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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젯밥’과 ‘잿밥’

설차례 음식은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 만들기 쉽지 않지만, 명절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차례 음식이 생각난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이렇게 차례를 지내기 위해 차려놓는 제사 음식을 뭐라고 해야 할까. ‘젯밥’과 ‘잿밥’ 가운데 어떤 것이 바른 표기인지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젯밥’과 ‘잿밥’은 둘 중 하나가 맞고 나머지 하나는 틀린 표기일 것 같지만, 둘 다 바르다. ‘젯밥’은 제사에 쓰이는 제삿밥을 뜻하고, ‘잿밥’은 불공할 때 부처 앞에 놓는 밥을 일컫는다. 따라서 차례를 드릴 때 올라가는 음식은 ‘젯밥’이라고 써야 맞는다.   비유적 표현 중에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는 말이 있다. 맡은 일에는 정성을 쏟지 않고 잇속에만 마음을 쓸 때 이렇게 표현한다. ‘염불’은 불경을 외우는 일을 뜻하므로, 정황상 부처님께 올리는 ‘잿밥’이라 써야 이치에 맞는다.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제사보다 젯밥에 정신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 표현에서는 제사에 올리는 밥을 가리키므로 ‘젯밥’을 쓰는 게 바르다.   ‘재(齋)’는 부처에게 공양을 드리거나 죽은 이의 명복을 빌고자 예불을 올리는 것으로, 일반적인 제사를 가리키는 ‘제(祭)’와는 구별해 써야 한다. ‘사십구재’ ‘천도재’를 ‘사십구제’ ‘천도제’로 쓰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재’와 ‘제’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잘못이다. ‘사십구재’와 ‘천도재’는 불교에서 행하는 의식이므로 ‘재’라고 써야 바르다.우리말 바루기 젯밥 잿밥 제사 음식 설차례 음식 비유적 표현

2026.02.05. 18:34

[우리말 바루기] ‘-던지’ ‘-든지’의 구분

‘-던지’ ‘-든지’와 관련해 어느 것이 맞을까?   ㉠가던지 말던지 마음대로 해라   ㉡가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라   유튜브·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다 보면 잘못된 표기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 가운데 하나가 ‘-던지’와 ‘-든지’다. 과거에도 다룬 적이 있지만 우리말 맞춤법의 기본 사항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것을 실제로는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에 다시 다루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든지’는 선택, ‘-던지’는 과거와 관련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든지’는 어느 것이 선택돼도 차이가 없거나 대상 중에서 어느 것이 선택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가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라” “술이든지 담배든지 몸에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등처럼 쓰인다.   ‘-던지’는 지나간 일(과거)을 회상하거나 추측·의심·가정하는 뜻을 가진 단어다. “얼마나 춥던지 손이 펴지지 않았다” “얼마나 술을 먹었던지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와 같이 사용된다.   비슷한 단어로 ‘-든가’와 ‘-던가’가 있다. 마찬가지로 ‘-든가’는 선택, ‘-던가’는 과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든가 말든가 마음대로 해라”는 “가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라”와 같은 뜻이다. “그게 정말이던가?”에서의 ‘-던가’는 과거 사실에 대한 물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든’ ‘-든지’ ‘-든가’ 등 ‘든’이 들어간 것은 선택, ‘-던’ ‘-던지’ ‘-던가’ 등 ‘던’이 들어간 것은 과거라는 사실만 기억하면 된다. 문제의 정답은 ㉡.우리말 바루기 구분 우리말 맞춤법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

2026.02.03. 18:37

[우리말 바루기] 갈치 ‘졸일까’, ‘조릴까’

토막 친 갈치를 도톰하게 썬 무를 넣고 매콤한 양념과 함께 끓여내면 맛있는 갈치조림이 완성된다.     여기서 “갈치조림은 ‘조리는’ 게 아니라 ‘졸이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질 법도 하다. ‘졸이다’와 ‘조리다’는 발음이 [조리다]로 똑같이 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틀리게 쓴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졸이다’와 ‘조리다’는 각각의 의미를 지닌 독립된 단어이므로 맥락에 따라 적절히 선택해 사용해야 한다.   ‘졸이다’와 ‘조리다’는 형태가 비슷할 뿐만 아니라 의미까지도 유사해 구별해 쓰기 쉽지 않다. ‘졸이다’는 ‘졸다’의 사동사다. ‘졸다’가 ‘찌개, 국, 한약 등의 물이 증발해 분량이 적어지다’는 뜻을 지니고 있으므로 ‘졸이다’는 ‘끓여서 물의 분량을 줄게 하다’는 의미가 된다.   ‘조리다’는 ‘양념을 한 고기나 생선, 채소 등을 국물에 넣고 바짝 끓여서 양념이 배어들게 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고등어나 갈치 같은 생선을 양념을 한 국물에 넣어 끓인 음식은 ‘갈치졸임’ ‘고등어졸임’이라 하지 않고 ‘조리다’를 활용해 ‘갈치조림’ ‘고등어조림’이라고 하는 것이다.   둘 다 끓이는 행위를 나타내고 있어 구분이 쉽지 않지만, 어떤 목적으로 액체를 끓이느냐를 생각하면 정확히 구별할 수 있다. 물의 양이 많아서 단순히 액체를 증발시킬 목적이라면 ‘졸이다’, 양념이 배어들게 할 목적이라면 ‘조리다’를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말 바루기 갈치 생선 채소

