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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별난 사람들 모임서 배운 존중의 미학

일행과 함께 LA에서 떨어져 살고 있는 지인을 방문했다. 일행 중 음식에 대해 유난히 까다로운 분이 있었다. 다들 가까운 사이인지라, 함께 간 남자분이 그분에게 “미스 별라”라는 별명을 지어 부르며 짓궂게 농을 한다. 그 말을 들은 집주인이 “사실 저도 한 별라합니다.” 하며 받는다. 오래전부터 알아 온 주인분 역시 성격이나 생활방식은 물론 인생 이력도 평범과는 거리가 먼 분이다.
 
식사를 하며 일생을 살펴보니, 별라 아닌 사람이 없어 보였다. 미스 별라라는 별명을 지어준 예의 그 남자분도 평범한 이력을 가졌지만, 범상치 않은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 주위를 당황케 하곤 한다. 함께 갔던 교무님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람을 잘 믿고, 세상에 긍정적이다. 하긴 그러니까 출가를 했겠지 하다가도 여전히 낯설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군대에서 꼴통 소리를 들을 만큼, 평범한 고등학교 생활을 거쳐 대학에 입학한 것 치고는 상식과 동떨어진 엉뚱한 행동을 많이 했다. 하긴 출가보다 더 별난 사람인 것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또 있을까?
 
“저는 나중에 시골에 가서 농사지으면서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한동안 소박한 꿈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지만, 지금은 다른 것 같다. 농사의 전문성을 무시한다는 비난은 이미 오래전부터 상식이 되었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 잘 모르네 하며 한마디 거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지금처럼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시점에서는 오히려 정상기후를 이상기후라 불러야 하는 것처럼, 별나지 않은 사람, 즉 평범한 사람을 별나다고 해야 할 판이다.
 
아무개는 자기 생각이 강해서 충고나 조언을 잘 안 들어, 아무개는 말하기는 좋아하는데, 들으려고는 하지 않아. 자기 생각이 강하지 않고, 자신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평소 조용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들도 가까이 지내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기 생각 없는 사람 없고, 특정 분야에서만큼은 고집이 보통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이건 맛있는 음식이야”, “저 색은 이쁜 색이야” 느낌의 표현을 넘어, 확신과 그에 기반한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맛이나 색감에 관해 시대와 지역이 갖는 보편 정서가 있음은 당연지사이지만, 이야말로 철저하게 기호의 영역 아닌가? 필자는 안심이나 살치살보다 가격이 십분의 일밖에 안 하는 익숙한 삼겹살이 더 맛있고, 아구찜은 라면보다 못하다. 왜 이 맛있는 것을 모르냐며 탓하거나 강요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왜 안 좋아하는지 이유를 말해보라는 지경에 이르면 황당할 뿐이다. “그냥이요” 이 이상의 설명이 가능할까?
 
“놔두세요, 그냥 이렇게 살다 죽게.” 상대방 충고나 조언에 대해 부담을 덜려는 목적의 체념 섞인 농담이지만, 천성에 대한 진리적 의미와 다름과 틀림의 차이 등에 관한 나름의 통찰도 담겨 있는 것은 아닌지. 함께 간 일행 모두 별난 사람들이었지만, 주로는 개성과 성향의 범위이지, 특별히 존중받거나 비난받을 내용은 아니다. 기호와 선호는 존중하고 그냥 두자. 인격 도야를 위해, 깨달음을 위해 진정으로 닦고 고쳐나가야 할 것들은 이 외에도 지천에 널렸다.
 
[email protected]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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