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기사 등에서 “2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운명을 달리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등과 같이 ‘운명을 달리했다’고 쓴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말은 맞는 표현일까? ‘운명(殞命)’은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형은 오랜 객지 생활로 아버지의 운명을 보지 못했다” 등처럼 사용된다. 따라서 사람이 죽었음을 뜻할 때는 ‘운명을 달리했다’가 아니라 ‘운명했다’고 써야 바르다. 이전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됐다는 의미로 ‘운명이 달라졌다’고 표현할 수는 있다. 이때의 ‘운명’은 ‘운명(殞命)’이 아닌 ‘운명(運命)’이다. ‘운명(運命)’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이나 그것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를 가리킨다. ‘운명을 달리했다’로 잘못 쓰는 이유는 ‘운명’과 ‘유명’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나타낼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은 ‘유명을 달리하다’이다. ‘유명(幽明)’은 어둠과 밝음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저승과 이승을 나타내기도 한다. ‘유명을 달리하다’는 이승의 밝은 세상을 떠나 저승의 어두운 곳으로 갔다는 의미로 ‘죽다’를 완곡하게 표현한 말이다. 따라서 “유명을 달리했다” 또는 “운명했다” 둘 중 하나를 사용하면 된다. 우리말에는 이 밖에도 죽음을 완곡하게 나타내는 표현이 많다. “세상을 떠나다” “한 줌의 재가 되다” “잠들다” “돌아가다” “고동을 멈추다” 등과 같은 표현이 있다. “별세(別世)하다” “타계(他界)하다” “영면(永眠)하다” “작고(作故)하다”와 같은 한자어식 표현도 있다.우리말 바루기 운명 한자어식 표현 투병 생활 객지 생활
2025.07.10. 18:49
조선시대에는 쌍꺼풀이 있는 눈보다 외꺼풀 눈을, 얄쌍한 얼굴형보다 둥그런 얼굴형을 선호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미의 기준이 바뀌어 온라인상에는 ‘넓데데한 얼굴을 얄쌍하게 만드는 방법’ 등과 같은 글이 많다. 얼굴이 둥글고 평면적일 때 ‘넓데데하다’고 표기하곤 한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넓데데하다’를 찾아보면 ‘너부데데하다’의 잘못된 표현이라고 설명돼 있다. ‘너부데데하다’는 ‘얼굴이 둥그스름하고 너부죽하다’란 뜻을 지닌 단어로, 이를 줄이면 ‘넙데데하다’라고 쓸 수 있다. ‘넓적한 얼굴’에서와 같이 ‘펀펀하고 얇으면서 꽤 넓다’는 의미로 쓰는 ‘넓적하다’를 떠올려서인지, ‘넓데데하다’를 바른 표현으로 알고 있는 이가 많다. 그러나 ‘넙데데하다’ ‘너부데데하다’가 올바른 표기다. 두께가 얇거나 날렵해 보이는 모습을 표현할 때도 위에서와 같이 ‘얄쌍하다’라고 쓰곤 하지만 이 역시 바른 표현이 아니다. ‘얄쌍하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얄팍하다’의 잘못이라고 나온다. ‘조금 얇은 듯하다’라는 의미의 ‘얄브스름하다’, ‘조금 얄브스름하다’라는 뜻의 ‘얇실하다’가 표준어인 반면, 많은 이가 사용하는 ‘얄쌍하다’는 표준어가 아니라는 사실이 의아하기도 하다. ‘얄쌍한 얼굴’을 사전에 나온 것처럼 ‘얄팍한 얼굴’이라고 바꾸면 뭔가 말맛이 살지 않고,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에 맞지 않기도 하다. 언중(言衆)의 잦은 사용을 고려해 ‘얄쌍하다’의 표준어 등재를 생각해 볼 만하다.우리말 바루기 표준어 등재
2025.07.08. 20:44
“너는 내게 뭐든 다 이뻐~ 젤로 이뻐~” 이승환이 2015년 10월에 발표한 노래 ‘다 이뻐’다. 사랑에 빠진 연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노랫말이다. 가사에 반복해 나오는 ‘이쁘다’란 말은 곡을 발표할 당시엔 표준어가 아니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이쁘다’를 찾으면 ‘예쁘다의 잘못’이라고 나왔다. 어떤 지역의 사투리라기보다 발음상의 변이 또는 오류로 봤다. 이때는 ‘예쁘다’만을 표준어로 인정했지만 곡이 나온 그해 12월 복수표준어가 됐다. 생긴 모양이 아름다워 눈으로 보기에 좋다, 행동이나 동작이 보기에 사랑스럽거나 귀엽다, 아이가 말을 잘 듣거나 행동이 발라 흐뭇하다는 뜻으로 ‘예쁘다’와 함께 ‘이쁘다’도 사전에 올랐다. 국립국어원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을 수용하겠다며 일상생활에 뿌리내린 단어들을 표준어로 포함시킨 결과다. 그간 바르지 않은 말로 분류돼 왔지만 노랫말로 자주 사용됐던 것도 ‘이쁘다’가 표준어가 되는 데 한몫했다. ‘예쁘장스럽다, 예쁘장스레, 예쁘장하다, 예쁘디예쁘다’만 표준말로 인정하던 것도 바뀌었다. ‘이쁘다’가 표준어가 되면서 ‘이쁘장스럽다’ 등 관련 낱말들도 당당하게 쓸 수 있게 됐다. 이들 단어가 사전에 오른 지 꽤 됐지만 언제 표준말로 바뀌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아직도 ‘이쁘다’를 잘못된 말로 알고 있는 이가 많다. 말은 생명력을 지닌다. 시간이 흐르면서 언중(言衆)의 말은 변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우리말 바루기 표준말 발음상의 변이 이들 단어 관련 낱말들