2026.02.01. 16:28

[우리말 바루기] ‘너가’는 맞는 말일까?

“너가 이걸 할 수 있겠니?” “이번에는 너가 한번 해볼래?” 상대와 말을 주고받을 때 ‘너가’라고 하는 사람이 꽤 있다. ‘너가’는 문제가 없는 표현일까?   2인칭 대명사인 ‘너’는 뒤에 ‘가’(주격조사·보격조사)가 올 때는 ‘네’가 되는 것이 우리말 어법이다. 즉 “너는 조용히 있어라”처럼 ‘는’이 붙을 경우에는 ‘너’가 되지만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니”처럼 ‘가’가 붙을 때는 ‘네’가 된다. 따라서 ‘너가’는 ‘네가’의 잘못이다.   ‘네가’를 ‘너가’라고 하는 것은 ‘내가’와 ‘네가’가 발음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내가 가는 거냐?” “네가 가는 거냐?”라고 말한다면 발음이 비슷해 어느 경우인지 헷갈린다. 이래서 ‘네가’를 ‘너가’라고 분명히 알아듣게끔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때는 ‘네가’를 ‘니가’로 발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니가 가는 거냐?”라고 대부분 얘기한다.   이때의 ‘니가’ 역시 ‘네가’가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네가’를 발음으로는 구분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네가’를 ‘니가’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 사전은 ‘니가’를 사투리로 취급하고 있지만 지방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니가’라는 말은 두루 쓰이고 있다.   ‘너가’는 잘못된 표현이므로 ‘네가’라고 해야 한다는 지적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네가’라고 발음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네가’를 ‘니가’라고 발음하고 적을 때는 ‘네가’라고 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말 바루기 점도 영향 현실적 대안

2026.01.29. 18:40

[우리말 바루기] ‘결단’, ‘결딴’

“올해는 운동을 시작해 꼭 살을 뺄 거야!” “1월 1일부터는 입에 술을 한 모금도 안 댈 거야!” 등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많은 이가 그동안 미뤄 왔던 일들을 실행에 옮기고자 마음먹는다.   중요한 판단을 내리거나 결심했다는 걸 나타낼 때 “결딴을 내리다”라고 쓰곤 한다. 그러나 이는 바르지 못한 표기이므로 주의해 써야 한다.   결정적인 판단을 하거나 단정을 내림, 또는 그런 판단이나 단정을 의미하는 낱말은 ‘결딴’이 아닌 ‘결단’이다. 발음이 [결딴]으로 소리 나기 때문에 ‘결딴’이라고 표기하기 쉽지만, ‘결단’은 ‘결정할 결(決)’ 자와 ‘끊을 결(斷)’ 자로 이루어진 단어다.   ‘결딴’은 ‘결단’과는 다른 뜻을 지닌 독립된 단어로, 어떤 일이나 물건 등이 아주 망가져서 도무지 손을 쓸 수 없게 된 상태나 살림이 망해 거덜이 난 상태를 의미한다. “이젠 집안을 아주 결딴내려고 하는군”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사업 실패로 집안이 완전히 결딴났다” “보증을 잘못 서서 살림을 결딴내고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 등 ‘결딴나다’ ‘결딴내다’라는 표현도 있는데, 간혹 이를 ‘절딴나다’ ‘절딴내다’로 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절딴’은 사전에 없는 말로, ‘결딴’으로 고쳐 써야 바르다.   정리하자면, 무언가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릴 땐 ‘결단’, 망가지거나 거덜 나는 걸 나타낼 땐 ‘결딴’으로 써야 한다. ‘절딴’은 ‘결딴’으로 바꿔 쓰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결단 결딴 무언가 판단 사업 실패

2026.01.27. 18:25

[우리말 바루기] ‘장꾸미’와 ‘잔망미’

