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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스라엘 심포지엄이 남긴 교훈

Los Angeles

2025.12.14 16:50 2025.12.1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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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주 코리아콘퍼런스 회장

제니 주 코리아콘퍼런스 회장

지난 3일, 코리아타운의 오드리 이마스 파빌리온(Audrey Irmas Pavilion)에서 열린 이스라엘 총영사관 주최 AI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행사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는 이스라엘이 지금 어떤 시대적 고난 속에 놓여 있는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건물 밖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위자들이 몰려 있었다. 고함을 지르며 구호를 외치는 그들의 모습은, 오늘날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깊은 분열의 단면처럼 보였다.
 
입장 보안 절차는 공항 검색을 방불케 할 만큼 삼엄했다. 철저한 검색과 여러 겹의 시큐리티 라인은 이 공동체가 지금 얼마나 상시적인 위협 속에 놓여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진짜 충격은 행사 도중 찾아왔다. 연사들의 발표가 한창 이어지던 중, 관객들 사이에 섞여 있던 몇몇 시위자들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신호라도 맞춘 듯 소란은 여러 차례 반복됐고, 그때마다 보안요원들이 그들을 제압해 끌어내는 장면이 내 바로 옆에서 펼쳐졌다.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은 단순한 놀라움이 아니었다. “유대인 공동체는 이런 긴장과 위협을 일상의 일부로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현실이 또렷하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행사장은 무너지지 않았다. 방해 속에서도 연사들은 끝까지 침착하게 발표를 이어갔고, 보안팀은 흔들림 없이 대응했다. 오히려 그 절제된 대응과 질서 속에서 이 공동체의 단단한 내구력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위기는 일상이다. 수천 년 동안 전쟁과 추방, 학살과 박해를 견뎌내며 살아남아야 했던 민족. 그 혹독한 역사 속에서 축적된 생존의 정신력이 오늘의 이스라엘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되고 있었다.
 
한 연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새로운 무기를 찾기보다, 지금 우리가 가진 것으로 살아남는 법을 오래전에 배웠습니다.”
 
이 말은 단순한 군사적 수사가 아니었다. 국가 운영, 기술 개발, 경제 전략 전반을 관통하는 이스라엘 특유의 생존 철학처럼 들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AI를 주제로 한 기술 행사였지만, 동시에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혁신의 국가’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들의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력이 아니라, ‘환경이 만들어낸 DNA’였다. 첫째, 문제가 생기면 즉시 해결하려는 문화다. 위기 속에서 문제 해결은 곧 생존이었다. 둘째, 두려움보다 실행을 선택하는 태도다. 실패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실험의 과정일 뿐이었다. 셋째, 연결된 공동체의 힘이다.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서로를 지탱하고, 한 사람이 쓰러지면 모두가 함께 다시 일으켜 세운다.
 
행사장을 나서며 나는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지금 어떤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가.”
 
한국 역시 전쟁과 가난을 딛고 일어선 나라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는 성장보다 분열과 갈등이 더 크게 드러나고 있다. 내부의 균열은 공동체의 체력을 가장 빠르게 소모시키는 요인이다.
 
이스라엘의 생존 철학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위기일수록 더 단단히 뭉쳐야 한다는 것, 새로운 조건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가진 것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공동체가 강해야 나라 역시 강해진다는 사실이다.
 
그날 마지막 연사가 남긴 말이 아직도 귀에 남아 있다.
 
“우리는 더 강하고 더 단결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We have to build stronger and more united communities.)”
 
시위자들이 난입하던 혼란의 순간에도 끝내 무너지지 않았던 공동체의 질서와 단단함, 그것이 바로 이스라엘이 끊임없는 위기 속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혁신국으로 남아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그 교훈은 오늘의 한국과 한인사회가 반드시 되새겨야 할 메시지이기도 하다.

제니 주 / 코리아콘퍼런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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