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드러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타인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것도 문제지만 속으로만 끙끙 앓다 마음의 병을 얻기도 한다. “분을 삭히기 위해 혼자 술을 마시다 건강이 안 좋아졌다”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꾹 누르고 속으로 삭히다 보니 화병이 났다”와 같은 사연을 접할 때가 많다. 여기서 ‘삭히다’는 올바르지 못한 표현이다. “분을 삭이기 위해” “속으로 삭이다 보니”로 바꿔야 한다. 이런 혼란이 생기는 것은 ‘삭다’가 ‘삭히다’와 ‘삭이다’ 두 가지 형태의 사동사로 갈라지기 때문이다. 사동사란 문장의 주체가 자기 스스로 행하지 않고 남에게 그 행동이나 동작을 하게 함을 나타내는 동사를 말한다. ‘삭히다’는 김치나 젓갈 따위의 음식물을 발효시켜 맛이 들게 하다는 의미의 사동사다. “가자미식해는 가자미를 삭혀 만든 함경도 지방의 젓갈이다” “코를 알싸하게 만드는 삭힌 홍어는 특유의 향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린다”처럼 쓰인다. 젓갈 등을 오래되도록 푹 삭히다고 할 때도 ‘곰삭히다’를 사용한다. ‘곰삭이다’란 말은 없다. ‘삭이다’는 어떤 감정이나 생리작용이 수그러들게 하다는 뜻의 사동사다. “화를 삭이려 무던히 애썼다” “생강차는 기침을 삭이는 데 좋다”와 같이 쓰인다. 긴장·화를 풀어 마음을 가라앉히다, 기침·가래 등을 잠잠하게 하다고 할 경우엔 모두 ‘삭이다’로 표현한다. 먹은 음식물을 소화시키다고 할 때도 ‘삭이다’를 쓴다. “돌도 삭일 나이라더니 정말 잘 먹는구나”처럼 사용한다.우리말 바루기 함경도 지방 젓갈 따위
2025.06.24. 18:35
금이나 집, 물건 등과 같이 눈에 보이는 자산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고 실체도 막연한 자산이 있다. 누군가 미래에는 그 가치가 크게 오를 거라며 이에 투자하라고 권유한다면 많은 이가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은 실물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화폐를 사기 위해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있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상대에게 대꾸할 때 많은 사람이 위에서와 같이 “택도 없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맞춤법상 잘못된 표현으로, “턱도 없다”라고 해야 올바르다. ‘턱’은 마땅히 그리해야 할 까닭이나 이치를 뜻하는 말로, 흔히 “도대체 영문을 알 턱이 없다”에서와 같이 어미를 ‘-을’ 뒤에서 ‘없다’와 함께 쓰이거나, “사랑을 고백한 그가 나를 속일 턱이 있겠니?”에서처럼 ‘있다’와 함께 반어형으로 쓰인다. 또한 ‘턱’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이 늘 그 턱이다”에서와 같이 그만한 정도나 처지를 나타내는 말로도 쓰인다. ‘턱’이 단독으로 쓰일 경우 “택도 없다”에서처럼 ‘택’으로 더 많이 사용되곤 한다. 그러나 “그런 턱없는 이야기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에서와 같이 ‘터무니없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턱없다’의 경우엔 ‘택없다’라고는 잘 쓰지 않는다. ‘턱없다’와 ‘턱도 없다’가 동일한 의미를 지닌 표현이라는 걸 기억한다면 앞으로 ‘택도 없다’와 같이 틀리게 쓰는 실수는 범하진 않을 것이다.우리말 바루기
2025.06.22. 19:00
‘패이다세찬 비가 온 뒤엔 도로 곳곳이 깨지거나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 심지어 땅이 꺼져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장마철에 급증하는 이런 현상은 아스팔트 균열 사이로 비가 스며들며 발생한다. 폭우로 생긴 누더기 도로를 설명할 때 ‘패이다’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 “계속된 장맛비에 차로 곳곳이 패여 운전자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야간 빗길엔 움푹 패인 부분이 잘 보이지 않아서 교통사고 위험이 그만큼 높다”와 같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패여’ ‘패인’은 잘못된 표현이다. ‘파여’ ‘파인’으로 고쳐야 한다. ‘파다’의 피동형을 ‘패이다’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구멍이나 구덩이가 만들어지다는 의미의 동사는 ‘파이다’이다. ‘파이고, 파여, 파인, 파였다’ 등과 같이 활용된다. ‘파이다’의 준말 형태인 ‘패다’를 써도 무방하다. 