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투 트랙(two-track) 경제’라 부르며, 주식과 부동산을 보유한 고소득층, 고령층의 ‘활발한 경제’와 나머지 계층이 체감하는 ‘정체된 경제’로 양분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현상은 경제 성장의 혜택이 고르게 분배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8월 기준 하위 33% 가구의 연소득 증가율은 0.9%에 불과했지만, 상위 33% 가구는 3.6% 늘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상위층의 올해 2분기 소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나머지 계층은 지갑을 닫았다고 했다. 9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최저치로 떨어졌다.
경제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불황은 아니다. 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AI)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S&P 500 지수도 올해 들어 12% 상승했다. 금융시장은 여전히 새로운 백만장자를 배출하고, 부유층 소비가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항공사들은 고소득층의 신용카드 마일리지 사용처를 위해 최첨단 라운지를 짓고 있으며, 이들 자녀의 결혼율은 다른 계층보다 월등히 높다.
반면 자산이 없는 중하위층은 점점 팍팍하다. 노동시장은 경직돼 더 나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주거, 의료, 식료품, 공공요금 등 필수 지출은 인플레이션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이직이나 이사, 주택 구매를 포기하면서 ‘경제적 사다리’는 멈춰 섰다.
8월 이후 노동 시장은 급격히 악화됐다. 이는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를 단행한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 기업 해고는 5년 만에 최대, 신규 채용은 2009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공식 실업률은 4.3%이지만, 정규직을 원하는 파트타임 근로자와 구직 단념자를 포함하면 실질 실업률은 8.1%에 이른다. 대졸자 실업률은 6.5%, 청년층(16~24세)은 10.5%로30년 만에 최악이다.
장기 실직자 문제도 심각하다. 27주 이상 실직 상태가 지속된 ‘장기 실직자’는 약 200만명으로 전체의 26%다. 이 중 3분의 1이 대졸자다. 이 수치는 경기 침체기에나 볼 수 있는 비율로, 노동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 AI 시대의 도래는 현재의 일자리를 미래 수요에 맞게 재편해야 할 과제를 던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기업들의 이익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것이다. 매출 확대보다는 비용 절감, 신기술 도입, 가격 인상이 주요인이다. 특히 AI 활용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고 인건비를 줄인 효과가 컸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주요 테크 기업들이 대표적 사례다.
경제 성장의 혜택이 특정 계층에만 집중되면 다수의 국민은 호황의 그늘 속에서 점점 더 깊은 정체를 겪게 된다.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를 지탱한 것은 강력한 노동 시장이었다. ‘투 트랙 경제’가 굳어지지 않도록 ‘포용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물가 안정과 유연한 노동 시장, 관세와 공급망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AI 직무 훈련 확대, 청년 고용 인센티브, 블루 칼러 일자리의 미래 보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책이 고소득 중심으로 기울지 않도록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