최근 들어 부쩍 많이 보는 용어가 ‘장꾸미’다. 무슨 뜻일까? 사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장꾸미 가득” “장꾸미 폭발” “장꾸미 넘친다” 등처럼 사용된다. 주로 연예인의 행동을 묘사하거나 아기 또는 강아지 등의 모습을 나타낼 때 ?쓰이는 신조어다. 무언가 감은 잡힐 듯하지만 정확하게 의미가 와닿지는 않는다.   알고 보면 별 대단한 말은 아니다. ‘장꾸’는 ‘장난꾸러기’의 줄임말이고 ‘미’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미(美)’ 자다. 여기에서의 ‘미’는 매력이나 끌림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내적으로 쾌감을 주는 감성적 무엇을 가리킨다. 그래서 ‘장꾸미’는 꾸밈없고 자유스러운 장난끼가 주는 매력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   더불어 ‘잔망미’도 요즘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용어다. ‘장꾸미’와 달리 ‘잔망미’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여기에서의 ‘미’도 앞서 얘기한 ‘미’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잔망’이 생소한데 사실 이는 ‘장꾸’처럼 억지스러운 줄임말도 아니고 사전에 올라 있는 표준어다.   ‘잔망’은 얄밉도록 맹랑함 또는 그런 짓을 가리키는 말이다. “잔망을 떤다” “잔망을 부린다” “잔망스럽다” 등처럼 쓰인다. 언뜻 보면 그 사람의 속성을 부정적으로 서술하는 말인 듯하지만 국립국어원은 딱히 그렇지는 않다고 해석한다. 요즘은 대부분 긍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연예인 등을 대상으로 “잔망미 넘치는 모습” “잔망미 가득한 눈빛” “남다른 잔망미” 등처럼 활용된다. ‘장꾸미’와 ‘잔망미’는 정확하게는 의미의 차이가 있지만 실제로는 비슷한 뜻으로 쓰이고 있다. 우리말 바루기 잔망미 감성적 무엇

2026.01.22. 19:22

[우리말 바루기] ‘뇌졸증’을 주의하자

날씨가 추워지면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쉽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겨울철에 특히 조심해야 할 질병이 있으니, 바로 ‘뇌졸중’이다.   뇌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발의 마비, 언어 장애, 호흡 곤란 등을 일으키는 증상을 일컬어 위에서와 같이 ‘뇌졸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뇌졸증’을 잘못 적은 것이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우울증, 현기증, 합병증, 골다공증 등에서와 같이 질병을 의미하는 단어에는 ‘증상’이나 ‘병’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증’이 널리 쓰이다 보니 자연스레 ‘뇌졸증’이 바른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뇌졸중’이 바른 표현이다.   ‘뇌졸중(腦卒中)’은 다른 말로 ‘졸중풍(卒中風)’이라고도 한다. ‘졸(卒)’은 ‘갑자기’라는 의미이고, ‘중(中)’은 ‘적중(的中)’에서와 같이 ‘맞다’라는 뜻이다. ‘풍(風)’은 ‘바람’을 말하므로, 갑자기 바람을 맞아 생기는 병이 바로 ‘졸중풍’이라 할 수 있다.   ‘뇌’와 ‘중풍’이 합쳐진 ‘뇌중풍’은 뇌에 바람을 맞아 생긴 병이란 뜻으로, ‘뇌졸중’과 동일한 질병을 가리킨다. ‘뇌중풍’의 ‘중’과 ‘뇌졸중’의 ‘중’이 같은 의미(中)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이제 ‘뇌졸중’을 ‘뇌졸증’과 헷갈려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겨울철에는 추위로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이 끈적해져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고 한다. 관련 지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나 고령자들은 외출 시 보온에 더 신경을 쓰도록 하자. 우리말 바루기 뇌졸증 뇌졸중 위험 혈액 공급 우울증 현기증

2026.01.20. 18:19

[우리말 바루기] 화촉을 밝히다

불빛을 내는 ‘초’는 고유어다. 그래서 뒤에 한자어 ‘농(膿)’ ‘대(臺)’가 와도 사이시옷이 붙는다. ‘촛농’ ‘촛대’가 된다. ‘촛농’은 [촌농]으로 ‘ㄴ’ 소리가 덧나고, ‘촛대’는 [초때]로 뒷말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현상을 반영한 결과다. 그렇지만 어원은 한자어 ‘촉(燭)’에 닿는다. ‘촉’에서 ‘ㄱ’이 탈락하며 ‘초’가 됐다.   그렇다고 우리말에서 ‘촉’이 사라진 건 아니다. ‘촛농’과 같은 말 ‘촉농’도 한 모퉁이에 여전히 있다. ‘촛대’ 대신 ‘촉대’라고 안내하는 박물관도 있다. 결혼식 때 반드시 듣게 되는 말 ‘화촉(華燭)’에도 ‘촉’이 보인다.   ‘화촉’의 사전적 의미는 “빛깔을 들인 밀초”다. 평범한 초가 아니라 화려한 초를 가리켰다. 꿀벌이 벌집을 만드는 물질인 밀랍이 재료다. 이 밀랍으로 만든 초인 ‘밀촉’에 여러 무늬와 색깔을 내어 만든다. 값진 것이어서 궁중과 상류층에서나 사용했다. 민간에선 특별하게 결혼식에서나 쓸 수 있었다. 화촉은 곧 결혼을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결혼식은 화촉이 밝혀지면서 본격 시작됐다. ‘화촉을 밝히다’는 ‘결혼식을 올리다’라는 말이 됐다.   자작나무는 껍질이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 이 소리가 나무 이름이 됐다. 나무껍질에 잔뜩 기름을 머금고 있는데,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초도 ‘화촉(樺燭)’이다. ‘자작나무 화(樺)’ 자가 쓰였다. 일찍이 이 ‘화촉’으로 불을 밝히며 혼례를 치른 일도 있었을 것이다. 소박하지만 마음속으론 더 화려하게 화촉을 밝히지 않았을까.우리말 바루기 화촉 자작나무 껍질 궁중과 상류층 사전적 의미