이때는 ‘패고, 패어, 팬, 패었다’로 활용하는 것이 바르다. ‘패이고, 패여, 패인, 패였다’는 잘못된 활용형이다. ‘채이다’란 말도 없다. 사귀던 남녀가 헤어졌을 때 “네가 찬 거니? 채인 거니?”라고 묻는 것은 바르지 못하다. ‘차인’이 올바른 표현이다. “네가 찼니? 아니면 채였니?”도 마찬가지다. ‘차였니’로 바루어야 한다. ‘채이고, 채여, 채인, 채였다’는 잘못된 활용이다. ‘차다’의 피동사는 ‘채이다’가 아니라 ‘차이다’이다. ‘차이고, 차여, 차인, 차였다’ 등과 같이 활용된다. ‘채이다’ 형태로 잘못 사용하기 쉬운 것은 ‘차이다’의 준말인 ‘채다’ 때문에 생기는 혼란이다. 줄어든 형태로 쓰려면 ‘채고, 채어, 챈, 채었다’로 활용한다.우리말 바루기 아스팔트 균열 야간 빗길 교통사고 위험
2025.06.18. 19:08
두더지를 모방한 굴착 로봇, 달 기지 건설을 돕는 거미 로봇, 개미가 일하는 방식을 따라 만든 협동 로봇-. 이들의 공통점은 동물을 본떠 로봇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예부터 인류는 자연을 모방하며 발전해 왔다. 이처럼 무엇을 본보기 삼아 그대로 좇아 하는 행위를 가리킬 때 ‘본뜨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그 활용형이 헷갈린다. 즉 ‘동물을 본딴 보봇’인지, ‘동물을 본뜬 로봇’인지 아리송하다. 어느 게 맞을까? ‘본딴’이 되려면 기본형이 ‘본따다’가 돼야 한다. 하지만 사전에 ‘본따다’는 없다. ‘본따다’가 아니라 ‘본뜨다’만 나온다. ‘본뜨다’는 ‘본뜬’ ‘본떠’ ‘본떴다’ 등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동물을 본뜬 로봇’이 맞는 말이다.“카멜레온의 혀를 본따 강한 흡인력을 지닌 산업 로봇을 만들었다” “KTX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산천어의 모양을 본땄다”에서의 ‘본따’ ‘본땄다’ 역시 ‘본떠’ ‘본떴다’로 고쳐야 한다. 기본형을 ‘본따다’로 생각하는 것은 ‘따다’라는 낱말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선생님의 말씀에서 요점을 따서 적었다”에서처럼 ‘따다’에는 글이나 말 등에서 필요한 부분을 뽑아 취한다는 뜻이 있다. 이 때문에 기본형을 ‘본따다’로 생각하기 쉽지만 ‘본뜨다’가 맞는 말이다. ‘본뜨다’는 ‘본’과 ‘뜨다’의 합성어다. 버선이나 옷 등을 만들 때 쓰기 위해 본보기로 만든 실물 크기의 물건을 ‘본(本)’이라고 한다. 이 ‘본’과 도면이나 모형 등을 만든다는 의미의 ‘뜨다’가 합쳐져 이루어진 단어가 ‘본뜨다’이다.우리말 바루기 로봇 동물 실물 크기 공기 저항 거미 개미
2025.06.17. 19:40
‘물총 들고 은행 강도짓’ ‘물총 들고 은행 강도질’. 누구는 ‘강도짓’이라고 했고, 누구는 ‘강도질’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강도짓’이 어색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틀렸다고까지 말한다. 반대로 자연스럽다는 사람도 있다. 국어사전들도 그렇다. 어떤 사전은 ‘강도짓’이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강도짓’을 표제어로 올리지 않았다. ‘강도질’만 표제어로 올렸다. 어떤 사전은 ‘강도질’ ‘강도짓’을 둘 다 실었다. ‘강도짓’도 꽤 쓰이는 현실을 반영했다. ‘짓’이 붙은 말들은 대개 동작이 한 번이어도 된다. 반드시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손짓’은 한 번만 움직여도 된다. 동작을 여러 번 해야 완료되는 게 아니다. 눈짓, 날갯짓, 몸짓, 어깻짓 같은 동작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손을 대서 잘 매만지는 일”인 ‘손질’은 반복적이다. 어느 정도 반복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손질’이 된다. ‘바느질’ ‘다림질’ ‘부채질’ ‘양치질’ ‘되새김질’ ‘뜀박질’ 같은 말들에도 반복성이 있다. ‘싸움질’이나 ‘자랑질’ 같은 말들도 일회적인 동작으로 이뤄지진 않는다. 반복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이런 흐름에서 ‘도둑질’도 ‘도둑짓’이라고 하지 않는다. ‘강도짓’보다 ‘강도질’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되겠다. 그런데 딴짓, 망나니짓, 여우짓, 허튼짓 같은 말들도 보인다. 일회적인 동작이 아닌 말들이다.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반드시는 아니다. 그래도 일회적이냐, 반복적이냐로 ‘짓’과 ‘질’을 어느 정도는 구별할 수 있다.우리말 바루기 구별 은행 강도짓 은행 강도질 망나니짓 여우짓
