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가운데)이 9일(한국시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10일 오전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내란 특검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다시 구속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처음 구속됐다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풀려난 지 4개월 만,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가 지난달 18일 수사에 착수한 지 22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법정에 나와 무혐의를 항변했지만, 두 번째 구속을 피하지는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한국시간) 오전 2시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날 오후 2시22분쯤부터 비공개로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휴정을 포함해 6시간40분 만인 오후 9시쯤 종료됐다. 역대 최장이었던 2017년 3월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8시간40분 심문 기록엔 못 미쳤지만 이례적으로 길었다. 내란 특검팀 정예 검사와 윤 전 대통령 본인, 변호인단이 총출동해 특검이 청구한 다섯 가지 범죄 혐의의 소명 여부와 구속 필요성을 두고 공방을 벌이면서 심문이 길어졌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5가지 범죄사실을 적용해 지난 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체포영장 집행 저지 ▶국무위원의 심의권 침해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비화폰 기록 삭제 ▶계엄 관련 허위 공보 등이다. 다만 영장 청구서에는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전쟁이나 무력 충돌을 야기하고 비상계엄 선포를 하려 했다는 ‘외환 혐의’는 추가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법원은 특검팀이 제시한 관계자 진술과 물적 증거를 토대로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적법한 절차를 거친 계엄 선포인 것처럼 속이려 사후에 허위 계엄 선포문을 만들고, 수사를 대비해 내란 공범들의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하는 등 범행 그 자체가 증거인멸에 해당한다는 특검팀 주장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2일 출범, 속도전을 펼친 내란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신병 확보까지 성공했다. 특검팀은 최대 20일간 윤 전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수사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서울구치소에 재입소했다. 입소 절차를 마치면 3평 남짓한 독방에 수용된다. 영장 발부와 동시에 윤 전 대통령에게 제공되던 대통령 경호처 경호도 중단됐다.
외신들은 일제히 윤 전 대통령의 소식을 보도했다. AP통신은 “수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는 장기 구금의 시작을 의미할 수 있다”고 짚었다. 특검에서 추가 수사 후 구속 기소 결정을 할 경우 윤 전 대통령은 최장 6개월까지 더 구금될 수 있다.