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코리아타운의 오드리 이마스 파빌리온(Audrey Irmas Pavilion)에서 열린 이스라엘 총영사관 주최 AI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행사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는 이스라엘이 지금 어떤 시대적 고난 속에 놓여 있는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건물 밖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위자들이 몰려 있었다. 고함을 지르며 구호를 외치는 그들의 모습은, 오늘날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깊은 분열의 단면처럼 보였다. 입장 보안 절차는 공항 검색을 방불케 할 만큼 삼엄했다. 철저한 검색과 여러 겹의 시큐리티 라인은 이 공동체가 지금 얼마나 상시적인 위협 속에 놓여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진짜 충격은 행사 도중 찾아왔다. 연사들의 발표가 한창 이어지던 중, 관객들 사이에 섞여 있던 몇몇 시위자들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신호라도 맞춘 듯 소란은 여러 차례 반복됐고, 그때마다 보안요원들이 그들을 제압해 끌어내는 장면이 내 바로 옆에서 펼쳐졌다.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은 단순한 놀라움이 아니었다. “유대인 공동체는 이런 긴장과 위협을 일상의 일부로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현실이 또렷하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행사장은 무너지지 않았다. 방해 속에서도 연사들은 끝까지 침착하게 발표를 이어갔고, 보안팀은 흔들림 없이 대응했다. 오히려 그 절제된 대응과 질서 속에서 이 공동체의 단단한 내구력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위기는 일상이다. 수천 년 동안 전쟁과 추방, 학살과 박해를 견뎌내며 살아남아야 했던 민족. 그 혹독한 역사 속에서 축적된 생존의 정신력이 오늘의 이스라엘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되고 있었다. 한 연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새로운 무기를 찾기보다, 지금 우리가 가진 것으로 살아남는 법을 오래전에 배웠습니다.” 이 말은 단순한 군사적 수사가 아니었다. 국가 운영, 기술 개발, 경제 전략 전반을 관통하는 이스라엘 특유의 생존 철학처럼 들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AI를 주제로 한 기술 행사였지만, 동시에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혁신의 국가’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들의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력이 아니라, ‘환경이 만들어낸 DNA’였다. 첫째, 문제가 생기면 즉시 해결하려는 문화다. 위기 속에서 문제 해결은 곧 생존이었다. 둘째, 두려움보다 실행을 선택하는 태도다. 실패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실험의 과정일 뿐이었다. 셋째, 연결된 공동체의 힘이다.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서로를 지탱하고, 한 사람이 쓰러지면 모두가 함께 다시 일으켜 세운다. 행사장을 나서며 나는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지금 어떤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가.” 한국 역시 전쟁과 가난을 딛고 일어선 나라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는 성장보다 분열과 갈등이 더 크게 드러나고 있다. 내부의 균열은 공동체의 체력을 가장 빠르게 소모시키는 요인이다. 이스라엘의 생존 철학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위기일수록 더 단단히 뭉쳐야 한다는 것, 새로운 조건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가진 것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공동체가 강해야 나라 역시 강해진다는 사실이다. 그날 마지막 연사가 남긴 말이 아직도 귀에 남아 있다. “우리는 더 강하고 더 단결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We have to build stronger and more united communities.)” 시위자들이 난입하던 혼란의 순간에도 끝내 무너지지 않았던 공동체의 질서와 단단함, 그것이 바로 이스라엘이 끊임없는 위기 속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혁신국으로 남아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그 교훈은 오늘의 한국과 한인사회가 반드시 되새겨야 할 메시지이기도 하다. 제니 주 / 코리아콘퍼런스 회장기고 이스라엘 심포지엄 이스라엘 총영사관 이스라엘 특유 이스라엘 사람들
2025.12.14. 17:50
이스라엘 LA총영사관이 3일 LA한인타운 한복판에서 ‘공공안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외교 공관이 주재국 내 특정 이민자 커뮤니티, 그것도 한인사회의 리더 100여 명을 초청해 안전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이스라엘 총영사관이 한인 언론을 통해 행사의 홍보와 취지를 직접 설명하며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 커뮤니티가 한인사회와의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 바하르 총영사도 인터뷰에서 이번 행사를 “시작점(starting point)”이라고 규정하며 앞으로 한인사회와 더 넓고 깊은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수세기 동안 외세의 침략을 견뎌내고, 현대에 이르러 문화와 과학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는 공통의 역사적 배경을 공유한다. 또한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안보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현실 또한 닮아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심포지엄이 공공안전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특히 치안 불안에 시달리는 한인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스라엘은 상시적인 테러 위협 속에서 고도의 보안 시스템과 커뮤니티 방어 기제를 구축해 온 나라다. 이날 행사에서는 보안 전문기업 CEO, AI 안전기술 연구자 등이 직접 나서, 정부 지원 없이도 지역 커뮤니티가 스스로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했다. LA 폭동의 트라우마를 안고 있으며 최근 노숙자 문제와 증오 범죄, 그리고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고심하는 한인사회에 그들의 안전 노하우는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사실 두 커뮤니티는 이미 물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이웃이다. 한인타운 한복판인 윌셔 불러바드와 하바드 길에는 유서 깊은 유대교 회당(Wilshire Boulevard Temple)이 자리 잡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한 울타리 안에 있었지만, 그동안 정서적 교류나 실질적인 협력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할 한인 여성이 무대위에 올랐다. 한국과 이스라엘에서 활동해온 CCM 가수 조성은 씨다. 그가 히브리어·한국어로 번안한 노래를 선보인 무대는, 두 민족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상징적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이스라엘이 한인사회에 건넨 ‘첫 번째 손짓’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공동의 이익으로 발전시키느냐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한인사회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각종 위기 대응, 공공안전, 지역 치안 강화 등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더 강한 연대, 더 촘촘한 협력만이 불안한 시대를 함께 이겨낼 수 있는 길이다. 이스라엘 총영사관이 한인사회에 보낸 초대장이 양 커뮤니티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사설 이스라엘 연대 이스라엘 커뮤니티 이스라엘 la총영사관 이스라엘 총영사관
2025.12.03. 19:17
시카고 소재 이스라엘 총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수 십 명이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시카고 다운타운 500 웨스트 매디슨 스트릿 소재 이스라엘 총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펼쳤다. 이날 시위를 이끈 '비하인드 에네미 라인스'(Behind Enemy Lines)는 시카고서 진행 중인 민주당 전당대회(DNC)의 중단과 함께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중단을 요구했다. 경찰에 따르면 시위 도중 일부가 경찰에 무력을 행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여성 경찰관에 대한 폭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시위대 56명을 체포했는데 46명은 경찰 명령 불복종 혐의, 12명은 경범죄혐의다. 한 명에게는 중범 혐의가 적용됐다. 이날 체포된 시위대 가운데 최소 22명은 타 지역 주민이었으며 시위대 2명과 경찰 2명이 각각 부상했다. 래리 스넬링 시카고 경찰청장은 "시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지만 시카고에 피해를 입히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그냥 둘 수는 없다"며 "도시 곳곳에서 폭력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체포하고, 시카고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전범들과 DNC를 진행하면서 막상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체포하는 매우 어이 없는 상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Kevin Rho 기자이스라엘 총영사관 이스라엘 총영사관 시위대 가운데 시위대 56명
2024.08.22. 1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