다. 소프트파워라는 개념을 만든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지금 상황을 ‘미국 소프트파워의 종말’이라 명명했다. 보수적 성향의 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자유아시아방송은 살려야 한다는 사설을 실었으며, 미국 의회는 민주주의기금 예산을 다시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기관은 직원을 해고해야 했고, 앞으로 많은 기관이 사라질 것이다. 정부효율부는 중국·러시아가 허위정보와 부패, 그리고 일대일로(一帶一路) 기금을 이용해 아시아에서 입지를 강화하도록 길을 열어 줄 수도 있다. 트럼프의 갈팡질팡 관세 정책도 미국의 동맹과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캐나다·일본을 위시한 미국의 동맹국들은 트럼프의 강압적인 관세 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다. 미국 경제가 2월에 침체기에 접어든 큰 이유도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관세 정책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경제력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미국 월가는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소식에 기뻐했다. 미국인들은 경제에 투표했고, 미국의 소프트파워 회복을 어느 정도 희생하더라도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경제 회복을 기대했다. 그러나 관세 정책 등 트럼프의 정책이 물가 인상을 촉발하면서 미 국내 여론이 좋지 않다. 19세기 오토 폰 비스마르크 독일제국 초대 총리는 미국을 유약한 이웃 국가와 넘치는 자원으로 신의 축복을 받은 ‘특별한 섭리’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해 자유를 위해 싸운 미국이 단지 운이 좋아 지금의 위치에 섰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중국은 강력한 전략 경쟁국이다. 내부적 모순으로 가득한 트럼프 2기 정부의 국가안보 라인이 이견 없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지점은 아시아의 미래를 규정짓는 미·중 전략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전략 경쟁에서 필수적인 개발과 민주주의 분야의 주요 도구를 제거하고 있는 머스크의 정부효율부는 예외겠지만 말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효율적인 전략 경쟁에 필요한 자원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 정치 특성상 여론조사에서 인기없는 머스크는 자리를 오래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얼마 전에 필리핀 마닐라에서 발표한 동맹 중심의 정책이 트럼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대적 생각이나 관세 정책을 바꿀 수 있을지도 봐야 한다. 이 모든 불확실성은 그 자체로 미국의 힘과 영향력에 잠재적 부담 요인이다. 마이클 그린 /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기고 미국 소프트파워 소프트파워 회복 민주주의기금 예산 관세 정책
2025.04.17. 18:35
아이오와 주립대 석좌 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도 채 되기 전에 전 세계를 향해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미국이 모든 국가로부터 착취당하고 있다”면서 물개와 펭귄만이 사는 무인도에까지 관세를 부과하는 해프닝(이후 실수를 인정했지만)을 연출했다. 그는 2024년 미국의 무역 적자가 1조 2000억 달러에 달한다며 미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주장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린 것은 당연하다. 만약 그의 주장을 풋볼경기와 비교한다면, 그것은 전반전 경기만 보고 후반전 경기는 묵인한 격이다. 현대 무역의 복잡성은 더 이상 단순한 ‘물건(goods)’의 교역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서비스 무역은 이미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했으며, 그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금융 서비스, 첨단 기술 소프트웨어, 대학 교육 및 전문 훈련, 컨설팅, 관광 등 수많은 서비스 분야에서 미국은 상당한 수출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연방경제분석청(Bureau of Economic Analysis)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 서비스 부문에서 2470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달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달러로 환산조차 어려운 막대한 규모의 ‘흑자’가 존재한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로부터 ‘무료’로 유입된 지적 자원, 특히 과학 기술 분야의 인적 자본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 과학 노벨상 수상자의 35%는 이민자들이 차지했으며, 실리콘밸리의 혁신적인 첨단 기업들(Apple, Google, Microsoft, NVIDIA, Tesla 등) 역시 해외에서 건너온 인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성장했다. 끊임없이 유입되는 유학생들과 H-1B 비자 프로그램은 미국의 연구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핵심적인 토대가 되었다. 이러한 인적 자원의 축적은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의 국부를 무려 508%나 성장시키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으며, 이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2~3배나 높은 성장률이다. 