2025.06.15. 12:22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인선이 이어지고 있다. 각 후보자의 청문회도 열리게 된다. 간혹 후보자 대신 내정자라고 쓰는 이도 있다. 공식 임명되지 않은 장관을 부를 때 내정자와 후보자 중 어떤 호칭이 적절할까? 개각 때마다 호칭 문제를 두고 늘 혼선을 빚는다. 대개 장관은 ‘후보자’로 부른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OOO 의원을 지명했다”와 같이 ‘후보자’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장관뿐만 아니라 국무총리도 마찬가지다. “총리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는 보통 이틀간 진행된다”의 경우 ‘총리 후보자’라고 하는 게 적절하다.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공직자의 경우 임명 전까지 후보자로 부른다. 국회법 46조의 3과 65조의 2, 인사청문회법 2조 등에 근거해 총리와 장관 등은 ‘후보자’란 호칭을 붙인다. 총리는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으나 장관은 국회 표결 절차 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대법원장·헌재소장·대법관·감사원장 등도 임명동의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정원장·국세청장·검찰총장·경찰청장 등은 장관과 마찬가지로 임명동의 표결이 필요 없다.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의 뜻대로 임명할 수 있다. 청와대 비서진의 경우는 임명 전까지 어떻게 불러야 할까?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 등은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바로 임명하므로 ‘내정자’로 불린다. 우리말 바루기 후보자 내정자 총리 후보자 총리 내정자 후보자 대신
2025.06.12. 18:37
요즘 유행하는 표기 가운데 ‘feat.’이라는 게 있다. 대개 이런 식으로 사용한다. ‘○○의 귀환(feat. 아는형님)’ ‘○○할매곤드레밥(feat. 한식)’ ‘레전드 술먹방(feat. 김갑돌)’ 등이다. 블로그나 유튜브 등 SNS의 제목에서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무슨 뜻일까? 언뜻 봐서는 무슨 의미로 쓰이는지 종잡기 어렵다. ‘feat.’은 영어 피처링(featuring)의 약자다. ‘featuring’은 대체로 음악가가 앨범 작업을 할 때 찬조출연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앨범 전체에 참가하는 것은 아니고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다. 예를 들면 방탄소년단(BTS)이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ove)’라는 곡을 만들 때 미국의 가수 핼시(Halsey)와 협업했다. 전체 곡을 함께한 것은 아니고 부분적으로 참여했다. 이럴 때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ove)(Feat. Halsey)’처럼 표기된다. 이러한 피처링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된다. 유명 가수의 참여만으로도 화제가 되니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서두에 나열한 각종 ‘feat.’은 어떤 의미로 사용된 것일까? 피처링의 본래 뜻보다는 부연 설명하는 형태로 쓰인 것이 대부분이다. 아마도 재미로 또는 멋을 내기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복잡한 설명을 간결하게 하기 위해 ‘feat.’으로 재치를 발휘한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SNS에서 꼭 이것이 잘못된 쓰임이라는 것을 지적하기는 좀 뭣하다. 우리말 바루기 홍길동 feat 영어 피처링 앨범 작업 마케팅 수단
2025.06.11. 19:45
LA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혜성 선수의 활약도 돋보인다. 한국서도 다저스 경기 때마다 중계 방송으로 응원하고 있다. 중계진은 “더 이상 실수가 나오면 안 되죠” “더는 실점하면 안 돼요”라며 해설을 이어 나간다. 이때 짚고 넘어가야 할 표기가 있다. “안 되죠”와 “안 돼죠”, “안 되요”와 “안 돼요”다. ‘되’와 ‘돼’는 자주 틀리는 맞춤법으로 무엇이 바른지 헷갈린다는 이가 많다. 