2025.07.03. 18:43
여름에는 무엇보다 시원한 음식이 당긴다. 냉면 등 시원한 국물에 쫄깃한 면이 생각난다. SNS에도 이런 음식을 먹으면서 인증 사진을 올리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면이 들어간 음식은 육수나 국물의 맛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면의 상태가 맛을 좌우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진에는 ‘쫄깃쫄깃한 면빨이 끝내줘요’와 같은 내용이 달린 것이 많다. 면이 탱글탱글하고 쫄깃해야 혀에 전해지는 촉감과 씹는 맛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면이 불어 터져 흐물흐물하다면 별다른 맛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냉면·콩국수뿐 아니라 라면·짜장면 등 면이 들어간 모든 음식은 면의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앞의 사진 설명처럼 ‘면빨’이 맞는 말일까? 탱글탱글 쫄깃한 면을 생각하면 어감상 ‘면빨’이 맞는 말로 생각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면빨’이 아니라 ‘면발’이 맞는 말이다. 발음은 [면빨]로 나지만 적을 때는 ‘면발’이라고 해야 한다. ‘면발’은 국수 가락을 지칭한다. “쫄깃쫄깃한 면발이 끝내줘요” “면발이 쫀득쫀득해요” 등처럼 사용된다. SNS에 이런 음식을 올릴 때는 얼굴도 함께 잘 나오게 찍어야 한다. 이때도 ‘사진빨’이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맞는 말일까? 이 역시 ‘사진발’이라 적어야 한다. 이때의 ‘-발’은 효과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화면발’ ‘카메라발’ ‘화장발’ 모두 ‘-발’로 표기해야 한다. 그럼 ‘말빨’ ‘끗빨’ 등은 어떻게 될까? 이 또한 ‘말발’ ‘끗발’ 등으로 표기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국수 가락 인증 사진
2025.07.02. 19:41
날씨가 더워지니 기운이 쭉 빠진다는 이가 많다. “요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서 그런지 주변에서 영 맥아리가 없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날씨가 너무 덥고 꿉꿉해 기분이 처지고 매가리가 없다” 등과 같은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이처럼 기운이 빠지고 힘이 없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맥아리가 없다’ 또는 ‘매가리가 없다’고 표현하곤 한다. 우리말은 원형을 밝혀 적는 단어가 많기 때문에 ‘매가리’가 틀린 표현이고, ‘맥아리’가 바른 표현이라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바른 표현은 ‘매가리’다. ‘매가리’는 ‘맥’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맥’은 기운이나 힘을 의미하는 말이므로 ‘매가리가 없다’는 기운이나 힘이 없다는 뜻이 된다. “시험을 보고 나니 온몸에 매가리가 풀리고 잠이 왔다” “무거운 학원 가방을 어깨에 멘 어린이들 모두 매가리가 없어 보였다”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간혹 “어디선가 메가리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에서와 같이 ‘메가리’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으나 ‘매가리’가 ‘맥’으로부터 시작된 단어라는 사실을 알면 이 같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매가리’의 어원은 ‘맥(脈)+-아리’이다. 원래는 ‘맥아리’라는 말로 쓰였으나 언중(言衆)이 ‘매가리’를 더 많이 사용해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매가리’만 올라 있다. 정리하자면, ‘맥’을 낮잡아 이르는 말은 ‘매가리’이므로 ‘맥아리’ ‘메가리’로 쓰지 않도록 하자.우리말 바루기 맥아리 학원 가방 현재 표준국어대사전 요즘 컨디션
