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넉넉치’ 않다?
고물가 시대에 살림살이가 팍팍해졌음에도 여기저기에서 따뜻한 소식이 들려온다. 언론을 통해 “관내 주민 한 분이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그동안 모아 온 동전을 기부하고 사라졌다” “기부자는 돈을 내놓으며 넉넉치 않은 살림이라 적은 금액을 기부해 부끄럽다고 말했다” 등과 같은 사연이 전해진다.크기나 수량 따위가 기준에 차고도 남음이 있을 때 ‘넉넉하다’고 한다. 그런데 ‘넉넉하다’를 활용할 경우 ‘넉넉지’를 써야 할지, ‘넉넉치’를 써야 할지 헷갈린다는 사람이 많다.
‘만만하지’를 줄여 ‘만만치’, ‘흔하지’를 줄여 ‘흔치’라고 하는 것처럼 ‘넉넉하지’를 줄여 ‘넉넉치’로 쓴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가 줄어들어 ‘-지’가 되느냐, ‘-치’가 되느냐는 ‘-하지’ 앞의 받침이 유성음(발음할 때 목청이 떨려 울리는 소리)이냐, 무성음(성대를 진동시키지 않고 내는 소리)이냐에 달려 있다.
‘-하지’ 앞에 모음이나 유성자음(ㄴ, ㄹ, ㅁ, ㅇ)이 오면 ‘하’에서 ‘ㅏ’만 줄고, 남은 ‘ㅎ’은 뒤따르는 음절의 첫소리와 결합해 거센소리가 되므로 ‘치’를 쓰면 된다. ‘다정하지’ ‘간편하지’ 등은 ‘-하’ 앞에 ‘ㅇ’과 ‘ㄴ’이 왔으므로 ‘다정치’ ‘간편치’로 써야 한다.
‘-하지’ 앞에 무성자음(ㄴ, ㄹ, ㅁ, ㅇ을 뺀 나머지 자음)이 오면 ‘하’가 완전히 떨어져 나간 형태인 ‘지’를 쓴다. 따라서 ‘넉넉하지’ ‘섭섭하지’ ‘깨끗하지’ 등은 ‘-하지’ 앞에 ‘ㄱ, ㅂ, ㅅ’과 같은 무성자음이 왔으므로 ‘넉넉지’ ‘섭섭지’ ‘깨끗지’ 등으로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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