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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궁전을 이고 다니다

700년 된 거대한 성을 머리에 이고 다닌다
 
트라카이 궁전, 리투아니아의 옛 수도  
 
성은 여러 깊은 호수 한가운데에 있다
 
성 주변에는 나라 잃은 유대인들의 집단촌이 있었다
 
폴란드가 이 요새를 여러 번 공략하려다 실패했다고 한다
 
 
 
2년 전 10월 하순
 
발틱의 겨울은 뉴욕보다 빨리 왔다
 
트라카이 궁전에는 찬비가 내렸다
 
시즌 마지막 관광객들은 비바람에 벌벌 떨었다
 
강가의 작은 유람선은 갈매기 승객 몇 명을 태우고
 
술에 취해 온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춥고, 외로워 독주를 마신 것 같다
 
 
 
비에 쫓겨 기념품 가게에서 모자를 만지작거리는 나에게 점원은 말했다
 
이 오래된 성을 싸게 드립니다
 
머리에 지고 다니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주세요
 
리투아니아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발틱 소국이지만  
 
가을 하늘이 무척 아름답고, 좋은 천연 버섯과 블루베리가 흔한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 사는 나라라고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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