2025.07.01. 18:40
“그가 울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울려고 하던 참이었다.” 이 문장의 ‘그렇지 않아도’는 적절할까? 아니면 ‘그러지 않아도’여야 할까? ‘그렇다’도, ‘그러다’도 앞의 말을 대신한다. ‘그렇다’는 ‘상태(어떠함)’를 가리키고, ‘그러다’는 ‘행동(움직임)’을 대신 나타낸다. 울라고 한 것은 ‘움직임’이다. ‘그러지’로 받는 게 더 적절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아도’도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는 그가 울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울려고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린다. 움직임이 아니라 어떤 상태였다는 것을 대신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어서 여기서는 ‘그렇지 않아도’도 자연스럽게 읽힌다. “나는 울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울어 버렸다.” 이 문장에서는 ‘그렇지’라고 하면 어색하다. 여기서는 ‘울었다’는 행동을 대신하는 말 ‘그러지’가 와야 어울린다. “네가 그러니까 나도 그러지.” “갈래? 그래, 가자.”가 맞는 표현이다. “배가 고팠다. 그렇지 않아도 밥을 먹었을 것이다.” 이 문장에서는 ‘그러지’가 어색하다. 배가 고픈 상태를 받는 말 ‘그렇지’가 와야 자연스럽다. ‘그렇지 않아도’는 문장을 시작할 때도 자주 보인다. 말로 할 때는 ‘그렇잖아도’로 흔히 줄여 쓴다. “그렇잖아도 전화하려고 했는데” “그렇잖아도 한번 가려고 했어”…. 어떤 상태나 상황을 생각하고 쓴 표현들이다. 앞의 동작을 대신할 때는 ‘그러지 않아도’, 상태나 성질, 모양 등을 대신하거나 어떤 상황을 염두에 뒀을 때는 ‘그렇지 않아도’가 어울린다.우리말 바루기 구별 성질 모양
2025.06.30. 18:44
‘주책’이 본래 지닌 뜻은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이다. ‘주착(主着)’이 변해서 ‘주책’이 됐다. 부정적인 말과 주로 어울려 쓰인다. “주책도 없이 웃고 말았다.” “어쩜 그리 주책이 없는지.” “그는 정말 주책이 없는 사람이다.” 이 문장들에서 보이는 ‘주책’은 분명히 ‘판단력’이나 ‘생각’ 정도쯤 된다. ‘주책’ 대신 ‘생각’으로 바꿔도 다음처럼 비슷한 말이 된다. “생각도 없이 웃고 말았다.” 그런데 습관처럼 뒤에 오던 ‘없다’의 부정적인 의미가 ‘주책’에 붙기 시작했다. ‘주책’은 다음 문장들에서처럼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이라는 말로도 의미가 확장됐다. “주책을 떨었다.” “조용한 카페에서 주책을 부렸다.” “어디서나 주책이 심했다.” ‘주책’과 ‘없다’는 아예 한 단어처럼 붙어 쓰이기 시작했다. ‘주책없다’는 “일정한 줏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해서 몹시 실없다”는 뜻을 지닌 말이 됐다. “나는 주책없이 눈물을 보였다.” “그는 주책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주책이다’도 ‘주책없다’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없다’의 뜻이 완전히 ‘주책’ 속으로 스며든 것이다. “참 주책이네.” “그러면 주책이지, 뭐야.” “보고 싶다고? 주책이다.” 너도나도 ‘주책이다’를 ‘주책없다’와 같은 말로 썼고, ‘주책이다’도 표준어가 됐다. ‘주책맞다’나 ‘주책스럽다’도 비슷한 말로 국어사전에 올랐다. ‘주책없다’가 아니라 ‘주책이다’라고 하면 잘못이라고 질타하던 때가 있었다. 그렇더라도 대중은 ‘주책이다’를 썼다. 말을 바꾸고 새로 만들어 가는 건 대중이었다.우리말 바루기 주책 다음 문장들
2025.06.29. 16:26
어느덧 6월 하순으로 접어들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듯하다. 낮 기온이 80도 중반을 넘기 일쑤다. 이렇게 더울 때 예부터 많이 먹던 음식이 있다. 바로 삼계탕과 같은 보양식이다. 보양식은 여름철 입맛을 잃고 기운이 없을 때 허해진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먹던 음식으로 선조들의 지혜가 배어 있다고 한다. 직장에서도 점심시간이면 “푹 고은 삼계탕으로 몸보신하러 갈까” 하고 분위기를 잡는 이가 있다. 이처럼 고기 등을 흠씬 삶았다는 것을 나타낼 때 “푹 고은…”이라고 말하곤 한다. ‘고은’은 “가마솥에 푹 고은 사골육수”와 같이 종종 널리 쓰이는 표현이다. 그럼 이 ‘고은’이 맞는 말일까? 고기나 뼈 등을 무르거나 진액이 빠지도록 끓는 물에 푹 삶는다는 뜻을 지닌 단어의 기본형은 ‘고다’이다. ‘고다’를 활용하면 ‘고니, 고면, 곤’ 등이 된다. 이를 ‘고으니, 고으면, 고은’과 같이 사용하기 십상이다. 