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영화관은 함께 울고, 웃는 공간…한인 운영 '가디나 시네마'
7, 8일 이틀간 무료 상영회
추억 담긴 영화 스크린에
"구석구석 부모님 손길"

주디 김씨가 이번주 극장에서 열리게 될 무료 영화 상영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부모님(존 김·고 김주명)이 1976년부터 운영했던 영화관을 물려받은 주디 김 씨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플루토 TV와 함께 지역사회를 위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김씨는 상영회에 대해 설명하면서 “영화관이 계속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영화관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낯선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앉아 같은 장면에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것은 영화관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상영회는 단순한 영화 관람이 아닌 세대 간 기억을 이어주고, 감동을 전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총 3편의 상영작에도 각각 의미가 담겨 있다.
먼저 7일(오후 2시 30분·오후 5시)에는 영화 ‘그리스’의 싱어롱 버전이 상영된다. 이어 오후 7시 30분과 10시에는 존 트라볼타 주연의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1977년 작)’를 선보인다. 그리고 8일(오후 2시 30분·오후 5시)에는 고스트버스터즈(Ghostbusters)를 상영한다.

가디나 시네마 운영자였던 어머니 고 김주명씨의 모습. 김상진 기자
특히 이 영화는 상영료가 비싼 탓에 극장에서 상영하지 못하다가 플루토 TV의 후원을 통해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김씨는 “고스트버스터즈의 경우 상영 날(6월 8일)이 영화 제작을 기념하기 위해 팬들이 만든 ‘고스트버스터즈의 날’이라 선택했다”고 전했다.
동네 영화관 무료 상영회 이벤트는 아카데미에서 작품, 감독, 각본, 편집상 등을 수상한 션 베이커 감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가디나 시네마는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영화관으로 선정돼 무료 상영회를 열게 됐다. 베이커 감독은 “사라져가는 독립 영화관을 지키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가디나 시네마는 그 자체가 역사다. 영화관 구석구석엔 김씨 가족의 손길과 이민자로서 흘려보낸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김씨는 “극장 시설이 고장나면 아버지가 직접 수리했다”며 “약 800석의 영화관 의자 중 아버지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의자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가디나 시네마는 1946년에 지어졌다. 80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키며 가디나 지역 동네 영화관의 역사를 품고 있다.
이 극장을 지키기 위해 김씨는 기금 마련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1500만 달러의 기금을 마련해 극장을 보수하고 역사 건물로 지정받겠다는 목표도 있다.
김씨는 “이 극장에 추억이 있고, 이곳을 지키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며 “특히 영화 담당 기자들로부터 홍보 굿즈를 기부받아 경매를 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이 공간을 지역 사회의 의미 있는 장소로 남게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가디나 시네마는 지난 1월, LA 인근 대형 산불로 관객의 발길이 끊기다시피 한 상황에서도 극장 문을 닫지 않았다. 주민들에게 작은 즐거움이라도 선물하고자 지난 1월 10일에는 5시간 동안 코미디 영화를 무료로 상영했다.
김씨는 “어떤 관객이 산불에 집이 다 타서 며칠 동안 계속 우울했는데, 코미디 영화를 보고 처음 웃었다고 하더라”며 “그때 너무나 뿌듯하고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가디나 시네마’에는 이민자 가족의 세월이 스며 있다. 이웃의 웃음과 눈물도 녹아있다. 친근한 동네 영화관의 문은 이번 주말에도 활짝 열린다.
송영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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