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도움 요청했다 피살, 멀기만 한 진실 규명
정신질환자 대응 문제 부각
정치인들 모르쇠로 외면
발포 경관 아무 징계 없어

1.사건 당일 2024년 5월 2일. 경찰 총격에 사망한 고 양용(당시 40세) 씨의 유가족들이 에런 폰세 당시 올림픽 경찰서장에게 사건 경위를 듣고 있다. 2.장례식 2024년 5월 30일. 고 양용씨의 장례식이 할리우드 포리스트론에서 열렸다. 부친 양민 박사가 조문객을 맞고 있다. 3.규탄 집회 2024년 6월 2일. 10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총격 살해된 양용씨 사건에 대해 법집행기관의 잔혹 행위를 규탄하고, 정신질환자 대응 방식의 개선을 요구했다. 4.커미셔너 미팅 지난 4월 8일. 양박사가 LA 경찰위원회에서 경찰의 과잉 대응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부모는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 아버지 양민 씨는 “단지 병원에 입원시키려 도움을 요청했는데 경찰의 잘못된 판단으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우리 아이는 범죄를 저지르지도, 수배를 받은 상황도 아니었다”고 한탄했다.
사건은 LA카운티 정신평가이동팀(PMRT)의 한인 직원인 윤수태 씨의 신고 전화가 발단이 됐다. 그는 정신 건강 전문가라면서도 별다른 대안 없이 경찰에 양 씨를 신고했다. 이날 오전 11시 10분쯤 현장에 도착한 6명의 경관은 20여 분 후 아파트 문을 열고 진입하다 거실에서 부엌칼을 들고 있던 양 씨에게 곧바로 총격을 가했다. 문을 연 지 단 8초 만에 발생한 비극이다.
LA카운티 검시국 보고서에 따르면 양 씨의 사인은 ‘피살(Homicide)’이다.
이 사건은 LAPD의 정신질환자 대응 수칙 부재 문제를 드러냈다. 사건 당시 현장에서 지휘를 맡았던 올림픽 경찰서 소속 경관들은 부모에게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 강제로 나오게 할 수 없다”며 ‘침입’ 명목으로 체포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비살상 무기 ‘빈백(bean bag)’을 든 경관이 있었음에도 총격을 가해 살해했다.
한인 사회에서 시위 등을 통해 분개하는 여론이 일자, 정치인들은 곧장 개선을 약속했다.
캐런 배스 LA시장은 “경찰의 대응 방식을 고치겠다”고 했고, 네이선 호크먼 LA카운티 검사장은 선거 전 후보일 때 LA한인회에서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말은 허울만 남았다.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본지는 진실을 위해 공공기록법 근거해 LA시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정보 공개 청원을 승인했으나, LAPD는 당시 영상, 녹취록 등을 한꺼번에 공개하지 않고, 부분적 공개를 통해 시간만 끌고 있다.
결국 LA경찰위원회는 양 씨를 총격 살해한 안드레스 로페즈 경관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위원 중 일부는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무엇이 문제였는지는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사람을 죽인 로페즈 경관은 별다른 징계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올림픽 경찰서에서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정보 공개 소송을 맡은 정찬용 변호사는 “이 사건은 경찰의 현장 대응 실패, 정신건강국의 부실한 대처 두 가지 모두 문제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형재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