이처럼 ‘고으니, 고으면, 고은’이 되려면 기본형이 ‘고다’가 아닌 ‘고으다’가 돼야 한다. 하지만 ‘고으다’는 ‘고다’의 옛말로, 지금은 표준어가 아니다. ‘푹 곤 삼계탕’보다 ‘푹 고은 삼계탕’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고은’이 발음하기 편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곤’보다 리듬감이 더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고은’이 아니라 ‘곤’이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3시간은 끓여야 푹 고을 수 ?있다”에서 ‘고을’은 어떻게 될까? 이 역시 ‘고을’이 아니라 ‘골’이라고 해야 한다. 따라서 “3시간은 끓여야 푹 골 수 있다”고 해야 바르다.우리말 바루기 고은 삼계탕 여름철 입맛
2025.06.26. 20:49
우리나라는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을 들어왔다. 그만큼 예의(禮儀)가 바르다는 뜻이다. 예의는 태도는 물론 언어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우리말은 존댓말이 발달해 있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상대에게 존대를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하다. 그중에 하나가 ‘시’를 붙이는 것이다. ‘시’는 “사장님이 오셨다” “부장님은 키가 크시다” 등처럼 쓰인다. 그런데 요즘 이 ‘시’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유튜브 등 SNS상에서 이러한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전원을 켜시고 원하는 항목을 선택하신 다음 저장 버튼을 누르시면 편리하게 사용하실 수 있으십니다”와 같은 경우다. 동작 또는 상태를 나타내는 모든 낱말에 ‘시’를 붙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시’를 꼬박꼬박 붙이면 말하는 사람도 발음하기 몹시 힘들고 듣는 사람도 거북하게 느껴진다. 이는 언어의 경제성에도 위배된다. 이 문장에서는 ‘시’가 하나도 없어도 된다. “전원을 켜고 원하는 항목을 선택한 다음 저장 버튼을 누르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처럼 ‘있습니다’ 표현 하나로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바쁘신 분임에도 불구하시고 대외 활동도 많이 하시고 좋은 일도 많이 하시고 계십니다”는 표현은 어떨까? 이 역시 ‘시’가 과도하게 사용된 것이다. “바쁜 분임에도 불구하고 대외 활동도 많이 하고 좋은 일도 많이 하고 계십니다”고 해도 충분하다. ‘시’를 과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 있다.우리말 바루기 대외 활동 표현 하나 다음 저장
2025.06.25. 19:15
화를 드러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타인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것도 문제지만 속으로만 끙끙 앓다 마음의 병을 얻기도 한다. “분을 삭히기 위해 혼자 술을 마시다 건강이 안 좋아졌다”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꾹 누르고 속으로 삭히다 보니 화병이 났다”와 같은 사연을 접할 때가 많다. 여기서 ‘삭히다’는 올바르지 못한 표현이다. “분을 삭이기 위해” “속으로 삭이다 보니”로 바꿔야 한다. 이런 혼란이 생기는 것은 ‘삭다’가 ‘삭히다’와 ‘삭이다’ 두 가지 형태의 사동사로 갈라지기 때문이다. 사동사란 문장의 주체가 자기 스스로 행하지 않고 남에게 그 행동이나 동작을 하게 함을 나타내는 동사를 말한다. ‘삭히다’는 김치나 젓갈 따위의 음식물을 발효시켜 맛이 들게 하다는 의미의 사동사다. “가자미식해는 가자미를 삭혀 만든 함경도 지방의 젓갈이다” “코를 알싸하게 만드는 삭힌 홍어는 특유의 향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린다”처럼 쓰인다. 젓갈 등을 오래되도록 푹 삭히다고 할 때도 ‘곰삭히다’를 사용한다. ‘곰삭이다’란 말은 없다. ‘삭이다’는 어떤 감정이나 생리작용이 수그러들게 하다는 뜻의 사동사다. “화를 삭이려 무던히 애썼다” “생강차는 기침을 삭이는 데 좋다”와 같이 쓰인다. 긴장·화를 풀어 마음을 가라앉히다, 기침·가래 등을 잠잠하게 하다고 할 경우엔 모두 ‘삭이다’로 표현한다. 먹은 음식물을 소화시키다고 할 때도 ‘삭이다’를 쓴다. “돌도 삭일 나이라더니 정말 잘 먹는구나”처럼 사용한다.우리말 바루기 함경도 지방 젓갈 따위
2025.06.24. 18:35
