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수도의 한글 표기가 바뀌었다. 오랫동안 사용해 오던 ‘울란바토르’에서 ‘울란바타르’가 됐다. 몽골 현지 발음과 표기에 더 가까워졌다. 1990년 3월 우리와 수교한 몽골 쪽의 요청이 있었다. 몽골은 냉전 시대는 물론 그 이전부터 옛소련의 강한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그래서 1946년부터는 러시아 등에서 쓰는 키릴문자를 국가 공식 문자로 채택했다. 배우기 쉽다는 실용적 목적도 있었지만, 정치·문화적으로 소련과 더 밀접해지기 위한 선택이었다. 세계는 몽골 관련 정보를 대부분 러시아어 문헌을 통해 접하게 됐다. 몽골에서는 ‘울란바타르’를 그대로 키릴문자 ‘Улаанбаатар’로 적었다. 로마자로 옮길 때는 ‘Ulaanbaatar’였다. 그렇지만 러시아 쪽에선 ‘Улан-Батор’로 표기했다. ‘a’를 ‘o’로 바꿔버렸다. 러시아어에서 강세가 없는 ‘o’는 [아] 또는 [어]에 가까운 소리가 난다. 러시아는 로마자로 적을 때도 ‘Ulan Bator’로 옮겼다. 우리도 서구의 다른 나라들처럼 이것을 받아들여 현지 발음과 달리 ‘울란바토르’로 적어 왔다. 이런 예는 몇 년 전에도 있었다. 2022년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수도 ‘키예프’를 우크라이나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알렸다. 정부·언론외래어심의회는 곧바로 한글 표기를 ‘키이우’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터키’는 ‘튀르키예’로 변경했다. 별 거부감 없이 표기를 바꾸게 되는 데는 외래어는 원어에 가깝게 적는다는 원칙도 한몫한다.우리말 바루기 울란바타르 몽골 몽골 현지 몽골 수도 몽골 관련
2026.09.02. 19:05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광장 공연에는 안전 관리 인원만 1만5000명이 투입됐다. 현장에서는 “주변 사람과 적절한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과도한 움직임이나 밀치기 등 위험한 행동을 ‘삼가해’ 달라”는 안내가 계속 이뤄졌다.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해 달라고 요구할 때 위에서와 같이 ‘삼가하다’를 활용해 “삼가해 달라”고 쓰곤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이므로 주의해 사용해야 한다. ‘삼가하다’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삼가다’의 잘못이라고 풀이돼 있다. 즉, ‘삼가하다’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이므로 ‘삼가다’를 써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활용 시 ‘삼가하고, 삼가하니, 삼가하는, 삼가하면, 삼가해야’가 아닌 ‘삼가고, 삼가니, 삼가는, 삼가면, 삼가야’라고 써야 바른 표현이 된다. “삼가해 달라”도 ‘삼가다’를 활용해 “삼가 달라”고 고쳐야 바르다. 이와 비슷하게 ‘반가워하거나 반갑게 맞다’라는 의미를 나타낼 때 “오랜만에 공연에 나선 BTS는 반겨해 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등에서처럼 ‘반겨하다’라고 쓰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반겨하다’ 역시 ‘반기다’의 잘못이므로, ‘반겨하고, 반겨하니, 반겨하는, 반겨하면, 반겨해야’ 등은 ‘반기고, 반기니, 반기는, 반기면, 반겨야’ 등과 같이 고쳐 써야 한다. 위 문장에 이를 적용해 보면 “오랜만에 공연에 나선 BTS는 반겨 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고쳐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우리말 바루기 삼가해 광화문광장 공연 감사 인사 안전 관리
2026.09.01. 18:35