결국,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은 다른 나라들로부터 ‘착취(Rip-off)’당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엄청난 혜택을 누려온 것이다. 대다수의 미국 국민들은 이러한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실질적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무역 적자라는 수치를 정치적인 슬로건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오로지 부의 증가만을 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착취’ 주장은 냉정하게 말해 ‘탐욕’에 기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탐욕은 또 다른 탐욕을 낳고, 결국 사회 전체의 부정부패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라도 좁은 시야의 탐욕에서 벗어나, 미국이 축적한 막대한 부의 일부를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을 돕는 데 사용하는 혜안을 보여야 한다. 이는 축복받은 부자들이 마땅히 이행해야 할 도덕적 의무이다. 미국이 진정으로 존경받는 위대한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누려온 부의 혜택을 국제 사회와 공유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용식 / 아이오와 주립대 석좌 교수기고 프레임 무역 서비스 무역 무역 흑자 무역 적자
2025.04.16. 20:11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지구촌을 매섭게 몰아치는 중이다. 관세 폭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의 조치를 놓고 이해 당사국들의 반발과 논쟁도 뜨겁다. 대한민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정치적 혼란 와중에 외교·안보 환경이 급변하면서 말 그대로 ‘내우외환’이 겹치는 양상이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서 영원한 우방인 미국과의 한·미 동맹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 차원의 공식 외교도 중요하지만, 이를 보완해줄 민간 외교의 필요성도 커진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70여 년 많은 우여곡절에도 변함없이 한·미 동맹의 신뢰를 굳건히 구축해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태권도의 가치를 새삼 주목하게 된다. 태권도는 한·미 동맹의 신뢰와 양국 국민의 우의를 확인하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권도는 한·미 동맹의 결속을 강화하는 매개체로서 새로운 역할을 활발하게 모색하고 있다. 미국에는 약 2만5000개 태권도 도장에서 3000여만 명이 수련 중이다. 세계태권도본부인 국기원은 지난해 미국 지부 8곳을 선정하고, 현지 네트워크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64년 대한민국은 태권도 사범을 해외에 처음 공식 파견했다. 광복 80주년이자 태권도 해외 진출 61주년이 되는 올해는 태권도가 미국 땅에서 “얍! 얍! 얍!” 힘찬 기합 소리를 내며 ‘제2의 황금기’를 알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오는 5월 18일 백악관 앞에서 ‘태권도 한마음 대축제’가 펼쳐진다. 국기원 버지니아 지부 주관으로 약 2000명이 참가해 영원한 한·미 동맹을 다짐하는 태권도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7월 17일에는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30주년을 맞은 최대 규모의 축제인 ‘세계 태권도 한마당’이 열린다. 50여 개국에서 5000여명이 참가하는 이 행사에서는 세계적 성악가 조수미 등 한류 스타들이 축하 공연도 한다. 이를 계기로 태권도는 공공 외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것이다. 국기원은 그동안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미국 대통령들에게 명예 9단증(블랙 벨트)을 수여, 한·미 우호를 증진해온 전통이 있다. 필자는 2021년 11월 플로리다주 팜비치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기원 명예 9단증을 수여했다. 당시 그는 “태권도는 최고의 무도(Martial Arts)”라 극찬하면서 “재선에 성공하면 태권도 도복을 입고 의회에서 연설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내아들 배런도 태권도 유단자다. 이런 인연으로 필자는 지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미국 방문을 계기로 만난 상·하원 의원들에게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우호적 협력을 당부했다. 외교위원장을 역임한 그레고리 믹스 하원의원(뉴욕)은 “태권도는 단순한 무도가 아닌 양국 신뢰 구축의 상징으로 작용해 왔다”고 평가했다. 11선의 팀 월버그 하원의원(미시간)은 “한국이 조속히 안정됐으면 좋겠다. 한·미 동맹은 굳건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며 응원해줬다. 국기원은 몇몇 상·하원 의원들에게 명예 단증을 수여했고, 지난 5일부터 상·하원 의원 7명을 대상으로 미국 의회에 태권도 교실을 개설했다. 유력 정치인들이 태권도를 배움으로써 한국 문화를 폭넓게 이해하고, 한·미 동맹과 우호 관계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전환점으로 지구촌 2억여 명이 수련하는 세계적인 스포츠이자 문화콘텐트로 자리매김했다. 유엔 회원국과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은 각각 193개와 211개국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세계태권도연맹(WT)은 회원국이 무려 214개국이고, 국기원 품증·단증을 발급받는 나라는 204개국이다. 태권도는 2018년 필자가 국회의원 재직 시절 의원 225명이 공동 발의한 ‘태권도 진흥 관련법’ 개정으로 대한민국 국기(國技)로서 처음 법적 지위를 갖게 됐다. 태권도는 나라 안팎에서 민간 외교 채널이자 플랫폼으로 순기능을 할 잠재력이 매우 크다. 앞으로도 태권도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동력으로 작동하도록 우리 모두 마음과 지혜를 모으길 바란다. 이동섭 / 국기원장기고 민간외교 트럼프 세계 태권도 태권도 한마음 태권도 해외