금이나 집, 물건 등과 같이 눈에 보이는 자산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고 실체도 막연한 자산이 있다. 누군가 미래에는 그 가치가 크게 오를 거라며 이에 투자하라고 권유한다면 많은 이가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은 실물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화폐를 사기 위해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있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상대에게 대꾸할 때 많은 사람이 위에서와 같이 “택도 없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맞춤법상 잘못된 표현으로, “턱도 없다”라고 해야 올바르다. ‘턱’은 마땅히 그리해야 할 까닭이나 이치를 뜻하는 말로, 흔히 “도대체 영문을 알 턱이 없다”에서와 같이 어미를 ‘-을’ 뒤에서 ‘없다’와 함께 쓰이거나, “사랑을 고백한 그가 나를 속일 턱이 있겠니?”에서처럼 ‘있다’와 함께 반어형으로 쓰인다. 또한 ‘턱’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이 늘 그 턱이다”에서와 같이 그만한 정도나 처지를 나타내는 말로도 쓰인다. ‘턱’이 단독으로 쓰일 경우 “택도 없다”에서처럼 ‘택’으로 더 많이 사용되곤 한다. 그러나 “그런 턱없는 이야기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에서와 같이 ‘터무니없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턱없다’의 경우엔 ‘택없다’라고는 잘 쓰지 않는다. ‘턱없다’와 ‘턱도 없다’가 동일한 의미를 지닌 표현이라는 걸 기억한다면 앞으로 ‘택도 없다’와 같이 틀리게 쓰는 실수는 범하진 않을 것이다.우리말 바루기
2025.06.22. 19:00
‘패이다세찬 비가 온 뒤엔 도로 곳곳이 깨지거나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 심지어 땅이 꺼져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장마철에 급증하는 이런 현상은 아스팔트 균열 사이로 비가 스며들며 발생한다. 폭우로 생긴 누더기 도로를 설명할 때 ‘패이다’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 “계속된 장맛비에 차로 곳곳이 패여 운전자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야간 빗길엔 움푹 패인 부분이 잘 보이지 않아서 교통사고 위험이 그만큼 높다”와 같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패여’ ‘패인’은 잘못된 표현이다. ‘파여’ ‘파인’으로 고쳐야 한다. ‘파다’의 피동형을 ‘패이다’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구멍이나 구덩이가 만들어지다는 의미의 동사는 ‘파이다’이다. ‘파이고, 파여, 파인, 파였다’ 등과 같이 활용된다. ‘파이다’의 준말 형태인 ‘패다’를 써도 무방하다. 이때는 ‘패고, 패어, 팬, 패었다’로 활용하는 것이 바르다. ‘패이고, 패여, 패인, 패였다’는 잘못된 활용형이다. ‘채이다’란 말도 없다. 사귀던 남녀가 헤어졌을 때 “네가 찬 거니? 채인 거니?”라고 묻는 것은 바르지 못하다. ‘차인’이 올바른 표현이다. “네가 찼니? 아니면 채였니?”도 마찬가지다. ‘차였니’로 바루어야 한다. ‘채이고, 채여, 채인, 채였다’는 잘못된 활용이다. ‘차다’의 피동사는 ‘채이다’가 아니라 ‘차이다’이다. ‘차이고, 차여, 차인, 차였다’ 등과 같이 활용된다. ‘채이다’ 형태로 잘못 사용하기 쉬운 것은 ‘차이다’의 준말인 ‘채다’ 때문에 생기는 혼란이다. 줄어든 형태로 쓰려면 ‘채고, 채어, 챈, 채었다’로 활용한다.우리말 바루기 아스팔트 균열 야간 빗길 교통사고 위험
2025.06.18. 19:08
두더지를 모방한 굴착 로봇, 달 기지 건설을 돕는 거미 로봇, 개미가 일하는 방식을 따라 만든 협동 로봇-. 이들의 공통점은 동물을 본떠 로봇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예부터 인류는 자연을 모방하며 발전해 왔다. 이처럼 무엇을 본보기 삼아 그대로 좇아 하는 행위를 가리킬 때 ‘본뜨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그 활용형이 헷갈린다. 즉 ‘동물을 본딴 보봇’인지, ‘동물을 본뜬 로봇’인지 아리송하다. 어느 게 맞을까? ‘본딴’이 되려면 기본형이 ‘본따다’가 돼야 한다. 하지만 사전에 ‘본따다’는 없다. ‘본따다’가 아니라 ‘본뜨다’만 나온다. ‘본뜨다’는 ‘본뜬’ ‘본떠’ ‘본떴다’ 등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동물을 본뜬 로봇’이 맞는 말이다.“카멜레온의 혀를 본따 강한 흡인력을 지닌 산업 로봇을 만들었다” “KTX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산천어의 모양을 본땄다”에서의 ‘본따’ ‘본땄다’ 역시 ‘본떠’ ‘본떴다’로 고쳐야 한다. 기본형을 ‘본따다’로 생각하는 것은 ‘따다’라는 낱말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선생님의 말씀에서 요점을 따서 적었다”에서처럼 ‘따다’에는 글이나 말 등에서 필요한 부분을 뽑아 취한다는 뜻이 있다. 이 때문에 기본형을 ‘본따다’로 생각하기 쉽지만 ‘본뜨다’가 맞는 말이다. ‘본뜨다’는 ‘본’과 ‘뜨다’의 합성어다. 버선이나 옷 등을 만들 때 쓰기 위해 본보기로 만든 실물 크기의 물건을 ‘본(本)’이라고 한다. 이 ‘본’과 도면이나 모형 등을 만든다는 의미의 ‘뜨다’가 합쳐져 이루어진 단어가 ‘본뜨다’이다.우리말 바루기 로봇 동물 실물 크기 공기 저항 거미 개미