‘가늠하다’는 “재다”, ‘가름하다’는 “나누다” “정하다”, ‘갈음하다’는 “대신하다”의 뜻이다. 의미만 놓고 보면 관련이 없는 말들이다. 그렇지만 모양이나 소리가 비슷하다 보니 혼동을 준다. 먼저 ‘가늠하다’는 “목표나 기준에 맞는지, 안 맞는지 헤아려 보다”의 뜻이다. “별을 보고 방향을 가늠했다.” 또 “헤아려서 짐작하다”의 뜻도 있다. “두 팔로 나무 굵기를 가늠했다.” “나이를 가늠하지 못하겠다.” “실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가늠하다’는 이렇게 재고 추측하는 일이다. ‘가늠하다’와 혼동되는 ‘가름하다’는 ‘가르다’에서 비롯됐다. 나누는 것이다. 나누는 것은 곧 정하는 일이 된다. ‘가르다’의 명사형 ‘가름’에 ‘-하다’가 붙었다. 그러면서 “쪼개거나 나누어 따로따로 되게 하다”의 뜻이 됐다. “서류를 종류별로 가름해 놓았다.” “도로가 두 지역을 뚜렷하게 가름했다.” ‘결정하다’ ‘판별하다’의 뜻으로도 확대됐다. “그의 골이 경기의 승패를 가름했다.” “작은 차이가 결과를 가름했다.” “잘잘못을 가름하기가 쉽지 않다.” ‘가름하다’와 발음이 같은 ‘갈음하다’는 ‘갈다’에 ‘-음’, 그리고 ‘-하다’가 결합했다. “다른 것으로 바꾸어 대신하다”의 뜻이다. “오늘 회의는 서면 보고로 갈음하기로 했다.” “선물은 간단한 카드로 갈음했다.” 이처럼 쓰인다. “서류 평가로 면접을 가름했다”는 면접을 서류 평가로 대신한 것이니 ‘갈음했다’여야 한다. 우리말 바루기 가늠 서류 평가 나무 굵기 오늘 회의
2026.08.31. 18:15
국, 찌개, 김치, 젓갈 등엔 나트륨이 많이 들어 있어 건강을 위해서는 이 같은 반찬 섭취를 줄이고 싱겁게 먹어야 한다는 게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건강을 위해 요즘 슴슴한 나물 위주로 먹으려 한다” “국물 요리도 최대한 닝닝하게 간을 내려고 노력한다” 등처럼 말하는 이가 많지만, 과도한 저염식은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말은 표현이 매우 섬세하고 다채로워 맛을 표현하는 단어도 무척 많다. 그중에서 ‘싱겁다’를 표현할 때 이처럼 ‘슴슴하다’ ‘닝닝하다’를 쓰곤 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므로 주의해 써야 한다. ‘슴슴하다’는 ‘심심하다’의 옛말이다. 북한에서는 ‘맛이 조금 싱겁다’라는 의미로 ‘슴슴하다’를 아직 쓰고 있으나, 우리는 ‘심심하다’를 표준어로 삼았다. 따라서 “매운탕을 심심하게 끓였다”에서와 같이 ‘심심하다’라고 써야 바른 표현이 된다. ‘닝닝하다’는 “국이 너무 닝닝해 간장으로 간을 맞추었다”에서처럼 ‘음식 등이 제맛이 나지 않고 몹시 싱겁다’는 뜻으로 사용되곤 하지만, 이 역시 바른 표현이 아니다. “이 음식점은 옆집에 비해 맛이 밍밍하다”에서와 같이 ‘밍밍하다’라고 써야 바르다. ‘밍밍하다’는 음식 맛뿐 아니라 “김이 다 빠져 술맛이 밍밍하다”에서처럼 술이나 담배의 맛이 독하지 않고 몹시 싱겁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또 “모임이 취소돼 마음이 밍밍했다”에서와 같이 마음이 몹시 허전하고 싱겁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우리말 바루기 찌개 김치 반찬 섭취 국물 요리
2026.08.30. 18:10
이미 번져 버린 불길을 바라보면 허망해진다. 이때 우리는 “걷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 먼발치에서 불길의 크기를 눈대중으로 가늠할 때는 “겉잡아도 이 정도는 되겠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걷잡다’는 잘못돼 가는 형세나 흐름, ‘겉잡다’는 대상에 대한 ‘판단’과 관련해 쓰인다. 그렇지만 ‘걷잡다’와 ‘겉잡다’는 똑같이 [걷짭따]로 발음된다. 발음이 같다 보니 혼동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ㄷ’ 받침의 ‘걷잡다’에는 ‘거두어 붙잡다’는 기본 의미가 들어 있다. “한 방향으로 치우쳐 흘러가는 형세를 붙들어 잡다” 또는 “마음을 진정하거나 억제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주로 산을 삼킬 듯 번지는 불길, 비 오듯 쏟아지는 눈물, 급격하게 변하는 경제 상황처럼 통제를 벗어나려는 대상을 바로잡거나 가까스로 억제할 때 사용한다. 그렇다 보니 ‘걷잡다’는 거의 ‘없다’ ‘못하다’ 같은 부정어와 함께 쓰인다. “걷잡을 수 없는 불길.” “걷잡지 못하는 지경에 빠져버렸다.” ‘ㅌ’ 받침의 ‘겉잡다’는 ‘속’의 반대말 ‘겉’과 ‘잡다’가 결합한 말이다. ‘겉’을 잘 봐야 한다. 이 낱말은 겉으로 보고 대강 짐작한다, 헤아린다는 뜻을 갖게 됐다. 어떤 대상을 정밀하게 측정하거나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 양이나 정도를 가늠한다는 말이다. ‘걷잡다’와 ‘겉잡다’는 이렇게 구별된다. 상황이 마구 번져 ‘거둬(걷)’들여야 할 때는 ‘걷잡다’, 겉만 보고 어림잡을 때는 ‘겉잡다’다.우리말 바루기 경제 상황 기본 의미
2026.08.27. 18:52
