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엔진은 소비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8~70%에 이른다. 2024년 연말 기준으로 이 수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5년에도 소비는 여전히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축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복귀와 함께 시작된 강경 이민자 단속이 이 거대한 소비 구조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단속은 단지 국경 너머의 이슈가 아니라, 미국 내 상점과 식당, 가정의 지출 패턴을 바꾸고 있다. 특히 히스패닉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비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보이지 않는 불매’가 퍼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신분 확인이 두려워 매장을 찾지 않고, 사회적 모임조차 피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문화적 위축이 아니라, 내수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경제 현상이다.
가장 먼저 이상 신호를 감지한 건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이다. 코카콜라는 2025년 1분기 북미 지역에서 판매량이 2% 이상 감소했다. 회사 측은 히스패닉 소비자층의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맥주 시장 1위 브랜드 모델로를 보유한 콘스텔레이션 브랜즈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매출 하락을 보고했다.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히스패닉인 모델로는 특히 이민자 커뮤니티의 변화에 민감하다. 회사 측은 실적보고서에서 “추방될까 두려워 식당이나 모임에 나가지 않게 된 고객들이 있다”며 이민 단속의 영향력을 직접 언급했다.
문제는 특정 브랜드만의 고충이 아니라는 데 있다. 생활용품 기업 콜게이트-팜올리브는 1분기 북미 매출이 2.3% 감소했다. JD 스포츠나 풋락커 같은 소매업체들도 히스패닉 고객 감소를 매출 하락 원인으로 꼽았다.
외식업과 숙박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피아 오레니우스는 “현재의 추방 속도는 올해 GDP 성장률을 1%포인트 떨어뜨릴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전미농업연맹도 공급망 붕괴를 우려하며 “팬데믹 시기와 유사한 충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의 핵심은 이민 단속이 단순한 ‘불법체류자 색출’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체에 장기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단속으로 노동력 공급이 줄어들면, 생산비가 올라가고 물가 상승하며 결국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9일, 세관 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이 다저스타디움에 총을 든 채로 진입하려 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이렇게 조성된 ‘공포 분위기’는 경제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오늘날 국내 사회에서 누가 소비하고, 누가 일하며, 누가 자녀를 키우는가를 다시 물어야 할 시점이다. 이민자들은 단순한 통계 이상의 존재다. 그들은 소비자이자 생산자이며, 커뮤니티의 일원이다. 그들의 지출이 줄면 브랜드의 매출이 줄고, 그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식당이 문을 닫는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최근 “우리 농부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단속이 산업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경제는 정치보다 정직하다. 단속은 공포를 낳고, 공포는 지갑을 닫게 한다.
이민자 없는 경제는 없다. 이민자를 위협하고 몰아내는 일은 결국 우리 모두의 삶을 위협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정치권도 자각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