2025.03.26. 19:49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 여권상의 성별 구분에서 ‘제3의 성’ 선택이 사라졌다. 생물학적 성별을 바꾼 이들은 난처하게 되었다. 트럼프 정부의 공식적인 성 개념은 보수적인 시각을 반영하여 출생 시 XX 염색체를 가진 사람을 여성으로 정의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성별은 정자가 항상 X 염색체를 포함하고 있는 난자에게 X 염색체를 주면 여성(XX)으로, 반면에 Y 염색체를 주면 남성(XY)으로 결정이 된다. 이러한 생물학적 원칙에 입각해서 트럼프 행정부는 법적 성별을 엄격히 규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성별 구분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는가. 그 이유는 오바마 정부가 성소수자 인권 보호와 평등 증진을 위해 동성결혼 합법화, 군대 내 성소수자 차별 철폐, 성 정체성을 이유로 고용 차별 금지, 성소수자에 대한 의료 서비스 차별 금지, 성소수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학교 내 괴롭힘 방지 정책, 그리고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 가치로 국제적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적극적으로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성별 구분이 애매모호하게 되어서 단순한 이 질문에 대해 정확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서구사회와 동양사회의 역사적, 종교적 그리고 문화적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서구사회에서 ‘사람 (man)’은 성별의 구분없이 인간이라고 부르는 생명체의 총집합을 의미하는 동시에 여자를 제외한 남자만을 의미한다. 여자가 제외되어야만 했던 가장 원천적인 이유는 구약 성경의 창세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하나님이 진흙으로 ‘아담’을 빚어 만드시고, 아담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아서 그를 깊게 잠들게 한 후 그의 갈빗대 하나를 취하여 여자를 만드셨다. 원래 ‘아담 (Adam)’이라는 말은 고유명사라기보다는 히브리어에서 ‘사람(man)’이라는 일반명사로 사용되었으며, 히브리어로 진흙을 뜻하는 ‘adamah’에서 유래한 것이다. 하나님이 창조한 사람은 아담이라는 남자였으며, 여자는 아담의 갈빗대로 만들어진 ‘아담의 짝’에 불과했다. 초기 기독교 문화에 나타난 여성관을 보더라도 여자는 남자를 위해 창조된 존재라는 주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서구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유목문화에서 여자의 위치는 매우 빈약했기 때문에 여자는 예속적이고 소외된 존재였다. 반면에 동양문화권에서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더 중요하며, 더 주체적 의미를 가졌다. 고대 농경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집단의 생사를 좌우하는 생산이었기 때문이다. 생산의 주체가 될 많은 자식을 낳는 여자가 생산성도 높일 수 있었기에 그 집단을 부강하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동양의 농경문화에서 여자의 위치는 직접 생산수단을 소유할 뿐 아니라 집단의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불가결하기 때문에 여자는 존재의 독립적 기반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서구사회와 동양사회의 역사적 배경을 볼 때, ‘여자’에 관한 질문은 단순히 생물학적 성별을 구분하는 것을 넘어 여성의 시대와 문화, 종교 그리고 개인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으로 확대되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어떻게 하느냐가 심지어 정치적으로 또는 종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한 예로, 필자가 참석하는 교회의 목사님이 설교 중에 “이전에는 한 목회자의 신학적 정통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삼위일체’에 관한 질문을 했었지만, 이제는 ‘여자란 무엇인가’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그 목회자의 신학적 정통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오늘날 성별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정책적 변화가 아니라, 서구와 동양의 역사, 문화, 종교가 얽힌 복합적인 문제다. 이에 대한 해석과 대응 방식 역시 각 사회의 역사적 배경과 철학적 관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성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화두로 남을 것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기고 성소수자 차별 성소수자 인권 금지 성소수자
2025.03.25. 19:41