㉠ 친구를 만나러 갔다. ㉡ 친구를 만나려 갔다. ㉠은 자연스러운데 ㉡은 뭔가 어색하다. 간혹 연결어미 ‘-러’와 ‘-려’를 쓰다 보면 갸우뚱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차이를 가르는 기준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바로 ‘이동’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먼저 ‘-러’는 움직여서 자리를 옮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동사 ‘오다’ ‘가다’ ‘다니다’ 등과 함께할 때만 자연스럽다. 즉, ‘-러’는 동사 어간에 붙어 ‘오다’ 같은 이동 동사가 나타내는 행동의 목적을 설명하는 구실을 한다. “책을 사러 갔다” “밥을 먹으러 나갔다” “버스를 타러 왔다” 같은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사다’ ‘먹다’ ‘타다’가 아니라 ‘갔다’ ‘나갔다’ ‘왔다’에 있다. ‘이동’의 의미가 빠지면 ‘-러’는 설 자리를 잃는다. 따라서 “식사하러 한다”는 어색해진다. 반면에 ‘-려’는 이동 여부와 상관이 없다. ‘-려’는 의도, 계획, 변화의 조짐을 드러낼 때 쓰인다. 즉, ‘-려’는 실제로 움직이거나 행위를 했는지와는 관계없이 마음속 생각이나 상황의 진행 방향을 드러내는 데 초점이 있다. “식사하려 한다” “건강을 챙기려 매일 운동한다” “비가 오려 한다”처럼 마음속 상태나 상황의 흐름을 가리킬 때 와야 자연스럽다. 그럼 ㉢ “친구가 책을 빌리러 전화를 했다”와 ㉣ “친구가 책을 빌리려 전화를 했다” 중 자연스러운 문장은? ㉣이다. ‘이동’이면 ‘-러’, ‘의도’면 ‘-려’라고 기억하면 된다. 우리말 바루기 마음속 생각 마음속 상태 이동 여부
2026.08.26. 18:15
“영수증 및 개인 컵이 있는 분에게는 기념품을 드립니다.” 카페에 이런 문장이 걸렸다. 기념품을 받으려면 영수증이나 개인 컵 가운데 하나만 가져가도 될까, 아니면 두 개 다 가져가야 할까? 간혹 ‘및’을 ‘또는’ 정도의 뜻으로 여긴다. 그러면 둘 가운데 하나만 가져가도 되는 줄 오해하는 일이 벌어진다. ‘및’은 ‘또는’이 아니라 ‘그리고’ ‘그 밖에’ ‘또’ 같은 뜻이다. 조사 ‘과(와)’와도 의미가 같다. 그러니 기념품을 확실하게 받으려면 영수증도, 개인 컵도 챙겨야 한다. ‘및’은 규칙이나 약관 등 공적인 문장에 흔하게 보인다. 이해관계를 따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면 일상에서처럼 ‘및’ 대신 ‘과(와)’를 쓰는 것도 방법이겠다. ‘및’이 글에서 주로 쓰인다면 ‘과’는 말에서도, 글에서도 자연스럽게 쓰인다. ‘과’는 오해할 일도 없다. ‘영수증 및 개인 컵’ 대신 ‘영수증과 개인 컵’이라고 하면 더 부드럽기도 하다. ‘및’으로 앞말과 뒷말을 연결할 때 앞뒤는 같은 종류의 성분이어야 한다. 같은 범주로 묶을 수 있는 말들이 와야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가방에 필기도구 및 삶의 허무함을 가득 채웠다” “아름다운 일몰 및 영수증을 카메라에 담았다” “우주 탐사 기술의 혁신 및 손톱깎이의 내구성이 중요하다” 같은 문장을 읽는다면 맥락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사과 및 포도’는 과일, ‘엔진 및 변속기’는 부품으로 묶인다.우리말 바루기 오해 우주 탐사
2026.08.25. 18:30
지금은 거의 사라져 볼 수 없는 것 중 하나로, ‘아랫목’이 있다. 온돌방에서도 아궁이 가까운 쪽의 방바닥을 일컬어 ‘아랫목’이라고 한다. 이를 다른 말로 ‘구들목’이라고도 하는데, 아궁이가 있는 시골집에 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운 겨울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추위를 달래던 추억이 기억 한편에 있을 법도 하다. 그럼 ‘아랫목’의 반대편, 불길이 잘 닿지 않아 냉기가 도는 차가운 쪽은 뭐라 부를까. “웃목은 차가우니 아랫목에 이불을 깔고 자거라”라고 말씀하시던 할머니를 떠올리며 ‘웃목’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윗목’이라고 해야 바르다. ‘윗어른/ 웃어른’ ‘윗사람/ 웃사람’ ‘윗마을/ 웃마을’ 등 ‘윗-’과 ‘웃-’은 다른 단어와 결합할 때 어떤 걸 써야 할지 헷갈리곤 한다. 그런데 이를 명확히 구분하는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위’ ‘아래’ 대립하는 말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윗사람/ 아랫사람’처럼 ‘위’ ‘아래’를 둘 다 붙여 쓸 수 있는 말에는 ‘웃-’이 아닌 ‘윗-’을 써야 바르다. 그런데 ‘윗어른/ 아랫어른’을 보면, ‘아랫어른’은 영 어색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위’ ‘아래’가 대립하는 말이 없는 경우 ‘윗-’이 아닌 ‘웃-’이 붙는다. 따라서 ‘윗목/ 아랫목’ ‘윗마을/ 아랫마을’ ‘윗도리/ 아랫도리’ 등에는 ‘윗-’이, ‘웃어른’ ‘웃돈’ 등에는 ‘웃-’이 붙어야 바른 표현이 된다.우리말 바루기 웃목 겨울 아랫목 반대편 불길 기억 한편
