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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누굴 위한 ‘아름다운 법’인가

Los Angeles

2025.07.0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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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크고 아름다운 법안(BBB)’이 상원의 문턱을 넘었다. 행정부는 세금, 의료, 에너지 정책의 ‘전면 개편’이라 선전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법안은 900페이지가 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꼼꼼히 다 살펴보긴 어렵다. 그래서 의회예산국(CBO)의 분석을 바탕으로 일반 국민 입장에서 득실을 따져봤다.
 
법안의 가장 위험한 점은 국가 부채 증가다. 의회예산국(CBO)은 법안 시행 시 향후 10년간 국가 부채가 3조 3000억 달러 폭증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는 미래 세대에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행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은 결국 증세와 복지 축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딛는 청년들과 저소득층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부채 급증의 주 원인은 법안의 핵심인 감세 정책이다.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영구 인하하는 조치는 기업의 배를 불리고, 주 및 지방세(SALT) 공제 상한을 현재 1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확대한 것은 연 20만 달러 이상을 버는 고소득층에게 가장 큰 혜택을 안겨준다.
 
물론 팁·초과근무 수당 비과세처럼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도 내걸었다. 그러나 예일 예산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팁 소득 근로자의 상당수는 연방세를 낼 만큼 소득이 높지 않아 실질적인 혜택은 미미하다. 소액의 감세 혜택을 앞세워 결국 고소득층에게 더 큰 부를 이전하는 구조인 셈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감세로 줄어든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법안은 메디케이드에서 9300억 달러, 푸드 스탬프에서 2850억 달러를 삭감한다. 당장 내일의 치료를 걱정하고, 아이들의 식사를 걱정해야 하는 수백만명의 마지막 안전판이 없어지게 된다.
 
이렇게 해서 마련된 재원중 일부는 이민 단속과 국경 장벽 건설에 추가 배정된다. CBO에 따르면 예상 비용은 1500억달러에 달한다.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이제 하원으로 넘어갔다. 정부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약자를 돕고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원 의원들의 현명하고 용기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 국민의 고통을 담보로 쌓아 올린 장벽과 감세는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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