구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돼’는 ‘되어’가 줄어든 말이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되어’를 넣어 자연스러우면 ‘돼’로 적고, 부자연스러우면 ‘되’로 적으면 된다고 생각하면 쉽다. “안 돼죠”의 경우 ‘돼’를 ‘되어’로 바꾸니 “안 되어죠”가 돼 어색하다. “안 되죠”가 바른 표현임을 알 수 있다. ‘-죠’는 종결어미 ‘-지’에 보조사 ‘요’가 결합한 말인 ‘-지요’의 준말이므로 “안 되지요” “안 되죠”로 써야 한다. “안 돼요”의 경우는 ‘돼’를 ‘되어’로 바꿔도 자연스럽다. “안 되어요”는 말이 되므로 “안 되요”가 아닌 “안 돼요”가 올바른 표현임을 알 수 있다. ‘되다’의 어간 ‘되-’에 어미 ‘-어/-어서/-었-’ 등이 붙어 활용될 때는 ‘되-’와 ‘-어’를 축약해 ‘돼/돼서/됐다’처럼 ‘돼’로 표기할 수 있다. 자음 어미가 붙어 활용될 때는 축약되지 않으므로 ‘되고/되니/되면’처럼 ‘되’로 적는다.우리말 바루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다저스 경기 김혜성 선수
2025.06.10. 18:17
찐빵에 앙꼬가 빠진다면? 아마도 맛이 밍밍하기만 할 뿐 달콤한 찐빵의 묘미를 살려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일이나 현상, 생각 등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진 경우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표현을 관용구처럼 쓰곤 한다. 이 말이 흔히 쓰이다 보니 ‘앙꼬’를 우리말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일본어 표현이다. ‘앙꼬’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떡이나 빵 안에 든 팥’으로 풀이돼 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에선 ‘다듬은 말’을 통해 ‘앙꼬’는 ‘あんこ’에서 온 말이므로 ‘팥소’로 순화해 사용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팥소’는 팥을 삶아서 으깨거나 갈아서 만든 것을 의미한다. 빵에 들어가는 것부터 떡에 들어가는 것까지 팥소가 들어가는 음식은 다양하지만, ‘팥소’라는 표현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앙꼬’라고 쓰는 일이 허다하다. ‘팥소’라는 표현이 어색한 이유는 사람들이 여기 쓰인 ‘소’를 낯설어하기 때문이다. ‘소’는 송편이나 만두 등을 만들 때, 맛을 내기 위해 익히기 전 속에 넣는 여러 가지 재료를 말한다. 통김치나 오이소박이김치 등의 속에 넣는 여러 가지 재료를 이를 때도 ‘소’를 쓴다. 간혹 ‘만두속’ ‘김칫속’과 같이 ‘속’을 쓰는 경우도 볼 수 있지만, ‘만두소’ ‘김칫소’가 바른 표현이다. ‘팥소 없는 찐빵’이라 하면 말맛이 살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바른 말을 제대로 알고, 보다 많은 사람이 정확한 표현을 쓴다면 언젠가 ‘앙꼬 없는 찐빵’보다 ‘팥소 없는 찐빵’이 익숙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우리말 바루기 앙꼬 팥소 현상 생각 가지 재료
2025.06.05. 18:59
“국민의 머슴이 되겠다”며 허리를 숙이는 정치꾼이 아닌 일꾼을 뽑고자 하는 유권자들. 긴 줄다리기 끝에 국민의 손으로 일꾼을 가려냈다. 선거에서 뽑힌 이들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당선사례 현수막이나 언론매체 등에서 ‘당선인’으로 고집하다 보니 ‘당선자’라는 말은 사용하면 안 되냐고 문의하는 사람이 많다. 표준국어대사전엔 두 단어가 같은 말로 올라 있다. ‘당선자’라고 하든 ‘당선인’이라고 하든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두 낱말을 자유롭게 쓰다 대통령이나 의원이 되면 ‘당선인’으로 부르는 이유는 뭘까. 이런 혼란이 되풀이되는 건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가 ‘당선인’으로 불러 달라고 하면서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당선인’으로 돼 있다는 게 명분이었다. ‘당선인’으로 고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았다. 상위 법률인 헌법엔 ‘당선자’로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 인(人)’을 붙이면 ‘놈 자(者)’보다 격이 높아 보인다는 권위주의적 발상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더 익숙한 건 ‘당선자’다. 말의 흐름상 유권자와 함께 당선자로 부르는 게 자연스럽다. ‘-자’와 ‘-인’은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사다. 중개인·중개자처럼 같은 의미의 말로 섞어 쓸 때가 많다. 범죄자에도 붙지만 기자·학자에서 보듯 ‘-자’에 특별히 비하의 뜻이 담긴 게 아니다. 다만 장애 등 특정 어휘에 붙으면 낮춰 부르는 말로 인식되며 인권 존중 차원에서 ‘장애인’이 공식 용어로 자리 잡았다. 당선자·당선인은 다르다. 굳이 한 용어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우리말 바루기 당선자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 흐름상 유권자 공식 용어