한국에서 원폭 피해자 1세와 2세들이 뉴욕에 왔다. 3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반핵운동가들과 함께 유엔 제3차 핵무기사용금지조약(TPNW) 당사국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TPNW는 더 잘 알려진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한계를 넘어선 국제 협약이다. 핵무기 개발, 실험, 생산, 비축, 주둔, 이전, 사용 그리고 사용 위협과 이에 대한 지원을 전면 금지하는 조약이다. 2017년 129개국이 찬성했고 현재까지 94개국 서명, 73개국 비준까지 마쳤다. 이 조약을 이뤄낸 국제핵무기폐기운동(ICAN)은 2017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또 지난해에는 전 세계의 핵무기 폐기를 호소해온 ‘일본 원수폭 피해자 단체협의회’가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TPNW가 관심을 끌었다. 뉴욕 방문에는 일본 단체 초청으로 지난해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함께 했던 이태제 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 회장, 일본에서 40여 년간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위해 활동한 이치바 준코 ‘한국원폭피해자 지원모임’ 대표도 함께했다. 또 내년 뉴욕에서 원폭 피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원폭피해자국제민중법정’ 개최를 준비 중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대표들도 왔다. 안타깝게도 TPNW에는 핵무기를 보유 국가들은 물론 미국 핵우산 아래 있는 한국, 일본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피폭자 70만 명(이 가운데 10%가 넘는 10만여 명이 한국인)이 미국의 핵폭탄 투하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는데 정작 그 국가들은 TPNW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그런 까닭에 원폭 피해자들이 중심이 돼 반핵운동을 펼쳐 나가고 있으며 특히나 일본과 달리 전범 국가도 아닌 한국의 원폭 피해자들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이고, 미국의 원폭 투하 8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8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핵전쟁 위협은 가실 기미가 없다. 이태제 회장은 “한국인 원폭 피해 생존자가 1622명, 원폭 피해 후손이 3100여 명”이라며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한국인 피해 현실을 최대한 알렸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1세 피폭자인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정원술 회장과 함께 한복을 입고 시상식에 참여했다. 비록 상은 일본 단체가 받았지만 한국인 피해자들이 함께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해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와 함께 한국은 노벨상 두 개를 받은 셈이다. 이분들의 소망은 2045년 원폭 100년이 되기 전 핵무기 없는 지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바람과 달리 한국에서는 핵무장 지지 여론이 퍼지고 있다. 그리고 핵무기 관련 군비 제재 규정을 파기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정치권의 어이없는 주장이 들리는 등 세상은 거꾸로 가는 듯하다. 한인사회와 미국의 평화운동가들이 원폭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행사가 7일 오후 7시 뉴욕 플러싱 글로우 컬처럴센터(문의 201-546-4657)에서 열린다. 미주한인평화재단은 지난해 미주한인단체로는 처음으로 ICAN에 가입했다. 그리고 원폭 피해자들의 활동을 힘닿는 대로 도울 계획이다. 미국의 시민단체가 인류 역사상 핵폭탄을 사용한 유일한 국가인 미국의 죄를 씻는데 나서야 하는 까닭이다. 김갑송 / 민권센터 국장기고 피폭자 생존 이태제 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정원술 한국원폭피해자 지원모임
2025.03.05. 18:51
지난해 11월6일 한인사회의 원로 김병목 박사가 향년 96세로 별세했다. 요즈음은 주변에 건강했던 사람들이 느닷없이 암에 걸렸다고도 하고, 심장 질환은 물론 이상한 증세로 부음을 알린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고 김 박사는 고령이셨지만 평소에 식사도 잘하시고 날마다 분주하게 사셨기에 100세를 거뜬히 넘기시리라고 기대했는데, 부인과 가족은 얼마나 놀라셨을까. 1981년에 추대를 받고 샌디에이고 한인회장을 역임한 후 평생을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했다. 의사 면허증을 연장하며 90세 넘도록 동갑내기 부부는 운전을 했다. 의료보험이 없는 한인들이 도움을 청하면 언제든지 청진기를 들고 달려가 진찰과 처방을 해주던 따뜻한 인술가였다. 그는 경성의전(현 서울의대)을 다니다 당시 문교부 소속 고문이었던 미국인(로버트 깁슨)의 도움으로 1948년 미군함을 타고 유학왔다. 1958년 콜롬비아 의대를 졸업하고 1962년 샌디에이고 스크립스 클리닉에서 흉곽 내과 전문의자격을 취득했다. 1971년부터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의 의대 임상교수를 시작으로 라호야에 정착했다. 김 박사는 학문과 독서를 사랑했다. 한국 방문 때마다 책을 사와 거실 한편에 쌓아두고 탐독하곤 했다. 또 집안 곳곳에 집안 어른들의 가족 사진들과 명화들이 걸려 있어 가족애와 예술적 감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아들 바이런이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을 때, 김 박사는 의사로서의 현실을 실감하며 아들의 선택을 오히려 반겼다. 그는 “요즘은 의사들도 병원에서 세일즈를 해야 하니, 차라리 다른 길을 가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서도 늘 “의사의 본분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는 신념을 강조했다. 가족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장인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집으로 모셔와 지극정성으로 돌봤고, LA에 있는 아픈 처제와 처남을 찾아 장시간 운전하는 다정한 형부이자 매형이었다. 친척 간의 교류가 점점 줄어드는 현대사회에서 그의 따뜻한 가족애는 더욱 빛났다. 올해는 고 김 박사 부부의 결혼 70주년이 되는 해다. 지인들이 장례식을 문의했지만, 가족들은 조용히 애도하길 원했다. 그는 서대문 충정로에서 부친 김성환과 집안 어른들로부터 민족 교육을 받으며 역사와 소명 의식을 확고히 다진 애국자였다. 특히 인천의 맥아더 동상을 지키기 위해 매년 고국을 방문하며,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흔들리는 것을 깊이 염려했다. 한평생 한인사회와 조국을 위해 헌신한 김병목 박사의 삶은 그 자체로 귀감이 된다. 그의 헌신과 가르침은 후대에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최미자 / 수필가기고 김병목 박사 박사 부부 원로 김병목 샌디에이고 한인회장
