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참전용사 출신으로 한반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정치권의 거목 찰스 랭글(사진) 전 하원의원이 26일 별세했다. 94세.
고인이 ‘명예 정치인’으로 재직했던 뉴욕시립대 시티칼리지는 랭글 전 의원이 이날 오전 노환으로 타계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메모리얼 데이다. 장병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날이 고인에게도 생의 마지막 날이 됐다.
1930년 뉴욕 맨해튼의 흑인 밀집 지역인 할렘에서 태어난 랭글 전 의원은 20세였던 50년 자원입대했다. 6·25 개전 초기 미 육군 2사단 503연대 소속으로 주요 전투에 참전했다. 50년 11월 하순 평안북도 군우리에서 벌어진 유엔군과 중공군 간 대규모 교전에서 총상을 입고 40여 명의 병사와 함께 기적적으로 탈출했다. 고인은 퍼플하트(전사자나 상이군인에게 수여하는 훈장)와 동성무공훈장을 받았고, 2007년 한국 정부 수교훈장 광화장을 받았다.
1971년 하원의원(뉴욕주)이 된 뒤로는 2017년까지 무려 46년간(23선) 하원에 있으며 미 정치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이 기간 미 의회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 결의안’(2013년)등을 발의하며 한·미 동맹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입법을 추진했다. 주한미군 철수를 강하게 반대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지지했다.
연방 의회 내 지한파 의원들의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Korea Caucus)’ 창설을 주도해 초대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코리아 코커스는 한·미 교류 강화 등을 목적으로 하는 친목·연구 단체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