2025.06.03. 19:40
고기에 채소와 양념을 버무려 볶아낸 ‘두루치기’는 반찬이 부족해도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는 음식이다. 대개 식탁 위의 ‘두루치기’만 떠올리지만 의외의 뜻이 있다. 음식뿐 아니라 사람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인다. “그는 회사 일, 운동, 집안 살림 등 못하는 것 없는 두루치기다” 등에서와 같이 여러 방면에 능통한 사람을 가리켜 ‘두루치기’라 한다. ‘팔방미인’과 의미가 일맥상통해 바꿔 써도 무방하다. ‘두루치기’ 외에도 사람을 나타내는 다양한 순우리말 표현이 있다. 잘 쓰지 않아 생소하지만, 단어와 뜻이 재미난 표현이 많다. 송기숙 작가의 ‘녹두 장군’을 보면 “강쇠는 여태까지 동네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기 아내한테도 무슨 일이나 가르친사위로 그저 시키는 대로만 고분고분했었으나, 이번에는 그것이 아니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가르친사위’가 무슨 뜻인지 단어만 봐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가르친사위’는 창조성이 없이 무엇이든지 남이 가르치는 대로만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와 같은 슬기주머니에게 이만 일을 처리할 꾀가 없을 리 없었다”와 같은 표현에서 볼 수 있는 ‘슬기주머니’는 그 모양으로 의미를 추측할 수 있다. 남다른 재능을 지닌 사람을 비유적으로 ‘슬기주머니’라 부른다. 이 밖에도 사람을 의미하는 재미있는 순우리말 표현으로 ‘물렁팥죽’이 있다. 마음이 무르고 약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무엇이든지 잘 아는 체하는 사람을 가리켜 ‘안다니’라 쓰기도 한다.우리말 바루기 두루치기 팔방미인 순우리말 표현 운동 집안 녹두 장군
2025.06.01. 13:13
코로나19의 후유증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예로부터 전염병은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되고 빠르게 많은 사상자를 낼 가능성이 있어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됐다. “염병하네”와 같은 욕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염병(染病)’은 원래 “마을에 염병이 돌다”처럼 쓸 수 있는, ‘전염병’을 뜻하는 말이다. 전염병 중에서도 ‘장티푸스’를 속되게 이르는 표현이기도 하다. 천연두·콜레라 등과 같은 전염병도 있지만, 그중에서도 장티푸스가 가장 무서운 병이었기에 ‘전염병’하면 ‘장티푸스’가 떠올라 ‘염병’이 ‘장티푸스’를 가리키게 됐다. 지금이야 의료 수준이 높아져 장티푸스가 크게 위험하지 않은 질병으로 취급되지만, 예전에는 염병이 돌면 온 마을이 쑥대밭이 되고 사람이 죽어 나가는 아주 무서운 질병이었다. 그래서 염병은 혐오와 공포의 대상이었다. 염병에 대한 공포와 혐오는 이 말에 대한 혐오로까지 이어져, ‘염병’이 욕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염병이 치료가 어렵고 전염성이 강한 병이었던 만큼 “염병하네”란 욕설 또한 독한 표현을 할 때 쓰이게 됐다. 오늘날 염병은 쉽게 고칠 수 있는 병이 됐지만 “염병할~” “염병을 떨다” 등 못마땅하거나 재수가 없음을 나타낼 때 쓰는 욕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전염병은 개인위생 등 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에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의 공포심을 이용한 가짜 뉴스가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퍼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우리말 바루기 염병 오늘날 염병 불특정 다수 의료 수준
2025.05.29. 18:24