2026.01.19. 18:30

[우리말 바루기] ‘멋적다’는 당신께

살다 보면 어색하고 쑥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릴 때가 있다. 이럴 때 가벼운 웃음을 지으면서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는 심리가 발동한다. 그렇다면 이를 나타낼 때 ‘멋적은 미소’ ‘멋쩍은 미소’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   ‘멋적은 미소’라고 하기 쉽지만 ‘멋쩍은 미소’가 맞는 말이다. ‘멋쩍다’는 “그들을 다시 보기가 멋쩍었다” “자신의 행동이 멋쩍은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등처럼 사용된다.   ‘멋쩍다’ 외에 ‘겸연쩍다’ ‘수상쩍다’ 등도 비슷하게 헷갈리는 경우다. 이처럼 ‘-적다’로 써야 할지, ‘-쩍다’로 써야 할지 헷갈리는 것은 ‘-쩍다’의 어원이 ‘-적다(少)’에서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구분하려면 어원의 의미, 즉 ‘적다(少)’에서 멀어졌는지를 보면 된다. ‘적다’는 의미가 유지되고 있다면 ‘-적다’를, 어원에서 멀어져 ‘적다’는 의미로 쓰이지 않고 있으면 ‘-쩍다’를 붙인다.   따라서 재미나 흥미가 거의 없어 싱겁다는 뜻을 가진 ‘맛적다’의 경우 발음은 [-쩍다]로 소리 나지만 ‘적다’는 의미가 포함됐기 때문에 ‘맛적다’로 써야 한다. 기력이 약해 힘차게 앞질러 나서는 기운이 없다는 의미의 ‘딴기적다’ 역시 같은 이유로 ‘-적다’가 붙는다.   이와 달리 ‘멋쩍다’ ‘겸연쩍다(쑥스럽거나 미안해 어색하다)’ ‘수상쩍다(수상스러운 데가 있다)’ ‘객쩍다(행동 등이 쓸데없고 싱겁다)’ ‘맥쩍다(심심하고 재미가 없다)’ 등은 ‘적다’는 어원의 의미에서 멀어졌으므로 ‘-쩍다’를 붙여 써야 바르다. 어원의 의미를 가지고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으므로 철자를 외워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말 바루기

2026.01.15. 19:22

[우리말 바루기] ‘갭투자’의 우리말은?

대출이자가 오르고 집값은 떨어지면서 갭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갭투자 집주인의 잇따른 파산으로 세입자들이 울상이 됐다는 기사가 난 적도 있다. 그렇다면 ‘갭투자’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갭투자’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 방식을 가리킨다. 여기에서 갭(gap)은 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이를 의미한다. 집값이 상승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엔 집을 팔아도 세입자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국어문화원연합회는 이를 대체할 쉬운 말로 ‘시세차익 투자’를 선정한 바 있다.   부동산과 관련해선 ‘하우스푸어’란 말도 자주 듣는다. 하우스푸어(house poor)란 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인한 이자 부담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하우스푸어’를 대신할 우리말로 ‘내집빈곤층’을 선정했다.   ‘프롭테크’란 용어도 부동산과 관련해 종종 나온다. 프롭테크(proptech)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용어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블록체인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를 말한다. 국립국어원은 ‘프롭테크’를 대신할 쉬운 우리말로 ‘부동산 정보기술’을 선정했다.   ‘영끌족’이란 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사람들’의 줄임말이라 볼 수 있다. 즉 담보대출 외에도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등 영혼을 끌어모으듯 모든 수단을 동원,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한 2030 세대를 주로 일컫는 말이다. 우리말 바루기 갭투자 우리말 갭투자 집주인 부동산 정보기술 부동산 서비스