2026.08.24. 18:12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용서 같은 것도 없다. ‘가차 없다’는 이런 의미들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냉정함, 냉혹함, 단호함, 매서움, 때로는 무자비함을 느끼게 한다. 이 말이 없었다면 다음 문장들은 주저리주저리 더 길어졌을지도 모른다. “그 말에 가차 없는 비판을 했다.” “가차 없이 처벌했다.” 그런데 ‘없다’를 떼어 놓고 보면 ‘가차’는 적잖이 낯설다. 용서? 인정? 이런 말들과는 관련이 없다. 한자를 만드는 방법에 여섯 가지, 즉 육서가 있다. 상형, 지사, 회의, 형성, 전주, 가차다. 여기 이 ‘가차’와 관계가 있다. 가차가 지닌 뜻은 ‘임시로 빌리는 것’. 가차는 어떤 뜻을 나타내는 한자가 없을 때 음이 비슷한 글자를 빌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스스로 자(自)’ 자도 가차된 글자 가운데 하나다. ‘자(自)’는 본래 사람의 코를 본떠 만든 글자로, ‘코’를 뜻했다. 이후 ‘스스로’라는 뜻을 적기 위해 이 글자를 빌리게 됐다. ‘콩 두(豆)’ 자는 제사에 쓰는 그릇 ‘제기’를 뜻했었다. 제기에 콩을 주로 담았었는지 ‘콩’을 나타내는 글자로 가차됐다. 이 ‘가차’에서 ‘가차 없다’는 표현이 시작됐다. “가차 없다”고 하면 더 이상 다른 방법은 안 된다는 말이 된다. 임시적인 것은 허용치 않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가차’의 의미는 흐려지고 ‘가차 없다’는 새로운 뜻을 가진 말이 됐다. “사정을 봐주는 것도, 용서도 없다”는 걸 뜻하는 관용구처럼 쓰인다. 우리말 바루기 가차 용서 인정 글자 가운데 냉정함 냉혹함
2026.08.23. 20:00
이전 시대 과거에 급제한 사람을 가리켜 ‘신래(新來)’라고 불렀다. 지금으로 치면 ‘신입’을 뜻한다. 과거에 합격했지만 ‘신래’에게는 임금이 내리는 합격 증명서를 받을 때까지 지루하고 혹독한 신고식이 이어졌다. 급제 선배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신래를 집 밖으로 불러냈다. 그러곤 신래 얼굴에 먹칠을 하거나 신래에게 모욕적인 행동을 하게 했다. ‘호신래(呼新來)’라고 하는 관행이었다. 과거에 급제한 사람들이 합격 증명서를 받으러 간 자리. 관리들은 이들을 ‘신래위’라는 구령으로 호명했다. 이 ‘신래위’가 변해 ‘실랑이’가 됐다. ‘호신래(呼新來)’에 붙은 이미지가 ‘실랑이’에 그대로 따라붙었다. ‘실랑이’는 “이러니저러니 하며 남을 못살게 굴거나 괴롭히는 일”이란 말이 됐다. 다음처럼 쓰인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괜한 실랑이를 벌였다.” ‘승강(昇降)이’는 “서로 자기 주장을 고집하며 옥신각신하는 일”이란 뜻이다. ‘실랑이’처럼 일방적이지 않다. ‘승강’이 “오르고 내림”이란 뜻이니 기세를 한쪽만 올리는 게 아니다. 양쪽이 같이 올렸다 내렸다 한다. 그러면서 서로 자기가 맞다고 우기는 거다. 다음 문장에서 사용된다. “의견 차이로 팀원들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졌다.” 그런데 이 문장에선 ‘승강이’ 대신 ‘실랑이’가 쓰여도 잘못된 건 아니다. ‘실랑이’는 뜻이 넓어져 ‘승강이’의 뜻도 갖게 됐다. 그렇더라도 일방적 괴롭힘일 땐 ‘실랑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실랑이 승강 합격 증명서 급제 선배들 다음 문장
2026.08.20. 18:41
‘한식대첩’ ‘혼례대첩’ ‘걸그룹 대첩-가문의 영광’ 등 TV드라마 및 예능 프로그램명으로 ‘대첩’이 종종 사용되곤 한다. ‘살수대첩’ ‘한산도대첩’ ‘명량대첩’ 등처럼 큰 전쟁명으로 ‘대첩’이 쓰이다 보니 프로그램 이름에 ‘대첩’을 붙이면 뭔가 규모가 거대하고 비장한 대결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어서인 듯하다. 그러나 ‘대첩’이 적절한 쓰임인지는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살수대첩’은 고구려 영양왕 23년(612)에 고구려와 중국 수나라가 살수에서 벌인 큰 싸움으로, 수나라의 양제가 고구려를 정복하려고 200만 명의 대군을 인솔하고 쳐들어왔으나 을지문덕 장군이 지휘한 고구려 군사가 살수를 건너온 수나라의 별동대 30만5000여 명을 몰살시킨 전쟁이다. ‘한산도대첩’과 ‘명량대첩’은 조선 선조 25년(1592)과 선조 30년(1597)에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수군이 한산도 앞바다와 명량에서 왜선(倭船)을 쳐부숴 크게 이긴 싸움을 이른다. 