몇 년 전 지방직 공무원 국어 시험에 바늘 한 쌈, 오이 한 거리, 한약 한 제가 몇 개인지를 묻는 문제가 나온 적이 있다. 요즘은 예전만큼 물건을 세는 단위가 다양하게 쓰이지 않는다. 몇 개, 몇 마리 등과 같이 일률적으로 단순화해서 사용하다 보니 이런 문제를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쌈’은 바늘을 묶어 세는 단위로, ‘바늘 한 쌈’은 바늘 24개를 이른다. 누군가 “바늘 두 쌈을 달라”고 말하면, 그 사람에게 바늘 48개를 주면 되는 셈이다. ‘거리’는 오이나 가지 따위를 묶어 세는 단위이다. 한 거리는 오이나 가지 50개를 이른다. “요즘 몸이 허약해진 것 같아 보약 한 제 지어 왔다”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여기서 ‘제(劑)’는 한의학에서 한약의 분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한 제는 탕약(湯藥) 스무 첩 또는 그만한 분량으로 지은 환약(丸藥) 따위를 가리킨다. “명태 한 짝을 들여왔다”는 말을 들으며 ‘짝’이 한 쌍, 즉 두 개를 의미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서 ‘짝’은 북어나 명태를 묶어 세는 단위로, 한 짝은 북어나 명태 600마리를 뜻한다. 또 조기나 청어 등의 물고기를 짚으로 한 줄에 10마리씩 두 줄로 엮은 것은 ‘두름’이라고 한다. 즉, 한 두름은 20마리를 일컫는다. 이 외에도 물건을 세는 단위로는 축(한 축=오징어 20마리), 톳(한 톳=김 100장), 죽(한 죽=옷, 그릇 등의 10벌) 등이 있다.우리말 바루기 바늘 바늘 48개 바늘 24개 지방직 공무원
2025.05.28. 20:06
표준국어대사전을 매일같이 이용한다. 이 사전에 따르면 “노래를 불러 제끼다”는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대신에 “노래를 불러 젖히다”로 쓰라고 한다. 그렇지만 “노래를 불러 젖혔다”고 말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대부분 “노래를 불러 제꼈다”고 표현한다. ‘재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전에서 ‘재끼다’를 찾으면 “(동사 뒤에서 ‘-어 재끼다’ 구성으로 쓰여) 일을 솜씨 있게 쉽게 처리하거나 빠르게 해 버림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돼 있다. ‘제끼다’는 비표준어라고 해 놓았으니 차라리 여기에 “노래를 불러 재꼈다”는 예문을 보이는 게 나았겠다. ‘젖히다’에 ‘재끼다’ 같은 뜻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젖히다’는 “고개를 젖히다”처럼 “뒤로 기울게 하다”이거나 “이불을 젖히다”처럼 “안쪽이 겉으로 나오게 하다”는 뜻일 때나 적절해 보인다. 사전은 ‘제끼다’ 대신 ‘제치다’를 쓰라고도 한다. “거치적거리지 않게 처리하다” “대상이나 범위에서 빼다” “경쟁 상대보다 우위에 서다”는 뜻으로 사용할 때다. “상대 선수들을 제끼고”가 아니라 ‘제치고’라는 것이다. “나를 제쳐 두고” “대기업을 제쳤다”처럼 표현하라고 한다. 이때 ‘제치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한글학회가 펴낸 우리말사전은 ‘제끼다’도, ‘재끼다’도 표준어로 처리해 놓았다. 의미는 둘 다 “일을 착착 처리하여 넘기다”이다. ‘제끼다’와 ‘재끼다’의 관계는 큰말, 작은말 차이다. ‘제끼다’가 큰말, ‘재끼다’가 작은말이다. 어감 차이만 있다. “노래를 불러 제꼈다”고 할지, “재꼈다”고 할지는 각자의 자유다.우리말 바루기 큰말 작은말 상대 선수들 경쟁 상대
2025.05.27. 18:36
‘깡패’라는 소리를 들으면 분명 기분이 나빠져야 하는데, 요즘 ‘깡패’ 소릴 들으면 흐뭇해진다는 이가 많다. “김 과장님 이제 보니 ‘어깨 깡패’였네요” “이 대리는 ‘실물 깡패’잖아” 등처럼 칭찬하는 말에 ‘깡패’를 붙여 쓰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깨가 넓고 체격이 좋으면 ‘어깨 깡패’, 사진보다 실물이 더 잘생기거나 예쁘면 ‘실물 깡패’라고 한다. ‘깡패’를 사람한테만 붙이는 건 아니다. “그 식당 가격은 비싼데 분위기가 깡패야”처럼 어떤 것이 유독 좋을 때 ‘깡패’ 칭호를 붙인다. ‘깡패’는 원래 폭력을 쓰면서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부정적 의미의 단어다. 그런데 ‘깡패’라는 말이 이처럼 원래의 뜻을 넘어 긍정적 의미로 확장돼 쓰이고 있다. ‘깡패’ 외에 ‘개-’도 의미의 변화 양상이 비슷한 단어다. ‘개살구’ ‘개수작’ ‘개망나니’ 등에서와 같이 ‘개-’는 원래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질이 떨어지다’ ‘쓸데없다’ ‘정도가 심하다’ 등 부정적 의미를 더하는 접사로 쓰였다. 그러나 요즘은 젊은 층 사이에서 정도 이상으로 좋다는 의미를 더할 때도 일부 형용사 앞에 ‘개-’를 붙여 쓰곤 한다. “이 음악 개좋아” “그 머리띠 개예쁘다”라고 표현한다. 흔히 ‘짱-’이라 했던 것에서 ‘개-’를 확장해 사용하는 것이다. ‘깡패’나 ‘개-’의 긍정적 쓰임이 표준어로 인정된 건 아니다. 말은 사회를 반영한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언어의 사회성을 고려한다지만 다양성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 고민할 때다.우리말 바루기 어깨 깡패 어깨 깡패 실물 깡패 부정적 의미
2025.05.22. 19:14