2026.01.13. 19:57

[우리말 바루기] ‘환골탈퇴’를 할 수 없는 이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연초에는 지난해와는 달라진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많이 올라온다. “올해부터는 지금까지의 게을렀던 모습에서 ‘환골탈퇴’해 부지런한 사람이 돼 보겠다” “음주와 폭식, 야식으로 망가진 몸뚱이에서 ‘환골탈퇴’해 ‘몸짱’으로 거듭나겠다” 등과 같은 글들이 눈에 띈다.   ‘회원 가입’과 ‘탈퇴’에 익숙한 시대적 상황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 사람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일을 일컬어 ‘환골탈퇴’라고 표현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라고 해야 바르다.   ‘환골탈태’의 유래를 잘 알지 못해 많은 이가 이처럼 잘못 쓰곤 하는데, ‘환골탈태’는 중국 남송의 승려 혜홍(惠洪)의 ‘냉재야화(冷齋夜話)’에서 나온 말이다. ‘환골’은 도가(道家)에서 인간이 속골(俗骨)을 선골(仙骨)로 바꾸어 몸에 털이 난다는 뜻으로, 신선이 되는 일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탈태’는 뼈대를 바꾸어 끼고 태를 바꾸어 쓴다는 뜻으로, 고인의 시문 형식을 바꿔 그 짜임새와 수법이 먼저 것보다 잘되게 함을 이르는 표현이다. 다시 말해 시인의 시상(詩想)이 마치 어머니의 태내에 아기가 있는 것처럼 그 태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시적 경지로 승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환골’과 ‘탈태’ 모두 뼈대를 바꾸고, 태 역시도 바꾼다는 뜻이니 이를 합친 ‘환골탈태’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거듭난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환골탈태’는 부정적 의미로는 쓸 수 없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뀐다는 뜻으로만 사용할 수 있으니 주의해 써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부정적 의미 회원 가입 폭식 야식

2026.01.11. 18:00

[우리말 바루기] ‘미망인’에 대해

고대에는 순장(殉葬)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순장이란 통치자 등 신분이 높은 사람이 사망했을 때 신하를 죽여 함께 묻거나 남편이 죽으면 아내를 뒤따르게 하는 장례 풍속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생겨난 말이 ‘미망인’이다. 미망인(未亡人)은 남편이 죽었는데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이다. 춘추시대 역사를 기록한 책인 『춘추좌씨전』의 ‘장공편’에 ‘미망인’이란 표현이 나온다고 한다. ‘미망인’은 남편을 따라갔어야 하나 그러지 못해 죄를 지은 사람이란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남편과 사별한 여자가 남들에게 스스로를 낮추어 이르는 말로 주로 사용돼 왔다.   세상이 변한 요즘에 생각해 보면 순장이란 미개하기 짝이 없는 풍습이고 미망인이라 부르는 것 역시 사리에 맞지 않는다. 스스로 겸손하게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제삼자가 미망인이라 부르는 것은 예의에도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망인’이란 말이 요즘도 쓰이고 있다. 생전에 이름을 날린 남자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용어처럼 이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미망인’을 대신할 말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지혜를 모아 대체어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남의 아내를 존대하는 말로 ‘부인’이 있으므로 이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몰군경 미망인’의 경우는 ‘전몰군경 부인’이라고 해도 별문제가 없다. ‘미망인 재산 상속’이라면 ‘남겨진 부인 재산 상속’이라고 해도 된다. 우리말 바루기 미망인 전몰군경 미망인 미망인 재산 재산 상속

2026.01.08. 19:49

[우리말 바루기] 굴삭기-굴착기-포클레인

공사 현장에서 없어선 안 될 기계가 굴착기다. 그러다 보니 굴착기 판매는 건설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중국의 굴착기 판매 13개월 감소’라는 기사가 났는데 그만큼 건설경기가 나쁘다는 얘기다. 이처럼 땅을 파는 기계인 ‘굴착기’를 ‘굴삭기’ 또는 ‘포클레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셋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굴삭기’는 일본의 대용 한자에서 유래한 것이다. 일본은 한자 획수가 많으면 ?뜻이 다르더라도 발음이 같은 것을 찾아 획수가 적은 글자로 바꾸어 사용하곤 한다. 굴착기(掘鑿機)의 ‘착(鑿)’과 굴삭기(掘削機)의 ‘삭(削)’이 [사쿠]로 발음이 같다 보니 복잡한 ‘鑿’ 대신 ‘削’을 가져와 ‘굴삭기’로 쓰게 된 것이다.   여기서 착(鑿)은 삽으로 판다는 뜻이고, 삭(削)은 칼로 깎는다는 의미다. 국립국어원도 1956년 일본에서 한자 제한에 따라 기존 ‘굴착’이라는 단어가 ‘굴삭’으로 대체됐고, 이것이 우리나라에도 유입된 것이라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국어원은 ‘굴삭기’가 일본어 표현이므로 ‘굴착기’로 바꿔 쓰라고 권하고 있다. 관련 법령도 ‘굴삭기’에서 ‘굴착기’로 바뀌었다. 2019년 개정된 건설기계법 시행령(대통령령)에도 ‘굴삭기’를 ‘굴착기’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포클레인(Poclain)’은 프랑스 건설기계 제조 회사의 이름이다.초창기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이 회사가 만든 굴착기를 사용하면서 회사명이 굴착기를 가리키는 말로 일반화된 것이다.   따라서 ‘굴착기’가 공식 명칭이므로 ‘굴삭기’ 또는 ‘포클레인’이란 말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말 바루기 포클레인 굴삭기 굴착기 판매 건설기계법 시행령 프랑스 건설기계

