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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68년만의 스푸트니크 모멘트

Los Angeles

2025.09.1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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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나 정 / LA독자

레지나 정 / LA독자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다. 미국은 이를 단순한 기술 성취로 보지 않고, 자국 교육과 과학 체계의 실패이자 전략적 이념적 위협으로 받아들여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역사는 이를 ‘스푸트니크 모멘트’라 기록한다.
 
미국의 대응은 전례 없이 신속하고 체계적이었다. 과학, 기술, 수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대대적인 개혁과 투자가 이어졌다. 불과 1년 만에 항공우주국(NASA), 국방고등연구 계획국(DARPA)을 신설했고, 국방교육법을 제정해 과학 교육을 강화했다.  
 
첫 유인 우주비행 프로그램인 ‘머큐리 계획’을 시작해, 결국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성공했다. 동시에 국가과학재단(NSF) 예산을 3배로 증액해 연구 개발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과의 본격적인 과학 경쟁 속에서, 미국의 과학 정책은 과거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초 과학 연구비를 대폭 삭감하고, 공공 연구 기관을 폐쇄했으며, 외국인 연구자에 대한 규제도 강화했다.  
 
국력은 인재, 국방력, 경제력의 조화에서 나온다. 특히 과학자, 의사, 엔지니어 등 핵심 인재의 유출은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정부의 과학 정책이 흔들리면서 연구 현장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다. 권위있는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2025년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 과학자의 75% 이상이 해외 이주를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통계를 보면 과학계의 위기는 더욱 분명해진다. 미국 대학 연구비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NSF는 예산이 56% 삭감되고 직원의 10%가 해고됐다. 의학과 생명과학 연구를 이끄는 국립보건원(NIH)도 예산이 40% 줄면서 1000명 이상의 감축 조치가 이뤄졌다. 불과 8개월 사이, 두 기관에서 3000~4000건의 연구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취소됐다.
 
이 밖에도, 환경보호청(EPA), NASA 과학임무부(SMD), 국립해양대기청(NOAA), 에너지부(DOE), 미국지질조사국(USG),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주요 기관들의 예산도 줄줄이 삭감됐다. 또한, 지난달에는 단백질 합성(mRNA) 기술을 이용한 22개의 백신 연구 계약이 취소됐다. 이는 단순한 예산 조정이 아니라 미래 기술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위험한 결정이다.
 
학자들은 과거 어느 국가도 이처럼 빠르고 조직적으로 자국의 핵심 경쟁 우위를 스스로 허물은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반면, 중국은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연구 개발비를 18배 늘렸다고 중국전문가포럼(CSF)이 분석했다. 그 결과, 여러 과학 분야에서 논문 영향력과 특허 수에서 이미 미국을 크게 추월했다.
 
미국의 과학 패권은 1945년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절정에 달했다. 과학 투자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창의성과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전략 자산이다.  
 
지금 미국은 ‘제 2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맞이하고 있다. 정부가 인공지능(AI)에 쏟는 지원만큼 과학에도 과감히 투자하고, 인재 유치와 기초연구 지원을 확대한다면 과학 혁신은 되살아나 미국의 미래를 다시 밝힐 것이다. 혁신은 인류를 전진시키며, 국가의 미래는 과학에 달려 있다.

레지나 정 / LA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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