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기사를 보면 대기업·공기업 등 상위 기업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소식이 심심치 않게 전해진다.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산업재해를 입는 경우도 적지 않게 들려오고 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하면서 늘 드는 생각이 ‘하청업체’라는 용어 좀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다. ‘하청업체’란 이름 자체에서 갑을 관계가 느껴지고 이는 실제 힘의 논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하청업체’는 공식 명칭은 아니다. ‘하청’이란 옛 민법상의 규정인데 이것이 일상용어로 아직도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론 갑과 을의 관계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을의 입장에 있는 회사를 ‘하청업체’라 부르는 경향이 있다. 포괄적으로 갑을 관계에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하청(下請)’은 일본식 한자어로 알려져 있다. 국립국어원은 ‘하청’의 순화어로 ‘하도급’을 선정한 바 있다. 법제처도 ‘하청’을 일본식 용어 일괄정비 대상에 포함해 ‘하도급’으로 고치게끔 하고 있다. 그러나 ‘하도급’이란 용어 역시 상하 위치가 느껴지는 한자어라는 점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하청업체’ 대신 ‘협력업체’가 좋은 대안이 아닐까 싶다. ‘협력업체’는 법률적으론 대기업 일을 위탁받아 하는 회사 등을 가리킨다. 하지만 ‘협력업체’란 말에는 공생 관계, 즉 상호 윈윈하는 뜻이 포함돼 있다. 갑을 관계에 있는 회사를 포괄적으로 ‘협력업체’라 부르면 좋을 듯하다. 용어를 바꾼다고 해서 바로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러나 말은 곧 정신을 담는 그릇이라 했듯이 용어는 인식을 바꾸어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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