2026.01.06. 18:50

[우리말 바루기] 적절한 새해 인사 표현

다음 중 서술어가 바르게 쓰인 것은?   ㉠ 행복한 새해 되세요.   ㉡ 새해 만사형통하길 바래.   ㉢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 행복한 한 해 보내세요.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새해 인사와 덕담을 나눌 때다. 인사로 오갈 만한 문구 몇 개를 골라 봤다.   ‘㉠ 행복한 새해 되세요’에서 ‘되세요’는 문제가 없는 표현일까? ‘되다’는 주로 어떤 지위나 상태에 이르는 것을 뜻하는 단어다. “커서 의사가 되고 싶다”처럼 쓰인다. 이때는 장래의 ‘나=의사’가 성립한다. “행복한 새해 되세요”는 듣는 사람이 행복한 새해로 바뀔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즉 ‘당신=행복한 새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행복한 새해 보내세요”가 적절한 표현이다.   ㉡에서 ‘바래’는 ‘바라’가 맞는 표현이다. 생각대로 어떤 일이 이뤄졌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의 기본형은 ‘바라다’이다. 어간 ‘바라-’에 종결어미 ‘-아’가 붙으면 ‘바라아’가 되고 줄어서 ‘바라’가 된다. ‘타다’의 ‘타+아(타아)’가 ‘타’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본형이 ‘바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빛이 바랬다”처럼 이는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한다는 뜻을 가진 낱말이다.   ㉢의 ‘받으십시요’는 괜찮을까? 정중한 명령이나 권유 등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는 ‘-십시오’가 맞는 말이다. ‘받으십시오’로 바꿔야 한다.   ‘㉣ 행복한 한 해 보내세요’에서 ‘보내세요’의 ‘-세요’는 명령·요청의 뜻을 나타내는 어미 ‘-시어요’의 준말로 문제가 없는 표현이다. 따라서 정답은 ㉣.우리말 바루기 적절 새해 새해 인사

2026.01.01. 17:00

[우리말 바루기] ‘실고’ 갈까, ‘싣고’ 갈까

다음 괄호 안에 알맞은 말은?   차를 배에 (실고, 싣고) 갔다.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낱말이지만 막상 적으려고 하면 헷갈리는 것이다. 원형이 ‘싣다’라는 것은 알지만 ‘실으니’ ‘실으면’으로 활용되는 것을 생각하면 ‘실고’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대체로 ‘싣고’보다 ‘실고’가 발음하기 편하기 때문에 ‘실고’로 적는 경향이 있다.   우선 ‘싣다’는 “차에 짐을 실어 날랐다”처럼 물체를 운반하기 위해 차·배·비행기 등에 올린다는 의미로 쓰인다. “버스에 몸을 실으니 노곤함이 다가왔다”와 같이 사람이 어떤 곳을 가기 위해 탈것에 오른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이러한 쓰임에서 보듯 ‘싣다’는 ‘실어’ ‘실으니’로 활용된다. 그러다 보니 서두의 문제도 ‘실고’가 정답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싣다’가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연결되는 경우에만 ‘실어, 실으니’ 등으로 활용되고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연결될 때는 어간이 살아 있는 형태인 ‘싣는, 싣지’ 등이 된다.   문제에서도 모음이 아니라 자음인 ‘-고’와 결합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어간이 살아 있는 형태인 ‘싣고’로 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정답은 ‘싣고’다.   이처럼 ‘ㄷ’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ㄹ’로 변하는 활용을 하는 낱말을 ‘ㄷ 불규칙 용언’이라 한다. 이러한 변화를 하는 것으로는 ‘듣다’도 있다. 자음 앞에서는 ‘듣고, 듣지, 듣더라’와 같이 어간의 형태가 바뀌지 않는다.  우리말 바루기 실고 불규칙 용언 다음 괄호

2025.12.30. 20:51

[우리말 바루기] 배가 땡길까? 땅길까?

