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숨어 있는 역
시
역사(驛舍) 앞에서 발버둥이라도 쳤을까
굽이진 철길과 상행선 통일호를 비켜
완행열차가 서 있던 곳을
검은 산은 수척해진 진월사를 품은 채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
꽃신, 운동화, 흰 고무신과
검정 큰 고무신 손님들을
전송하고 기다리던
분꽃, 다알리아, 개나리, 나팔꽃과 백일홍들
빠르게 지나는 야간열차 안의 도망 보따리 안은
처자들에게 붉은 맨드라미 일행들 어둠 속에서
손 흔들고 있었다
낙동강 물줄기와 동행하는 산발치 따라 고개 넘어
흰 주오 적삼 그림자들 외나무다리 건너는 장날
백사장에 들어서는 양산에
잠자리 날개 한복에 어른거리던 문양들처럼
생떼를 써도 갈 수 없는 플랫폼 변두리
물속에 사라진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들은
내 원피스에 블라우스에 피어 살랑거리고 있다
권정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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