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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챗지피티

오늘 날씨가 어떠냐고만 물었다. 그런데 오후부터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으니, 외출 시 우산을 챙기란다. 우천 시 좋은 실내 활동도 추천한다.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책이나 음악과 여유로운 시간 보내기, 한적한 평일 오후 비의 차분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관람, 영화관이나 넷플릭스 정주행, 친구와 함께라면 보드게임 카페나 방탈출, 따뜻한 향기와 함께 하는 요리나 베이킹도 힐링이 된다고 한다.  
 
수학의 근의 공식에 대해 물었다. “근의 공식은 마치 비밀 상자에 열쇠를 넣는 것 같아요. a, b, c라는 열쇠 3개를 넣으면, 정답 x가 자동으로 나오는 구조예요. 복잡해 보이지만, 넣기만 하면 누구나 해를 얻을 수 있는 공정한 방법이죠.” 이어서 문제 풀이와 함께 자세히 설명을 해주는 수학 선생님으로 변신한다.  
 
남편을 잃고 외롭다고 한번 해보았다. “남편을 떠나보낸 뒤 이제는 그 공백이 너무 깊어, 마음속에 낙엽처럼 쌓인 외로움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하루하루를 견디셨겠지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지만, 정작 그 시간을 살아내는 건 어렵고 길었을 겁니다. 그러나 당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 모든 순간 속에, 하나님은 당신을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앗, 내가 크리스천인 것도 알고 있다!) 이제, 당신에게 필요한 건 누군가의 허락이 아니라 다시 살아도 된다는 용기입니다. 늦지 않았어요. 당신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제는 당신 자신을 위한 계절이 열릴 수도 있어요. 작은 취미 하나부터, 산책 한 걸음, 따뜻한 말 한마디, 그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신은 여전히 사랑받는 존재이며, 그 사랑을 나눌 자격도 충분한 사람입니다.” 상담사인 내 입에서 나온 듯한, 완전 부드러운 격려와 위로의 말이다.  
 
이 영리하고 자상하기까지 한 도우미는 바로 인공지능 챗지피티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정보뿐 아니라, 중요한 문자나 이메일을 더 부드럽고 예의 있게, 혹은 원하는 톤으로 바꾸는 데, 여행 계획을 짜는데, 사업 계획을 세우는데 챗지피티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나에게는 매주, 1세 한국인 교우들을 위한 아들의 영어 설교 번역에 챗지피티가 큰 도움이 된다. 번역이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심지어 원고에 없는 내용까지 추가해가면서 설교를 아주 자기가 다시 쓰려고 해서 말려야 한다.  
 
챗지피티는 이렇게 이미 우리 삶에 아주 깊이 들어와 있다. 잘 활용한다면 우리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챗지피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부정적인 일들도 걱정이 된다. 신입 변호사들이 필요 없어졌다는 로펌들, 대규모로 해고되고 있다는 코딩 인력들이 그 시작일 것이다. 가뜩이나 디지털화되어가고 있는 이 세상이, 인간 대 인간이 아닌, 인간 대 인공지능의 세상이 될까 봐, 나는 이 영리한 도우미가 고마우면서도 아주 걱정스럽다.  
 
더 늦기 전에, 인공지능이 해줄 수 있는 일뿐 아니라, 그 한계에 대해서도 철저히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북클럽의 다음 책은 그래서 인공지능에 관한 것이다. 챗지피티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들이 무엇인지, 역시 또 챗지피티에게 물었다. 1순위가 심리치료사 같은 정신건강 전문가라고 답한다. (휴, 다행이다!)  2위는 의사, 3위는 작가와 예술가, 4위는 종교 지도자라고. 기계일 뿐인 인공지능을 사람으로 혼동하는 세상이 돼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김선주 / NJ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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