얼마 전 급히 먹은 음식이 잘못됐는지 배가 뭉치고 잡아당기는 듯한 복통이 일어났다. 포털 사이트에서 증상에 대해 검색해 보니 ‘복통’과 더불어 ‘배 땡김’이란 주제어가 많이 나왔다.   이렇듯 “저녁 먹은 뒤부터 배가 살살 땡기고 아프다” “너무 웃어서 배가 땡긴다” 등처럼 배가 단단하게 되거나 팽창하게 될 때 ‘땡기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러나 ‘땡기다’라는 단어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아예 나와 있지도 않다. 왜 그럴까? ‘땡기다’가 아니라 ‘땅기다’가 바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땅기다’는 몹시 단단하고 팽팽하게 된다는 뜻을 나타내는 단어다. 따라서 ‘배가 땅기고 아프다’ ‘배 땅김’ 등으로 고쳐 써야 맞다.   “피부가 건조한지 얼굴이 너무 땡긴다” 역시 ‘땅기다’로 바꾸어야 한다.   그럼 “요즘 영 입맛이 땡기지를 않는다”에서의 ‘땡기다’는 어떻게 고쳐야 할까? 여기서의 ‘땡기다’는 ‘땅기다’로 바꾸어서는 안 된다. 좋아하는 마음이 일어나 저절로 끌리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은 ‘당기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 영 입맛이 당기지를 않는다”고 해야 한다. ‘당기다’는 물건이나 시간 등을 앞으로 옮길 때도 쓰인다. “방아쇠를 땡겼다” “귀가 시간을 땡겼다”에서의 ‘땡겼다’도 ‘당겼다’로 고쳐야 한다.   그렇다면 “그의 마음에 불을 땡겼다”에서의 ‘땡기다’는 어떻게 고쳐야 할까? 불이 옮아 붙는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는 ‘댕기다’가 맞는 표현이다. 우리말 바루기 귀가 시간 포털 사이트

2025.12.25. 18:00

[우리말 바루기] ‘막역한 친구’는 어떤 친구?

‘막역한 친구’와 관련해 옳은 것은?   ㉠ ‘막연한 친구’를 잘못 쓴 것   ㉡ ?막가는 친구 사이   ㉢ ?허물없이 아주 친한 친구   ‘심심한 사과’ 표현을 두고 문해력 논란이 한창이다. 일부 네티즌이 ‘심심한’을 ‘지루한’으로 잘못 해석함으로써 벌어진 일이다. 혹여나 ‘막역한 친구’도 비슷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어 문제로 만들어 봤다.   어떤 이를 소개할 때 “그와 나는 막역한 친구”라고 한다면 ‘막역한 친구’가 어떤 사이인지 곧바로 와닿지 않는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처럼 ‘막연한 친구’를 잘못 썼나 하는 오해를 할 수도 있다. ‘막연하다’는 뚜렷하지 못하고 어렴풋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므로 ‘막연한 친구’는 거리가 먼 친구로 그런대로 의미가 통하기 때문이다.   좀 억지스럽지만 ㉡처럼 막가는 친구 사이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막’자에 집착하다 보면 혹시나 어떤 계기로 사이가 틀어져 서로 막 나가는 친구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정답은 ㉢이다. ‘막역한 친구’는 허물없이 아주 친한 친구를 뜻한다. ‘막역(莫逆)하다’는 허물없이 아주 친하다는 의미를 가진 한자어다.     젊은 층이 문자보다는 영상과 이미지에 익숙한 세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려운 한자어에 약하다는 것은 일면 이해 가는 부분이 있다. 평소 잘 보지 못하는 단어가 나올 때는 사전부터 찾아보는 버릇을 들이면 어휘력 부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우리말 바루기 친구 막역 친구 사이 일부 네티즌 어휘력 부족

2025.12.23. 20:35

[우리말 바루기] ‘생각지’인가 ‘생각치’인가?

글을 쓰면서 늘 헷갈리는 것이 ‘생각지/생각치’와 같은 경우다. 어느 쪽이 맞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발음으로 구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리 읊어봐도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이것은 ‘-하지’가 줄어들 때 ‘-지’가 되느냐 ‘-치’가 되느냐의 문제다. ‘-하지’ 앞이 유성음이냐, 무성음이냐를 따지면 된다. 목청이 떨려 울리는 소리가 유성음이고, 성대를 진동시키지 않고 내는 소리가 무성음이다.   ‘-하지’ 앞이 유성음(모음이나 ㄴ, ㄹ, ㅁ, ㅇ)일 때는 ‘ㅏ’만 떨어져 ‘ㅎ+지=치’가 된다. ‘흔치, 간단치, 만만치, 적절치, 가당치, 온당치’ 등이 이런 예다.   ‘-하지’ 앞이 무성음(ㄱ, ㅂ, ㅅ)일 때는 ‘-하지’가 줄어들 때 ‘하’ 전체가 떨어지고 ‘지’만 남는다. ‘넉넉지, 익숙지, 거북지, 답답지, 섭섭지, 떳떳지, 깨끗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현상은 ‘-하다’ ‘-하게’ ‘-하도록’ ‘-하건대’가 줄어들 때도 마찬가지다. ‘다정하다→다정타’ ‘간편하게→간편케’ ‘이바지하도록→이바지토록’, ‘생각하건대→생각건대’ 등으로 적어야 한다.   유성음 뒤에서는 자연스럽게 거센소리가 나므로 크게 헷갈리지 않는다. 무성음인 ‘ㄱ, ㅂ, ㅅ’ 뒤에선 거센소리가 아닌 ‘지’ ‘게’ ‘다’ ‘기’ 등으로 적는다고 생각하면 쉽다. 그러나 일반인으로서는 무성음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따라서 무성음엔 ‘ㄱ, ㅂ, ㅅ’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면 좋다. 우리말 바루기 생각

