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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침에] 당근거래를 해보니

이정아 수필가

이정아 수필가

미국에서 구입한 첫 집에서 37년째 살고 있다. 요령이 없는 것인지 능력이 없는 것인지 집을 늘려가지도 바꾸지도 못하고 산 지 오래되었다. 아들아이가 결혼하고 독립하여서 더 넓은 집이 이젠 필요하지도 않다. 세월만큼 살림살이도 쌓여, 버려야 할 허섭스레기도 산과 같다. 버리자니 정이 들어 버린다 버린다 하며 끼고 살았다. 친정 엄마 돌아가신 후의 심란했던 엄마의 짐 정리가 생각이 났다. 크지 않은 아파트에 장롱마다 광마다 가득했던 물건들은 분류에 지쳐 동생이 비용을 써가며 새 물건조차 모두 버렸다고 한다.
 
징글징글하다는 동생의 평에, 엄마처럼 쟁여놓는 스타일의 나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후로 ‘봄맞이 대청소 기간’을 정했다가 흐지부지하길 수년 째. 어떤 해는 ‘굿 윌’에 보내기도 하고, 교회 야드세일에 내놓기도 했지만 시원치 않아 얼마 전 다른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 한국의 당근마켓(당신 근처의 마켓 줄임말)처럼 LA에도 중고거래앱이 생겼다기에 일단 남들은 어떻게 하나 살펴보다가 가입을 했다.
 
별의별 물건이 다 나온다. 가구, 온돌침대, 마사지체어부터 명품백에 신발, 의류, 육아용품에 이르기까지, 밥주걱에 조리기구 등 소소한 것도 있어 종일 구경만 해도 재미있다. 물건을 팔아야 집정리가 될 텐데 남의 물건 구경만 하다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남이 내놓은 조말론(Jo Malone) 향수를 보고, 향기가 나와 안 맞아 쓰지 않는 조말론을 내놓아봤다. 100밀리 큰 것이 시중에선 150불 정도 하는데 50불로 내놓으니 금방 팔렸다. 새 신발 하나와 핸드백 두 개도 팔렸다. 현금이 들어오니 너무 재미있어서 팔릴만한 물건이 무엇일까를 스캔하는 게 일이 되었다. 그러다 보면 수입과 함께 집안 정리는 절로 되는 게 아닌가. 혼자 흥분했다.
 
팔리는 물건들의 공통점은 품질은 좋고 싸면 팔리는 거였다. 친환경적이라는 점도 중고거래의 장점이다. 제품의 대량 양산과 일회용 쓰레기 등으로 환경 파괴가 가속화되는 지금,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사소한 것이라도 실천에 옮기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중고 거래는 저렴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넘어 환경까지 생각하는 가치소비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리세일 플랫폼 중 하나인 스레드업(ThreadUp)은 10년 이내에 패스트 패션을 구매하는 사람보다 세컨드핸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의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2033년에는 중고제품이 개인 옷장의 3분의 1을 채우리라 예측했다.
 
며칠 전 전자드럼을 구입하려는 남편에게 중고거래앱을 통해 좋은 걸 사주겠다고 장담을 했다. 매직처럼 박스도 개봉 안 한 새 드럼이 나왔다. 시니어 디스카운트까지 받아 좋은 가격으로 사게 되었다. 그런데 소소한 물건 4개 팔고 큰 덩치의 드럼을 들인 것이 ‘봄맞이 대청소’에 합한 일이었나 애매하기만 하다.

이정아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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