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크루즈 여행은 싱가포르에서 끝났다. 3월 27일 막 방콕을 떠나자마자 방콕에서 지진이 났다. 크루즈 여행의 가장 불편한 점은 WiFi가 없다는 점이다. 바다 위여서 와이파이를 구매해도 속도가 느리고 비싸다. 이 끔찍한 소식도 모른 채 하루 종일 싱가포르를 관광하고 밤늦게 호텔에 와서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나서야 뉴욕에 있는 가족들이 패닉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딸아이가 방콕으로 날아올 생각까지도 했다고 한다.
한편, 우리는 가이드와 함께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싱가포르를 누비며 즐기고 다녔다. 싱가포르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질서와 청결이었다. 빌딩 숲과 나무숲이 잘 정돈되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싱가포르는 중국계가 74%, 말레이계가 13%, 인도계가 9.1%, 기타 3.3%여서 중국계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싱가포르의 공용어는 영어이고 도시국가이다. 싱가포르는 6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계속되는 간척사업으로 현재는 한국의 부산과 크기가 거의 비슷하다. 이 나라는 적도와 인접해 있어 연중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많은 전형적인 열대 우림 기후이다. 기온은 섭씨 23도에서 32도로 연중 고른 기후를 갖고 있다. 에어컨은 싱가포르 성공의 일등 공신으로 무더운 기후로 업무와 생활에서 효율성이 떨어짐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무한정 쓰도록 한 것이 경제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싱가포르는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모두 세계 1위를 기록한다. 다른 블루 존은 전통문화 속에서 장수 환경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지만, 싱가포르는 블루 존 개념을 도시계획에 반영해 정책적으로 설계한 장수마을이다. 이 나라는 GDP가 8만9000달러가 넘는 부유한 나라다. 주요 생산품은 전자, 석유화학, 기계공학과 의약품 제조다. 이 나라 문화는 원주민인 말레인과 3대에 걸친 중국인, 이민으로 유입된 아랍인 등 여러 민족의 문화가 섞인 복합적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영국 식민지 시절과 페라나칸(Peranakan, 해협 중국인 사회)의 문화가 주류를 이룬다. 국교는 없으나 불교 31%, 기독교 19%, 이슬람교 16%, 힌두교 5%, 도교 9%로 세계 종교 박람회에 온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최근에는 기독교와 무종교인의 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싱가포르는 관광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며 관광객 유치에 큰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도시의 야경은 세계 제일의 수준이고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빛의 향연을 과시하는 마리나 베이의 분수 레이저 쇼는 화려함의 극치로 15분간 진행되어 관광객들을 무아지경으로 이끌었다. 이 도시는 초현대식 건물로 지어졌지만, 건물들 하나하나가 개성이 있고 특징이 있다. 도시 전체가 빼어난 조경산업으로 어디를 둘러보아도 녹색 장원이 있고 심지어 건물 맨 위에도 훌륭한 정원이 있어 ‘정원 속의 건물’로 표현된다. 국토가 극히 제한되어 건물이 위로 솟을 수밖에 없고 위성사진으로 보면 녹지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이다. 공항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jewel city라는 이름으로 돔을 사용하여 방대한 온실로 되어있다. 볼거리 제1순위는 Garden by the Bay로 세계에서 제일 큰 규모의 실내 정원이다. 축구장 두 배의 크기로 35m 높이의 폭포가 일 년 내내 작동하고 있고 실내 온도 23도 습도 60%를 항시 유지한다. 희귀한 식물과 꽃들이 저마다의 특색을 뽐내고 있는 쾌적하고 싱그러운 분위기였다. 특히 센토사섬은 고급 휴양지로 인간이 만든 관광자산의 최고봉이라 불린다고 한다.
섬 전체 인구가 2000명밖에 안 되는 부촌이고 환상의 섬으로 불리며 2018년도에 김정은과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에메랄드빛 해변과 wax museum, 바다 위의 레이저 쇼는 과연 인간의 창조력에는 제한이 없음을 상기시켜주기에 충분한 멋진 장관이었다. 싱가포르는 돈을 쓰기를 강요하지 않고 관광객 스스로 지갑을 열게 하는 재주가 있는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