2025.02.26. 19:38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위해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비밀리에 소련 핵과학자 영입을 추진했다. 당시 한 명의 소련 과학자 월급이 1만 달러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지속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김씨 왕조 체제를 유지하는 결정적 카드가 되었다. 이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의 정책은 정권에 따라 달랐다. 보수 정부는 한미 관계 강화를 통해 북한의 핵 개발을 강력히 견제하는 전략을 펼쳤다. 반면, 진보 정부는 대북 유화정책을 추진하며 마치 통일이 눈앞에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약화하기는커녕 더욱 강화되었다. 북한은 대남, 대미, 국제사회에 대한 일관된 전략 아래 체제 유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다. 이와 달리 대한민국 정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급변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보수와 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북한에 대한 정책이 일관되지 못했고, 그로 인해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웠다는 점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좋은 정책이 마련되더라도 다음 정부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은 대한민국의 정책적 연속성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대북정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정책 전반이 단기적 성과에 집중되면서 장기적인 비전과 연속성이 부족하다. 이는 과학기술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선진국들이 AI, 로봇, 양자컴퓨터 등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서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로 성과를 내는 반면, 대한민국은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단절되거나 축소되면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기초과학이 무너지면 응용과학 또한 설 자리를 잃는다. 기초과학 연구는 학교와 연구소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연구비 투자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연구자들에게 막중한 책임감을 부여함과 동시에, 연구 환경과 혜택을 보장하여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제적 특허 취득과 산업계로의 기술 이전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출산율 저하로 인해 기초과학 인재 양성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기초과학을 활성화하고, 연구자들이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최적의 연구 환경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가장 먼저 삭감되는 것이 기초과학 연구비인데, 특히 기후변화 및 환경 연구에 대한 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큰 문제다. 선진국들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일관된 정책을 유지한다. 새 정부는 이전 정부의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며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 이러한 정책 연속성은 대한민국에서도 반드시 정착되어야 한다. 정치, 경제, 과학, 대북 정책을 포함한 모든 국가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한다면,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도 흔들림 없는 국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특히, 지난해 연구비 삭감으로 인해 과학계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을 고려할 때, 일관된 정책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일관성 있는 정책은 국제적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오히려 대한민국의 생존 능력을 배가시킬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정책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필수적인 전략이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일관성 경쟁력 과학기술 정책 대북 유화정책 정책적 연속성
2025.02.25.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