2025.06.17. 19:40
‘물총 들고 은행 강도짓’ ‘물총 들고 은행 강도질’. 누구는 ‘강도짓’이라고 했고, 누구는 ‘강도질’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강도짓’이 어색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틀렸다고까지 말한다. 반대로 자연스럽다는 사람도 있다. 국어사전들도 그렇다. 어떤 사전은 ‘강도짓’이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강도짓’을 표제어로 올리지 않았다. ‘강도질’만 표제어로 올렸다. 어떤 사전은 ‘강도질’ ‘강도짓’을 둘 다 실었다. ‘강도짓’도 꽤 쓰이는 현실을 반영했다. ‘짓’이 붙은 말들은 대개 동작이 한 번이어도 된다. 반드시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손짓’은 한 번만 움직여도 된다. 동작을 여러 번 해야 완료되는 게 아니다. 눈짓, 날갯짓, 몸짓, 어깻짓 같은 동작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손을 대서 잘 매만지는 일”인 ‘손질’은 반복적이다. 어느 정도 반복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손질’이 된다. ‘바느질’ ‘다림질’ ‘부채질’ ‘양치질’ ‘되새김질’ ‘뜀박질’ 같은 말들에도 반복성이 있다. ‘싸움질’이나 ‘자랑질’ 같은 말들도 일회적인 동작으로 이뤄지진 않는다. 반복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이런 흐름에서 ‘도둑질’도 ‘도둑짓’이라고 하지 않는다. ‘강도짓’보다 ‘강도질’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되겠다. 그런데 딴짓, 망나니짓, 여우짓, 허튼짓 같은 말들도 보인다. 일회적인 동작이 아닌 말들이다.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반드시는 아니다. 그래도 일회적이냐, 반복적이냐로 ‘짓’과 ‘질’을 어느 정도는 구별할 수 있다.우리말 바루기 구별 은행 강도짓 은행 강도질 망나니짓 여우짓
2025.06.15. 12:22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인선이 이어지고 있다. 각 후보자의 청문회도 열리게 된다. 간혹 후보자 대신 내정자라고 쓰는 이도 있다. 공식 임명되지 않은 장관을 부를 때 내정자와 후보자 중 어떤 호칭이 적절할까? 개각 때마다 호칭 문제를 두고 늘 혼선을 빚는다. 대개 장관은 ‘후보자’로 부른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OOO 의원을 지명했다”와 같이 ‘후보자’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장관뿐만 아니라 국무총리도 마찬가지다. “총리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는 보통 이틀간 진행된다”의 경우 ‘총리 후보자’라고 하는 게 적절하다.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공직자의 경우 임명 전까지 후보자로 부른다. 국회법 46조의 3과 65조의 2, 인사청문회법 2조 등에 근거해 총리와 장관 등은 ‘후보자’란 호칭을 붙인다. 총리는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으나 장관은 국회 표결 절차 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대법원장·헌재소장·대법관·감사원장 등도 임명동의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정원장·국세청장·검찰총장·경찰청장 등은 장관과 마찬가지로 임명동의 표결이 필요 없다.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의 뜻대로 임명할 수 있다. 청와대 비서진의 경우는 임명 전까지 어떻게 불러야 할까?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 등은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바로 임명하므로 ‘내정자’로 불린다. 우리말 바루기 후보자 내정자 총리 후보자 총리 내정자 후보자 대신
2025.06.12. 18:37
