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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수입업자들 “매일이 전쟁”

[기획] 트럼프 미·중 관세전쟁에 새우등 터진 한인 경제
(상) 한인 수입업자들 “매일이 전쟁같아, 예상도 어려워”
한인 뷰티서플라이 업체들, 2주 새 가격 세 번이나 인상
물건 값보다 높은 관세, 소규모 도매상들 사업 접을 위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부과 전후로 급변한 미국의 수입 컨테이너 예약 추이. 올해 3월까지 재고 확보 경쟁에 수입 예약건수가 급증했지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부과된 4월 초부터 수입이 급감했다.  [자료 컨테이너 추적 서비스 Vizion]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부과 전후로 급변한 미국의 수입 컨테이너 예약 추이. 올해 3월까지 재고 확보 경쟁에 수입 예약건수가 급증했지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부과된 4월 초부터 수입이 급감했다. [자료 컨테이너 추적 서비스 Vizion]

#. 중국에서 퀼트 원단을 수입, 유대인 업체들에 공급해 오던 A업체의 한인 수입업자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최대 145%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부담하기 어려운데, 그렇다고 다른 공장을 찾으려니 눈앞이 깜깜하다. 그는 “캄보디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상호관세 부과가 미뤄진 나라 공장을 수소문하고는 있는데, 지금껏 합을 맞춰 온 공장을 한 번에 바꾼다는게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전했다.
 
#. 한인들의 대표 산업 중 하나인 뷰티서플라이. 가발과 헤어블레이드, 헤어롤과 헤어핀 등 대표 품목의 도매물가는 중국산 관세적용 이전 대비 2배 이상으로 올랐다. 흑인 커뮤니티와 밀접한 데다, 한인의 역사가 녹아 있는 사업이라 쉽게 수입을 줄일 수도 없다. 대규모 뷰티서플라이 도매상들은 이미 공급 가격을 올렸고, 소매업주들도 최근 2주 사이에만 가격을 세 번이나 올렸다. B업체 관계자는“14달러에 팔던 제품을 이제 최소 30달러를 받아야 가게 운영을 할 수 있다”며 “가격을 말하면 손님들이 ‘홀리X’을 외치며 욕을 하고 나간 경우도 다수”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으로 한인 수입상들도 아우성이다. 특히 대부분의 제품을 중국에서 수입해 오던 업주들의 타격이 만만찮다. 10만 달러 규모의 물건을 미국으로 들여온다면 여기의 145%, 14만5000달러를 관세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사실상 사업을 이어갈 수가 없어서다. 4월 초 대중국 관세가 부과되기 직전 한인 수입상들도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관세가 부과된 직후엔 수입을 확 줄였다. 컨테이너 추적 서비스 비지온에 따르면, 4월 14일부터 시작된 주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컨테이너 예약량은 전년동기대비 45% 감소했다.  
 
중국에 메인 공장을 뒀거나, 사업상 얽힌 한인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관세를 부담하고 있다. 뷰티서플라이, 액세서리 부자재 사업, 원단, 화장품 수입업자 중 공급선 변경이 어려운 곳들은 이미 145% 관세를 내고 있다.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타격은 더 크다. 중국에서 물건을 수입, 뉴저지에서 도매업을 하고 있는 한 한인은 벌써 관세를 두 번이나 냈다. 그는 “사업을 할 의미가 없는 수준인데다 최근엔 DHL 배송도 쉽지 않다”며 “회사생활만 하다 처음으로 도전한 사업인데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관세 걱정에 보세창고 보관, 환적·가격 속이기까지”

 
보세창고료 부담하며 버티기, 위험 감수하고 세관 속이기도
화장품 패키징 등 미국 내 제조기반 만들기도 어려워
 
“사실 수입품 가격을 속이거나, 중국산을 한국으로 배송해 포장만 바꾸는 것은 세관에서 걸릴 위험도 있어요. 그렇다고 145% 관세를 부담하면서 장사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니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을 하는 셈입니다.”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된 최대 145% 관세 타격이 큰 탓에, 한인 수입상들은 갖가지 방법으로 부담을 줄이려 애쓰고 있다. 재고를 최대한 확보하거나, 창고비를 부담하면서까지 보세 구역에 보관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세관 단속 위험을 감수하고 아직 상호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나라로 환적하거나 가격을 속여 신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4월 첫째 주에 미국에 수입될 것으로 예약된 의류.섬유.우산.금속 등 주요 수입품이 직전주 대비 50% 이상 급감 추세를 보였다. 대규모 관세를 부담해야 할 위기에 처한 수입업자들이 중국산 제품 수입을 확 줄인 결과다.  [자료 컨테이너 추적 서비스 Vizion]

4월 첫째 주에 미국에 수입될 것으로 예약된 의류.섬유.우산.금속 등 주요 수입품이 직전주 대비 50% 이상 급감 추세를 보였다. 대규모 관세를 부담해야 할 위기에 처한 수입업자들이 중국산 제품 수입을 확 줄인 결과다. [자료 컨테이너 추적 서비스 Vizion]

 
“창고요금이 관세보다 더 싸”=중국에서 제조한 화장품을 수입하는 한인 수입상. 이 업체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부과가 발표되자마자 뉴저지주에 위치한 보세창고(Bonded Warehouse)를 수소문해 확보했다. 매월 수천 달러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그래도 145% 관세보단 낫다는 판단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최대한 관세를 천천히 내기 위해 찾은 방법”이라며 “미중 협상이 잘 풀리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업체들이 몰리면서 뉴욕, 뉴저지 일대 보세창구는 이미 꽉 들어차 빈 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다만 무턱대고 재고를 쌓아두는 것도 꼭 해답은 아니다. 조원형 미주뷰티서플라이총연합회 전 회장은 “뷰티 제품 유행은 2년이면 변하기 때문에 이 또한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위험 감수하고 환적, 가격 속이기도=중국산 플라스틱 용기와 주방용품, 생활용품을 수입하는 한 한인 업체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가 부과된 후 한국·베트남으로 우회해 미국으로 물건을 가져오고 있다. 중국과 달리 90일간 다른 나라에는 상호관세 유예 조치를 해 줬기 때문이다. 오딧 과정에서 발각돼 벌금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은 관세부터 피하고 보자는 심정이다. 아예 대놓고 물건 가격을 낮춰 신고하는 업체도 있다. 또다른 수입업자는 중국산 물건을 ‘개당 1달러’ 처럼 최대한 낮춰 신고하고, 관세를 줄이고 있다. 유정학 전 뉴욕한인경제인협회 회장은 “의심을 사게 되면 5년치 수입 기록은 물론 공정 과정까지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제조기반 알아보지만 기반 턱없이 부족=관세 때문에 골치를 썩던 한인 업체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누차 강조한 것처럼 “아예 미국에 공장을 만드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까지 이어진 이들도 있다. 유 전 회장은 “한인 중에서도 케미칼이나 화장품 등을 미국서 제조하는 방법을 고민 중인 이들도 있다”면서도 “문제는 패키징이나 비닐, 플라스틱 등 제조 기반을 만들 생태계가 없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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