대첩(大捷)은 ‘큰 대(大)’ 자와 ‘이길 첩(捷)’ 자로 이루어진 낱말로, ‘크게 이김. 또는 큰 승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방송 프로그램명으로 출연자들 간에 대결하는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나타내려 했다면 ‘대첩’보다 ‘대전’ ‘전쟁’ ‘대결’ 등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대첩’은 이미 ‘커다란 승리’라는 결론이 난 전쟁이기 때문에 누가 우승할지 모르는 출연자들 간 경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말 바루기 대첩 사용 걸그룹 대첩 고구려 영양왕 고구려 군사
2026.08.19. 19:27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서로 나이를 물어보는 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나이가 한 살이라도 많으면 연장자 대우를 해주곤 한다. 따라서 나이를 어떻게 세는지가 사회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나이를 셀 때 독특한 셈법이 존재하는데, 바로 ‘세는나이’다. ‘세는나이’는 태어난 해를 1년으로 쳐서 함께 세는 나이를 말한다. 2025년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태어난 해를 1년으로 치므로, 2026년 현재 ‘세는나이’로는 두 살이 된다. 그러나 매년 1월 1일이면 모든 국민이 똑같이 한 살을 더 먹는 ‘세는나이’는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으로 기재된 ‘56세’의 해석을 두고 법적 분쟁이 장기간 지속되는 등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에 ‘만 나이 통일법’이 행정·민사상 나이 기준을 통일하기 위해 도입됐다. ‘만 나이’는 출생일을 기준으로 0세부터 시작해 생일이 지나면 한 살씩 더해 계산한다. '만 나이 통일법’이 발효됐지만 현실에서는 아직도 ‘세는나이’가 통용되곤 한다. 특히 ‘앰한나이’의 경우 종종 시빗거리가 되기도 한다. ‘앰한나이’는 연말에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이 한 살을 더 먹게 된 경우의 나이를 이른다. 12월 31일에 태어난 사람이 다음 날인 1월 1일 태어난 사람에게 윗사람 대접을 받으려 할 경우 “앰한나이 하나 더 먹었다고 어른 노릇을 하기엔 서로 나이 차도 크지 않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우리말 바루기 나이 나이 통일법 민사상 나이 윗사람 대접
2026.08.18. 18:30
이미 번져 버린 불길을 바라보면 허망해진다. 이때 우리는 “걷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 먼발치에서 불길의 크기를 눈대중으로 가늠할 때는 “겉잡아도 이 정도는 되겠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걷잡다’는 잘못돼 가는 형세나 흐름, ‘겉잡다’는 대상에 대한 ‘판단’과 관련해 쓰인다. 그렇지만 ‘걷잡다’와 ‘겉잡다’는 똑같이 [걷짭따]로 발음된다. ‘ㄷ’ 받침의 ‘걷잡다’에는 ‘거두어 붙잡다’는 기본 의미가 들어 있다. “한 방향으로 치우쳐 흘러가는 형세를 붙들어 잡다” 또는 “마음을 진정하거나 억제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주로 산을 삼킬 듯 번지는 불길, 비 오듯 쏟아지는 눈물, 급격하게 변하는 경제 상황처럼 통제를 벗어나려는 대상을 바로잡거나 가까스로 억제할 때 사용한다. 그렇다 보니 ‘걷잡다’는 거의 ‘없다’ ‘못하다’ 같은 부정어와 함께 쓰인다. “걷잡을 수 없는 불길.” “걷잡지 못하는 지경에 빠져버렸다.” ‘ㅌ’ 받침의 ‘겉잡다’는 ‘속’의 반대말 ‘겉’과 ‘잡다’가 결합한 말이다. ‘겉’을 잘 봐야 한다. 이 낱말은 겉으로 보고 대강 짐작한다, 헤아린다는 뜻을 갖게 됐다. 어떤 대상을 정밀하게 측정하거나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 양이나 정도를 가늠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어떤 대상이나 사실의 표면적인 정보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다음처럼 쓰인다. “그 일은 겉잡아도 사흘은 걸린다.” “겉잡아 말하지 말고.” “겉잡아도 쉰은 돼 보인다.” 우리말 바루기 기본 의미 경제 상황