요즘 유행하는 표기 가운데 ‘feat.’이라는 게 있다. 대개 이런 식으로 사용한다. ‘○○의 귀환(feat. 아는형님)’ ‘○○할매곤드레밥(feat. 한식)’ ‘레전드 술먹방(feat. 김갑돌)’ 등이다. 블로그나 유튜브 등 SNS의 제목에서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무슨 뜻일까? 언뜻 봐서는 무슨 의미로 쓰이는지 종잡기 어렵다. ‘feat.’은 영어 피처링(featuring)의 약자다. ‘featuring’은 대체로 음악가가 앨범 작업을 할 때 찬조출연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앨범 전체에 참가하는 것은 아니고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다. 예를 들면 방탄소년단(BTS)이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ove)’라는 곡을 만들 때 미국의 가수 핼시(Halsey)와 협업했다. 전체 곡을 함께한 것은 아니고 부분적으로 참여했다. 이럴 때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ove)(Feat. Halsey)’처럼 표기된다. 이러한 피처링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된다. 유명 가수의 참여만으로도 화제가 되니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서두에 나열한 각종 ‘feat.’은 어떤 의미로 사용된 것일까? 피처링의 본래 뜻보다는 부연 설명하는 형태로 쓰인 것이 대부분이다. 아마도 재미로 또는 멋을 내기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복잡한 설명을 간결하게 하기 위해 ‘feat.’으로 재치를 발휘한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SNS에서 꼭 이것이 잘못된 쓰임이라는 것을 지적하기는 좀 뭣하다. 우리말 바루기 홍길동 feat 영어 피처링 앨범 작업 마케팅 수단
2025.06.11. 19:45
LA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혜성 선수의 활약도 돋보인다. 한국서도 다저스 경기 때마다 중계 방송으로 응원하고 있다. 중계진은 “더 이상 실수가 나오면 안 되죠” “더는 실점하면 안 돼요”라며 해설을 이어 나간다. 이때 짚고 넘어가야 할 표기가 있다. “안 되죠”와 “안 돼죠”, “안 되요”와 “안 돼요”다. ‘되’와 ‘돼’는 자주 틀리는 맞춤법으로 무엇이 바른지 헷갈린다는 이가 많다. 구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돼’는 ‘되어’가 줄어든 말이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되어’를 넣어 자연스러우면 ‘돼’로 적고, 부자연스러우면 ‘되’로 적으면 된다고 생각하면 쉽다. “안 돼죠”의 경우 ‘돼’를 ‘되어’로 바꾸니 “안 되어죠”가 돼 어색하다. “안 되죠”가 바른 표현임을 알 수 있다. ‘-죠’는 종결어미 ‘-지’에 보조사 ‘요’가 결합한 말인 ‘-지요’의 준말이므로 “안 되지요” “안 되죠”로 써야 한다. “안 돼요”의 경우는 ‘돼’를 ‘되어’로 바꿔도 자연스럽다. “안 되어요”는 말이 되므로 “안 되요”가 아닌 “안 돼요”가 올바른 표현임을 알 수 있다. ‘되다’의 어간 ‘되-’에 어미 ‘-어/-어서/-었-’ 등이 붙어 활용될 때는 ‘되-’와 ‘-어’를 축약해 ‘돼/돼서/됐다’처럼 ‘돼’로 표기할 수 있다. 자음 어미가 붙어 활용될 때는 축약되지 않으므로 ‘되고/되니/되면’처럼 ‘되’로 적는다.우리말 바루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다저스 경기 김혜성 선수
2025.06.10. 18:17
찐빵에 앙꼬가 빠진다면? 아마도 맛이 밍밍하기만 할 뿐 달콤한 찐빵의 묘미를 살려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일이나 현상, 생각 등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진 경우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표현을 관용구처럼 쓰곤 한다. 이 말이 흔히 쓰이다 보니 ‘앙꼬’를 우리말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일본어 표현이다. ‘앙꼬’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떡이나 빵 안에 든 팥’으로 풀이돼 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에선 ‘다듬은 말’을 통해 ‘앙꼬’는 ‘あんこ’에서 온 말이므로 ‘팥소’로 순화해 사용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팥소’는 팥을 삶아서 으깨거나 갈아서 만든 것을 의미한다. 빵에 들어가는 것부터 떡에 들어가는 것까지 팥소가 들어가는 음식은 다양하지만, ‘팥소’라는 표현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앙꼬’라고 쓰는 일이 허다하다. ‘팥소’라는 표현이 어색한 이유는 사람들이 여기 쓰인 ‘소’를 낯설어하기 때문이다. ‘소’는 송편이나 만두 등을 만들 때, 맛을 내기 위해 익히기 전 속에 넣는 여러 가지 재료를 말한다. 통김치나 오이소박이김치 등의 속에 넣는 여러 가지 재료를 이를 때도 ‘소’를 쓴다. 간혹 ‘만두속’ ‘김칫속’과 같이 ‘속’을 쓰는 경우도 볼 수 있지만, ‘만두소’ ‘김칫소’가 바른 표현이다. ‘팥소 없는 찐빵’이라 하면 말맛이 살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바른 말을 제대로 알고, 보다 많은 사람이 정확한 표현을 쓴다면 언젠가 ‘앙꼬 없는 찐빵’보다 ‘팥소 없는 찐빵’이 익숙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우리말 바루기 앙꼬 팥소 현상 생각 가지 재료