산울림의 노래 ‘나 어떡해’의 연관 검색어는 ‘나 어떻게’이다. ‘나 어떻게’를 치면 ‘나 어떡해’가 뜬다. 우리나라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린 대중가요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널리 알려진 곡이지만 제목이나 가사를 잘못 표기하는 사람이 제일 많은 곡이기도 하다. 첫 소절을 “나 어떻게 너 갑자기 가버리면~”으로 불러선 안 된다. “나 어떡해 너 갑자기 가버리면~”으로 알고 불러야 한다. 심지어 ‘나 어떻해’로 노래 제목과 가사를 올려놓기도 하는데 ‘어떻해’란 말은 아예 틀린 표기다. ‘어떻게’와 ‘어떡해’는 의미와 쓰임이 전혀 다르다. 활용법을 잘 몰라 잘못 사용하는 일이 많지만 어디서 온 말인지 알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어떻다’는 ‘어떠하다’가 줄어든 말이다. ‘어떻다’에 부사형 어미 ‘-게’가 결합한 형태가 ‘어떻게’이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처럼 동사나 형용사를 수식하는 부사어로 쓰인다. 뒤에는 반드시 서술어가 와야 한다. “나 어떻게”와 같이 문장을 끝맺는 말로는 사용할 수 없다. 문맥에 따라 ‘~해’ 등 서술어를 넣어야 하나의 문장이 완성된다. 아니면 “나 어떡해”로 바꿔야 한다. ‘어떡해’는 ‘어떠하게 하다’가 준 ‘어떡하다’를 활용한 형태다. “갑자기 바꾸면 어떡해”처럼 서술어로 사용한다. “그는 어떡해 지낼까”와 같이 용언을 꾸미는 말로는 쓸 수 없다. ‘어떻게’로 바루어야 한다. ‘어떻게 해’로 바꿔 봤을 때 뜻이 통하면 ‘어떡해’를 올바르게 사용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어떡하다’는 어떡해, 어떡하면, 어떡하든 식으로 ‘하다’ 동사의 활용을 따르므로 ‘어떻해’로는 활용될 수 없다.우리말 바루기 연관 검색어 우리나라 노래방 부사형 어미
2025.05.20. 18:51
“기다리면 기회는 온다. 조급해하지 마라!” 경기가 안 풀릴 때 감독이 건네는 이 한마디가 선수들에겐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뛸 수 있는 힘을 준다. 일상에서도 종종 듣는 이 조언 속의 ‘조급해하다’는 붙이는 게 맞을까? “조급해 하지 마라”와 같이 띄어 쓰면 안 된다. ‘조급해’ 뒤의 ‘하다’는 보조용언이다. 본용언의 뜻을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의 ‘하다’는 앞말이 의미하는 대상에 대한 느낌을 가짐을 나타낸다. 보조용언도 하나의 단어이므로 본용언과 띄어 쓰는 게 원칙이다. 경우에 따라 붙이는 것을 허용하나 띄어서 틀릴 일은 별로 없다. 예외가 있다. ‘조급해하다’처럼 ‘-아/-어하다’ 꼴은 앞말에 붙여야 한다. 형용사(조급하다)에서 동사(조급해하다)로 품사가 바뀌어 하나의 단어로 취급한다. ‘궁금해하다’ ‘예뻐하다’도 마찬가지다. 다만 ‘-아/-어하다’가 구(句)에 결합할 때는 띄어 쓴다. ‘마음에 들어 하다’ ‘내키지 않아 하다’와 같은 경우 ‘하다’를 뒷말에 붙이면 구 전체에 ‘-아/-어하다’가 결합한 것이란 점을 제대로 나타낼 수 없기 때문이다. 보조용언을 앞말에 붙여 쓰는 것만 허용하는 경우론 ‘-아/-어지다’도 있다. “서로 친해지다”에서 ‘지다’는 형용사 뒤에 사용해 앞말이 뜻하는 상태로 됨을 나타내는 보조용언이다. “꿈이 이루어지다”에서 ‘지다’도 보조용언으로, 동사 뒤에 사용해 앞말이 의미하는 대로 하게 됨을 나타낸다. ‘친해 지다’ ‘이루어 지다’처럼 띄어 쓰지 않는다.우리말 바루기 조급 보조용언도 하나
2025.05.15. 19:06
말은 양면성을 지닌다. 화살이 돼 심장에 꽂히기도 하지만 천 냥 빚을 말로 갚는다는 속담도 있다. 무엇을 어떻게 말하느냐를 늘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말은 할 탓이고 강약 조절도 필요하다. “말로 갚는다”도 의미가 더 분명히 드러나도록 표현할 수 있다. 조사를 바꾸면 된다. “말로 갚는다”보다 “말로써 갚는다”고 하면 뜻이 더 명확해진다. 종종 “천 냥 빚을 말로서 갚는다”고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격조사 ‘(으)로서’와 ‘(으)로써’의 쓰임을 혼동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으)로서’는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을 나타내는 조사다. “그는 중재자로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했다” “서민을 위한 건전한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와 같이 쓰인다. 예스러운 표현이긴 하나 “이 문제는 너로서 시작됐다”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어떤 동작이 일어나거나 시작되는 곳을 이른다. ‘(으)로써’는 어떤 일의 수단이나 도구를 나타내는 조사다. ‘(으)로’보다 뜻을 더 분명히 드러낸다. “대화로써 갈등을 푸는 방법밖에 없어” “당당히 실력으로써 인정받았다”와 같이 쓰인다. 어떤 물건의 재료나 원료를 나타낼 때도 붙인다. “그가 하는 말이라면 콩으로써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어”처럼 사용한다. 대개 ‘~을 통해’ ‘~을 가지고’의 의미로 대체할 수 있으면 바르게 쓴 것이다. ‘(으)로써’는 시간을 셈할 때 셈에 넣는 한계를 나타내거나 어떤 일의 기준이 되는 시간임을 나타내는 조사이기도 하다. “시험에 떨어진 게 이로써 세 번째인가” “오늘로써 지시받은 일을 모두 끝냈다”와 같이 사용한다.우리말 바루기 강약 조절도