2026.08.17. 18:23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오는 청춘들을 보면 고난과 역경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어진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청춘들이 꽃길만 걷기를 바란다.” 응원의 한마디 중 ‘내딛은’에 주목해 보자. ‘내딛다’를 활용할 때 이처럼 ‘내딛은’이라 곧잘 쓰곤 하는데, 이는 틀린 표현이다. ‘내딛다’의 어간은 ‘내딛-’이므로 ‘은/는’을 붙여 활용하면 ‘내딛은’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내딛다’는 ‘내디디다’가 줄어든 준말이라는 데 주의해야 한다. 표준어 규정 제16항에 따르면, 표준어에서 일부 준말의 경우 모음 어미가 연결될 땐 준말의 활용형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딛다’는 ‘내디디다’가 줄어든 준말이다. 활용 시 어간 뒤에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올 땐 ‘내딛고, 내딛는, 내딛지’ 등과 같이 규칙적으로 활용되므로 고민 없이 쓰면 된다. 그러나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뒤따를 땐 준말의 활용형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준말인 ‘내딛다’의 어간 ‘내딛-’이 아니라, 본딧말인 ‘내디디다’의 어간인 ‘내디디-’와 결합해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어미가 모음으로 시작되는 ‘내딛으면’ ‘내딛어서’ ‘내딛은’ ‘내딛을’ ‘내딛었다’ 등은 ‘내딛-’이 아닌 ‘내디디-’와 결합한 ‘내디디면’ ‘내디디어서(내디뎌서)’ ‘내디딘’ ‘내디딜’ ‘내디디었다(내디뎠다)’ 등으로 고쳐 써야 바른 표현이 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춘들이 꽃길만 걷기를!”우리말 바루기 일부 준말 표준어 규정
2026.08.16. 18:30
㉠ 친구를 만나러 갔다. ㉡ 친구를 만나려 갔다. ㉠은 자연스러운데 ㉡은 뭔가 어색하다. ‘-러’와 ‘-려’는 쓰이는 자리가 분명히 드러난다. 차이를 가르는 기준은 바로 ‘이동’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먼저 ‘-러’는 움직여서 자리를 옮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동사 ‘오다’ ‘가다’ ‘다니다’ 등과 함께할 때만 자연스럽다. 즉, ‘-러’는 동사 어간에 붙어 ‘오다’ 같은 이동 동사가 나타내는 행동의 목적을 설명하는 구실을 한다. “책을 사러 갔다” “밥을 먹으러 나갔다” “버스를 타러 왔다” 같은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사다’ ‘먹다’ ‘타다’가 아니라 ‘갔다’ ‘나갔다’ ‘왔다’에 있다. ‘이동’의 의미가 빠지면 ‘-러’는 설 자리를 잃는다. 반면에 ‘-려’는 이동 여부와 상관이 없다. ‘-려’는 의도, 계획, 변화의 조짐을 드러낼 때 쓰인다. 즉, ‘-려’는 실제로 움직이거나 행위를 했는지와는 관계없이 마음속 생각이나 상황의 진행 방향을 드러내는 데 초점이 있다. “식사하려 한다” “건강을 챙기려 매일 운동한다” “비가 오려 한다”처럼 마음속 상태나 상황의 흐름을 가리킬 때 와야 자연스럽다. 그럼 ㉢ “친구가 책을 빌리러 전화를 했다”와 ㉣ “친구가 책을 빌리려 전화를 했다” 중 자연스러운 문장은? ㉣이다. ㉣처럼 의도를 나타내는 어미 ‘-려’를 쓰는 게 적절하다. ‘이동’이면 ‘-러’, ‘의도’면 ‘-려’라고 기억하면 된다. 우리말 바루기 의도 계획 마음속 생각 마음속 상태
2026.08.13. 19:15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에게 중학교에 가게 돼 가장 기대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게 된 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이는 지금 교복을 맞추러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제 아이와 교복을 맞추러 가야 하는데, 여기서 질문 하나. 치수를 재서 몸에 딱 맞게 만든 옷을 일컬어 ‘마춤옷’이라고 해야 할까, ‘맞춤옷’이라고 해야 할까. 