2025.06.05. 18:59
“국민의 머슴이 되겠다”며 허리를 숙이는 정치꾼이 아닌 일꾼을 뽑고자 하는 유권자들. 긴 줄다리기 끝에 국민의 손으로 일꾼을 가려냈다. 선거에서 뽑힌 이들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당선사례 현수막이나 언론매체 등에서 ‘당선인’으로 고집하다 보니 ‘당선자’라는 말은 사용하면 안 되냐고 문의하는 사람이 많다. 표준국어대사전엔 두 단어가 같은 말로 올라 있다. ‘당선자’라고 하든 ‘당선인’이라고 하든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두 낱말을 자유롭게 쓰다 대통령이나 의원이 되면 ‘당선인’으로 부르는 이유는 뭘까. 이런 혼란이 되풀이되는 건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가 ‘당선인’으로 불러 달라고 하면서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당선인’으로 돼 있다는 게 명분이었다. ‘당선인’으로 고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았다. 상위 법률인 헌법엔 ‘당선자’로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 인(人)’을 붙이면 ‘놈 자(者)’보다 격이 높아 보인다는 권위주의적 발상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더 익숙한 건 ‘당선자’다. 말의 흐름상 유권자와 함께 당선자로 부르는 게 자연스럽다. ‘-자’와 ‘-인’은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사다. 중개인·중개자처럼 같은 의미의 말로 섞어 쓸 때가 많다. 범죄자에도 붙지만 기자·학자에서 보듯 ‘-자’에 특별히 비하의 뜻이 담긴 게 아니다. 다만 장애 등 특정 어휘에 붙으면 낮춰 부르는 말로 인식되며 인권 존중 차원에서 ‘장애인’이 공식 용어로 자리 잡았다. 당선자·당선인은 다르다. 굳이 한 용어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우리말 바루기 당선자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 흐름상 유권자 공식 용어
2025.06.03. 19:40
고기에 채소와 양념을 버무려 볶아낸 ‘두루치기’는 반찬이 부족해도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는 음식이다. 대개 식탁 위의 ‘두루치기’만 떠올리지만 의외의 뜻이 있다. 음식뿐 아니라 사람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인다. “그는 회사 일, 운동, 집안 살림 등 못하는 것 없는 두루치기다” 등에서와 같이 여러 방면에 능통한 사람을 가리켜 ‘두루치기’라 한다. ‘팔방미인’과 의미가 일맥상통해 바꿔 써도 무방하다. ‘두루치기’ 외에도 사람을 나타내는 다양한 순우리말 표현이 있다. 잘 쓰지 않아 생소하지만, 단어와 뜻이 재미난 표현이 많다. 송기숙 작가의 ‘녹두 장군’을 보면 “강쇠는 여태까지 동네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기 아내한테도 무슨 일이나 가르친사위로 그저 시키는 대로만 고분고분했었으나, 이번에는 그것이 아니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가르친사위’가 무슨 뜻인지 단어만 봐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가르친사위’는 창조성이 없이 무엇이든지 남이 가르치는 대로만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와 같은 슬기주머니에게 이만 일을 처리할 꾀가 없을 리 없었다”와 같은 표현에서 볼 수 있는 ‘슬기주머니’는 그 모양으로 의미를 추측할 수 있다. 남다른 재능을 지닌 사람을 비유적으로 ‘슬기주머니’라 부른다. 이 밖에도 사람을 의미하는 재미있는 순우리말 표현으로 ‘물렁팥죽’이 있다. 마음이 무르고 약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무엇이든지 잘 아는 체하는 사람을 가리켜 ‘안다니’라 쓰기도 한다.우리말 바루기 두루치기 팔방미인 순우리말 표현 운동 집안 녹두 장군
2025.06.01. 1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