2025.12.18. 20:23

[우리말 바루기] ‘옛스러운’ 관광지는 없다

올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1500만 명을 훌쩍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K콘텐츠’의 인기와 더불어 고궁, 전통 시장 등 ‘옛스러운’ 분위기의 관광지와 최첨단을 자랑하는 현대적인 빌딩 숲 등이 한 도시 안에 어우러져 있다.   ‘옛것과 같은 맛이나 멋이 있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많은 사람이 위에서와 같이 ‘옛스러운’이라는 표현을 종종 쓰곤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예스러운’이라고 해야 바르다.   ‘예스러운’을 ‘옛스러운’이라고 잘못 쓰는 이유는 ‘예’와 ‘옛’을 각각 어떤 상황에서 써야 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와 ‘옛’의 품사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나면 각각의 상황에 적확한 단어를 쓸 수 있다.   ‘예’는 ‘아주 먼 과거’를 뜻하는 명사다. 따라서 조사나 접사와 결합할 수 있다. ‘옛’은 ‘지나간 때의’를 의미하는 관형사다. 관형사는 체언 앞에 놓여서 그 체언의 내용을 자세히 꾸며 주는 품사로, 조사도 붙지 않고 어미 활용도 하지 않는다.   ‘예스러운’은 ‘예스럽다’를 활용한 표현인데, ‘~스럽다’는 그러한 성질이 있음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접미사는 관형사가 아닌 명사에 붙을 수 있으므로, ‘옛’이 아닌 ‘예’가 ‘~스러운’과 결합해야 바른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옛부터’와 ‘예부터’ 중 어느 것이 바른 표현일까. ‘~부터’는 조사이므로 관형사 ‘옛’이 아닌 명사 ‘예’와 결합해야 하기 때문에 ‘예부터’라고 해야 바르다.우리말 바루기 관광지 외국인 관광객 사상 최대치 고궁 전통

2025.12.14. 17:50

[우리말 바루기] ‘기부채납’이 뭐예요?

기사를 보면 종종 나오는 용어 중에 ‘기부채납’이 있다. 많은 사람이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고 한다.   ‘기부채납’의 ‘채납(採納)’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의견을 받아들임’ ‘사람을 골라서 들임’이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기부채납’은 기부를 받아들이는 것이라 풀이할 수 있다. ‘기부채납’은 표준국어대사전엔 없고 법률에만 나오는 용어다. 그럼 왜 사전에도 없는 말이 법률용어로 쓰이게 됐을까? ‘기부채납’은 우리 사전은 물론 중국어 사전에서도 찾을 수 없는 말이다. 오로지 일본어 사전에만 나온다. 따라서 우리가 법률을 만들 때 일본 것을 참조하면서 이 용어가 들어왔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무턱대고 배척할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펴낸 행정용어순화편람(1992년)에서 ‘기부받음’ ‘기부받기’로 순화용어를 정하고 순화된 용어만 써야 하는 어휘로 분류했다.   그러나 실제 사용에선 ‘기부받음’ ‘기부받기’로 단순 치환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주체에 따라 서술어로 기부하는 것과 기부받는 것 두 경우만 구분해 주면 된다. “30년간 민간업체가 도로를 운영한 뒤 국가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에선 ‘기부할 예정이다’고 하면 된다. 반대로 국가나 지자체의 입장이라면 일반적으로 “이 도로는 민간업체에서 기부채납받은 것이다” 식으로 서술하는데 이때는 그냥 ‘기부받은 것이다’로 하면 된다.   이처럼 ‘채납’ 없이 ‘기부’만 활용해 얼마든지 표현이 가능하다. 법률용어에서 아예 ‘채납’을 없애버리고 ‘기부’라는 단어를 문맥에 맞게 사용하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기부채납 우리 사전 합리적 의심

2025.12.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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