정답은 ‘맞춤옷’. ‘마춤’은 ‘마추다’에 ‘ㅁ’을 붙여 명사형으로 활용한 표현이다. ‘마추다’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맞추다’의 잘못으로 올라 있다. 다시 말해 ‘마추다’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로, ‘정한 규격의 물건을 만들도록 미리 주문하다’는 의미를 나타낼 땐 ‘맞추다’를 써야 맞는다. 따라서 ‘맞추다’를 활용한 ‘맞춤옷’이 바른 표현이다. ‘마추다’가 아닌 ‘맞추다’로 적는 이유는 용언의 어간에 접사 ‘-추-’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은 그 어간을 밝혀 적는다는 한글 맞춤법 제22항의 규정 때문이다. 또 한글 맞춤법 제55항에도 ‘맞추다’와 ‘마추다’로 구별해 적던 것을 ‘맞추다’ 한 가지로 적는다고 규정돼 있다. 요구하거나 생각한 대로 잘된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안성맞춤’도 마찬가지다. 간혹 물건의 상표나 상호로 ‘안성마춤 한우’ ‘안성마춤 막걸리’ 등처럼 쓰는 경우가 있어 ‘안성마춤’을 바른 표현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이 역시 맞춤법상 ‘맞추다’를 활용한 ‘안성맞춤’이라고 해야 바르다.우리말 바루기 마춤옷 안성마춤 막걸리 안성마춤 한우 한글 맞춤법
2026.08.12. 18:39
영화 ‘승부’는 ‘바둑 황제’ 조훈현 9단과 그의 제자 이창호 9단의 삶을 담았다. 바둑판 위의 승패와 사제 간의 긴장, 피할 수 없는 순간들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승부’라는 제목은 영화가 보여 주고 싶은 핵심을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승부’는 “이김과 짐”이다. 비슷한 말은 ‘승패’다. ‘승패’의 사전적 의미는 “승리와 패배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승부’와 조금 다른 듯 보이지만 차이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쓰임에서도 둘은 쉽게 넘나든다. “작은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에서 ‘승부’ 대신 ‘승패’를 넣어도 전혀 상관이 없다. 다음 문장들에서도 ‘승부’ ‘승패’ 무엇을 넣어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승부(승패)를 예측하기 어렵다.” “승부(승패)를 떠난 경기였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승부’와 ‘승패’가 같이 쓰이는 건 아니다. “승부를 걸었다”는 자연스럽지만 “승패를 걸었다”고 하면 뭔가 어색해 보인다. “승부를 내”라고는 하지만 “승패를 내”라곤 하지 않는다. 이처럼 ‘걸다’ ‘내다’ 같은 단어는 ‘승부’와만 잘 어울린다. ‘승부’에 “이김과 짐”이란 본래 의미 외에 다른 뜻도 있다는 얘기다. ‘승부’에는 ‘겨루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결과만이 아니라 승패를 결정하는 ‘과정’이 들어 있다. 그래서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에선 더더욱 ‘승패’가 ‘승부’를 대신할 수 없다. 과정이 중요했기에 영화 제목도 ‘승부’가 되지 않았을까.우리말 바루기 승부 승패 사전적 의미 영화 제목 본래 의미
2026.08.11. 18:28
불빛을 내는 ‘초’는 고유어다. 그래서 뒤에 한자어 ‘농(膿)’ ‘대(臺)’가 와도 사이시옷이 붙는다. ‘촛농’ ‘촛대’가 된다. ‘촛농’은 [촌농]으로 ‘ㄴ’ 소리가 덧나고, ‘촛대’는 [초때]로 뒷말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현상을 반영한 결과다. 그렇지만 어원은 한자어 ‘촉(燭)’에 닿는다. ‘촉’에서 ‘ㄱ’이 탈락하며 ‘초’가 됐다. 그렇다고 우리말에서 ‘촉’이 사라진 건 아니다. ‘촛농’과 같은 말 ‘촉농’도 한 모퉁이에 여전히 있다. ‘촛대’ 대신 ‘촉대’라고 안내하는 박물관도 있다. 결혼식 때 반드시 듣게 되는 말 ‘화촉(華燭)’에도 ‘촉’이 보인다. ‘화촉’의 사전적 의미는 “빛깔을 들인 밀초”다. 평범한 초가 아니라 화려한 초를 가리켰다. 꿀벌이 벌집을 만드는 물질인 밀랍이 재료다. 이 밀랍으로 만든 초인 ‘밀촉’에 여러 무늬와 색깔을 내어 만든다. 값진 것이어서 궁중과 상류층에서나 사용했다. 민간에선 특별하게 결혼식에서나 쓸 수 있었다. 화촉은 곧 결혼을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결혼식은 화촉이 밝혀지면서 본격 시작됐다. ‘화촉을 밝히다’는 ‘결혼식을 올리다’라는 말이 됐다. 자작나무는 껍질이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 이 소리가 나무 이름이 됐다.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초도 ‘화촉(樺燭)’이다. ‘자작나무 화(樺)’ 자가 쓰였다. 일찍이 이 ‘화촉’으로 불을 밝히며 혼례를 치른 일도 있었을 것이다. 애초 ‘화촉을 밝히다’가 여기서 비롯됐다는 의견도 있다.우리말 바루기 화촉 자작나무 껍질 궁중과 상류층 사전적 의미