2025.05.14. 20:14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데 현대인의 눈은 쉴 틈이 없다. 이상이 생기면 눈에서 나오는 액이 달라진다. “노란 눈꼽이 끼었어요” “눈꼽이 많아졌어요”와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배꼽 때문일까? ‘눈꼽’으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른 표기법은 ‘눈곱’이다. 발음은 [눈꼽]이지만 ‘눈곱’으로 써야 한다. ‘배꼽’은 [배꼽]으로 읽고 소리대로 적는다. 둘 다 뒷말이 [꼽]으로 소리 나는데 왜 표기법은 다른 걸까? 된소리 규정을 이해하면 된다. 맞춤법은 ‘(한 형태소로 이뤄진)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소리대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탯줄이 떨어지면서 배의 한가운데 생긴 자리를 뜻하는 ‘배꼽’은 둘로 쪼갤 수 없는 한 단어다. ‘배+곱’으로 볼 근거가 없다. ‘곱’은 진득진득한 액이나 그것이 말라붙은 물질을 가리킨다. 배에 낀 곱이 아니란 얘기다. ‘눈곱’은 다르다. 눈에 낀 곱을 말한다. ‘눈+곱’으로 이뤄진 합성어다. 합성어란 둘 이상의 단어가 결합해 만들어진 말이므로 그 원형을 살려 적어야 한다. 뒷말이 된소리로 나더라도 된소리로 표기하지 않는다. [눈꼽]으로 발음돼도 ‘눈곱’으로 써야 하는 이유다. ‘등살’과 ‘등쌀’도 마찬가지다. 등에 있는 근육을 이를 때는 [등쌀]로 소리 나더라도 원형을 밝혀 ‘등살(등+살)’로 적는다. 몹시 귀찮게 구는 짓인 ‘등쌀’은 발음되는 대로 [등쌀]로 읽고 적으면 된다. 우리말 바루기 눈곱 배꼽 된소리 규정
2025.05.13. 19:10
정치가 부끄럽다.” 몇해전 한 초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한 말이다.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꿈꿨지만 쉽지 않았다”며 불출마하겠다는 의원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부끄러운 정치가 안 되도록 국민은 두 눈을 부릅떠 달라고 당부했다. 이들 의원의 말을 글로 옮기며 ‘부끄러운 정치’를 ‘부끄런 정치’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두 의원이 우리 정치의 ‘부끄런 속살’에 절망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와 같이 표기해선 안 된다. ‘부끄런’은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현이다. ‘부끄럽다’는 ㅂ불규칙활용을 하는 형용사다. 어간의 끝소리인 ㅂ이 ‘아’나 ‘아’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선 ‘오’로, ‘어’나 ‘어’로 시작되는 어미와 매개모음을 요구하는 어미 앞에선 ‘우’로 변한다. ‘부끄럽-+-어’는 ‘부끄러워’로, ‘부끄럽-+-으니’는 ‘부끄러우니’로, ‘부끄럽-+-은’은 ‘부끄러운’으로 바뀐다. 이때 ‘부끄러운’을 ‘부끄런’으로 줄여 쓸 수 없다. 어간의 끝소리인 ㅂ이 ‘오/우’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들 모음이 줄거나 탈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활용형인 ‘부끄러우니’를 ‘부끄러니’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ㅂ불규칙용언인 ‘가깝다’ ‘쉽다’를 활용한 ‘가까운’ ‘쉬운’을 ‘가깐’ ‘쉰’으로 줄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랑스런 강아지” “갑작스런 이별” “걱정스런 표정”처럼 쓰면 안 된다. 우리 맞춤법에선 ㅂ이 바뀐 ‘오/우’가 그 앞의 모음과 어울리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러운’을 ‘-런’으로 표기할 수 없다. ‘사랑스러운’ ‘갑작스러운’ ‘걱정스러운’으로 고쳐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정치 당부 우리 정치 우리 맞춤법 초선 의원
2025.05.12.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