2026.08.10. 18:12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많이 올라온다. “지금까지의 게을렀던 모습에서 ‘환골탈퇴’해 부지런한 사람이 돼 보겠다” “음주와 폭식, 야식으로 망가진 몸뚱이에서 ‘환골탈퇴’해 ‘몸짱’으로 거듭나겠다” 등과 같은 글들이 눈에 띈다. 한 사람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일을 일컬어 ‘환골탈퇴’라고 표현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라고 해야 바르다. ‘환골탈태’의 유래를 잘 알지 못해 많은 이가 이처럼 잘못 쓰곤 하는데, ‘환골탈태’는 중국 남송의 승려 혜홍(惠洪)의 ‘냉재야화(冷齋夜話)’에서 나온 말이다. ‘환골’은 도가(道家)에서 인간이 속골(俗骨)을 선골(仙骨)로 바꾸어 몸에 털이 난다는 뜻으로, 신선이 되는 일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탈태’는 뼈대를 바꾸어 끼고 태를 바꾸어 쓴다는 뜻으로, 고인의 시문 형식을 바꿔 그 짜임새와 수법이 먼저 것보다 잘되게 함을 이르는 표현이다. 다시 말해 시인의 시상(詩想)이 마치 어머니의 태내에 아기가 있는 것처럼 그 태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시적 경지로 승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환골’과 ‘탈태’ 모두 뼈대를 바꾸고, 태 역시도 바꾼다는 뜻이니 이를 합친 ‘환골탈태’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거듭난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환골탈태’는 부정적 의미로는 쓸 수 없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뀐다는 뜻으로만 사용할 수 있으니 주의해 써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불가능 부정적 의미 폭식 야식 시문 형식
2026.08.09. 20:00
‘에 대해’를 웬만하면 쓰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 외국어를 번역하면서 생긴 표현이라 그리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영어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일본어에서 그대로 가져온 표현이라고도 한다. “공 던지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는 “공 던지는 방법을 알아보자”가 더 낫다고 대안을 제시한다. 뒤의 문장이 더 간결하게 보이고, 의미도 흐려지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표현을 덜어내는 것만으로도 문장이 한결 가볍고 또렷해진다. 비슷하게 “환경 보호에 대해 생각해 보자” 역시 “환경 보호를 생각해 보자”로 고쳐 쓸 수 있다. “시험 준비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도 “시험 준비 방법을 이야기해 보자”라고 하면 말이 자연스럽다. 이런 예들을 보면 ‘에 대해’는 없어도 뜻이 충분히 전달되고, 오히려 문장이 단정해진다. 그렇지만 모든 상황에서 ‘에 대해’를 다른 표현으로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를 “그 사건을 어떻게 생각해?”로 바꾸면 어색하지는 않지만, 미묘하게 뜻이 달라진다. 앞의 문장은 사건을 둘러싼 맥락과 평가 전반을 묻는 느낌을 준다. 반면에 뒤의 문장은 대상 자체에 대한 판단으로 범위가 좁아진다. “너 길동에 대해 아니?”와 “너 길동이 아니?”에서는 전혀 다른 뜻이 된다. 앞 문장은 길동이와 관련된 여러 정보를 물을 때 쓰인다. 길동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친구 관계는 어떤지, 성격은 어떤지 등을 담고 있다. 뒤 문장은 단지 길동을 아는지만 묻는다.우리말 바루기 환경 보호 친구 관계 시험 준비
2026.08.06.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